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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Aug 01. 2024

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7월 4주)

Stray Kids, SUMIN/Slom, 선우정아 외


"기분이다! 스키즈 이지리스닝!"


1. Stray Kids (스트레이 키즈) - [ATE]

 : 400만 장이 넘는 역대급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면서도 국내 음원 차트에서는 부진함을 보이는 스키즈였다. 이지 리스닝이 그야말로 대유행인 국내 케이팝 씬에서 힙합, 록, EDM이 결합한 강렬하고 폭발적인 사운드를 내세우는 스키즈의 음악은 대중이 받아들이기엔 다소 하드 리스닝으로 들릴 법도 했다. 하지만 국내 차트와 관계없이 글로벌 스포티파이, 빌보드 차트에서 유의미한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만큼, 국내 대중의 호불호는 개의치 않고 스키즈만의 테이스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랬던 스키즈에 대중성을 한 스푼 가미한 곡이 이번 앨범 [ATE]의 타이틀곡 ‘Chk Chk Boom’이다. 라틴풍의 힙합과 절제된 사운드, 챈트로 반복하는 훅 그리고 2분 30초 남짓 되는 짧은 구성. 이만하면 스키즈 표 이지 리스닝이다. 이 곡의 매력은 아무래도 훅에 있다. 미니멀한 비트 위에 현진과 필릭스의 낮고 매력적인 보컬로 만들어 내는 탑라인은 강한 중독성을 자아낸다. 멤버들의 개성 강한 보컬을 적재적소에 두어 절제된 사운드에서 덜어냈던 강렬함을 채운 셈이다. 그간 발매된 타이틀곡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세련되면서도 캐치한 바이브다.


그룹 내 자체 프로듀싱 팀 3RACHA(쓰리라차, 방찬, 한빈, 한)을 통해 독보적인 그룹 색을 이어가는 팀인 만큼, 이번 앨범 역시 3RACHA가 전곡 작사 작곡을 담당했다. '줏대 있는 음악'을 하겠다는 이들의 포부처럼 대중성을 가미한 타이틀곡에서 못다 푼 '스키즈스러움'은 수록곡으로 풀어나간 듯하다. 강한 베이스와 킥 드럼 사운드로 웅장함 그 자체를 보여주는 ‘MOUNTAINS’, 귓가를 때릴 만큼 자극적인 신스 사운드로 시작하는 ‘JJAM’은 스키즈 특유의 유쾌한 랩 스타일, 코러스의 EDM 사운드를 통해 기존의 스키즈 색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보컬에 힘을 뺀 서정적인 트랙이 계속되어 앨범이 단조롭게 느껴지는 아쉬움은 있다. DnB 장르의 ‘Runners’와 ‘Stray Kids’, 미디엄 템포의 R&B 장르인 ‘또 다시 밤’은 앨범의 강약 조절의 효과를 주기보다는 축 쳐지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런 아쉬움도 있지만 대세에는 지장 없다. 타이틀곡 ‘Chk Chk Boom’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앨범이기 때문. 대중성을 따라가기 위한 행보라기보단 '대중성까지' 아우르는 행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본인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살리면서 나름의 대중 친화적인 곡을 시도할 만큼 성장한 이들을 높게 평가한다.





"이상적인 반반 결혼"


2. SUMIN (수민), Slom - [MINISERIES 2]

카니 : [MINISERIES]의 속편 [MINISERIES 2]는 사랑의 다양한 감정을 담은 [1]의 타임라인을 잇는 시리즈물로 이별의 다양한 면을 그리는 앨범이다. 5:5 비율로 작업한다고 알려진 수민, 슬롬의 시리즈는 전과 비슷한 모양새를 유지하는데 [1]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질감의 비트로 슬롬이 곡의 분위기를 형성하면 그 위로 수민의 가사와 네오한 보컬을 쌓아 완벽한 합작을 이룬다. 비록 구성적으로 특이하다거나 기존에 듣지 못한 새로운 사운드는 들리지 않아 다소 전형적인 면이 있지만, 과하지 않고 세심하게 쌓은 세련된 사운드는 수민의 압도적인 보컬에도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시리즈의 색감은 확실히 다르다. 앨범 커버만 봐도 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는 [1]과 달리, 청량한 배경에 그늘진 얼굴을 한 수민과 슬롬은 그저 앞만 바라보는데 생기 넘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연인의 권태를 암시한다. 음악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는데 파릇한 잔디처럼 통통 튀는 멜로디가 주를 이루지만, 이별의 과정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가사로 그늘을 드리운다. 전반적으로 슬롬의 정규앨범 결이 느껴지는 어쿠스틱 악기사운드가 레트로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텅 빈 밤’과 ‘신호등’의 허밍이나 빙글빙글, 째깍째깍 같은 멜로디라인이 흡입력을 더한다.


