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NEXTDOOR, 온유, 허윤진, Killen., Mario 외
쑴 : K-POP 시장에서 J-POP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의 곡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제 부정할 수 없다. 2024년도 멜론 연간 차트에서 2위를 차지한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와 10위에 오른 QWER의 ‘고민중독’만 봐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BOYNEXTDOOR(이하 보넥도) 또한 이러한 성공 공식에 올라탄 듯하다. 이번 신보 ‘오늘만 I LOVE YOU’는 J-POP 특유의 신스 사운드와 밴드 편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밝고 경쾌한 플럭(Pluck) 사운드와 몽환적인 패드(Pad)가 곡의 청량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훵키한 기타 리프와 돋보이는 베이스 라인이 리듬감을 한층 강화한다. 여기에 서정적이고 반복적인 탑라인이 더해져, 곡의 감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곡의 프로듀싱에는 메인 프로듀서인 Pop Time이 참여하며 그룹의 기존 색을 그대로 가져가는 듯 하나 한편으론, 익숙한 사운드가 곡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QWER의 ‘내 이름 맑음’이나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와 같은 Pop Time의 이전 작업물들이 저절로 연상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 I LOVE YOU’는 보넥도 특유의 MZ스러움과 풋풋하고 청량한 에너지를 담아내며 그룹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성공한 곡이다. 특히, "추억 팔아서 곡이나 쓰는 건 딱 죽기보다 싫은데"라는 가사와 같이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을 담아내며 동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런 부분이 보넥도의 솔직한 매력을 보여주며 MZ 세대의 감성을 정확히 짚어낸 부분이 아닐까. 그렇기에 ‘오늘만 I LOVE YOU’는 디지털 싱글로서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한 곡이다. 보넥도는 이 곡을 통해 자신들만의 풋풋함과 에너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하며 트렌드와 대중성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지 않은가!
635 : 타고난 음색으로 공감 혹은 감성을 노래하던 솔로 아티스트 온유. 전작 [FLOW]에서의 성장과 시도라 함은 대중과의 호흡, 함께 즐기는 음악이었다. 이번 [CONNECTION]은 다시 한번 온유스러운 감성에 포커스 되었다. 하지만 [FLOW]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그 감성을 노래하는 데 있어 표현의 방식이 넓어짐을 느낄 수 앨범이다. 전곡 작사의 필두가 되어 온유 본인의 내면과 외면의 'CONNECTION'을 보이며 회상적이고 자전적인 모먼트들이 공감을 이끌어낸다.
[FLOW] 이전 솔로 아티스트 온유는 발라드와 R&B 안에서 보컬과 음색이라는 능력에 기대어 표현했었다. 때문에 [FLOW]라는 시도는 퀄리티와는 별개로 아티스트 온유의 나아감에 있어서 의미를 가진다. 장르의 폭을 넓혔으며 그 장르를 소화하는 능력 또한 가졌기 때문에. 이 모든 걸 한 번에 느끼는 트랙이 바로 ‘Conversation’이다. 수록곡도 아닌 타이틀로 댄스 곡 ‘매력 (beat drum)’을 소화한 후의 여파인지 온유의 표현방식에 틀이 한번 깨진 느낌이다. [FLOW] 이전, 솔로 아티스트 온유의 곡들은 보컬, 음색이라는 장점을 보존하고 돋보이게 하기 위한 맞춰진 곡이었고 [FLOW]는 나름의 리스크를 건 도전이었고 ‘Conversation’은 실행이다. 이 인상을 가지고 곡을 다 듣고 나면 내가 키운 것도 아니지만 온유가 기특해진다. 본인도 느낀 것인지 마침 타이틀은 ‘Winner’. 진정한 'Winner'가 된 걸까. 정신적 여유가 보인다. "내가 아님 그 누가 Winner"라는 말이 다르게 들린다. 아티스트 온유가 레이스 하나를 완주한 느낌이다. 그러나 끝이 절대 아닐 것이며 아니어야 한다. 레이스 하나 완주했다고 은퇴하는 레이서가 없듯, 조금 성장했다고 멈출, 멈춰도 되는 아티스트는 없고, 틀을 깬 온유는 더 가파르게 나아갈 것이다.
리유 : 르세라핌 허윤진의 다섯 번째 자작곡 신보 ‘해파리’, 확실히 그룹이 아닌, '솔로 허윤진'일 때 강점이 두드러지는 듯하다. 물론 이는 타 그룹에서도 보이는 공통 특징으로, 그룹 활동 시 분산되었던 개성이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발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파리’는 특히 르세라핌이 추구해 온 음악 방향성과는 차별적으로, 본인이 자신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고 표현하는 점이 잘 돋보였다.
