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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 은퇴합니다

위켄드 타이틀을 대신할 새출발을 기다리며

by 고멘트



지난 1월, The Weeknd (이하 위켄드)는 [After Hours]와 [Dawn FM]에 이어 자신의 음악 여정을 완성하는 3부작의 마지막 앨범, [Hurry Up Tomorrow]를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그는 이 앨범이 ‘The Weeknd’라는 이름으로 발매하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는 단순한 앨범 발표를 넘어, 위켄드가 오랜 시간 동안 구축해 온 레트로 기반의 얼터너티브 R&B의 종착점이자, ‘The Weeknd’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방향성을 선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과연 위켄드가 14년 동안 자신을 상징해 온 어둡고 몽환적인 ‘위켄드 사운드’를 내려놓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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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Nightmare Trilogy’로 불리는 3부작은 스타가 된 이후 겪은 고통과 공허함을 담아낸 [After Hours], 트라우마와 내면의 연약함에 사로잡혀 반복되는 고통의 굴레를 끊고자 한 [Dawn FM],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갈등과 자아의 재탄생을 그린 [Hurry Up Tomorrow]로 구성된다. 특히 시리즈의 첫 번째 앨범인 [After Hours]는 위켄드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총망라한 작품이다. 전작 [Starboy]의 성공을 발판 삼아, [After Hours]는 ‘Snowchild’의 느긋한 트랩부터 ‘Heartless’의 속도감 넘치는 트랩까지 폭넓은 힙합 사운드가 돋보인다. 동시에 ‘Faith’와 ‘Save Your Tears’에서는 다크웨이브를, ‘Blinding Lights’와 ‘In Your Eyes’에서는 신스팝의 정수를 제시하고, 앨범 후반부에 등장하는 ‘After Hours’와 ‘Until I Bleed Out’은 위켄드 특유의 몽환적인 전자음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이후 두 번째 앨범 [Dawn FM]에서는 레트로 신스팝과 시티팝을 중심으로 사운드를 디벨롭했고, 마지막 앨범 [Hurry Up Tomorrow]에서는 전자음악의 진화를 넘어 얼터너티브 R&B로의 회귀를 통해 3부작의 대미를 장식했다.


다만 ‘Blinding Lights’의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비슷한 결의 ‘Out Of Time’까지 성공하면서, 3부작의 영향으로 위켄드의 스펙트럼이 레트로 이미지에 지나치게 고착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옥에서 연옥을 거쳐 낙원으로 향하는 여정을 담은 이 시리즈 속에서 어둡고 차가운 사운드, 강렬한 전자음, 그리고 몽환적인 신스는 그의 시그니처 사운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연이은 성공은 대중에게 익숙하고 중독성 있는 사운드를 제공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위켄드가 지닌 음악적 실험성과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도전 정신이 상대적으로 희석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로 인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그의 폭넓은 역량은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고, ‘레트로 아티스트’라는 이미지로 국한될 위험성을 안게 되었다. 위켄드의 레트로 이미지와 신스 사운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다른 음악적 사운드가 가려지는 한계로 작용했으며, 앞으로 더욱 폭넓은 음악적 도약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The Weeknd, Playboi Carti - Timeless


이에 위켄드의 마지막 앨범 [Hurry Up Tomorrow]는 과거의 자신을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향한 강렬한 선언과도 같았다. ‘Open Hearts’는 다크웨이브 신스를 활용해 강렬하게 레트로의 서막을 열지만, 이어지는 ’Take Me Back To LA’와 ‘Big Sleep’에서는 점차 저물어가는 신스의 여운을 담아내며 차분한 분위기로 전환한다. 특히 ‘Cry For Me’는 이전보다 모던한 신스를 활용해, 마치 위켄드가 자신을 지탱해 온 레트로 사운드의 마지막 페이지를 정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날카롭게 몰아붙였던 [After Hours]의 ‘Heartless’와 비교하면, ‘Timeless’는 느긋하고 묵직한 트랩으로도 일관된 무드 유지한다. 여기에 데뷔 초 얼터너티브 R&B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그의 커리어 전반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I Can’t Wait To Get There’에서는 클래식한 R&B로 정통 R&B 감성을 강조하는 한편, ‘Drive’에는 힙합 리듬을 가미해 [House of Balloons]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트랩과 얼터너티브 R&B의 정석을 제시한다. 한편, ‘Niagara Falls’에서는 향수를 자극하는 칩멍크 소울을 활용해 부유하는 듯한 공간감을 형성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낸다.