또한, 수민은 사랑, 이별 같은 평범한 소재를 청자의 마음을 꿰뚫는 작법으로 승화시키는데 "그래 솔직히 날 너로 채우다가 넘쳐서 그냥 기절할 거야", "같은 사랑을 했나, 같은 꿈을 꾸었냐", "내 코가 막혀서 더 이상 울 수가 없어"같은 가사들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걸 듣다 보면 희미했던 지난날들이 다시금 속수무책으로 선명해진다. 이는 단순한 음악을 넘어서, 이별의 심연 속에서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선사하는 감상을 주며 [MINISERIES 2]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완벽히 부수는 수작으로 남을 것이다.





"욕망 너머의 반짝임을 향해"


3. 선우정아 - [ 너머 [1. Black Shimmer] ]

하울 : 선우정아는 언제나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였다. 감정싸움으로 치닫자 사랑했던 사람을 할퀴기도 하고(‘싸움 (Love War)’), 커피 한 잔을 쥐고 꾸역꾸역 하루를 버티기도 하며(‘black coffee’), '소띠'라는 주제로 3분짜리 곡을 쓰기까지 했다(‘BUFFALO’).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그것들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다양한 장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 온 그녀였다. 3집 [Serenade]가 3개의 파트로 쪼개어 발매한 것처럼, 4집 [너머] 또한 [Black Shimmer]와 [White Shade]의 2부작으로 발매된다. 정규에 대한 관심을 보다 길게 가져가려는 의도이지만, 전작이 16곡이라는 방대한 볼륨과 3부작이라는 발매 형식으로 주목도가 분산되었던 점 등을 의식해 과감히 트랙 수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곡인 ‘별사탕 (STAR CANDY)’는 '선우정아' 하면 생각나는 Raw한 목소리 톤, 마이너한 멜로디에서 벗어나 80년대 뉴 웨이브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특징이다.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추었던 이전까지의 곡들과는 달리 사운드에 방점을 찍는 ‘별사탕’은 지금까지 그녀가 발매한 곡들 중 가장 'K-Pop'스러운 형태를 띤다. 또 다른 타이틀곡 ‘what the hell’과 ‘부른 소리 (Youth, for a while)’은 전작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Shimmer’는 제목 그대로 '반짝임'을 표현하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인상적인 곡이다. 다만 ‘별사탕’과 보너스 트랙인 ‘JAZZ BOX (Beyond ver.)’를 제외하면 전작과의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스스로 그었던 선입견과 한계를 시원하게 밟고", "이 개운함이 여러분께 전달되기를 소망합니다." 선우정아는 앨범 발매 인터뷰에서 하나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앨범명이 [너머]인 이유 역시 그동안 자신이 짊어지고 있던 '이미지'에 대한 강박을 떨쳐내고, 음악이 이끄는 대로 그 [너머]를 보기 위한 것. 그 결과, 4집의 타이틀곡 ‘별사탕’과 ‘what the hell’은 각각 권태로부터의 해방, 무례함으로부터의 해방을 노래한다. '해방감'이라는 키워드는 사실 전작 [Serenade]의 두 번째 파트였던 [Stunning]의 테마이기도 했다. 전작과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그녀가 반짝임을 발하고 있는가'와 '그녀가 스스로를 반짝이게 만들고 있는가'의 차이가 아닐까. 끝없는 창작욕과 대중을 향한 그녀 나름의 '구애'가 조금씩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아이에서 어른, 일기에서 연극으로"


4. Alessia Cara - ‘Dead Man’

하울 : ‘Here’, ’Scars To Your Beautiful’, Kygo와 협업한 ‘Stay’ 등 R&B를 싱어송라이터적인 시점으로 해석하며 많은 인기를 얻은 Alessia Cara. ‘Dead Man’은 [In The Meantime]에서의 재즈 팝 기조를 이어가는 3년 만의 신곡이다. 이전까지는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서사, 특히 성장과 성숙을 다룬 곡들이 주를 이뤘다면, ‘Dead Man’에서는 클래식 재즈와 소울, 약간의 힙합적인 요소가 더해져 그녀의 '퍼포머'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하지만 1950~60년대의 재즈와 2000년대의 힙합을 섞는다는 점에서 Amy Winehouse, Raye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의 ‘Shapeshifter’는 Amy의 ‘Stronger Than Me’를 프로듀싱했던 Salaam Remi가 참여했고, ‘Dead Man’는 Twenty One Pilots의 ‘Stressed Out’, 50 Cent의 ‘In Da Club’ 등을 작업한 Mike Elizondo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Amy는 Mark Ronson과 함께 60년대 소울과 걸그룹 팝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Raye는 가스펠부터 댄스 팝에 이르기까지 한 앨범 안에 수많은 장르를 담으며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뽐낸다. 그렇다면 Cara가 향해야 할 곳은 어딜까.

 

2집 [The Pains of Growing] 이후 꾸준히 '싱어송라이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하는 모습을 보이는 Cara. 자기 고백적인 곡에서 한 발짝 물러나 연극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는 것으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다만 전작 [In The Meantime]에서도 곡의 프로듀싱에 따라서 약간의 기복이 있었던 지라, 올 가을에 발매될 4집도 일관된 프로듀싱의 유무에 따라 그 완성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새로운 Era의 시작으로써는 그녀 나름의 진화를 보여준 듯한 곡이다.





