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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Aug 04. 2024

Stray Kids가 방황하는 방법

Stray Kids – [ATE]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콘셉트와 음악으로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방황하는 아이들’이라는 그룹명처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이름을 떨치는 이들은 2022년 상반기 발매한 미니 6집 [ODDINARY]부터 [MAXIDENT], [★★★★★(5-STAR)], [樂-STAR], 그리고 미니 9집 [ATE]까지 빌보드 200 5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스트레이 키즈의 정체성은 강렬한 마라맛 사운드와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워드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가던 나그네, 비둘기까지 / 까치까지 까마귀들까지 (神메뉴 中)’처럼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가사와 이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퍼포먼스는 낯섦을 넘어 대중성과 먼, 이상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다름’을 계속 시도하며 오히려 개성으로 승화한 스트레이 키즈는 자신들만의 음악과 정체성으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다름’을 ‘주류’로 만들어 낸 스트레이 키즈가 9번째 미니 앨범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방황하는 아이들

2017년 동명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결성된 스트레이 키즈는 7년 차 연습생 신분이었던 방찬이 리더로서 직접 팀을 꾸리고, 회사의 판단 아래 데뷔하는 독특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멤버 구성부터 프로듀싱, 기획까지 전담하는 만큼, 앨범에도 오롯이 그들만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방황하는 아이들, 스트레이 키즈의 메시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앨범을 차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시리즈 형식으로 앨범을 발매해 온 이들의 첫 시리즈, “I am” 3부작은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나’를 찾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후 이어지는 “Clé” 시리즈는 나에 대한 고뇌를 거쳐 새로운 세계에 도달한 스트레이 키즈의 시작과 감정을 노래했다. “I am” – “Clé” 시리즈는 스트레이 키즈의  찾는 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이후 발매한 “生” 2부작부터는 또 다른 메시지를 노래하는데 바로 스트레이 키즈의 ‘자신감’이다. 신이 내린 새로운 맛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담은 [GO生]과 [IN生], 세상이 정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꿋꿋이 우리만의 음악을 하겠다는 [NOEASY]와 [ODDINARY], 특별한 애들 중 가장 빛나는 스트레이 키즈를 표현한 “STAR” 시리즈, 이번 미니 9집 [ATE]까지. 사랑이 주제였던 미니 7집 [MAXIDENT]를 제외한 모든 앨범에서 끊임없이 스트레이 키즈가 누구인지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방황하는 아이들, 스트레이 키즈에게 방황은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자 또 다른 길을 발견하게 하는 가치이며, 그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전한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 곧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을 담아낸 줏대 있는 음악과 강렬한 퍼포먼스를 통해 스트레이 키즈는 자신들만의 색깔을 완성할 수 있었다.

 



Chk Chk Boom


매년 2개 이상의 앨범을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스트레이 키즈는 올해 단 하나의 한국 음반을 발매할 거라 예고했다. 지난 5월 발매한 영어 디지털 싱글 ‘Lose My Breath (Feat. Charlie Puth)’를 통해 기존과 완전히 다른 음악과 감성을 선보인 만큼, 신보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은 더욱 치솟았다.

이러한 기대 속, 9개월 만에 발매한 미니 9집 [ATE]는 이전보다 커진 스케일로 팬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목처럼 국내외 음악 씬을 ‘씹어 먹겠다, 먹어 치우겠다’는 당찬 포부와 자신감을 담아낸 이번 앨범은 프로모션에서부터 컨셉을 완전하게 드러낸다.

