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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Mar 24. 2024

음악 방송의 위험한 시청률

음방, 그저 K-POP 문화 지키기 용도로 남는가

생각해 보면 근래 대다수의 사람은 음악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문제가 단순히 피부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임을 간단히 증명하는 수단이 있다. 바로 시청률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지상파 음악방송은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했으며, 유튜브와 같은 비디오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던 2010년대 초반까지도 4~8%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현재는 어떠한가? 케이블은 물론, 지상파 음악 방송까지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뼈아픈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 산업에서 차트 성적과 음반 판매량을 중시하듯, 방송 산업도 시청률은 곧 권력이자 프로그램의 존폐를 결정하는 수단 중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 음악 방송의 시청률은 겨우 0%대를 웃돌고 있으니 수치로 판단하자면 대중의 외면을 받는 셈이다. 더 나아가 시청률에 대한 문제를 좌시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존재한다. <뮤직뱅크>의 2023년 1월 시청률이 0.4~0.7%대를 보여주었다면, 2024년 3월에는 0.3~0.5%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미 0%대로 치달은 시청률의 하락세가 동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청률 감소의 원인은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시청률의 급감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OTT 중심 시대가 도래하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없는 TV 시청의 선호도 하락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거시적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음악 방송을 소비하는 주 연령대인 10, 20대층의 인구 감소 문제 또한, 큰 존재감을 표한다.


그럼, 사회적 변화라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모든 원인을 차지하느냐는 의문이 섰다면, 답은 ‘아니다’. 음악 방송에서 벌어지는 관행적 문제는 해가 갈 수록 돋보이기 시작했다. 처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적은 출연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속사가 부담해야만 하는 세트 비용. 즉, 음악 방송은 출연진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오히려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로부터 생긴 불합리함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영향력이 큰 유명 가수는 결국 출연을 고사하거나 의례상 한 주만 출연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1위로 지명된 가수가 출연하지 않는 ‘웃픈’ 상황은 이로부터 발생했다. 관행적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제작비의 동결로 고착화된 질적 완성도는 물론이거니와, 단순 무대 나열 구성 및 3사 출연자 획일화 등 몇 년째 변화하지 않는 포맷은 대중의 피로도를 가중하고 있다. 더불어 출연진 목록이 지배적으로 아이돌 구성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니, 시청층의 범위가 최소화된 환경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겠다. 정리하자면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시청률의 급감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바뀌지 않는 관행적 문제가 또 다른 독이 되어 음악 방송을 시대에 뒤처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0%대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낮아지고 있는 시청률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음악 방송은 어떻게 살아남고자 했을까? 우선, 방송사는 새로운 전략을 택했다. 유튜브 채널에 촬영본을 편집한 클립 영상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각 방송사는 멤버별 페이스캠, 스테디캠, 풀캠, 세로캠, 고화질캠, 공간음향 버전 등 한 무대를 수개로 나누어 업로드하고 있다. 그렇게 음악 방송은 유튜브의, 유튜브에 의한, 유튜브를 위한 클립 생산형 스튜디오로 변모함과 동시에 유튜브 광고 매출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이외에도 실시간 스트리밍 송출을 통해 해외 시청자를 유입하는 등, 유튜브 조회수 잡기에 이어 부가적 전략에 집중하는 실태이다. 그러나 이런 부가적 전략만으로는 ‘생존’은 할 수 있을지라도 음악 방송 자체의 ‘본질’은 자꾸만 흐려진다. 과연 음악 방송이라는 것은 단순히 아이돌 직캠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인가? 그 가치를 재고해 볼 필요는 있다.


