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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민정 Jun 22. 2023

오늘 내가 그린 것을 기록하기로 했다.

2023년 6월 22일 목요일 곰민정 작업일지 




매일 쓰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무얼 쓸까, 곰곰이 생각하다 또 브런치에 카테고리 하나를 더 만든다. 글을 쓰려고 들면, 왠지 개요와 기획이 필요할 것 같아진다.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들을 분석해 볼까? 작업실 갈 때 싸는 도시락 이야기를 써볼까? 다 좋은데, 첫 장을 기록하려다 보면 어느새 힘이 빠진다. 아- 어렵네. 


그림을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얼 그릴까. 사람을 그려볼까, 동물을 그려볼까, 눈사람 작업을 이어서 할까, 아이들 좋아하는 동물 팝업을 만들어볼까? 이거 할까 저거 할까 생각하느라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한 채 집에 터덜 터덜 돌아간 게 몇 날인지. 매일, 선이라도 하나 그어야 한다던 선생님의 말씀이 집에 가는 길에 동동 맴돈다. 


그냥 하기로 했다.  

주제도, 맥락도, 의미도, 이제는 그만 찾아 헤매기로 했다. 그 모든 건 그냥 하고 나서 나중에 해도 된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지,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매일매일의 작업일지를 쓰다 보면 자연스레 나올 거다. 


이제, 나를 위한 글을 쓰자. 



 

작은 꽃은 늘 아름답다, 곰민정, 색연필, 140x140, 2023


오늘 아침 안산(뒷동산) 산책을 갔다. 

가는 길은 달리기, 오는 길은 산책, 그리고 산책로 입구에서 거꾸리 10분. 

거꾸리에 거꾸로 매달려 햇살이 어른어른하는 나뭇잎을 바라본다. 오롯이 멍 때리는 시간. 문득 대학교 시절 교양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현재에 있지 않은 사람은 행복할 수 없어요.' 최근 그리고 싶은 게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얼마나 오만한 소리인지. 눈앞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자. 




바닷가, 곰민정, 색연필, 190x260, 2023


둘 이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좋다. 

둘의 자세, 표정, 행위 등등에서 관계를 상상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관계를. 




해바라기 밭, 곰민정, 색연필, 190x260, 2023


사람의 몸은 마음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분명 사실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알지만 변형한 것과 사실적으로 못 그려서 변형한 그림 사이에는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 다 알고 있다. 




바닷가, 곰민정, 색연필, 190x260, 2023


큰 강아지를 목도리처럼 두른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은 늘 했지만.

실제로 이런 장면은 처음 봤다. 


왜 어떤 장면은 비워져 완성되지 않게 느껴지고,

왜 어떤 장면은 비워져 있어도 완성되게 느껴지는 걸까? 








'지금 잘하고 있나?' 

고민이 든다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한 친구가 누군가에게 들었다며 말을 전해주었다. 

'잘하고 있나 생각할 필요 없어. 하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뭘 그려야 하나 생각만 가득하다 오랜만에 손을 움직이니까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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