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Alchemy의 현주소와 방향성
EP [Upgrade]로 데뷔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래퍼 스윙스가 국내 힙합 시장에 여러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아티스트라는 사실엔 대부분이 큰 이견을 표하지 않는다. ‘펀치라인 킹’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이전까지와는 다른 캐주얼한 작사 방식을 제공하기도 했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쇼미더머니’에 참가자로 출연하며 국내 힙합 IP의 대중화, 그리고 국내 힙합 리스너층이 대거 확장되는 데 기여했다. 이후 아티스트가 아닌 대표로서 설립한 레이블 ‘Just Music (이하 저스트 뮤직)’ 이나 ‘Indigo Music (이하 인디고 뮤직)’, ‘WEDAPLUGG RECORDS (이하 위더플럭 레코즈)’ 를 성공적으로 운영해내며 2010년대 국내 힙합 레이블 문화의 확산을 이끌어오기도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컨트롤 대란’과 같이 크고 작은 비프들이 뒤따랐지만, 스윙스는 자칭/타칭 ‘게임 체인저’ 로서 국내 힙합 시장의 역사를 함께해왔다. 그리고 2023년 스윙스는 또 한 번의 시도로 리스너들을 놀라게 했다. 자신이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모든 레이블을 하나의 회사로 합병한 것이다. 씬에 전례가 없었던, ‘AP Alchemy (이하 AP 알케미)’ 의 탄생이다.
사실 스윙스가 이 같은 도전을 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간 스윙스가 설립해온 레이블은 고유한 특성으로 리스너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지만, 가지고 있는 단점들도 명확했다. 스윙스가 초기에 설립한 레이블 저스트뮤직과 인디고뮤직, 위더플럭 레코즈는 무명이었던 아티스트들을 모아 스윙스가 추구하고자 하는 캐릭터로 길러낸 레이블로, 당시에 없던 아이코닉한 음악성과 이미지로 리스너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IMJM’은 2019년 한국 힙합 어워즈’ 에서 올해의 레이블에도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소수의 인원으로만 구성된 레이블이었기에 아티스트의 컨디션이나 이슈에 따라 레이블 전체가 흔들리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모였던 아티스트들의 개성이 타 레이블보다 뚜렷했던 ‘IMJMWDP’은 더더욱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잦았고, 이는 계속해서 팬들에게 불안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기존 아티스트가 아닌 무명에 가까운 신인을 발굴해서 육성하는 시스템 또한 스윙스의 발목을 잡았다. 어느 정도 힙합 시장이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힙합 커뮤니티의 특성 상 신인이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으며, 아티스트가 인지도를 알리기까지 투자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아티스트를 운영하는 레이블에게 고스란히 리스크가 되어 돌아오는 구조를 가진다. 레이블 사업을 확장하고자 21년도에 설립한 ‘Mine Field (이하 마인필드)’ 와 ‘Sugar Beats (이하 슈가비츠)’ 에서는 이러한 리스크를 방지하고자 힙합 씬에서 조금씩 인지도를 알리고 있던 아티스트들 외에도 노윤하나 칠린호미 같은 아티스트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했지만, 이들 또한 루키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인지도의 부족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줄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결국 스윙스는 새로운 레이블이 아닌 지주 회사를 설립해 이들을 하나로 묶었다. 소수로만 운영되던 기존의 레이블에 인원을 더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신인 아티스트들에게는 기존 레이블이 가지고 있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게끔 하는,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20년대에 들어서 힙합 씬은 VMC, 하이라이트 레코즈 등 보다 장르에 가까운 음악을 전개하는 레이블들이 계속해서 해산을 알리고 있었고 AOMG, 앰비션 뮤직 등 메이저한 레이블은 개개인의 활동을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형태로 변해가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하나의 ‘음악 공동체’를 강조하는 AP 알케미의 등장 소식은 리스너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IMJMWDP’ 팬들을 포함한 힙합 커뮤니티에서는 스윙스 산하 레이블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2010년대처럼 이 새로운 형태의 집단 또한 그들만의 연대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불과 1년도 안 된 이 거대한 제국은 여러 비판에 직면하며 벌써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상반기를 장식한 이들의 열기는 이미 꺼진 지 오래이며, 23년 AP 알케미의 한 해 실적은 키드밀리나 한요한 등 주력 아티스트를 제외하고선 레이블 설립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무려 5개의 회사를 한 데 모았고, 약 50명이나 되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진을 갖춘 상황이건만 어째서 이들은 아직까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걸까?
