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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Sep 02. 2024

힙합이 어려운 힙합 아이돌

YOUNG POSSE (영파씨) - [ATE THAT EP]

YOUNG POSSE (영파씨) - [ATE THAT EP]

1. 공생과 반목 사이 국힙 딸내미’들의 등장


여러 장르를 수용하며 몸집을 불린 K-POP이지만, 유독 힙합이라는 장르는 오랜 기간 동안 공생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둘 다 강한 리듬감을 내세우는 점에서는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힙합 장르 특성 상 멜로디의 운용이 적은 데 반해 ‘대중 음악’을 지향하는 K-POP의 공정은 이를 모두 고려해야 했기에 이들의 교집합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힙합 장르가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선 2010년대가 되기 전까지는 송폼에 랩 파트가 추가되거나 힙합 문화의 일부분만을 컨셉에 차용하는 등 전면에 내세우기보단 주로 단편적인 활용에 그치는 모습이었다. 물론 2010년대 이후부터는 힙합을 베이스로 한 그룹들이 계속해서 등장했지만, 그마저도 컨셉 선택에 있어 자유도가 높은 보이 그룹들이 대부분이었고, K-POP의 정석적인 이미지가 강조되는 걸그룹시장에 있어서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힙합을 베이스로 하는 BLACKPINK나 (여자)아이들을 제외하고선 힙합 장르의 활용도가 보이 그룹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며, 앞서 언급한 두 그룹마저도 몇몇 곡을 제외하고는 컨셉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결국 메인인 K-POP의 기조 아래 힙합 사운드를 일부 활용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힙합 팬들에게 있어서는 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2023년 등장한 5인조 걸그룹 YOUNG POSSE (이하 영파씨)의 행보가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YOUNG POSSE (영파씨) - YOUNG POSSE UP (feat. 버벌진트, NSW yoon, Token)


자칭 ‘국힙 딸내미’라는 호칭에 부응하듯, 영파씨는 데뷔 앨범인 [Macaroni Cheese EP] 부터 적극적으로 힙합이라는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Macaroni Cheese’ 에서의 트랩 사운드나, EP [XXL]에서는 붐뱁이나 레이지, 칩멍크 소울 등 힙합 내 다양한 장르 사운드를 시도하며 기존 걸그룹들이 단편적으로 힙합을 활용했던 사례와는 궤를 달리하고자 했으며, 뿐만 아니라 싱글 앨범 [YOUNG POSSE UP (feat. 버벌진트, NSW yoon, Token)] 에서는 타이틀곡 피처링 진으로 버벌진트, NSW Yoon 등의 힙합 아티스트를 기용하거나, EP [XXL EP]에서는 올드 스쿨이라는 컨셉 답게 미국의 유서 깊은 힙합 매거진인 ‘XXL Magazine’을 연상시키는 커버를 내세우는 등 음악 외적으로도 힙합이라는 장르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까지의 그룹들이 랩 메이킹이나 힙합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의 운용에 그쳤다면, 영파씨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힙합의 문화 자체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XXL Magazine, YOUNG POSSE (영파씨) - [XXL EP]


이에 대한 힙합 팬들의 응답은 빠르게 왔다. 국내 힙합 채널 엘이맥 (전 힙합LE)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SLOPPY FREESTYLE’에 출연하며 힙합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뒤이어 미국 뉴욕에서 열린 대형 음악 페스티벌 ‘Head In The Clouds New York 2024’, 글로벌 아티스트 Tyla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One Universe Festival’ 등의 굵직한 페스티벌에도 연이어 이름을 올리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 된 그룹의 포트폴리오가 이토록 화려해질 수 있었던 것은 노련한 마케팅이 뒷받침되었을 뿐만 아니라 힙합 팬들 또한 이들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이에 대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것이다. 