음악 방송의 주축이 되고 있는 <쇼! 음악중심>과 <뮤직뱅크>는 놀랍게도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에서 방영되는 ‘공영방송’의 일부이다. 당연한 사실에 놀라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 음악 방송이 공익성이 아닌, 상업성에만 치중되어 보인다는 이유이다. 많은 장르 음악 속에서도 상업성에 치중된 ‘아이돌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부가적 전략이 현 음악 방송의 존폐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본래의 음악 방송의 본질이자 목적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전달하고 음악 문화를 홍보하며 발전시킴’에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음악 방송은 문화 산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음악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했을 터이다. 그러나, 현 음악 방송은 어떨까? ‘아이돌’에 치중된 편파적 출연진 구성을 통해 좁은 시청층만을 타겟팅하여 다양성을 잃고, ‘아이돌 직캠 생산의 주 기지’ 역할로서 기능하고 있다. 유명 아이돌에게는 의례적으로 출연해야 하는 매체로, 신인 아이돌에게는 신곡 홍보 및 직캠 영상으로부터의 유입을 위해 거쳐야 하는 매체로 인식되며, 본래의 목적이 무색하게도 음악 방송은 ‘K-POP 문화 지키기’ 용도로 전락한 셈이다.


이처럼 음악 방송은 ‘음방이 TV 프로그램으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부가적 전략으로 존폐를 쥐고 있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전부가 되어버리며, 비전이 아닌 생존을 위한 부가적 전략 도모에 겨우내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음악 방송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답변은 불투명하다. 한정된 음악 장르와 출연진에게 의존하고 있기에, 케이팝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거나 음악 방송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나타난다면 전망은 어둡다. 또한, 국내 대중들의 인식이 지속해서 변화하는 가운데, 불합리한 음악 방송의 관행이 대중의 화두에라도 오른다면 존폐에 대한 관심은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최근 사례들은 해결의 씨앗이 피어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아이돌 음악이 주가 된 음악 방송에서 트로트 장르로 출연에 나선 임영웅이 그 예시이다. 임영웅은 출연한 3사에 약 2배 이상의 시청률을 안겨주었고, K-POP 팬덤 외의 시청자를 확보하는 일이 음악 방송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었다. 

근래 대중에게 호평받았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시즌 2와 3 역시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모두 7~8%의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장르 음악 무대로 구성된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이돌 음악’이라는 한정된 취향에 국한되지 않고, 출연진의 다양화로 더 넓은 시청자에게 다가간다면 음악 방송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선 사례로도 알 수 있듯 음악 프로그램 그 자체가 수요를 잃은 것은 아니다. 2023년 8월에 방영된 <잼버리 케이팝 (K-POP) 슈퍼 라이브 콘서트>의 생중계는 최고 시청률 20.7%라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야외 사설 공연장, 실시간으로 방영되는 가수들의 토크 파트, 라이브 공연임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현장감 등은 그 자체로 큰 관심을 이끌었다. 기존 음악 방송을 잘 편집된 클립 영상으로만 소비하는 것과 다르게, 실제 현장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며 음악 방송을 실시간으로 봐야만 하는 이유가 잘 접목된 사례인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 음악 방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저 음원을 듣는 것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결 방법은 단순히 출연진의 다양화, 음악 장르의 확장으로만 충분하진 않다. 현재 문제로 떠오르는 ‘획일화된 나열식 구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제작자의 기획 능력을 십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예시로 2012년 <연기대상>의 축하 무대를 떠올릴 수 있다. 각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 속 캐릭터의 컨셉을 유지한 채 해당 드라마의 OST를 부르던 이 무대 영상은 오피셜 영상이 아님에도 2029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회자하는 무대로 남아 있다. 획일화된 구성에서 벗어나 기획력과 창의성을 담아낸 결과물을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장수 프로그램의 개편이란 기존 시청자의 이탈 등 단기적으로 실이 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다만, 현 상황에 머문다면 10년 20년 이후에도 지상파 음악 방송이 건재할 것이라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는가? 0%에 머물게 된 시청률만 단편적으로 보더라도 관계자들은 ‘음악 방송’ 그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통해 때늦기 전의 변화로 다시 음방의 전성기를 맞이하기를 바란다.



By.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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