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일을 한 결과는

by 김고민


군대를 입대하기 전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거기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적게는 20대부터

많게는 70대에 가까운

나이에 다다르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어우러져

일을 하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내가 하던 일은


아이스크림을 담는 용기를

라인별로 나눈 다음 카트에 실어

용기가 투입되는 곳에

갖다 주는 일을 했고



내가 하는 일이

공장의 곳곳의 기계가 돌아가는 라인마다

용기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다 가다 보니



일을 하다 보면

성별과 나이의 경계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마주쳤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나이가 많아 보이시는

이모가 한 분 계셨는데


내가 궁금해서

이모에게 물어보았다



'이모 혹시 실례지만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어.. 만으로 69살이야'


'네!?

일하시는데 안 힘드시나요?'


'그래도 오래 해서 그런지 아직은 팔팔해'


'그럼 여기서 일을 하신 지는

얼마정도 되시나요?'


'한.. 32~3년 정도 되었을걸?'


'와! 정말 대단하세요'


'너도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놔

그래야 결혼하지'



그리고 이모는

이때까지 살아오며

이 일을 하신 것에 대하여

떳떳하고 당당하게 말하셨다



어떻게든 자식들 대학까지 다 보내고

그 자식들이 좋은 직장에 취직해 결혼을 하고

추석이나 설날에 자식들과 함께 찾아오는

손자 손녀들 보는 재미에 사신다고 하셨다



그러나

웃으시며 일을 하시는 모습을 가만히 보니


한 가지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나이에 맞지 않은

튼튼한 체력과 근면함을 가지시고

한평생 일만 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사셨지만


조금 있으면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으신

70에 가까운 나이


죽음을 바라보는

나이를 앞두고서도


일의 문턱

노동의 문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죽음을 바라보는 나이를 앞두고서도

노동의 문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요즘에 출근길 퇴근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집 근처에 사는 이웃이자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를 보며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는

폐지를 주워다가

1톤 트럭에 차곡차곡 쌓아

한 번에 모아서

내다 파시고는 하는데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집 앞을 지나가다가

가끔씩 할아버지와 마주치면

가벼운 인사를 건네곤 한다




'안녕하세요'


'응.. 일 마치고 퇴근하는 길인가?'


'아.. 네

할아버지.. 이번에도 택배 시키고 나서

종이박스 남으면 모다 놓았다가

조금 갖다 드릴까요?'


'아이고 그렇게 해주면 좋지! 고마워~'



최근에도

그렇게 가벼운 인사와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향하던 중


할아버지가

트럭에 쌓인 박스를 정리하시며

혼잣말로 중얼거리셨다



'아이고..

먹고살기 힘드네 먹고살기 힘들어'



할아버지의 혼잣말을 듣고

잠깐동안 생각에 잠겨있다가


불현듯 예전의 아이스크림 공장의 이모와

폐지 줍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묘하게 겹쳤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그 두 분을 보며

삶의 무거움을

한층 더 알게 되었다




전쟁이 나면

총과 칼에 죽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움 속에 살아도


한평생 일만 하다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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