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2월 4주)

TWICE, 김범수, 박문치, Justin Timberlake 외

by 고멘트

"게으름의 그림자"


1. TWICE (트와이스) – [The 13th Mini Album : With 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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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느 : 데뷔 초 때 틴 팝 후크송으로 kpop계를 주름잡던 트와이스의 기세는 사라진 지 오래이다. 아이돌 그룹들이 늘 그렇듯 이들 역시 데뷔 중반인 5년 차에 ‘Fancy’로 이미지 변신을 노렸다. 그룹의 정체성인 상큼함과 포인트 안무 위주의 대중성을 포기하고 파워풀한 안무와 함께 매혹적인 성숙미를 추구했으나 너무 급격한 변화는 이질감만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계속해서 꺾여가는 기세에도 발전 없이 반복되는 복고성 음악에 대중들은 이제 완전히 질려버린 듯하다.


이번 앨범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 역시 냉랭하다. 음원 차트에 차트인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움이 전혀 없고 기존에 트와이스가 해왔던 것들을 믹스만 해놓았다. 타이틀 ‘One Spark’는 ‘Fancy’가 생각나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구성은 ‘I can‘t stop me’와 흡사하다. 고급지고 우아한 비주얼 컨셉은 ‘Feel Special’이 그대로 떠오른다. 수록곡 역시 작년에 유행했던 저지클럽과 투스탭개러지 혹은 뻔한 일렉트로 팝 댄스곡이다.


한 마디로 너무 게으른 기획이다. 데뷔 9년차가 되도록 보여준 모습들이 밝은 하이틴/몽환적인 우아함 두 가지 계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녀시대는 비슷한 연차에 청순, 발랄, 걸크러쉬, 힙함, 고풍스러움의 컨셉들을 가져오며 꾸준히 전성기를 갱신해 나갔다. 소녀시대를 이을 차세대 걸그룹이었던 트와이스도 재전성기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연달아 먹으면 물려요"


2. 김범수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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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온 : 국내에는 레전드 보컬 4대장이 있다. 이른바 '김나박이'. 이들은 초고음은 물론 창법과 음색, 모든 면에서 뛰어난 보컬리스트이기에 새로운 곡을 발매할 때면 테크니컬한 보컬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김범수의 새로운 정규 앨범은 예상외로 담백했다. 우리가 흔히 알던 김범수의 노래가 울부짖음에 가까웠다면, 이번 앨범은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내뱉은 한 마디 같다. 대표적으로 ‘머그잔’ 같은 트랙이 그러하다. 김범수의 보컬과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연주만이 독대하는데, 애틋함, 고마움, 그리움의 감정이 온전히 느껴진다. 어느 순간 고음 차력쇼가 되어버린 여느 발라드 곡들에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장면이다.


그러나 이와 동일한 바이브를 지닌 곡이 10곡 중 7곡이라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감정과 표현력에 치중한 만큼 미니멀한 사운드를 지향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만, 어떠한 베리에이션도 없이 중복된 형식과 사운드는 권태로움만 남길뿐이다. 게다가 그 일곱 곡이 앨범 초반부에 연속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타이틀곡 ‘여행’마저도 그중 하나라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인다. 물론 곡 단위로 들었을 때엔 각각의 매력이 드러나긴 한다. 특히 후반부에 배치된 블루지한 발라드 ‘꿈일까’, 이국적인 포크 발라드 ‘혼잣말’은 이 앨범의 가뭄 속 단비처럼 느껴진다. 두 트랙의 특색 있는 사운드와 노련한 보컬이 합쳐지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앨범 초반부의 느슨한 텐션으로 인해 리스너들이 중도 하차하게 된다면, 결국 후반부에 위치한 킬링 트랙들은 발견조차 하지 못한다.


이처럼 앨범에 있어 트랙의 구성과 배치는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 차라리 연속되는 초반부의 트랙들을 줄이고, 그 공석에 앨범 후반부 트랙을 배치했다면 적어도 물린다는 감상은 없지 않았을까. 다음 앨범에서는 조금 더 영리한 구성으로 그의 보컬을 뽐내주었으면 한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겁니다."


3. 박문치 - ‘Dr.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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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게비누 : 내가 지금 듣는 게 음악인지 라디오인지 코미디인지. 박문치는 음악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앨범을 오디오 콘텐츠의 한 종류로 여기는 듯하다. 확장된 개념 안에서 전개된 그녀의 실험이 꽤나 신선하고 재밌었다.


첫 트랙 ‘SKIT’에서는 작년 한국을 강타했던 문해력, 집중력 이슈를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유튜브 '빠더너스'의 이미지가 강한 문상훈이 연기를 한 덕분에 앨범에서 듣고자 한 것과는 낯선 이야기가 들려도 자연스레 콩트로 받아들여진다. 앨범을 접하는 청자의 마음을 열고 못지않게 독특한 다음 트랙으로 매끄럽게 이어가는 박문치의 프로듀싱 능력이 돋보인다. ‘Dr. Happiness’는 행복을 부르는 주문 같다. 아프리카 부족의 의식에 참여한 듯한 드럼과 사이키델릭한 키보드에 이끌려 홀리듯이 닥터 해피니스의 최면에 빠져든다. 곧이어 몰아치는 요란한 주문과 펑키하고 쫄깃한 기타 리프에 흥과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박문치는 저물어가는 레트로 유행과 함께 사그라들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의 앨범에 단지 레트로 음악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형식에 갇히지 않고 '행복하게, 재미있는 것을, 같이' 하고자 하는 박문치의 진심이 또 어떤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예외는 있다"


