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맛
베란다에 어느새 야채가 한가득 쌓였다.
이것은 다 안수호 때문 혹은 덕분이다. 여러 제철 야채들로 이유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요것도 담고, 저것도 담고 했는데. 정작 아기의 이유식 양은 극히 소량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남은 건 우리(어른)가 먹는 수밖에.
때마침 요즘 내가 빠져있는 흑백요리사 2.
거기서도 특히 선재스님의 요리에 눈을 뗄 수 없는 요즘.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된장국, 김밥, 국수가 미슐랭 셰프들과 견주어도 더 맛있다고? 궁금증이 솟는다. 그런 우리 집 냉장고 사정의 맥락이 어째 요즘의 관심사와 딱 떨어졌다.
그래서 시도한 포토푀.
양배추, 감자, 당근, 토마토, 마늘, 셀러리, 브로콜리, 파 등등 집에 있는 모든 야채들을 버터에 굽다가 물과 코인 그리고 소시지를 넣어 끓이면 끝나는 간단한 레시피. 그 간편함에 비해 칼로 야채를 슥슥 썰어먹는 즐거움, 온갖 채수가 어우러진 깊고 진한 국물 맛, 야채 하나하나의 맛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기에 미안할 정도로 가득했다. 특히나 평생을 익은 당근과 척지고 살아온 인생에서 익은 당근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아가 수호가 크면 언젠가 주말에 꼭 함께 먹고 싶은 메뉴다.
포크와 나이프로 작고 귀여운 격식을 차려가면서.
나는 감자가 맛있어, 너는 토마토가 제일 맛있니? 서로의 취향을 물어가면서.
따끈따끈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