다만 앨범 초반부의 전자음악 요소를 스킷 트랙의 결합으로 실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흥미로웠으나,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긴장감이 점차 느슨해지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반복되는 단조로운 멜로디 패턴은 초반의 신선함과 몰입감을 후반부까지 이어가지 못해 예상 가능한 전개로 마무리되어 앨범의 완성도가 다소 균형을 잃은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초기 트랙들이 던진 기대감에 비해 여전히 과거의 사운드와 패턴에 의존하는 곡들이 많아 후반부는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앨범의 앞부분에서 새로운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 같았으나, 후반부는 과거로 돌아가는 데 무게를 두며 과거의 자신을 정리하는 데 더욱 집중한 앨범으로 마무리되었다.




The Weeknd - São Paulo (Official Music Video)


과연 위켄드는 레트로 사운드의 종착점을 지나 새로운 음악에 나설 것인가, 혹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할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가 The Weeknd라는 이름을 내려놓더라도, 기존 리스너들의 기대와 정체성을 완전히 단절하는 급격한 변화는 혼란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강점인 익숙한 멜로디 라인은 유지하되, 사운드 디자인과 프로덕션 측면에서 신선한 시도를 더하는 방식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São Paulo’는 브라질의 Funk Mandelão 장르를 기반으로 반복적이고 단순해 보이는 구조 속에서도 폭발적인 베이스와 극적인 전자음으로 전위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이어지는 ‘Until We’re Skin&Bones’에서 하드한 미래지향적 인더스트리얼 사운드가 더해져 ‘São Paulo’의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이어 받으며 더욱 고조시킬 수 있었다. 이후 ‘Opening Night’은 단순한 레트로 시티팝을 넘어, 글리치 효과를 더하고 시티팝 특유의 드럼 대신 트립합 스타일의 힙합 드럼을 활용해 한층 색다른 리듬감을 선사한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실험적 사운드 속에서도 위켄드의 보컬이 여전히 중심을 지키며 강렬한 존재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든, 몽환적이면서 감정을 깊이 파고드는 보컬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 라인은 여전히 그의 음악을 관통하는 핵심 정체성으로 남아 더욱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위켄드는 앨범마다 각기 다른 서사와 감정을 상징하는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해 왔다. 도심 속 방황과 고독을 주제로 미스터리한 방랑자를 담아낸 [Trilogy]와 [Kiss Land], 1980년대 느와르 캐릭터로 변신했던 [After Hours], 죽음 직전 영혼을 내세로 인도하는 라디오 DJ로 설정한 [Dawn FM]까지, 위켄드는 사랑과 불안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고독에 집중된 캐릭터는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한계를 가져왔기에, 이제는 새로운 서사와 확장된 정체성을 탐구할 적절한 시기이다. David Bowie가 ‘Ziggy Stardust’라는 외계인 록스타 페르소나를 벗고 끊임없이 변신을 이어간 것처럼, 위켄드 역시 또 다른 페르소나를 창조하며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The Weeknd라는 페르소나의 막을 내리면서 그는 기존의 감정적 불안의 서사를 넘어 현대적 반영웅 캐릭터로 인간의 양면성을 탐구하거나, 더 내추럴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변화해 사랑과 희망, 치유를 테마로 한 밝고 긍정적인 음악을 시도할 수도 있다. 즉, 위켄드는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확장하고, 다층적인 캐릭터와 음악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The Weeknd - Hurry Up Tomorrow (Audio)


‘Without a Warning’에서 '마지막 날까지도 나를 사랑해 줘'라는 가사는 위켄드가 'The Weeknd'라는 정체성을 내려놓고 본래의 모습인 'Abel Makkonen Tesfaye'로 돌아가더라도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인지 묻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앨범 속에 깊게 내재된 위켄드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그가 여전히 두려움 속을 헤매고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한 위켄드는 마지막 트랙 ‘Hurry Up Tomorrow’에서 더 이상 거짓된 삶을 원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변화를 갈망하고 죽음 이후의 자신을 기다려줄 천국이 필요하다는 고백으로 앨범을 마친다.


이제 남은 것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음악적 여정을 풀어낼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혁신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낼지다. 익숙한 음악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의 지평을 여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The Weeknd, 아니 Abél Makkonen Tesfaye의 다음 챕터일지도 모른다.







by. 율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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