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5년 2월 3주)

Olivia Marsh, 지수, 청하, Lady Gaga, Oklou 외

by 고멘트

"송라이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1. Olivia Marsh - [Meanwh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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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 : 'Olivia Marsh'라는 이름은 초면일지언정, NJZ 다니엘의 친언니라고 한다면 SNS 등에서 몇 번 얼굴을 본 기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명 연예인의 가족이라고 하면 훨씬 더 날카로운 잣대로 그들을 바라보기 마련이지만, Olivia는 데뷔 전부터 여러 K-Pop 앨범에 이름을 올리며 송라이터로서 커리어를 밟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솔로 아티스트로 데뷔를 한 지금도 '셀레브리티'라는 이미지보다는 작사•작곡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Olivia를 어떤 아티스트라고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데뷔 싱글인 ‘42’가 베드룸 팝과 발라드 그 언저리였다면, 바로 다음 싱글 ‘Heaven’에서는 콘템포러리 R&B를 선보이는 등, Olivia의 음악색이 아직 확립이 되지 않은 가운데, 첫 EP [Meanwhile]에서는 대뜸 힙합 색깔이 강하게 묻은 소울 음악을 들고 온다.


타이틀곡인 ‘Strategy’, ‘Backseat’ 모두 기존 K-Pop에서 들을 수 있을 만한 힙합 소울 곡으로, ‘Strategy’ 같은 경우에는 90년대~00년대 초반의 레퍼런스라는 점에서 KISS OF LIFE의 ‘Sugarcoat’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곡 자체가 퍼포먼스에 특화된 느낌이 있다 보니, 노래만 놓고 봤을 때는 Olivia라는 아티스트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Backseat’ 역시 힙합 리듬에 도발적인 신스 사운드를 붙인다던지, 두 번째 Verse에서 랩 파트가 등장한다던지, K-Pop적인 터치를 의식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구조를 띤다. 오히려 수록곡인 ‘Pina Colada’에서는 라틴 팝을 가지고 오면서 보컬의 음색이 강렬하게 부각이 되는데, 이는 Olivia의 보컬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다. 목소리 자체가 그루브가 있다기보다는 섬세한 느낌이 강한 편인데, 그렇다 보니 R&B 장르처럼 보컬의 기량이 돋보여야만 하는 곡에서 어떠한 컨셉을 연출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곡의 무드에 맞게 보컬 톤을 조정하는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으나, '정녕 Olivia에게 맞는 옷이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반면, ‘Pina Colada’는 앨범 안에서는 비교적 사운드가 꽉 차 있는 편이라 보컬적인 측면에서는 부담이 덜하다.


좋은 퀄리티의 곡을 완성시키는 것과 청자에게 설득력 있게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그마저도 곡을 직접 쓰는 것 외에는 아티스트의 색깔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솔로 아티스트의 음반이라는 느낌보다는 K-Pop 송 캠프에서 제작된 곡들의 모음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녀가 앞으로 펼치고 싶은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 막 첫 EP를 냈을 뿐이니, 향후 본인에게 맞는 장르, 포지션을 찾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곡들을 작사•작곡한 것에서 잠재력은 엿볼 수 있었으나, 송라이터와 솔로 아티스트의 차이는 명확하다.





"단점은 숨겼지만, 앞으로 나아갈 순 없었다."


2. 지수 (JISOO) - [AMOR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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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글 : 지난 한 해 동안 블랙핑크의 로제, 제니, 리사는 다양한 해외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진행하면서 팝스타 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와 달리, 지수는 이번 앨범 [AMORTAGE]에서 한글 가사와 뽕끼 있는 한국적인 정서를 유지해 차이점을 보여주면서도 전 작 ‘ME’에서의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나치게 강한 훅과 단조로운 구성으로 인해 촌스러운 트로트가 떠오른다는 평을 받았던 타이틀곡 ‘꽃’과 비교했을 때, fx를 통해서 재치를 더한 점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빌드업되는 사이렌이나 강하게 찍는 비트를 통해 지진으로 인한 긴박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타이틀곡 ‘earthquake’는 four-on-the-floor 박자에 다양한 신스 사운드로 구성되며 캐치한 훅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Kylie Minogue의 ‘Padam Padam’이 연상된다. 또한 하우스 비트와 오토튠의 코러스가 시크한 매력을 보여주는데 이는 앨범 아트와 MV에도 자연스레 연결되어 마치 VOGUE 잡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특유의 프렌치시크하고 고혹적인 세련됨을 드러내며 음악의 입체감을 높였다. 수록곡 ‘Your Love’, ‘TEARS’, ‘Hugs & Kisses’는 지수의 고음에서 나오는 비음을 가리기 위해 중저음/가성 위주의 곡들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빈 보컬의 무게감을 EDM/하우스의 묵직한 사운드나 강한 리버브로 메꾼 점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댄스 팝 기조 아래 오토튠이나 플럭 사운드,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를 킥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프로듀서 TEDDY나 R.Tee의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이러한 킥을 활용한 블랙핑크의 ‘Ready For Love’, ‘Yeah Yeah Yeah’, ‘Lovesick Girls’와 같이 청량감이 돋보이는 PINK 컨셉을 지수가 계승한다는 것은 해외 시장을 주력한 타 멤버들과 달리, 블랙핑크의 음악을 기대한 한국 팬들을 겨냥한 전략이 보인다.