"또 다시 아는 맛, 하지만 맛집은 아닌.."


5. Katy Perry - ‘WOMAN’S WORLD’

 : 2010년대의 대표적인 '팝 디바'로 손꼽히는 케이티 페리의 4집 [Witness]와 5집 [Smile]은 결과적으로 대실패였다. 상업적 가수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보였던 4집은 지나친 새로움이었을까 난해한 사운드와 잃어버린 대중성으로 혼잡한 앨범이었다. 무거운 정치색과 사회비판의 메세지를 담고자 했지만 진부한 가사로 설득력을 잃은 건 덤이다. 4집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다시금 경쾌한 팝 스타일로 돌아와 재기를 노렸던 5집 또한 어떤 음악적 색깔을 담고자 하는 음반인지 알 수 없고 각 트랙들이 혼잡스럽게 따로 논다. 음반 단위에서 약하다는 본인의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난 앨범이었다. 잇따른 실패와 유례없는 혹평 이후 커리어의 정점에서는 내려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티의 음악은 계속된다.


전성기 시절의 직관적인 '팝' 사운드를 재현했으나 신선함이 부족했던 5집 [Smile]에 이어 이번 신곡 또한 업템포 댄스 팝 장르의 곡으로 새 앨범의 포문을 열었다. 도입부터 리듬감 넘치는 신디사이저 베이스와 코러스에서 터지는 케이티 특유의 시원한 보컬은 그 시절 우리가 알던 케이티 음악이 떠오르게 한다. 본인이 제일 잘하는 음악으로 정공법을 시도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리드 싱글도 듣기에는 무난하나 특별함과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아티스트가 신보를 발매할 때 발전을 보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실패작으로 불리는 직전 2개의 음반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음악적 커리어가 위태로웠던 케이티에게는 음악적 신선함과 발전은 꼭 필요한 요소였다.


나름의 정공법으로 대중적인 스타일을 통해 차트를 장악했던 201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노력은 알겠으나, 2024년에 이러한 상투적인 멜로디와 1차원적인 가사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미 Ariana Grande의 ‘God is a Woman’, Taylor Swift의 ‘The Man’ 등 여성을 주제로 한 짜임새 있는 가사를 접한 대중들에게 'She’s a winner, champion. Superhuman, number one.'과 같은 가사의 ‘WOMAN'S WORLD’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곡이 리드 싱글인 점을 감안했을 때, 9월에 발매될 [143]의 1번 트랙으로서 앨범을 시원하게 여는 장치는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비욘세가 컨트리를 시도하는 등 여러 아티스트가 팝 음악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 속에 다시 2010년대 팝의 자리로 돌아온 케이티가 음악적 새로움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이번 정규 6집도 전작들과 같은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다.





"겉.바.속.촉의 매력"


6. Pale Waves - ‘Glasgow

카니 : 두터운 아이라인의 진한 메이크업과 어둡게 치장한 차림을 보며 "이 밴드 엄청 다크하고 고딕한 음악을 하겠다"라고 생각했던 건 크나큰 편견이었다. 우연히 듣게 된 Pale Waves는 상상 이상으로 청아하고 청량한 사운드를 품고 있는 밴드였다.


먼저 공개된 ‘Perfume’은 연쇄적으로 터지는 밴드 사운드와 특출난 훅 메이킹이 돋보이고 ‘Glasgow’는 초반부터 쨍하게 터지는 일렉 사운드와 정박으로 찍어주는 드럼이 심플하지만 강력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이들의 음악적 여정을 보면 마치 청소년의 성장기를 보는 듯한데, 신스팝을 거쳐 팝 펑크로 노선을 변경한 [Who Am I?], 사춘기 특유의 센치한 감성을 한 스푼 넣은 [Unwanted]을 지나 [Glasgow]의 서정적인 서사가 한층 차분해지고 몽환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이번 곡들은 아른거리는 신디사이저, 살짝 징글 거리는 기타, 헤더의 보컬도 좋지만 사운드를 정돈하는 완급조절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다.


과거의 Pale Waves가 눈앞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원초적인 여름 날씨에 이열치열로 맞서는 밴드였다면, 지금의 Pale Waves는 장마로 인해 질퍽거리는 진흙과 여름의 다습한 공기에 어울리는 눅눅한 음악을 들려준다. 즉, 그들의 음악은 더 이상 단순하게 터지는 경쾌함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팝 펑크는 쉽게 들뜨는 만큼 쉽게 질리는 편이라 가끔 그들의 음악이 진부하게 들린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발매를 통해 데뷔부터 현재까지의 음악을 정독해 보니, Pale Waves는 밀물이 밀려오듯 천천히 감성적인 깊이를 더해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는 그들의 음악적 성장의 좋은 신호탄이자, 앞으로의 기대를 증폭시킬 만한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쑴', '카니'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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