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스튜 파스타, 술은 안 마셨지만 속 풀리는 맛

겨울의 맛

by 곰민정




아기가 생겼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가장 아쉬웠던 건 단연코, 술이었다.

나는 '뭘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고, 메뉴를 딱 정하고 나면 자동으로 '아- 이건 막걸리지!', '오늘은 소주네.', '하이볼인가?'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사람이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덕분에 메뉴마다 찰떡인 주종을 홀짝홀짝 아껴 마시는 게 나의 크나큰 즐거움이었다.


그런 나에게, 임신 10개월 + 모유수유를 한다면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는 금주는 너무나 가혹했다.

게다가 임신 중에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더더욱 많았으므로 일기에다가 아기를 낳고 나서 먹을 음식들(과 함께 마실 술들)을 빼곡히 써두었다. 본전횟집에서 두툼하게 썬 광어 지느러미에 묵은지를 올려 새로 한 잔 캬- 마시고 싶고, 한낮에 녹진한 크림 리소토에 상큼한 화이트 와인도 짠- 마시고 싶고, 루꼴라가 잔뜩 올라간 피자랑 흑맥주도 크아- 마시고 싶고!


이제 아기가 태어난 지 10개월이 되었다.

모유수유를 얼른 끝내고 다시 술을 먹을 요량이었지만, 아기를 안고 모유수유를 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의외로 내가 못 끊고 있다(?) 그 덕에 나의 간은 점점 더 건강해져서, 해장 따위는 필요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술을 못 마시니까 해장이라도 해야겠다는 이상한 오기로 종종 해장 음식을 해 먹는다.




기름을 쪼르륵 두르고.




마늘, 양파, 고춧가루를 볶는다. 맛있는 기름이 완성되면 거기에 토마토소스와 고추장, 토마토를 넣어 끓인다. 옆에 냄비에 파스타면을 끓이다 면이 조금 설익었을 때 면과 면수 일부를 수프에 넣는다. 면이 수프를 호로록 흡수하면서 익도록 보글보글 끓이다가 맛술에 재워둔 새우, 대파, 청양고추를 넣고 후루룩 끓여낸다. 마지막으로 치즈를 스윽 올린다. 요리는 금방이지만 국물이, 끝내준다.


해장을 하고 나면

뭔가 신나게 놀고 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

다시 채워진 마음으로 아가에게 간다.

기다려라,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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