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8월 3주)

검정치마, LUCY, KAYTRANADA/Anderson .Paak 외

by 고멘트

검정치마 - ‘어린 양’

검정치마.jpg

frank : 정규 앨범 <TEAM BABY>에서 한 팀으로서의 ‘순수한 사랑’을 다뤘던 그는 <THIRSTY>에서 불륜, 매춘이 연상되는 자극적인 소재로 ‘황폐한 사랑’을 이야기했다(그리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자연스럽게 다음 정규 앨범의 선공개 곡 ‘어린 양’을 통해 그가 다음엔 ‘어떤 사랑’을 이야기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어린 양은 기독교에서 신이 자신의 추종자들을 이르는 말인 만큼 신의 ‘조건 없는 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 실제로 곡에서도 기독교의 격언들을 차용하며 <면류관을 쓰고서 여러분을 구원할 거야>라고 말하지만, <이제 너는 나를 더 많이 안아줘야 할 거야 / 조금씩 나를 더 알아가며 배워야 할 거야> 같은 가사에서는 반대로 어린 양들에게 자신을 더욱 사랑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초 인류적 존재를 매우 인간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아이러니가 굉장히 검정치마답다고 할까. 전작보다 더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아닐까 살짝 우려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가 어디서 듣기 힘든 흥미로운 사랑 이야기를 준비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LUCY - [Childhood]

루시.jpg

동봄 : 디스코그래피에 굵은 획을 그을 앨범이기도 하지만 대중적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만한 앨범이 아닌가 싶다.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childhood”라는 몽글몽글한 단어를 중심으로 앨범의 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괜찮았고, 밴드 사운드와 스트링 사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감성을 표현해나가는 것도 듣는 맛이 있었다. 루시가 다른 밴드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가 이 스트링이 아닐까.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가사와 더불어 각 트랙에서 스트링 사운드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엿보는 것도 이 앨범을 감상하는 묘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5곡이나 되는 수록곡의 양과 취향이 안 맞는다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법한 중반부 트랙들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겠으나 오롯이 감상하고 곱씹을수록 앨범의 맛을 더 잘 느끼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KAYTRANADA, Anderson .Paak - ‘Twin Flame’

케이트라나다.jpg

frank : 8월, 더운 날씨에 처지는 건 싫지만 귀가 아픈 음악은 질리는 사람들을 위한 곡. KAYTRANADA의 밀면서 당기는 듯한 독특한 박자감의 비트에 Anderson Paak의 음색이 더해지며 묘한 안정감을 준다.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튀는 소스 없이 균형 잡힌 사운드 밸런스도 한몫을 했다는 생각. Anderson Paak이 직접 디렉팅했다는 모노톤의 뮤비도 과함이 없이 딱 좋은 느낌이다. 당신이 아직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이 곡만큼은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기를 추천한다.




Omar Apollo - [Ivory (Marfil)]

omar apollo.jpg

frank : 올해 4월 발매된 정규 1집에서 5곡이 추가된, 총 21트랙의 앨범(순서 변화 없이 기존 곡 뒤에 정직하게 5곡을 추가한 부분이 묘하게 재밌다). 전체 트랙 중 피처링이 단 2명뿐인 만큼 본인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최대한 보여주겠단 욕심이 느껴졌고, 결과적으로 주 종목인 R&B를 베이스로 힙합, 포크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소화력을 스스로 증명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Endlessly’, ’Saving All My Love’에서의 샘플링 방식이 흥미로웠는데, 장르의 OG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몇 개의 킬링 트랙에 의존하기보단,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 50분의 긴 러닝 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끌어간다는 점이 그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척도인 것 같다. 한 번쯤 꼭 풀 앨범으로 들어봤으면 하는 좋은 앨범.




Perfume - [PLASMA]

동봄 : 실험성은 이전 Perfume의 음반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분명히 떨어지는 편이며, 그렇다고 일렉트로니카의 트렌드를 따라갔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이지 리스닝에 가까울 정도라 볼 수 있을 정도로 부담감을 덜어낸 음반이 아닐까. 다만 사운드적인 독특함 하나만큼은 여전히 존재한다. 8비트 게임 사운드를 기반으로 적당한 뽕끼를 담아낸 ‘Time Warp(v1.1)’, 변화무쌍한 신스와 학교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사운드가 인상적인 ‘Saisei’ 등 대부분의 곡이 신시사이저 종류를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크게 엇나가는 듯한 트랙은 없었다. 그나마 다른 색채의 곡을 꼽으라면 ‘Drive’n The Rain’ 정도. 그마저도 6분 동안 귀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트랙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상하지는 않다. 이제 연차가 연차인 그룹이라서인지 실험적인 사운드들과 거리를 두는 것 같아 아쉬움은 있다.




Zedd, Beauz, Marren Morris - ‘Make You Say’

동봄 : 앞서 Zedd의 히트곡 ‘The Middle’을 함께 했던 Marren Morris의 참여도 눈길을 끄는 요소였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번 곡이 기존 Zedd의 스타일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이었다는 것이다. 곡에 참여한 Beauz의 비중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기 때문에 Zedd의 변화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대로라면 Zedd의 다음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히 커지기 마련이다. 전반적으로 트로피컬한 플럭 사운드와 베이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맛깔나는 벌스도 괜찮았고, 탑 라인은 반복되는 느낌이 있지만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 감각적인 Vox를 버무려낸 미니멀한 드랍까지 이어지는 기승전결이 매력적인 곡. 그래서 중요한 건 앨범은 언제 낼 건데?




※ '동봄', 'frank' 블로그


keyword
고멘트 음악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기획자 프로필
팔로워 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