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2월 3주)

원슈타인, 장세현, 텐, 1999 WRITE THE FUTURE 외

by 고멘트

"덜어내서 더 드러나는 원슈타인의 성숙함"


1. 원슈타인 (Wonstein) - ‘안 아름답고도 안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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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 : 원슈타인이 아이돌 노래를 가져왔다. 그것도 힘 빼고. 비투비 ‘아름답고도 아프구나’의 원슈타인만의 재해석이다. 8090의 발라드를 재해석하는 R&B 아티스트의 기존의 흐름을 벗어나 아이돌 곡을 만지는 색다른 시도이다.


원곡 ‘아름답고도 아프구나’에 부정사를 붙인 것처럼 원곡의 애절한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니컬함을 더했다. 아름답지 않다고 담백하게 전달하는 가사에는 시니컬함 속 재치와 진정성이 더해졌다. 기존의 복고적인 흐름을 벗어나, 아이돌 곡을 개사하는 시도는 리메이크를 위한 리메이크가 아닌 음악적 순수함이 느껴진다.


그의 음색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다. 원슈타인만의 독보적인 음색으로 전달하는 사랑의 피로. 기존의 화려한 랩과 스킬풀한 가사를 덜어내도 사랑받는 원슈타인의 힘이다. 곧 발매될 정규앨범의 선공개곡인 만큼, 더 음악적으로 성숙해져서 돌아올 그의 정규가 기대된다.





"잠재력 가득한 뉴비는 언제나 환영"


2. 장세현 - [How to grow a dream that we’ve forgot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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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 : 얼마 전부터 '슈게이징의 붐은 온다'라는 말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Slowdive, 히츠지분가쿠(羊文学) 등 슈게이징 밴드들의 내한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이제 이 말이 단순한 R=VD 목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어렵게 온 이 슈게이징 붐이 짧은 유행에 그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신인 아티스트들의 꾸준한 등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 장세현의 EP는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평화.’와 ‘다음 꿈이 궁금해서 더 잤어’는 보컬의 큰 존재감, 멜로디, 구성 등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인디 모던 록, 인디 발라드와도 닿아있는데, 이러한 시도가 대중들이 슈게이징을 보다 더 쉽게 접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은 장세현의 음악에서 '파란 노을'이라는 장막을 걷어내고 그만의 개성을 찾아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거칠게 몰아치는 일렉 기타와 드럼의 소리를 의도적으로 뭉개는 것이나, 중간중간의 전자음, 일본어 내레이션 등이 이미 익숙한 요소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제 겨우 두 번째 EP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속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국내 슈게이징 씬의 반가운 루키임이 확실하니까.





"'TEN BY TEN'을 향한 성공적인 첫걸음"


3. 텐 (TEN) - [TEN - The 1st Mini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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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쓰 : 이따금씩 케이팝 그룹 중에선 간판은 아닐지언정 그룹의 정수를 담당하며 팀을 뒷받침 하는 멤버들이 있다. NCT의 텐은, 그가 소속되어 있는 고정 유닛인 WayV의 해외 위주 활동이나 그룹의 많은 멤버 수 등의 이유들로 인해 본인이 가진 역량에 비하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는 인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고 많은 NCT의 곡들 중 첫 공개곡인 ‘일곱 번째 감각’ 유닛이나 SM의 보이그룹 중 핵심 멤버들만 모여서 만든 슈퍼엠(SuperM)에 소속될 만큼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멤버로 점쳐졌었다. 실제로도 계속된 보컬 실력의 향상을 이뤄냈을 만큼 그는 잠재력을 스스로 발굴해오며 팀을 뒷받침해왔다. 그리고 이번 솔로 데뷔를 통해 그의 매력이 극대화되었다는 점이 반갑다.


앨범을 들으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중성을 넘어 무성에 가까울 정도로 투명한 그의 음색이다. 그가 간직한 독특한 미성의 음색은 타이틀곡 ‘Nightwalker’에서 특히나 두드러지는데 본인의 장기인 깔끔하고 가벼운 퍼포먼스 실력처럼 강렬하고 날카로운 비트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눈 깜짝하지 않는 태도로 곡을 이끌어간다. 그 외의 트랙들에서도 간결하며 과하지 않은 보컬로 인해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곡들이 미니멀하게 들릴 정도이다. 그럼에도 곡들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이는 강렬함을 우선적으로 위시한 ‘ON TEN’ 같은 곡에서뿐만 아니라 앨범의 후반부 심각했던 분위기를 풀어주는 ‘Shadow’나 ‘Lie With You’ 같은 비교적 가벼운 트랙에서조차 통용된다. 그만큼 이번 홀로서기를 통해 그간 '네오'로 통용되어 온 NCT의 정수는 다름 아닌 텐의 오묘한 매력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이 앨범의 아쉬운 부분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수록된 곡들의 분위기나 비주얼적인 부분 등 여러 지점에서 태민을 비롯하여 같은 소속사 선배 솔로 선두주자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이후의 앨범에서 그런 것들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무언가를 확실히 선보인다면 본인의 이름처럼 'TEN BY TEN'을 차지하는 명반이 탄생하지 않을까. 우리가 목격해왔듯 그의 잠재력은 계속해서 발굴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BACK TO 1999 (2024)"


4. 1999 WRITE THE FUTURE - [hella (˃̣̣̥╭╮˂̣̣̥) ✧ ♡ ‧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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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쓰 : 아직까지도 힙합이나 R&B 등의 음악 장르들은 유색 인종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흑인 음악 장르들은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악 장르들에 속하고 당연하게도 전 세계에는 다양한 출신의 흑인 음악 장르 아티스트들이 존재한다. 해당 앨범은 기존의 아프리카계의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시아계의 흑인 음악 장르 아티스트들,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타 장르 아티스트들까지 참여를 도모하였기에 마치 용광로 같은 현시점의 미국 사회가 언뜻 비치는 듯하다.


