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 - 'CURIOUS'
올해 상반기, 신예 걸그룹들의 데뷔 향연 속에 SBS 서바이벌 오디션 <유니버스 티켓>의 데뷔 조인 UNIS가 함께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일부 참가자 편집 논란과 특정 해외 팬덤의 득세 문제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야기했고, 허술한 투표 시스템으로 팬덤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그룹의 이미지를 저해했다. 또한, 다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미약한 인재풀과 프로그램 종료 후 콘텐츠 부족, 갑작스러운 콘서트 취소 등 오디션을 기획한 F&F 엔터테인먼트(이하 F&F)의 디렉팅에 대한 의구심도 자아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데뷔한 8명의 소녀들은 마치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신세로 보인다. 이들의 꿈을 향한 여정은 무사히 이어질 수 있을까?
<유니버스 티켓>은 첫 회부터 기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차별점을 보였다. 사전 공개된 프로필로 투표를 진행하고, 그에 따른 순위로 1대1 경연이 즉시 시작되는 점. 각 회차의 러닝타임도 짧아 빠른 전개감을 제공했다. 이와 같은 진행 방식으로 <유니버스 티켓>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던 것 같지만, 이러한 기조 때문인지 일부 무대의 통편집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특정 참가자들의 노출 시간이 짧고 불균형하게 배분됐다. 그 결과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며, 공정성 훼손에 대한 논란에 휩싸인다.
특히 국내외 투표 반영 비율을 명확히 하지 않은 점은 큰 오점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부정투표를 방지할 인증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특정 국가의 참가자에게 표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곧 국내와 해외 팬덤 간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UNIS는 오디션 시작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불과 반년만에 데뷔하게 되었다. 이는 일반적인 걸그룹 데뷔 소요기간보다 월등히 짧은 시간이다. 오디션 과정에서 드러난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경연곡 선정, 무대의 후보정 논란 등은 F&F의 제작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잡음 속에서 UNIS에 대한 매스미디어와 대중들의 기대감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8명의 소녀들이 쌓아 올린 꿈의 탑은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형상이었으나, 데뷔작 [WE UNIS]가 일단 이를 저지했다. 음반 성적이 역대 걸그룹 데뷔 초동 8위에 랭크되며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좋은 출발을 보인 것. 타이틀 ‘SUPERWOMAN’은 현 K-POP시장을 물들인 아프로비츠를 차용하고, 여기에 뭄바톤과 하우스를 적절히 혼합하여 대중성을 확보했다.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리듬은 10대 소녀들의 발랄하고 상큼한 이미지를 잘 구축했으며, 이러한 이미지와 함께 스스로 슈퍼우먼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담은 메시지가 귀여움을 부각시켰다. 전체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그룹이 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컨셉 설정과 대중성을 고려한 음악적 방향성을 잡았다는 점에서 UNIS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UNIS는 프리즘을 통해 분산된 여덟 빛깔의 꿈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표출한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싱글 ‘CURIOUS’에서는 호기심 많은 8명의 소녀들이 확장된 나를 꿈꾸며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SUPERWOMAN’에서 보여준 상큼하고 밝은 이미지와는 달리, 타이틀 ‘너만 몰라’에서는 냉소적이고 시크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는데, 이것이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신생 그룹으로서 컨셉 노선을 명확히 잡아야 하는 시점에 이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고자 하는 호기심이 오히려 UNIS의 정체성 구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너만 몰라’는 UNIS에게 어울리는 옷이 아니다. ‘SUPERWOMAN’에서 꿈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상큼한 10대 소녀들이 한순간에 ‘어렸던 어제는 지났어’라고 말하며 ‘갇혀진 문을 박차고’ 벗어나고자 하는 차가운 애티튜드를 드러낸 것은 아직은 혼란스럽고 아이러니하다. 사운드적으로는 강렬한 기타 리프와 함께 코러스에서 ‘왜 너만 몰라?’ 구절의 반복에서 숏츠 챌린지를 의식한 곡 구성임을 알 수 있다. 전작에서도 그렇듯 음악적으로 대중성을 잡고자 하는 제작 의도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일관되지 않은 컨셉팅으로 인해 팀 컬러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너만 몰라’를 두고 ‘이게 UNIS지’라는 반응보다는 해당 곡에 참여한 프로듀서를 먼저 떠올리는 리스너들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CURIOUS’로 커리어 하이를 찍긴 했지만, 우선적으로 그룹의 이미지에 대한 기초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곧 무너질지도 모른다.
UNIS의 결정적 약점은 신생 기획사 소속의 그룹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K-POP 그룹 제작 경험이 전무한 패션업계가 설립한 엔터사이기 때문에, UNIS는 같은 5세대 라인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UNIS와 같이 오디션을 통해 결성된 그룹인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는 각각 하이브 산하의 빌리프랩과 YG 소속으로, 오랜 아이돌 기획 노하우를 갖춘 대형 기획사 출신이다. F&F측에서는 UNIS를 이들과 동일선상에 두고 ‘5세대를 대표하는 그룹 목표’라며 미디어에 노출시켰지만, 과연 이 꿈을 실현할 만한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이는 당장 그룹의 명확한 컬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UNIS는 아직까지 정체성 확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타겟팅도 다국적 멤버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고는 하나 오디션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 시스템 문제로 팬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외국인 멤버들에 대한 실력 검증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외국인 멤버들의 한국어 구사력과 퍼포먼스 능력이 과연 제대로 된 국내 활동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컨셉과 음악적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고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경우, ‘너만 몰라’처럼 표면적으로는 준수한 성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UNIS만의 차별화된 요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포인트가 있어야 5세대 대표가 되는 꿈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여덟 가지 꿈의 빛깔이 바래지지 않고 무한히 뻗어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