댄스 팝 장르를 차용해 단점인 보컬의 중요성을 덜어낸 건 영리한 선택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앨범은 명확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모든 노래가 2010년대 초 중반 팝의 경계에서 머무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Your Love’는 Zedd 특유의 고조되는 브릿지를 통해서 벅차게 만드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의 향기가 강하게 난다. ‘Clarity’를 과거 콘서트에서 지수가 불렀었다는 점에서, 어떤 곡을 레퍼런스로 삼았을까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명확한 과거의 노래가 떠오른다는 것은 곧 지수만의 색채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한 단점을 가리기 위해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의 폭이 좁아지고 비슷한 결이 반복된다면 대중의 관심은 빠르게 소비되고 화제성을 잃을 것이다. 결국 다양함을 보여주고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 지닌 역량을 반드시 보완해 가진 무기를 늘려야 한다. 나아가 향후 아티스트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음악이 아니라 지수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음악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네가 원하는 나, 내가 원하는 나"


3. 청하 - [Aliv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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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 청하의 새 앨범 [Alivio]는 기존의 퍼포먼스 중심 음악에서 벗어나, 더욱 감성적이고 섬세한 표현으로 자신의 내면을 드러냈다. 과거와 이별하고, 이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무너짐과 극복, 새로운 출발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러한 변화는 그녀의 음악적 색깔을 더욱 확장하는 중요한 시도이지만,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타이틀곡 ‘STRESS’는 하우스 기반의 업템포 댄스 곡으로, 에너제틱한 킥과 위트 있는 스트링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익숙한 스타일의 하우스 트랙이라는 점에서 청하만의 독창성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클랩 사운드와 리듬 전개에서 Peggy Gou의 ‘Starry Night’를 연상케 하는데, ‘STRESS’는 비교적 평이하게 진행되어 감정적 고조나 클라이맥스 측면에서 ‘Starry Night’만큼의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청하는 과거 ‘벌써 12시’, ‘Roller Coaster’ 등으로 강렬한 퍼포먼스와 중독성 있는 후크를 앞세운 댄스 팝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후 ‘EENIE MEENIE’를 기점으로 R&B와 팝을 결합한 세련된 스타일을 시도하며 변화를 모색해 왔다. [Alivio]는 이러한 흐름을 따르면서도, 퍼포먼스보다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보다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감성적인 접근이 강화된 만큼, 곡의 구성과 사운드에서의 임팩트가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힘이 빠진 느낌을 준다.


결국, 이번 앨범은 청하의 음악적 방향성이 여전히 탐색의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내면적으로 단단한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는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청하 특유의 강렬한 에너지가 희석되었고, 트렌드와 개성 사이에서 확고한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 그녀가 '청하 다운 에너지'와 새로운 감성적 접근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가 관건이다. 변화의 방향성이 뚜렷해진다면, 더욱 선명한 음악적 정체성을 갖게 될 것이다. 과연, 그녀가 만들어갈 새로운 청하는 어떤 모습일까? 그 여정을 기대해 본다.





"Abracadabra, 매력 없는 마력"


4. Lady Gaga – ‘Abracadabra

아인 : Lady Gaga의 귀환을 알리는 [Mayhem]의 두 번째 싱글 ‘Abracadabra’는 댄스 팝으로의 복귀를 선언한다. ‘Joanne’의 어쿠스틱 팝, ‘A Star Is Born’의 컨트리/록 발라드, [Chromatica]에서 하우스 기반 EDM을 시도하며 장르적 실험을 거듭한 그녀는, 이번 곡을 통해 다시 본연의 색을 확실히 드러냈다.