2. 넘쳐나는 레퍼런스 속 느껴지는 아쉬움



이러한 기대 속에 발매된 세 번째 EP 앨범 [Ate That EP]은 영파씨의 캐릭터를 확실히 굳히려는 듯한 시도로 보인다. 지난 EP [XXL EP]에 이어 이번 EP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레퍼런스다. 본작에서는 공간적 배경을 미국 LA로 설정했는데,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는 유명 게임 시리즈인 ‘Grand Theft Auto (이하 ‘GTA’)’를 패러디 삼았으며, 동명의 타이틀곡 ‘Ate That’은 80년대 웨스트 코스트 힙합 아티스트들의 지펑크 (G-Funk, 이하 ‘지펑크’) 사운드를 차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반부에 등장하는 ‘1, 2, 3 to the 4’나 Dr. Dre의 ‘Nuthin’ But A “G” Thang’을 연상케 하는 ‘Nothin’ but a P thang’ 같은 가사들은 이 앨범의 오마주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환기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YOUNG POSSE (영파씨) - Ate That


하지만 레퍼런스의 화려한 운용만큼 EP [Ate That EP]에서의 아쉬운 부분 또한 리스너들에게 분명하게 다가온다. 첫 트랙 ‘Loading…’에서 ‘Ate That’으로 이어졌던 웨스트 코스트 힙합은 아이러니하게도 뒤이어 등장하는 스냅 사운드 트랙인 ‘Bananas’와 감성적인 넘버인 ‘화약 (Umbrella)’에서 맥없이 고꾸라진다. 트랙 간의 유기성을 중요시하는 힙합 장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단점은 더욱 두드러지며 앞서 아트워크와 타이틀에서 보여줬던 고증들이 무색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트랙 사운드와 랩 퍼포먼스 또한 아직은 아쉽다는 의견이다. 타이틀 곡 ‘Ate That’에서는 지펑크를 연상시키는 고음의 신스 사운드와 킥이 들어갔지만 전개 자체는 K-POP의 송폼에 충실한 느낌이다. 전작 [XXL]에서도 레이지와 칩멍크 소울 등 힙합의 여러 하위 장르 사운드를 전면에 드러냈지만 사운드에 묻어나지 않는 탑라인으로 겉핥기 식에 그쳤다는 의견이 존재했는데, 이번에도 그 단점이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사냥하는 냥이처럼 lo lo’나 ‘진짜가 되 영파씨가 되 막내가 되’ 같은 일차원적인 가사들이나, 어색한 딕션, 국내 싱잉랩을 필사한 듯한 단조로운 플로우는 이들의 어린 연령대를 감안하고서라도 아직까지는 설익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찌르는 듯한 신스 사운드에 맞춰 로우라이더를 타고 질주하는 영파씨의 모습에서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3. 고증은 해답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POP의 잣대로 놓고 보면 이들의 음악적 방향성이나, 퍼포먼스는 분명 여타 그룹들과는 차별성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회적인 컨셉에만 그치지 않고 힙합 문화 전반을 이들의 정체성에 담아내고자 하는 일련의 노력들은 힙합 시장의 리스너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Ate That’의 조회수 또한 전작 'XXL' 보다 빠른 기간인 10일 만에 3,000만 조회 수를 돌파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힙합LE, 힙합플레이야 등의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시기에 활동중인 타 그룹 (BABYMONSTER, BADVILLAIN (배드빌런))들과 비교했을 때, 영파씨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어 틈새시장의 가능성 또한 열어 두고 있다.


YOUNG POSSE (영파씨) - SLOPPY FREESTYLE


하지만 공정한 기준으로 본다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서술했듯 영파씨의 ‘힙합 사운드’는 어디까지나 고증에 그치고 있으며, 그마저도 멤버들의 미숙한 퍼포먼스 등과 맞물리며 낮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또한 몇몇 곡에는 작사가 크레딧에 멤버들의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그 비중이 아직 크지 않으며, 타이틀곡은 Rick Bridge와 Kiggen 둘이 대부분을 맡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전에 수없이 등장하고 사라졌던 ‘힙합 하는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믹스테잎을 발매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단순한 아이돌이 아닌 '랩퍼', '플레이어'로까지 한단계 스텝업을 할 필요가 절실하다. 다행인 점은 아직 그들의 나이가 매우 어리기에, 충분히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금의 리스너들은 플레이리스트 문화가 커짐에 따라 장르적인 사운드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뉴진스 (NewJeans)의 ‘Ditto’가 그랬듯, 전형성을 깨고 장르 사운드를 강조한 곡도 충분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가 있다는 점을 차트로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말로 영파씨가 힙합 장르 팬들에게도 인정받을 ‘국힙 딸내미’가 되려면, 레퍼런스에 기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한 걸음이 필요하다.




기사 출처

https://hypebeast.kr/2024/5/young-posse-2024-interview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95772

https://www.ize.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511





by 데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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