AP 알케미의 첫 번째 문제는 신진 아티스트들이 레이블의 화제성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이블 설립으로부터 시간이 지난 현재 AP 알케미를 살펴보면 노윤하, 다민이, 칠린호미 등 ‘쇼미더머니’와 같이 여러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일부 아티스트들을 제외하고서는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AP 알케미의 주 구성원이 ‘IMJMWDP’을 제외하고서는 인지도가 제로 베이스인 신인들이라는 점이 큰데, 캐릭터는 고사하고, 힙합 씬에서 이미지조차 형성되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설립 초기에 레이블에 주목되었던 시선이 아티스트에게까지 미치지 못한 것이다. 물론 AP 알케미 또한 이 점을 인지하고, 컴필레이션 앨범 발매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했다. 기존 주력 아티스트들을 작업에 참여시킴으로서 리스너들의 관심을 끌어오고자 한 것이다. 이미 저스트 뮤직의 [파급효과], 인디고 뮤직의 [IM] 과 같이 잘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의 파급력을 경험해온 스윙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최선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IMJMWDP’ 시절 컴필레이션 앨범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인데, 소수의 인원으로 앨범을 제작했기 때문에 리스너들 또한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 있었고, 여기에 아티스트의 음악성과 맞물려 이들이 씬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AP 알케미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살펴보면 한 앨범 당 참여 인원이 30명이 넘으며, 비대해진 인원 수를 한 앨범에 담으려다 보니 아티스트들 또한 앨범의 일부 트랙에만 참여하고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트랙마다 참여 아티스트진의 이름이 달라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목도는 분산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리스너들은 익숙한 기존 IMJMWDP 소속 아티스트들에게만 시선을 주게 된 것이다. 실제로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펴보면 기존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다수이며, 트랙마다의 좋아요 수도 기존 아티스트들의 참여 비율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AP 알케미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기존 아티스트만이 아닌, 이들을 대체할 신진 아티스트의 등장이 필수적이기에, 이러한 아티스트들의 미진한 활동은 AP 알케미의 브랜딩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를 모두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얼마 전 앨범을 발매한 OKASHII나 Jeffrey White, 프로듀서 혜민 송의 경우, 앨범의 퀄리티 면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오히려 작업물에 비해 충분한 하입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AP 알케미의 또 다른 문제점이 여기서 등장한다. 신진 아티스트의 미진한 활약도 문제지만, 이러한 아티스트를 뒷받침해주는 회사의 마케팅 수단이 부족한 점도 AP 알케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아티스트의 앨범이 나와도 공식 SNS에 올라가는 앨범 드랍 공지가 전부이며, 앞서 이야기했던 OKHASHII나 혜민 송 또한 공식 채널 인터뷰나 릴리즈 파티 같은 오프라인 행사 정도만 추가되었을 뿐 별다른 프로모션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콘텐츠의 운영 방식 또한 난항을 겪고 있는데, 비슷한 대형 레이블인 AOMG의 유튜브 채널만 봐도 ‘미노이의 요리조리’ 나 ‘AOMIX’ 등 자체적으로 기획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로드하며 현재 구독자 224만명의 유의미한 프로모션 창구로 운영 중에 있지만, AP 알케미의 채널을 살펴보면 레이블 콘서트 영상이나 인터뷰 정도가 전부이며 유입률 면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타파하고자 딩고와 같은 외부 채널과 협업해서 웹 예능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회차가 지날수록 조회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하반기에는 별다른 소식조차 들리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개인 작업물은 괜찮은 신인 아티스트들의 개성을 하나도 드러내지 못하는 현재의 단체곡 형식도 문제고, 설상가상으로 이들을 지원할만한 마케팅 수단도 없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것이다. 여기에 23년 5월에 있었던 ‘AP 알케미 단독 콘서트 무료 전환’ 과 같은 사태나 Sik -K와의 디스전에서 언급된 ‘아티스트와의 계약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AP 알케미의 이러한 구조적 결함은 전면에 드러나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리스너들에게 이들의 불안한 미래만을 보여준 꼴이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도 스윙스의 사업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비대해진 아티스트진을 케어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현재 AP 알케미는 계속해서 던밀스 등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영입을 발표하고 있으며, 얼마 전 본인의 SNS를 통해 뷰티 크리에이터 퓨어디를 영입하며 ‘What You Need’라는 새로운 회사의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힙합 커뮤니티를 비롯한 많은 리스너들은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사업적인 영역 확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일만 벌리고 있다’ 등의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3년 말, 무려 11년간 스윙스와 함께하며 저스트뮤직부터 역사를 지탱해온 기리보이의 계약 만료를 시작으로 윤훼이, 존오버, Jinbo 등 AP 알케미 이전부터 활동해왔던 기존 아티스트들이 대거 이동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2024 한국 힙합 어워즈’ 에서 ‘올해의 레이블’ 부문의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많은 이들이 AP 알케미의 불안한 미래를 점치고 있다. 레이블의 인원 관리나 프로모션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23년 상반기에 이들이 일으킨 파급효과는 얼마 가지 못해 무너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스윙스가 인터뷰에서 말한 ‘자신만의 음악 제국’ 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이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리스너들이 기대하는 것은 규모만 커진 회사 아닌 스윙스가 가장 먼저 세운 레이블의 이름처럼, 가지고 있는 소스들을 충분히 활용해서 만든 양질의 음악 (Just Music)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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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