‘Abracadabra’는 하우스 음악의 영향을 받아, 날카로운 리듬과 최면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곡이다. 2000년대 후반 댄스 팝을 연상시키는 신스 톤이 인상적인데, 이는 ‘Bad Romance’나 ‘Judas’ 같은 초기 히트곡에서 들려줬던 강렬한 신스 사운드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90년대 유로 팝과 유로댄스의 영향을 받은 멜로디 라인이 더해지며 익숙한 감성을 자극하지만, 그만큼 새롭다는 인상을 주기는 어렵다. 최근 팝 시장에서 유로댄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Lady Gaga가 직접 개척했던 스타일이기에 오히려 그가 다시 이 장르로 돌아온 것이 예측 가능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강한 비트와 반복적인 후크는 곡의 중독성을 높이며, 펄서팅 비트가 곡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이전 싱글 ‘Disease’에서 보여준 다크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이미 익숙한 스타일 안에서 변주하는 데 그쳤다. 뮤직비디오 역시 기존 스타일을 답습한다. ‘Alejandro’의 종교적 이미지와 ‘911’의 초현실적 연출이 결합된 강렬한 비주얼을 선보이지만, 익숙한 감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극적인 연출과 퍼포먼스로 곡의 분위기를 극대화했으나,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Abracadabra’는 Lady Gaga의 특기인 강렬한 댄스 팝을 다시 꺼내 들었지만,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멈춘 것이다. 그녀의 본질적인 매력을 집약한 트랙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마법'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익숙한 주문처럼 들릴 수도 있다. 'Abracadabra'라는 주문 자체가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데다, 곡 역시 그녀가 가장 잘하는 스타일로 돌아왔을 뿐, 특유의 충격적인 한 방은 부족하다. 물론, 완성도 높은 댄스 팝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Lady Gaga에게 단순히 '잘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녀의 진짜 매력은 언제나 예상 밖의 충격과 변화를 선사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Mayhem]이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이 되려면, 다음에는 더욱 예측 불가능한 변주와 실험이 필요하다. Lady Gaga는 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티스트였다. 이제, 그녀가 다시 한번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순간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2025년에 Windows XP를?"


5. Oklou - [choke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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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 : 시간을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집집마다 PlayStation이 있었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Windows Media Player의 시각화 기능이 있었고, 컴퓨터의 배경화면에는 푸른 하늘과 초록 들판이 펼쳐지던 시절. [choke enough]의 첫인상이 딱 그랬다. 똑같이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를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PinkPantheress가 해당 시기의 드럼앤베이스, UK 개러지를 고스란히 재현한 것에 가까웠다면, Oklou는 앰비언트 기반에 하이퍼팝, 트랜스, R&B 등을 접목시켜 기시감과 새로움을 절묘하게 섞는다. 몽환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임에는 틀림이 없는데도,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듣기 쉽다. 사운드 구성 자체를 그 시절의 것으로 가져오되, 요즘 시대의 작법으로 표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팝 장르의 음반이 세 번째 트랙까지는 업템포를 배치한다고 가정을 했을 때, [choke enough]는 5번째 트랙부터 기어를 올린다는 점 또한 큰 특징 중 하나. 그마저도 뱅어 트랙 사이에 잔잔한 트랙을 배치한다던지, 드럼 시퀀스를 최소한으로 사용한다던지,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사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버블검 베이스나 트랜스 등의 장르를 영리하게 차용한 점도 인상적이다. 이렇듯 Oklou는 앰비언트라는 장르가 가지는 차가운 질감, 미니멀하면서도 아름다운 사운드스케이프에 초점을 맞춘다. 35분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시간 동안 잔잔하게 고조되다가도 금세 가라앉고, 터질 듯 말 듯 이어지는 긴장감이 이 앨범의 묘미. 미니멀한 음악은 언제나 그랬듯, 모든 소스들이 정교하게 조절된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그녀가 5년 전에 발매했던 믹스테이프, [Galore]가 몽환적이면서도 어두운 꿈속 세상을 구현하려 한 결과물이었다면, [choke enough]에서는 현실 속의 어두운 이야기들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여럿 보인다. 당장 앨범명과 동명의 곡만 봐도 자살 충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이번 앨범의 킬링 트랙인 ‘take me by the hand’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을 꽤나 직관적으로 묘사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세상의 혼란과 그와는 반대로 너무나 반짝거리는 환상 속의 음악. Oklou는 그 둘 사이의 간극을 제시함으로써 청자에게 삶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끝없이" 자문자답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전부인 것을, 말이다.





"익숙함보단 지루함에 가까운"


6. Travis Scott – ‘4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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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글 : 기존 음악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형에 가까운 모습이다. 특히 믹싱을 통해 높게 톤을 조정하고 그 위에 얹어진 싱잉랩의 형태는 ‘sweet sweet’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FE!N’처럼 강한 중독성도 없으며, 무난하게 흘러가는 랩핑에 관악기를 배치한 것이 이번 싱글의 유일한 차이점이다. 트럼펫과 호른으로 음악의 흐름을 이끌어 간 점은 강렬했지만 단순하게 반복된 구성은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관악기의 사운드 하나로만 이끌어 가면서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싶지 않게 돼 버린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단순히 WWE 테마곡이라는 화제성에만 기대는 것보다는 트랩 비트에 다양한 장르를 함께 접목시켰던 지난 앨범과 같이 융합을 통한 새로움을 함께 선보였다면 어땠을까. 트래비스 스캇의 체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려는 단순한 용도였다면 알맞은 곡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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