[문자 메시지]
민혁아, 나 센터에 가고 있는데 애가 아파서 병원 들렸다 가느라 조금 늦을 것 같아. 미안한데 가서 문좀 열어놔 주면 안되겠냐? 학부모님 몇 분이 찾아 오신다는데, 문 닫혀 있으면 좀 그렇잖아.
오늘 아침도 10킬로미터 달리기를 하고 돌아와 초등학생들을 태울 차량을 운행하려고 준비를 하는데 동섭이한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학교로 학생들 태우러 가기 전에 센터에 들려서 문을 열어 놓고 가야 했다.
센터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필드에 불을 켰다. 꽉 차 있었던 아이들 사물함이 이 빠진 것마냥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민 코치가 JS로 옮긴 이후 많은 아이들이 JS로 옮겼다. 소문에 JS는 유소년 반을 추가로 개설해야 해서 코치를 더 모집한다고 했다. 동섭이에게도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고 했다. 물론 동섭이는 화를 내고 거절했지만 말이다.
불을 켜 놓고 센터를 나가려는데 갑자기 학부모님 두 분이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혹시 등록 상담하러 오셨을까요?”
“아니요. 수강 취소하러 왔는데요. 남은 기간 환불받으려고요.”
“아, 그러세요. 들어오세요.”
하고 상담실로 안내했다. 또 한 명의 수강생이 떠나는 순간이다. 잡고 싶다. 어떻게든 학부모를 설득해서 잡아 놓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밥값을 하고 싶다.
“혹시 상담 예약은 하고 오셨을까요? 지금 감독님은 인천시티FC 구단 회의가 있어 들어가시고, 코치님은 곧 오실텐데요.”
“네, 12시에 코치님을 만나기로 했는데요, 제가 조금 일찍 왔네요.”
“네, 아마 코치님 곧 오실겁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제가 전화드려서 얼른 오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초등학생들 픽업을 가야해서 먼저 나가도 괜찮을까요?”
“네, 그러세요.”
문을 나서려는데,
“잠시만요, 혹시… 최민혁 선수 아니세요?”
발걸음이 갑자기 멈춘다. 어떻게 나를 알까? 아니라고 해야 할까. 맞다고 해야 할까. 나를 아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일까, 부정적인 신호일까.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네, 저를 아세요?”
“아, 최민혁 선수 맞죠? 인천시티FC에서 뛰었던 최민혁 선수. 여기 코치세요?”
“아, 네.”
“아니, 최민혁 선수가, 아니 코치님이 아이들을 지도하는지 몰랐네요. 우와.”
“저를 어떻게 아시는지.”
“어떻게 알다니요. 인천시티FC 서포터스 중에 최민혁 선수 모르면 간첩이죠. 진짜 반갑습니다. 여기서 코치를 하시는지 몰랐어요. 아니 왜 감독님은 최민혁 선수가 아이들을 코칭하고 있다는 광고를 왜 안 하세요. 저는 진짜 몰랐어요.”
“네, 제가 광고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하하”
어색하게 웃으면서 나를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나는 코치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너무나 어색했다.
“최 코치님은 어떤 반 지도하세요? 저희 아이가 초등 고학년반인데요, 최민혁 코치님이 지도하는 것 같지 않던데요.”
“네, 초등 고학년반은 민 코치가 지도했고, 지금은 박동섭 코치님이 지도하십니다.”
“네, 집사람이 민 코치가 JS로 옮기셨다고 우리 아이도 JS로 옮겨야 한다고 해서 지금 환불받으러 온 거거든요. 근데 최 코치님을 만나다니. 그럼 최 코치님은 초등 저학년반을 지도하시는 거에요?”
“네,, 뭐,,”
“최 코치님, 그러지말고 최 코치님이 초등 고학년반 맡아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면 우리 아이도 옮기지 않고 그냥 보낼게요.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지금 단톡방에 있는 모든 아이들 부모가 아이들 JS로 옮기겠다고 하시는 거 아시죠? 주전 대부분은 이미 옮겼거나 곧 옮기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나 역시 너무 잘 알고 있다. 작년 유소년팀 우승 멤버였던 주전 대부분은 JS로 옮기고, 후보였던 선수들은 주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로 옮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동섭이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 들었다.
“최 코치님이 초등 고학년반 맡아 주시면 제가 지금 옮기겠다는 아이들 모두 그대로 다니게 할게요. 지금 옮긴 친구들, 그 애 있잖아요, 그 에이스 성훈이하고 민철이하고, 다들 다시 여기로 오게 할게요. 초등 저학년 말고, 고학년 맡아 줘요. 우리 애들 또 우승해야죠, 그래야 인천시티FC 산하 U-15 중학교로 진학시키고, 저희도 사실 JS로 가면 U-15학교인 성광중에 입학을 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가 않아서 은근 불안해 하고 있거든요.”
“네, 아버님, 감독님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래요. 하하, 그럼 최 코치님 믿고 저는 가보겠습니다.”
“네, 아버님 조심히 돌아가세요.”
“아, 최민혁 코치님, 가기 전에 사진 한 장 찍읍시다. 정말 반가워요. 자 웃어요! (찰칵)”
“안녕히 가세요.”
이게 뭐지, 내가 뭔 소리를 한 거야? 그때 동섭이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민혁아, 학부모님 안 오셨어? 혹시 방금 엘베로 내려가신 그 분이야?”
“으응, 응?”
“왜 그래? 아버님이 한 소리 하셨어? 에이씨 그냥 환불해 준다는데 왜 화를 내?”
“아, 아냐, 그게 아니고, 그냥 계속 다닌대.”
“응? 전화로는 그만둔다고 하셨는데.”
“응, 그게 그렇게 됐어.”
“뭔 소리야.”
“동섭아, 나, 사고친 것 같다.”
“사고라니, 뭔 일이야. 야 너 혹시, 아버님 협박했냐?”
“협박은 무슨”
“근데 왜 그래?”
“나, 초등 고학년반 내가 맡아야 하나?”
“너가? 너 축구는 안 한다며? 뭔 소리야.”
“내가, 내가, 내가 맡아야 할 것 같아. 그래야 그래야,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아니야, 난 맡을 수 없는데, 어쩌지. 아, 어떻게 해야 하지.”
“야, 정신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