사실 이전의 자작곡인 ‘I ≠ DOLL’ , ‘blessing in disguise’의 다소 아쉬웠던 탑라인과 보컬로 인해 점차 기대가 줄어들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백예린의 [Our love is great]의 무드가 떠오르기도 하는 ‘해파리’는 허윤진의 음악적 역량을 다시 느끼게 한 음반으로 와닿았다. 이는 2022년 발매했던 첫 솔로 음반 ‘Raise y_our glass’에 이어 이번 싱글에서 다시 한번, 음의 높낮이를 섬세하게 넘나드는 보컬 강점을 부드러운 노래와 잘 활용한 모습에서 기인한다. 또한 ‘해파리’라는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이전과는 달리 은유적인 시적 표현으로 공허한 인디팝의 분위기를 올리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데, "해파리야 왜 넌 모를까? 얼마나 아름다운지?"의 가사에서 우울감을 해결하고픈 의도가 잘 느껴진다. 2023년 이후 허윤진은 ‘love you twice’를 제외하고 매번 아이돌로서 느낄 수 있는 '방황'의 감정을 보여온 만큼, 이번 싱글은 특히 "헤엄만 치기에도 바쁜" 해파리에 아이돌이 아닌 우리 모두 투영할 수 있다는 점이 공감을 일으켰다. 물론 현재 특정 논란으로 국내에서 르세라핌이 받는 시선이 따뜻하지는 않기에 팀 평가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장기적인 시선에서 허윤진의 솔로 역량은 꾸준한 자작곡 활동으로 계속 입증될 수 있지 않을까?
리유 : 2024년 'Way Out West' 페스티벌의 '헬싱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인 아티스트' 부문에서 공연하기도 했던 스웨덴 프로듀서 Killen.은 새 싱글 ‘ONANON'을 통해 지난 2년간 선보인 하우스 기반의 음악적 스타일을 확립했다. 킬렌은 모호한 발성, 고조되는 비트와 함께 특유의 유포릭한 사운드에 집중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는데, 특히 이번 ‘ONANON'이 직전의 싱글 ‘Highlight’와 유사한 흐름을 가지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 이유는 바로,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 없었던 초창기의 곡들에 비해 두 곡은 빌드업에 더 집중한 흐름으로 '슬픔'을 담는 역량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곡의 핵심 의도가 슬픔일까?" 했을 땐,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인 점은 곡의 후반부까지 유지하는 미니멀한 코드 진행과 청량한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여운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댄스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좀 더 빠른 비트와 강렬한 베이스가 존재하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킬렌이 직접 언급했던 '춤추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울게 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한다. ‘ONANON'은 무엇보다 '차분한 에너지'의 단어와 가장 잘 어울렸던 곡으로, 온전히 음악에 몸을 맡기게 했다.
하지만 곡 ‘Water Pistol’로 협업하기도 한 스웨덴 아티스트 ‘Yaeger’가 킬렌과 유사한 구성의 곡을 보이면서도 테크노, 팝 등 좀 더 다채로운 음악을 통해 각광받고 있는 점은, 킬렌 역시 앞으로의 방향성에 조금의 다양성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ONANON’은 단순한 전자 음악이 아닌 감정을 담은 일렉트로니카를 보여준 단계로서, 이를 발판으로 더 넓은 스타일로의 성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쑴 : 2000년대 R&B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Ne-yo, Mario, Akon과 같은 이름이 주는 반가움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신보는 언제나 작은 설렘을 동반한다. 국내에서는 ‘Let Me Love You’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R&B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던 Mario의 신보 역시 그러했다. 그러나 선공개된 리드 싱글 ‘Space’는 기대만큼의 강렬함을 전달하지 못했다. 몽환적인 신스와 간결한 비트로 차분한 전개를 시도했지만, 곡 전반에서 흑인 음악 특유의 강렬한 감정적 고조, 이른바 '야마'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신스 사운드의 질감이 다소 올드하게 들리며, 그 시절 강렬했던 Mario의 임팩트나 향수를 떠올리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곡이었다.
