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6일 월요일 곰민정 작업일지
오늘은 한 달에 딱 하루 있는 작업실 휴무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작업실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을 때, 오랜만에 수많은 선택지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카페에 갈까, 도서관에 갈까, 교보에 갈까, 가서 책을 읽을까, 글을 쓸까, 홈페이지 만드는 걸 더 찾아볼까, 그림을 그릴까? 문득 작년에 루틴을 만드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는다. 그때의 나, 생각보다 더 고생했구나- 싶다.
우선 광화문 교보 검색대 앞에 선다.
'기쿠치- 치키' 요즘 푹 빠져있는 일본 작가다. 묘하게도, 내가 꽂히는 그림을 혹은 글을 짓는 사람들은 건축 출신인 경우가 많다. 건축을 선택했던 사람들이 공유하는 어떤 유전자 같은 게 있는 건지, 건축하는 사람들이 사람들 마음을 잘 빼앗는 건지. 건축을 전공한 나는 후자가 맞지 않겠냐고,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어본다.
첫 책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 고민이 많다.
대략적인 컨셉이나 흐름은 잡혀 있지만, 여전히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크게는 두 가지 고민이 남아있다.
1) 곰민정은 어떤 메시지를 내보낼 것인가.
나는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하고 싶은 걸까.
- 마음속 불편한 감정들 밝히기 : 나는 내 마음속 불편한 것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놈이 어떤 놈인지 후레쉬를 가져다가 밝혀서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싶다. 분명 다른 사람들 마음속에도 숨어있을 그놈을 끄집어내서 알게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불편하다고 다 나쁜 게 아니라고, 그걸 통해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산과 나>
- 자연의 순환 : 내가 제일 좋아하는 2 pick 그림책은 자연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the conductor> 그리고 <Little tree>.
<the conductor>는 한 지휘자가 숲 속 나무에 올라 지휘를 시작한다. 지휘에 맞추어 나무의 잎사귀들이 새가 되어 날아간다. 알레그로, 포르테, 포르티시모. 책장을 넘기면 바람이 불어온다. 교향곡이 끝나고 남자는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 지휘봉을 심는다. 지휘봉에서 다시 작은 새들이 자란다.
<Little tree>는 가츠미 고마가타의 팝업북이다. 아주 작은 무언가였던 나무는 자라난다. 봄 - 여름 - 가을 - 겨울, 낮과 밤, 지나는 사람들과 사라진 사람들. 나무는 끊임없이 바뀐다. 그리고 결국 사라진다. 하지만 무언가 남는다. 또 어디선가 아주 작은 무언가가 솟는다.
나는 왜 이렇게 이런 이야기들을 사랑하는 걸까?
- 편안함, 따뜻함 : 여백, 편안함, 한적함, 여유로움. 또 할머니, 따뜻함, 아늑함, 이런 것들이 좋다. 이건 왜 좋다기보다는 그냥 본능적으로 좋은 것들. <나의 의자>
- 웃음, 은근한 장난
>>> 눈사람은 눈사람은 70%의 편안함과 따뜻함. 20%의 웃음과 은근한 장난, 그리고 10%의 마음속 불편한 감정들 밝히기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2) 곰민정은 어떤 방식으로 그릴 것인가.
색연필, 수채, 아이패드 등등 여러 방식을 고민해 봤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 한지에 그리기! 대신 한지에 그리는 방식을 스킬 업하자!
작업실에 가지 않는 날도,
머릿속은 작업 생각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