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와 에르베 튈레 그리고 정진호 작가님이 떠올랐다
오늘 아침에도 롱블랙을 읽었다.
좋은 것을 보면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데, 어디에 남기면 좋을지 항상 갈팡질팡한다.
블로그? 인스타 스토리? 브런치? 여기저기를 고민하다가 브런치에 들어왔다.
왠지 채널을 하나로 꾸준히 써보고 싶었고, 블로그에 쓰면 편하지만 브런치라는 채널을 여전히 너무 좋아한다. 그치만 브런치에 쓰려면 또 카테고리 만들어야 할 것만 같은데. 하다가 아, 그냥 글을 무작정 많이 써두고 그 안에서 글이 쌓인 다음 정리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맞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의 롱블랙을 읽으면서 했던 생각들을 기록한다.
•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비어있는 시간.
그녀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가 순간 멈칫 했다.
일이 너무 좋아 건강을 챙기지 못한 나머지 병원 입원실에 앉아 이직용 포트폴리오를 쓰려는데, 정작 회사 일은 잔뜩 기록해뒀는데 자신의 이야기는 쓸 내용이 없더란다. 그래서 그때부터 한 주에 한 편씩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했다고. 지금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그녀.
죽기 전까지 자신이 가진 한계 안에서 최대한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던 마티스는 병실에 누워있던 기간에 어머니가 심심할까봐 사다주신 물감으로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놀이책으로 아이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작가 에르베 튈레는 창의력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유년기의 '심심함'이라는 대답을 던졌다. 관점을 비틀어 훅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정진호 작가님은 유년기 병실에 오래 있었던 경험을 '위를 봐요'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병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운전 중에.
멍 때리는 모든 시간은 영감의 온상(?)이다. 어쩌면 우리는 더 알고, 더 배우고, 더 더 더 무언가를 하기보다 조금 덜, 비우는 연습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이미 충분히 갖고 있는 어떤 것을 익히고 적용하고 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작업도, 관계도 조금씩 계속 덜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어있는 곳에는 꽃이 핀다.
• 질문하는 것
기억을 더듬더듬 따라가보면, 내가 신나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때는 주로 좋은 질문이 있었다.
참 대화를 잘한다, 하는 친구가 딱 두명 있는데 그 두 친구는 늘 질문을 잘 던진다. 그 질문에 답을 하려다보면 내가 내 생각을 정리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나의 대답 속에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이런 대화를 좋은 대화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질문 받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데, 어째 한번도 질문해야겠다는 생각을 잘 못했다.
혼자만의 작업으로 사람들과의 만남이 조금은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요즘, 누군가를 만나기 전 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 꾸준히 하는 것
꾸준함은 언제나 가장 큰 힘인 것 같다.
맨날 이것 저것 시작해두고 잘 마무리짓지 못하는 나는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것 같다.
주1회 글쓰기 모임을 몇 년 간 이어오고 있는 사람. 자신과의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사람. 개인 계정 업로드 시기를 모두 캘린더에 기록해두는 사람. 사실은 자신과의 약속이 가장 중요한 약속인데, 왜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칼같이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나와의 약속은 그러지 못할까.
진희샘이 이야기해주셨던, 1년 동안 정말 꾸준히 그리고 올리는 것.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