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제본, PUR제본은 무엇인고?
제본은 낱장의 종이를 엮어 책을 만드는 것이란다.
하나 하나의 장면이, 하나 하나의 사건이 이어져 맥락이 되는 것. 예전에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다. 그 책에는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우리는 살다보면 좀 뜬금없어 보이는 짓을 하기도 한다. 건축을 전공하고 스타트업에서 회계를 한다던가,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책을 시작한다던가. 하지만 언젠가, 그 뜬금없어보이는 점들은 연결될 거라고. 연결되어서 본인 스스로도 생각지 못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삶을 만들어낼거라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그림이라.
무선제본은 실 없이 제본한다는 뜻이란다.
맨날 이게 궁금했었는데, (무선제본이라면 유선제본은 무엇인지) 콕 집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예전에는 실로 책을 엮는 게 기본이었구나. 새삼 그 시절 책은 참 소중한 존재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금 이 책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100년 후 까지 살아남을 소중한 책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대학교 제본집에서 해주던 제본은 EVA 제본.
요즘은 PUR제본이 대세인 것 같다. 180도로 쫙 펼쳐지니까 훨씬 기분이 좋다. 읽는 사람, 특히 쓰는 사람(노트류) 입장에서는 정말 중요한 문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끊임없이 상대를 배려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저 사람은 어떻게 해주면 더 쓰기 좋을까, 무엇에 기뻐할까.
서울인쇄센터에는 EVA 무선인쇄 기계가 들어와 있다.
PUR제본기가 아니라 조금 아쉬웠지만, 종이를 톡톡 정리해서 넣고 버튼만 누르면 드르륵 종이 한 면을 갈고 (본드 흡수가 더 잘 되도록) - 뜨거운 본드를 바르고 - 제본 표지를 붙이는 과정이 1분도 안 걸린다. 이렇게 손 쉬운 방법이 있지만, 아마 나는 다음 책을 만들 때에도 손으로 한 땀 한 땀 제본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아날로그 인간이다.
* <도전, 인쇄소!>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신 서울인쇄센터, 수업을 진행해주신 YPL 김명국 부장님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