4. Justin Timberlake - ‘D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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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온 : 개인적으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매력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앨범은 2집 [Futuer Sex/Love Sound]라고 생각한다. 섹슈얼한 그루브, 펑키하고 리드미컬한 사운드, 소울풀하면서도 간드러진 팔세토 창법 등 트랙마다 그의 매력이 야무지게 분배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번 싱글은 그러한 매력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가 3집부터 이전에 보여주었던 센세이션함은 지워두고 노멀한 팝스타의 노선으로 향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싱글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희미하다. 이젠 소환하기도 미안한 위켄드의 얼터너티브 알앤비 앨범과, 여타 피비알앤비 히트곡을 조금씩 가져다 일렬로 세운 듯한 팝 음악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차라리 곡의 말미에 잠깐 나오는 강렬한 드럼 사운드를 2절부터 배치하는 것이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해당 싱글은 3월에 발매될 6집의 선공개 곡이지만, 이 곡으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팝이며 알앤비며 모두 콘템포러리 알앤비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정국 또한 팀버레이크 스타일의 음악으로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지금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한때 댄스 팝과 콘템포러리 알앤비를 장악했던 장본인인 만큼 그 기대를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줄, 이 곡에는 부재하는 그만의 장점이 담긴 음악과 함께 등장하길 바라본다. 그의 네임 벨류가 아닌, 그만의 센세이션함으로 다시 리스너들을 매료시킬 수 있기를.





"유행에서 살아남기"


5. Madison Beer – ‘Make You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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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게비누 : Beyonce의 [RENAISSANCE]라는 거대한 신호탄 이후 PinkPantheress, Peggy Gou, Troye Sivan, Ariana Grande 등 많은 팝스타들이 댄스 장르 기반의 준수한 작품을 내고 있다. 요즘 신보를 듣다 보면 저지 클럽과 DnB에 이어 다음은 하우스인가 하는 예감이 든다. 얼터너티브 팝/알앤비로 익숙했던 팝스타 Madison Beer의 새로운 싱글 역시 이 추세를 따른다.


Zedd가 이름을 날리던 10여 년 전과 달라진 근래의 트렌드 포인트를 꼽자면 편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이다. 보컬의 강렬함과 킥의 타격감이 줄고 매끄럽게 다듬어진 사운드가 사용된다. ‘Make You Mine’은 약간의 멜랑꼴리가 느껴지는 신스 트랙과 Madison Beer 특유의 몽환적인 보컬로 그 포인트를 살린다. 팝스타의 필수 덕목인 단번에 꽂히는 탑라인도 잊지 않으며 이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곡의 대부분인 프리코러스와 코러스에서는 강약과 빌드업에 신경 쓴 유사한 멜로디가 반복되는데 가뜩이나 부담스럽지 않은 스타일이라 곡이 끝난 줄도 모르고 듣게 만든다.


크고 작은 유행들이 폭죽처럼 터졌다 사라지는 요즘이라 선택은 더욱 어렵고 나의 것을 잃기도 쉽다.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많은 팝가수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Madison Beer는 현명했다. ‘Make You Mine’은 기존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트렌디한 변모를 꾀하는데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랑이라고 부를게"


6. Selena Gomez – 'Love On'

벤느 : 셀레나 고메즈는 매번 특별한 음악색 없이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간다. 데뷔 초창기에는 가창력과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팝 디바스러운 곡, [Revelacion] 때는 라틴 유행을 좇았고, 2022년도부터는 미니멀한 베이스 라인과 부드러운 탑라인으로 이지리스닝 열풍에 합류했다. 이번 신곡 ‘Love On’ 역시 2020년대 이후 모든 팝스타가 한 번씩은 들고 나오는 누디스코 장르를 가져왔다.


‘Love on’은 펑키한 베이스 라인과 셀레나 고메즈의 살랑거리는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이다. 연인과의 짜릿했던 파리 데이트를 회상하는 가사는 발칙할 정도로 솔직하지만 넘쳐흐르는 행복함이 느껴져 사랑스럽다. 이런 게 사랑이구나 싶은 달달한 분위기는 봄 시즌을 잘 겨냥한 것 같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음악 자체는 신선하거나 인상적인 부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잔잔한 도입부와 아련한 브릿지부터 신나게 터지는 후렴구는 너무나도 예상가는 진행이다. 비트와 신스로만 이루어진 사운드 역시 풍성함에 한계가 느껴진다. 늘 그랬듯이 무난하게 트렌드에 맞는 좋은 곡을 들고 온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오롯이 전달해내는 보컬 역량으로 듣는 이들의 감정까지 움직이기에 대중들이 그녀의 노래들에 한층 더 공감하고 열광하지 않나 싶다. 다른 가수가 불렀으면 한 번 듣고 말 곡들도 셀레나 고메즈가 부르면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동안 그녀는 이별의 슬픔을 애절하게 노래하며 ‘Sober’와 ‘Lose You To Love Me’ 같은 고품격 이별송들을 남겨주었다. 이번 컴백에서는 드디어 슬픔에서 벗어나 사랑에 빠진 모습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는 어떤 달달하고 밝은 분위기의 대중적인 곡들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 '미온', '배게비누', '벤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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