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9. 감자의 태명을 감자로 지은 것에 대하여

엄마, 난 왜 감자야?

by 곰민정




수술대 위에 누웠을 때가 떠오른다.

성준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혼자 항생제 테스트를 하러 수술실 앞에 들어갔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아, 아기를 낳는구나' 실감이 났다. 주사를 맞을 때 항상 간호사 선생님들이 "안 아파요, 따끔~" 하셨는데, 항생제 테스트를 할 때는 "조금 아플 거예요"하셔서 갑자기 엄청나게 긴장이 됐다. 아. 나 주사도 무서운데 나 수술하는구나 지금. 갑자기 무섭고 서러워져서 엉엉 울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누워서 엉엉 울었더니 마스크 안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됐다. 윽.


다행히 수술방 선생님들은 다정했다.

나의 울음에 굉장히 당황하셨고, 안 아프게 해 주신다고(거짓말) 약속해 주시고,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주시느라 이런저런 스몰토크를 던지셨다. 아기 태명을 물어보셔서 '감자'라고 대답했는데, 선생님이 수술방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감자라는 태명은 처음이라고 조금 놀라셨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뿌듯한 마음이 슥-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자고 일어나면 아기 만나는 거예요-"



라는 말과 함께 거짓말처럼 정신이 깨어나니 아기가 나왔다고 했다. 왜인지 눈을 뜨고 아기를 보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이 아가의 이마를 조용히 내 이마에 대주셨다. 그리고 하신 한 마디. "아기가 진짜 감자를 닮았네...?" 마취에서 덜 깨어 비몽사몽 한 와중에 '어...? 감자 닮은 아기...? 괜찮은 건가...?' 했던 것 같다.


처음엔 정말 척박한 땅에서 캔 감자 같았던 우리 아기는

이제 잘 먹고 잘 자고 무럭무럭 자라서 휴게소 알감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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