하지만 앨범 전체를 들어보니, Mario 특유의 감미로운 보컬과 부드러운 리듬으로 R&B의 장르적 매력을 세련되게 살려냄을 느낄 수 있었다. [Glad You Came]의 가장 큰 매력은 깔끔한 사운드와 안정적인 전개다. 화려함을 배제한 절제된 편곡과 부드러운 멜로디는 Mario가 자신만의 보컬적 강점을 살려 R&B의 정수를 담아냈음을 보여준다. ‘You 101’은 부드러운 신스 패드와 잔잔한 리듬이 어우러져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보컬 퍼포먼스를 통해 곡의 깊이를 더한다. 한편, ‘Selfish’는 보다 간결한 악기 구성으로 부드럽고 여유로운 템포를 강조하며, 그의 이전 곡 ‘Crying Out for Me’를 떠올리게 한다. 두 곡 모두 미니멀한 편곡 속에서도 그루비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인다. 앨범 전반적으로 풍부한 리버브와 딜레이를 통해 Mario의 로맨틱하면서도 그루비한 보컬 사운드를 구현하며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아주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아도, 언제 들어도 부담 없이 어울리는 앨범이 주는 매력이 있다. 개성이 강한 음악들이 쏟아지는 요즘, [Glad You Came]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해내는 작품이다. 화려한 변화를 택하지 않고도, Mario는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R&B 본연의 매력을 담아냈다. 그의 음악을 오래도록 사랑해 온 이들에게는 익숙함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즐거움이자, R&B를 새롭게 접하는 이들에게는 부담 없이 진입할 수 있는 편안한 앨범이 될 것이다.
635 : 2016년, Rex Orange County(이하 R.O.C)는 본인의 10대를 담은 [bcos u will never be free]로 세상에 나왔다. 제목에서 보이듯 분노가 다분히 보이는 앨범이다. 이때부터 이미 Rex Orange County의 음악관은 확립되고 있었다. Lo-fi 지만 소울풀한 음악, 당시의 감정을 녹이는 10대 시절의 우울, 그리고 향수를 불러오는 가사 등.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10대의 분노와 슬픔, 자기 연민과 자기혐오를 모두 느낀 Rex Orange County의 인터뷰를 초월 번역 해보자면 "심연은 힘들었지만 예술을 만들었다" 정도가 되겠다. 심연이 만들어낸 예술은 꽤 뜨거운 관심을 샀고, ‘UNO’, ‘Best Friend’ 등의 싱글들을 발매하는 건 일도 아니게 만들었다. 이후 Tyler, The Creator의 러브콜로 [Flower Boy]에서 두 곡을 함께한 뒤 R.O.C는 기세를 몰아 [Apricot Princess]를 내놓았다. Tyler, The Creator를 만나고 온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모든 작업과정이 더욱 정교해졌고 앨범의 분위기 또한 1집과는 반대되는 행복에 치우쳐 있었다. 몇 장의 싱글에 뒤이어 선공개 ‘10/10’과 함께 20대 초반을 느낄 수 있는 젊은 사랑과 불충분함의 3집 [Pony], Tyler, The Creator의 지원과 함께 만든 커리어 하이의 [Who Cares?]까지. 정규앨범을 아끼지 않는 아티스트다. 체급이 계속 커지고 공연이 늘었던걸 생각하면 정규앨범을 내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 최근엔 결과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투어를 중단하는 지쳐버린 인간 알렉산더를 내비친 [The Alexander Technique]까지.
그리고 이번 ‘Drama’이다. 한 발짝 뒤에서 보았을 때 데뷔 후 아티스트 R.O.C는 큰 위기 없이 좋은 실력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올라왔다. 하지만 탄탄대로라 믿었던 그의 길에도 근 2~3년 사이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때문인지 여태껏 주변의 영향을 그대로 흡수하고 좋으면 좋은 대로 분노라면 분노대로 자연스러운 감정을 표현했던 R.O.C인데 ‘Drama’의 가사는 의도적이며 성찰적이다. 주변에 얽매이지 않아. "이 드라마를 머릿속에서 지울 거야", "드라마에서 탈출하는 게 스트레스에서 탈출하는 것"이라는 의미의 가사 등. 가사 전반적으로 의도적인 탈출이라는 주제를 갖고 있다. 1차원적으로 보면 현재 본인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탈출=도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도망'보다 '물러섬'으로 접근을 한다면 다르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한때는 투어를 돌던 R.O.C 지만 최근에는 작은 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는 등 물러서고 있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어쩌면 2보 전진, 아니 제자리를 찾기 위한 물러섬이지 않을까. 다음이 더더욱 중요해졌다. 지금 당장 ‘Drama’라는 곡은 가사로 R.O.C의 솔직함을 들을 수 있지만 그게 전부이다. '큰 문제점이 없다' 보다 '무색무취'가 더 설득력 있게 보이는 음악이다. 하지만 한 번의 물러섬이 되어 2보 전진 혹은 제자리를 찾는 과정의 빌드업이 되는 과정이라면 그저 그런 싱글 한 장이 아니라 길게 놓고 보았을 때 '아, ‘Drama’가 Rex Orange County의 2막을 여는 곡이었구나'라고 생각할 기회가 될 거라 본다. 결코 R.O.C가 도태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지만 당장의 ‘Drama’라는 한 곡은 좋은 음악의 R.O.C와 멀어져 가는 아웃트로로 들린다.
※ '리유', '쑴', '635'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