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가 일상이 된 그들을 볼 때면

by 김고민

몇 년 전

냉동 공장에서 단기간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었다


'단순한 일이라 초보도 가능합니다'

'체력이 좋은 20대 30대는

누구나 알바 가능'이라는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단순한 일이라

초보도 가능합니다'라고 적힌

공고의 내용이 무색할 만큼


정직원들 못지않은

일의 정밀성과 능력을 요구했고


'체력이 좋은 20대 30대는

누구나 알바 가능'이라는

공고의 내용은


20kg짜리 물건을 수 백개씩 나르며

숨이 헐 떡 헐 떡 넘어갈 만큼의 강도였다


몸이 힘드니

이제 갓 들어온 아르바이트생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짧으면 1주일 길면

1달 정도 일을 하고

그만두는 상황이

자주 반복되었지만


그래도 일이 힘든 만큼

현장을 지시하며

같이 일을 하는

과장, 부장과 같은 관리자들도


직급이나 직위에서 느껴질 만한

위엄의 무게를 내려놓고


진심 어린 농담들을 건네며

가족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었기에


그러한 것들이

힘든 노동을 이겨내는

작은 힘이 되곤 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성격이 유별난 두 명의 직원이 있었다


자신의 기분이 나쁘면

멀쩡히 일을 잘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수시로 고함소리를 지르며 지적질을 하고


자신의 기분이 좋으면

일이 서툰 사람에게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칭찬을 일삼았던

유별난 두 명


그들이 일을 할 때면

일과는 전혀 무관한 지적을 일삼고

수시로 고함을 치며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왔다 갔다 보였지만


그건 그저 일을 할 때만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다



몇 주 뒤


점심시간이 끝나고

넉살 좋은 과장님과 부장님이

나를 비롯한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일 끝나고 근처에서 회식하는데

같이 밥 먹지 않을래?

물론 가고 싶은 사람만 가도 돼

안 가고 싶은 사람은 안 가도 되고'라고

말을 건네었다


아르바이트생들 중엔

한 명을 뺀 나머지가

회식에 참석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일이 끝난 뒤

고깃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회식이 시작되고


누구는 고기를 먹고

누구는 술을 마시며


일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

사생활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상에 대한 이야기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 중


성격이 유별난 두 직원이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고

외도를 해 본 경험들에 대해

서슴지 않게 말하기 시작하는데


불륜을 처음 할 때의 기분

불륜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의

헤어짐과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대었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아무렇지 않게

불륜을 저질렀던 경험들을

말하는 걸 보니


아무리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으로서 이해하려고 고민을 해보아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더더욱 당황스러웠던 건

외도를 했던 경험이

자랑인 마냥 떠드는 그들이

자식뻘 되는 우리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너희는 여자친구 안 만드냐?'

'너희는 여자친구 만나서 결혼할 생각 없냐?'

라는 말들을 서슴지 않게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어른으로 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겨

황당함과 복잡한 마음이 뒤섞인 채

고깃집 의자에 앉아 정적이 흘러갔다


회식자리가 끝난 뒤

버스를 타고 가면

20분도 걸리지 않는

집까지의 거리를

한 시간 정도 걸어서 갔다


한 번씩 대중교통을 이용해

빠르게 갈 수 있는 거리도

일부러 걸어가고 싶을 때가 가끔 있는데

그날도 유독 그렇게 걸어가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많은 생각들을 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인 내가

먼 미래에 결혼을 한 뒤

내가 낳게 될 자식과


이 사람들과

똑같은 인성과 인품을 닮은 자식들과


사회에 나가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부딪히며

경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그 자체로도

끔찍하다는 생각은 자명했다




세상이 정화되지 않는 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품위도 갖추지 못한

이러한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천성을 가진 자식을 낳으며

자자손손 대를 이어나가려 하기 때문은 아닐까??



외도가 일상이 된 그들을 볼 때면


갖가지 이유로 미루고 미루던..

하루하루 일에 쫓기며 사는

지금의 나한텐

사치로 느껴질 만큼

머나먼 이야기인 결혼...


그 결혼이 더더욱 하고 싶지 않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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