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킥오프(Kick-Off) (16)

by 최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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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이 뭐 하나? 영어 공부해?”

“아, 네 정훈 코치님.”

“왠 영어 공부? 민혁이 EPL갈 준비하는구나. 하하, 종일 운동하고 피곤하지 않냐?”

“아,,아뇨. 그냥, 고등학교 때 감독님께서 영어 공부는 꼭 해 놓으라고 하셔서.”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면 김현철 감독님? 잘 지내시냐? 연락은 자주 드리고?”

“네, 자주는 못 드리고요, 가끔.”

“김현철 감독님 민혁이 네 생각 많이 하시더라.”

“네?”

“나도 이사님한테서 전해 들은 얘기인데, 너 처음 보러 울산 내려갔을 때, 그때 김 감독님이 이사님한테 너 EPL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신신당부하셨다고 하더라. 인천보낼테니깐 몸 관리 잘 부탁한다고, 잘 키워서 제발 해외 진출을 하게 해달라고.”

“…….”

“그래서 영어 공부하는 거 아니었어?”

“네, 감독님이 늘 말씀하셨어요. 꼭 해외가라고, 농담으로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요.”

“김 감독님이 너를 해외 클럽으로 바로 보내는 것도 사방팔방 알아보셨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뭐 해외로 바로 가는 게 쉽냐? 하긴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예전보다는 해외 가기가 좋아졌다고는 하더라. 너도 잘 준비해서 꼭 해외로 가라. 그리고 김 감독님께도 잘 해라. 자주 연락드리고.”

“네.”

“뭐, 어려운 건 없냐?”

“네, 없습니다. 근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코치님! 여쭤봐도 될까요?”

“뭔데?”

“처음 경기를 시작하거나 득점하고 난 뒤에 센터마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을 킥 오프(Kick-off)라고 하잖아요?”

“응, 근데?”

“오프(off)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보통 끝나다, 종료되다는 의미의 단어에 붙어서 많이 사용되는데요. 우리 전등을 끌 때도 오프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옷을 입을 때 put on 벗을 때는 take off. 근데 왜 축구에서는 다시 시작할 때 킥 오프라고 할까요?”

“민혁이 니 말대로 하면 ‘킥 온(Kick-on)’이어야 하는데 ‘킥 오프(Kick-off)’라고 한다는 말이지?”

“네, 시작할 때는 ‘킥 온’이고 경기가 끝날 때 ‘킥 오프’라고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몰라 임마! EPL갈 니가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 누가 영어를 물어보라고 했냐? 내일 경기 준비 그런 거 물어보라고, 그건 그렇고 내일 드디어 데뷔전이네, 떨리지 않아?”

“괜찮습니다.”

“오, 자신만만한데?”

“그건 아니고요, 사실 조금 떨립니다.”

“그래, 감독님께서 너를 내일 선발로 내실지, 교체로 내실지는 모르겠다만, 욕심내지 말고 뛰어라. 데뷔전에서 욕심내다가 다친 선수들 많아. 마음 편하게 뛰는 거야.”

“네, 그러겠습니다.”

“루카스하고는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아?”

“네, 루카스도 그렇고, 기철이형도 그렇고 정말 잘 챙겨주셔서 좋아요.”

“그래, 우리팀은 4-4-2가 기본 전술이라 세 명이 로테이션을 해야 하니깐, 누구랑 호흡을 맞추더라도 잘 해야 해.”

“네.”

“민혁아, 사실 내일 나는 감독님께 너를 교체 멤버로 넣자고 말씀드렸다. 프로데뷔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긴장감과 압박감이 있을 거야. 특히 우리 인천 서포터스들의 열정적인 응원 소리가 어쩌면 데뷔전인 너에게는 부담일 수도 있고, 또 수원FC의 이종현 선수와 만나야 하는 것이 부담일 수도 있고, 그래서 난 데뷔전을 조금 미루자고 말씀드렸다.”

“네.”

“섭섭하냐?”

“아니오. 아닙니다.”

“나는 말이다. 너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너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선수도 오랜만에 본다. 지금 2군 가신 김성호 코치님이 그러셨어. 너의 표정에서 축구에 대한 진정성이 보인다고. 너야 말로 정말 축구가 좋아서 뛰어다닌다고. 나는 뭐, 진정성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가 오래오래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EPL도 가고, 국대도 가고, 월드컵 우승도 하고.”

“감사합니다. 코치님”

“내가 막내 코치라 내가 교체로 넣자고 해서 감독님이 ‘네, 그러겠습니다.’ 하실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선발이 아니라 실망할까 봐 말하는 거야.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지 말고,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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