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민정 Jun 30. 2023

누군가를 위해서 만드는 일은 즐겁다.

2023년 6월 30일 금요일 곰민정 작업일지




이번주의 작업들을 정리해 보자. 


6월 초까지 한창 눈사람 그림책 작업을 했다. 

3월에 시작한 눈사람 작업을 한 여름까지 계속했더니만 조금 지쳤다. 엄마 집에 과일 쌓아놓은 걸 봐도, 중국집 주방에 깐 양파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걸 봐도, 자꾸 눈사람 생각만 났다. 문제는 자꾸 보이기만 하고, 점점 안 그리고 싶어 진다는 점이었다. 이러다가 눈사람 그림책을 영영 완성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사람 휴가가 필요했다. 


뭘 그리나. 

뭘 그릴지 떠오르지 않는 날들은 좀 괴롭다. 하염없이 핀터레스트를 들락날락, 낱장의 그림들을 그리다 말았다. 어떤 장면과의 애정이 생겨야, 이걸 그리고 싶다, 이 장면에서 받은 나의 느낌을 전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그려야 좋은 그림이 나오는 것 같은데. 당최 내 마음에 들어오는 이미지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집에 초대했다. 친구의 집에는 이제 갓 3돌이 된 쌍둥이 두 녀석이 함께 살고 있다. 녀석들이랑 뭘 하고 놀까, 고민하다가 커다란 전지를 10장이나 사서 이고 지고 갔다. 나는 녀석들이랑 같이 그림 그릴 생각으로 종이를 가져갔는데, 얼레, 나보고 다 그리랜다. 옆에 똘망똘망 붙어서 기린을 그려라, 토끼를 그려라, 토끼를 두 마리 그려라, 고양이를 그려라. 요구사항이 참 많다. 


그리고 돌아온 다음 주. 

작은 팝업카드를 만들고 싶어 졌다. 신용카드랑 같은 사이즈로 언제든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기린과 토끼, 고양이가 숨어있는 카드. 요 녀석들 이거 보면 아주 갖고 싶어서 신나겠지? 생각하면서 조물조물 만들다 보니까, 시간이 호딱 재미있게 흘렀다. 뭘 그리나 고민하던 게 언제 적 일인가 싶게 폭 빠져 작업을 했다. 




사과는 맛있어, 곰민정, 2023
사과는 맛있어, 곰민정, 2023
사과는 맛있어, 곰민정, 2023
사과는 맛있어, 곰민정, 2023


사과는 맛있어, 곰민정, 2023


<사과는 맛있어> 제작 영상, 곰민정, 2023



2탄. <토끼는 졸려> 보러 가기 

3탄. <이게 뭘까?> 보러 가기



이번 작업을 하면서 확실하게 느꼈다. 

나는 편지 쓰듯 하는 작업이 좋다. 

듣는 이가 있고, 그를 기쁘게 하는 일을 나는 언제나 하고 싶다. 





* 다음주 월화수는 휴가로 작업일지를 쉬어가기로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건, 어쩌면 더 좋은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