반짝이는 실버를 키 컬러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온라인 커버는 힙합 가수들의 그릴즈(grillz)를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컨셉 포토에서도 이어진다. 그릴즈를 직접 착용하기보다는 아이돌스러운 키치함을 더할 수 있는 투스 젬(tooth gem)을 활용하여, 스트레이 키즈만의 비주얼을 완성했다. 또한 키 컬러를 활용한 자판기 콘셉트의 티징 테이블, 초콜릿과 캔디 등 다양한 물건으로 묘사된 전단지 형식의 트랙리스트를 통해 스트레이 키즈가 선사할 새로운 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타이틀곡 ‘Chk Chk Boom’은 원하는 목표를 누구보다 완벽하게 정조준하는 스트레이 키즈의 이유 있는 자신감을 담고 있다. 타이틀 곡명이 마치 총알을 장전하고 발포하는 과정의 의성어처럼 느껴지는데, ‘chk chk boom’은 호주에서 유명한 밈(meme)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https://youtu.be/zBBsb0z9RJk?si=hrfVsR0LYpya4gKr

2009년 호주 시드니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을 목격한 Clare Werbeloff라는 여성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chk chk boom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는데, 실은 그녀가 총격 사건을 목격하지 않았으며 TV 인터뷰에 출연하기 위해 만들어낸 표현이었다는 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위 인터뷰 영상을 활용한 힙합 리믹스 비디오가 나오는 등, 오래된 호주의 밈이 된 것이다. 스트레이 키즈가 이에 대해 직접 밝힌 적은 없으나 그룹 내 호주 국적의 멤버가 둘이나 있는 점(방찬, 필릭스), 뮤직비디오에서도 뉴스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는 점을 미뤄보아, 이러한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https://youtu.be/0P0aQreFs8w?si=_VU0Lg-sk3ubb6Pe

휴 잭맨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Chk Chk Boom’ 뮤직비디오는 타이틀곡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총과 총구의 이미지, 화약이 터지듯 튀는 효과 등 음악의 느낌을 가시적으로 풀어낸다.

또한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곳곳에 등장하는 스트레이 키즈의 심볼이다. 붉은 원 안에 스트레이 키즈 로고를 넣은 심볼은 마치 아나키즘(Anarchism)의 상징인 Circle-A처럼 보이기도 한다. 권력을 부정하며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아나키즘의 이미지는 곧 지금까지 스트레이 키즈가 담아 온 자유로운 방황의 메시지와 연결되며 그룹의 정체성을 완성했다.

 



미니 9집 [ATE]가 가지는 의미

‘승리를 너무 과식했지 배불러 (Chk Chk Boom 中)'


스트레이 키즈는 [ATE]를 통해 또 한 번 자신감을 노래했다. 낯설기만 했던 위풍당당한 가사는 어느새 개성이 되었고, 줏대 있는 이들의 자신감은 곧 전 세계의 팬의 마음을 이끄는 이유가 됐다. 근거 없는 자신감처럼 느껴졌던 과거는 그룹의 서사가 되어 스트레이 키즈를 완성하고 있다.


계속해서 ‘자신감’이라는 앨범의 메시지를 던져온 만큼, 비슷한 음악과 컨셉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스트레이 키즈는 한국의 미를 담아낸 ‘소리꾼’, 락(rock)적 요소를 극대화 한 ‘락 (樂)’ 등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왔다. 미니 9집 [ATE]에서도 이러한 도전적인 모습이 돋보인다. 정형화된 듯했던 음악 구성에 변화를 주며, 기존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에 대중성을 한 스푼 섞은 스키즈 표 이지리스닝을 선보였다. 또한 라틴 요소를 첨가하여 더욱 글로벌한 판을 노리는 이들의 새로운 포부 또한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앨범은 특히 스트레이 키즈와 팬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스트레이 키즈는 [ATE] 발매 전, 8명 전원의 재계약 소식을 알렸다. 앨범명의 발음이 8(eight)와 유사한 것도 계속 함께 나아가기로 한 8명의 단단한 모습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7번 트랙 ‘Stray Kids’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이들의 서사를 담아냈다. 데뷔곡 ‘Hellevator’부터 다양한 타이틀곡의 장면들을 오마주한 뮤직비디오는 스트레이 키즈를 응원해 온 모든 이들에게 벅참과 감동을 선사한다.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히어로처럼 5 연속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며 전 세계를 방황하는 스트레이 키즈. 더욱 오래 하나가 되기를 선택한 만큼 새롭게 던질, 또 다른 방황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by. 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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