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감자가 탄생하고 만다. 무지막지하게 사랑스러운 감자 말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썼었나?
잊고 싶지 않아 기록을 해두지만, 정작 기록을 해두었다는 사실이 든든해서 스르르 잊어버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육아일지의 이 페이지를 다시 읽으며, 허허,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나? 정말이지 새롭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자꾸 감자 감자 하니까 그냥 알감자처럼 상상했던 녀석이 아마도 아기, 그러니까 작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겠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 날이 있었다.
감자 아기 사람의 생후 296일 차를 지켜보며 이 글에 답을 하자면.
감자는 나를 닮은 구석도, 짝꿍을 닮은 구석도 정말 정말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를 닮지 않아도, 짝꿍을 닮지 않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남자아이일지 여자아이일지 그렇게도 궁금해했지만, 그것 역시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아기는, 그냥 아기다. 아기는 그 존재 자체로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그냥 아기인 것이다.
얼굴이 동그래서 귀엽고, 입이 쪼꼬매서 귀엽고, 머리털이 없어서 귀엽고, 물놀이를 좋아해서 귀엽고, 토마토를 싫어해서 귀엽고, 발등이 두꺼워서 귀엽고, 까치발을 들 때 뒤꿈치에 살이 접혀서 귀엽고, 우는 척할 때 얼굴이 네모나져서 귀엽다.
그저 녀석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 그대로 오롯이
귀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