하지만 이 앨범은 단순히 다양한 인종과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에만 그 의의가 있지는 않다. 무려 24곡의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하나의 정체성을 통일되게 가져간다. 앨범의 트랙들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사운드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또 동시에 미래지향적이다. ‘PLAYSTAION 2’ 같은 트랙들에서는 90년대 후반의 감성을 자극하는 게임 트랙 등의 사운드로 과거에 대한 열망이 묻어 나온다. 그러면서도 ‘♡ StiCKy piCtURe SyNDroMe ʕ•́ᴥ•̀ʔっ♡’과 같은 트랙에서는 드럼 앤 베이스와 같은 빠른 비트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물씬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형식의 컴필레이션 앨범은 다양한 아티스트가 동시에 참여하기에 쉽게 산만해질 수 있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해당 앨범은 통일된 분위기와 사운드를 통해 그런 단점을 극복했다. 미래를 불안해하면서도 또 그 불안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모순적인 우리네의 모습들이 앨범의 트랙들이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증폭된다. 실로 2024년 버전의 세기말 감성이다.





"소처럼 일하고 연애하는 Dua Lipa의 트레이닝 시즌"


5. Dua Lipa - ‘Training 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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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 : Dua Lipa는 쉬지 않는다. 시크하고 절제된 사운드로 돌아온 그녀다. 강한 디스코 비트를 기반으로 특유의 탄탄한 보컬로 데이팅에 지친 생각을 풀어낸다.


그녀는 스스로 아까운 연애를 자처하기로 유명하다. 이러한 인식을 스스로 자조하는 듯, bad date에 대한 기억을 스스로를 위한 성장기로 힙하게 전달한다. 여전히 디스코를 유지하면서. ‘New Rules’ 때부터 쭈욱 이어진 디스코 기반의 작업물들. 예상되는 흐름에도 발매 며칠 만에 몇백만 조회수를 끌어내는 그녀의 역량에는 이견이 없다. 스스로를 아깝게 만드는 연애로 유명한 그녀의 밈을 용감하게 활용한 재치 있는 시도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다만, 이제는 디스코 베이스를 벗어난 그녀만의 색깔이 궁금해지는 시기이다. 자신의 메가 히트곡인 ‘New Rules’를 함께 작업했던 프로듀서들과 다시 손을 잡으며 복고풍의 펑키한 디스코를 다시 선택했다. 무난하고 보장된 선택이다. 그러나 이미 충분한 보컬적 역량을 더 많은 장르에서 보여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타이밍이다. 독보적인 음색을 트랩 비트, 보사노바, 하이퍼팝, 힘을 뺀 R&B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만나보고 싶다. 다양한 작업물과 연애를 통해 다양해진 감성을 기대하며,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음악적 성장에 충분한 연습기간이 되었기를. ‘Training Seson’ 역시 곧 발매될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의 선공개곡인 만큼, 트레이닝 시즌을 벗어나 더 다채로워진 Dua Lipa의 메인 시즌을 기대한다.





"유지와 도전의 조화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괴리"


6. Vampire Weekend - [Capricorn / Gen-X C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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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 : 보통 내가 원하는 '새로움'이 담긴 음악이란 아티스트 본인들이 기존에 잘하던 것과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적절히 섞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약 5년 만에 발매될 정규앨범에 앞서 공개된 이번 Vampire Weekend의 싱글이 그 예시 중 하나이다.


그들이 해왔던 인디 록, 바로크 팝도 여전히 들리지만, 예상치 못하게 네오 사이키델리아적인 부분을 접목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Capricron’에서는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잔뜩 들어간 노이즈, 찢어지는 기타 톤 등 전체적으로 소리를 날카롭게 만들었는데, 이 대비에서 오는 괴리감이 Vampire Weekend에게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움이라 흥미로웠다. 또한 그것이 그들만의 색이 여전히 잘 살아있기 때문에 유효한 즐거움이라 더욱 좋았다.


‘Gen-X Cops’는 더욱 거칠고 복잡하지만 그 사이의 감미로운 피아노가 여전히 존재한다. 앨범 표지 역시 들판과 오래된 철로, 그 뒤로 보이는 대도시 건물들의 대비되는 풍경이 음악에서 느꼈던 감상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 양면성이 아름다운 이유는 하루 안에 낮과 밤이 함께 존재하듯 한 음악 안에서 공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싱글에 이어 그들의 도전을 완벽하게 완성해 낼 앨범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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