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T7, 용용, 이바다, Alessia Cara, FKA twigs 외
쑴 : 아이돌 팀이 계약 종료 후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소속사 없이 다시 뭉쳐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OT7은 [WINTER HEPTAGON]으로 두 번째 자체 제작 EP를 선보였다. 멤버 대다수가 작사·작곡을 하며, 솔로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를 구축해 온 만큼, 이번 앨범에서도 멤버 개개인의 개성이 강하게 묻어난다. 하지만 이로 인해 GOT7만의 고유한 색과 융화가 부족한 느낌이다.
각 트랙마다 멤버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데, ‘SMOOTH’는 묵직한 베이스와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가 강조된 트랙으로 그루비한 리듬과 로우톤 보컬이 듣는 순간 바로 잭슨의 ‘Blow’나 ‘LMLY’가 생각나게 한다. ‘기억할거야’는 유겸의 R&B 감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부드러운 피아노 코드 진행과 미니멀한 비트 위에 특유의 감성적인 보컬이 유겸의 ‘All About U’가 연상된다. 타이틀곡 ‘PYTHON’은 단연 뱀뱀의 스타일이 강하게 반영된 곡으로, 무거운 베이스라인과 반복적인 트랩 비트가 특징적이다. 특히 후렴구에서 강한 신디사이저 리프와 비트 드롭이 뱀뱀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문제는 ‘PYTHON’이 뱀뱀의 색채가 강할 뿐 아니라, 곡 자체의 구성이 아쉽다는 것이다. 2019년 스타일의 트랩 비트와 나른한 전개는 올드하며 곡 전반의 흐름이 단조롭고 전형적이다. GOT7의 보컬적 매력을 담기에도, 에너지를 보여주기에도 참으로 아쉬운 타이틀이다.
GOT7의 음악적 색깔을 떠올리면, ‘딱 좋아’, ‘A’, ