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5년 2월 2주)

ddbb, IVE, RESCENE, Daniel Seavey 외

by 고멘트

"ddbb의 변화를 위한 출사표"


1. ddbb - ‘salt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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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 ddbb는 밴드 보수동쿨러의 전 보컬 정주리를 필두로 부산에서 결성된 밴드다. 예전 보수동쿨러 음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ddbb는 희소식이지만, 이 점이 오히려 ddbb에게 큰 제약이 될 수도 있다. 보수동쿨러는 정주리의 중성적인 음색과 60년대 록을 기반으로 당시 인디씬에 독특한 물결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주리의 탈퇴 이후로 보수동쿨러의 음반들이 전작만큼의 위력이 부족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정주리의 새로운 밴드에 그 기대를 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ddbb는 이런 리스너들의 기대를 알았는지, 밴드포맷임에도 불구하고 드럼머신 사운드를 전면으로 세운다거나, 록음악이 아닌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팝음악을 내면서 그 기대에 벗어나는 활동을 지속했다. 과연 ‘salty heart’는 그런 변화의 연속일까, 아니면 현실을 받아들였을까?


첫 번째 트랙 ‘salty’에서는 몇몇 팬들의 바람처럼 과거 보수동쿨러 음악의 향기가 짙게 난다. 곡 전체에 깔려있는 오르간, 과도한 코러스와 디스토션으로 만들어진 기타, 코러스 파트의 허밍까지. 보수동쿨러의 ‘목화’, ‘0308’ 등에서 주로 사용된 사운드들이다. 마치 지금까지 보수동쿨러와의 관계성을 최대한 부정하고 싶어 하는 듯한 모습이 사라지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같은 감상을 준다. 하지만 다음 곡 ‘heart’의 시작과 함께 모든 추측을 깨뜨려버린다. 싸이키델릭하고 얼터너티브 록에서 보이는 잔뜩 찌그러진 기타 소리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이전까지의 ddbb 혹은 보수동쿨러의 음악에서 전혀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여준다. ‘heart’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가사에 있는데, ‘heart’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연인 중 하나가 좀비로 변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나'를 정주리, '너'를 보수동쿨러의 음악을 사랑했던 정주리의 '팬'이라고 본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지는데, 가사들로 자신 과거의 모습을 사랑했던 팬들에게 자신이 변화가 필요하고 자신의 과거를 '잊어' 달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해석된다.


ddbb의 음악적 변화, 콘셉트적 변화는 현시점에 보수동쿨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필연적이다. 이 타이밍에 그들이 변화를 언급하는 것은 ddbb의 행보에 있어 고무적인데 가장 중요한 음악적인 설득력도 충분했다. ddbb의 전작들은 장르의 변화를 적극 활용했으나, '인디밴드'라는 가치관으로서 ddbb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heart’는 '인디밴드'로서의 록 사운드를 지키며 보수동쿨러와의 사운드적 차이를 보여주었고 이런 변화에 대한 행보는 긍정적이게 평가할 수 있다. ‘salty heart’는 ddbb의 커리어에 있어서 커다란 변곡점이자 긍정적인 새 출발이다. 앞으로 나올 음악들을 통해 ddbb만의 새로운 음악 세계를 표출할 수 있기를 빈다.





"성장한 IVE, 성장한 음악..?"


2. IVE (아이브) - [IVE EMPA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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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VE는 데뷔곡 ‘ELEVEN’부터 나타나는 특유의 우아함과 자기애적 정체성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여자 아이돌 전성기 대표 주자로서의 행보를 보여왔다. 작년 4월 이후로 오랜만에 나온 이번 앨범 역시 그간 IVE가 보여왔던 세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성숙하게 확장시켰다. 자기애를 내세우며 '나'에 초점을 맞췄던 시선을 연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로 돌린 첫 앨범이지 않은가.


그러나 시도와 메시지에 비해 잘 만든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우선 Suzanne Vega의 ‘Tom’s Diner’를 샘플링한 타이틀곡 ‘Attitude’는 레트로한 사운드와 약간의 서늘한 분위기로 IVE의 세련됨을, 통통 튀는 기타가 돋보이는 ‘Flu’는 IVE 특유의 키치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3번 트랙 ‘You Wanna Cry’에서 밴드 사운드에 비해 힘 있게 치고 나오지 않는 보컬과, 4번 트랙 서정적인 R&B 곡 ‘Thank U’로 이어지는 흐름은 '연대'에 대한 조금은 뻔한 가사와 함께 살짝 처지는 느낌을 주고 있다. 5번 트랙 타이틀곡 ‘Attitude’에 들어서야 앞선 트랙과의 반전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앨범 흐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그러나 타이틀곡의 강렬함을 원했다고 하더라도 앞선 트랙들의 느슨함에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힙합을 기반으로 한 마지막 트랙 ‘TKO’는 808 베이스와 메탈릭한 사운드로 포인트를 더했는데, 그에 비해 곡의 구성이 단순하고 임팩트 또한 약한 듯하다. 또한 통일성 있는 앨범의 흐름에서 다른 수록곡에 비해 튀는 음악을 한 앨범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책장으로 하는 것이 적합한 지 의문이 든다.


전작 [IVE SWITCH]가 신선한 컨셉과 달리 약한 정체성과 앨범 내 유기성으로 인해 다소 아쉽게 느껴졌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앨범에서 IVE만의 '자기애'를 연대로 뻗어 나간 것은 신선한 시도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시도가 '내가 나기에 너도 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두 개의 타이틀곡을 내세우며 기존의 정체성에서의 어색하지 않은 전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앨범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개별곡의 임팩트나 트랙 구성 측면에서 앨범의 완결성이 아쉬울 따름이다. 데뷔부터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IVE의 세계가 한 발짝 더 넓어진 만큼 음악에서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본다.





"리센느의 향수, 아직은 테스트 중"


3. RESCENE (리센느) – [Glow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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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 작년 ‘LOVE ATTACK’의 주목을 발판 삼아 과연 피프티피프티와 같은 제2의 중소의 기적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리센느는 두 번째 앨범을 통해 대중들에게 그룹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향을 통해 다시 장면을 떠올린다'는 독창적인 컨셉으로 매 앨범마다 각기 다른 향기를 이미지와 사운드로 표현해 왔던 리센느는 두 번째 앨범의 키워드로 맑고 깨끗한 비누향기를 선택했다.


리센느의 몽환적이고 소녀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향기라는 무형의 존재를 음악으로 표현해 낸다는 것은 프로듀서 입장에서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맑고 깨끗한 향기라는 건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메인 사운드로 잡은 신스 리프를 자세히 들어보면 청량함은 빠른 어택으로, 코 끝에 진하게 배이는 잔향은 풍성한 리버브로 승화한 것이 돋보인다. 더불어 비누 거품을 연상시키는 플럭 기타, 붕 뜨는 듯 몽환적인 느낌을 배가시킨 808베이스로 후각을 청각화 시켜낸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하지만 데뷔의 인상이 너무 신선했던 탓일까, ‘YoYo’에서 딥 하우스를 활용해 보여준 리센느만의 독자적인 신비로움은 느낄 수 없었다. 중독성을 노린 키치한 훅은 아일릿의 후킹함보다는 약했고, 적당히 흥을 돋구는 디스코 베이스는 피프티피프티의 사운드가 겹쳐 들렸다. 결국 리센느의 음악은 이 두 그룹의 그 어디쯤이라고 생각하게 된 타이틀이었다.


트렌디한 코스메틱 브랜드의 광고 영상 같은 뮤직비디오와 세련된 사운드로 향기를 표현하겠다는 컨셉은 확고했지만 앞서 언급한 두 그룹의 음악 대신 리센느의 음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납득되기에는 부족했다. 아일릿은 플럭앤비를, 피프티피프티는 디스코 팝을 선점했으니 차라리 f(x)가 해왔던 딥하우스 장르를 꺼내 오는 것이 음악적으로 더 선명한 포지셔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리센느라는 향수가 있다면, 이름만 들어도 향이 자연히 떠올려지는 그런 음악적 캐릭터를 확립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Second Wind'가 어떻게 불어올까"


4. Daniel Seavey - ‘Second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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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보이밴드 Why Don’t We 출신 Daniel Seavey가 첫 정규앨범 발매를 앞두고 선공개 싱글을 발매했다. 이번 곡은 그간 Daniel Seavey가 ‘Can We Pretend That We're Good?’이나 ‘The Older You Get’과 같은 곡에서 보여주었던 서정적이면서도 듣는 이의 감성을 끌어올리는 듯한 음악들에 비해 스타일리시한 시도가 돋보인다.


곡은 몽환적인 사운드가 높은 음역대에서 치고 나오는 보컬, 그리고 그와 함께 들어오는 비트, 베이스로 인해 분위기가 반전되며 시작한다. 보컬과 나란히 나오는 부분을 통해 곡을 환기시키는 베이스, 그리고 미니멀한 초반 구성에서 독특한 전자음색으로 치고 들어온 이후부터 곡의 백그라운드에서 몽글몽글한 사운드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신디사이저는 포인트 요소가 되어 마치 싱글의 커버처럼 시원하고도 더운 해변가를 연상하게 하는 듯하다. 전반적인 곡의 사운드가 주는 세련되고 트렌디한 느낌은 듣는 사람들에게 산뜻함을 주고 있다. 다만 Daniel Seavey만이 가진 무언가가 잘 드러나는 싱글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적당히 듣기 좋은 노래정도에 그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선공개로서의 의미는 충분한 듯하다. 앨범 타이틀 아래 발매된 유일한 곡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싱글이 앞으로 Daniel Seavey의 방향성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싱글의 타이틀이자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Second Wind’가 가지는 의미처럼 Daniel Seavey가 보여주는 새로운 음악적 색깔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이번 앨범이 가지는 방향성이 될 것인가, 하나의 시도로써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될 것인가.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바람이 어떻게 불어올까 유심히 지켜보는 일뿐이다.





"보이즈 투 맨이 2020년에 데뷔했다면"


5. No Guidnce - ‘Different 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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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 90년대 알앤비를 오마주하고 있는 No Guidnce의 새로운 싱글 ‘Different Ways’는 No Guidnce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발라드 곡이다. 이전까지의 힙합 비트와 끈적한 그루브는 넣어두고, 그동안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 했던 네 멤버의 보컬에 집중하기 위해 한 겨울 밤을 연상시키는 차분한 템포를 선보였다. 먹먹한 피아노 반주 위 '네가 없는 거실은 차가워' 같은 뻔한 이별 가사를 시작으로 의도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전달한 뒤, 코러스부터 본격적으로 킥이 들어오며 점진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구조이다. 여기에 리버브 기타의 라인이 더해져 공허함을 극대화시키고 씁쓸한 엔딩으로 마무리한다. 2020년대에 보이즈 투 맨이 데뷔했다면 이런 느낌일까? 현대 알앤비 보이그룹의 방식은 90년대의 녹진함은 덜고, 절제된 트랙 위로 섬세한 음색과 매끄럽게 오르내리는 멜리즈마 창법을 돋보이게 하는 식이었다. 나머지 멤버들의 코러스 또한 리드 싱어의 음색이 돋보이도록 뒷받침해줄 뿐,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감정을 폭발시키며 애드리브 대결을 펼쳤던 90년대 스타일과 달리, 틱톡시대의 알앤비 그룹 스타일은 한마디로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절제하고 치고 빠지며 스트리밍하기 좋도록 곡을 최대한 다듬어 내는 것이었다.


젠지 알앤비 보컬 그룹의 면모는 패스트 뮤직 시대에 발맞춘 활동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보이즈 투 맨의 귀환이라며 알앤비 팬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았던 데뷔곡 ‘Is It A Crime?’이 발매된 지 벌써 2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도 이를 넘어서는 앨범을 내지 않고 싱글 단위로만 곡을 발표하며 팬들의 감질맛만 돋구는 것이다. 90년대 감성을 계승해서 당시 감성에 목말라 있던 리스너들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한건 기민했지만 앨범마다 12곡을 두둑이 수록해 팬들에게 선사한 90년대 아티스트의 인심을 본받지는 않았다. 묵직한 모타운 소울을 요즘 스타일에 맞추어 깔끔하게 재단해 보여주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당시의 낭만을 사랑하는 팬을 사로잡는 것은 조금 촌스럽더라도 올드스쿨의 방식을 재현해 주는 것이 아닐까. 2020년대의 사운드와 1990년대의 구식이 적절히 어우러진 '앨범'으로 No Guidnce를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프로듀서와 싱어송라이터, 그 사이 어딘가의 새로운 방법론"


6. quickly, quickly - ‘E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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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 quickly, quickly는 발매하는 앨범마다 각기 다른 장르에 그의 정체성을 불어넣어 quickly, quickly만의 사운드 체계를 구축했다. 일렉트로니카, 힙합과 같이 비트의 성향이 짙은 장르에 샘플링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연주 및 사운드 디자인을 하여 퓨전 재즈 연주곡처럼 화려하지만 듣는 사람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는 그만의 장르를 만들었다. ‘Enything’은 quickly, quickly의 새로운 장르적 방향성과 그가 지금껏 구축해 온 사운드 체계가 모두 나타나는 음악이다. 지금까지 quickly, quickly는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편곡적으로 매력적인 음악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Enything’은 그의 프로듀서로서의 강점을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관점과 합치하면서 새로운 얼터너티브 베드룸팝으로 탄생했다.


디튠 된 일렉기타 리프, 마칭 밴드를 연상되게 하는 4 on the snare 리듬을 통해 벌스를 시작한다. 그 후 코러스 파트에서 사운드들이 빠지고 바뀐 드럼 리듬이 곡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보컬 멜로디를 진성으로 활용하던 벌스와 대조되는 가성의 활용. 그 빈틈 사이사이를 채워주는 드론 사운드와 피아노 코드 컴핑 등이 등장하며 매 순간순간마다 각기 다른 사운드가 등장해 리스너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코러스가 끝나면 일렉 기타 리프가 또 다르게 변조된 드럼리듬과 합쳐지면서 폭발적으로 연주된다. 2절 벌스가 끝나면 사람들은 당연히 코러스 파트를 기대하게 되는데 이때 브레이크를 주면서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quickly, quickly는 위처럼 편곡적인 부분에서의 변화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비트 메이커의 방법론을 가져와 팝과 결합하여 모듈 형식의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생기는 특이점이다. ‘Enything’도 하나의 기타 리프가 힙합 비트의 샘플처럼 곡 전체를 관통하기에 지루할 수 있지만 편곡적인 변화 요소를 적재적소에 넣으며 지루함을 지운다. 글로만 보면 번잡한 음악이라고 느껴 선뜻 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이 이 모든 사운드 변화를 의도적으로 이끌고 정리하여 오히려 더 정갈하고 짜임새 있게 만들고 있다. 위와 같은 방법론이 앞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갈 인디 아티스트들에게 각자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낼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르망', '유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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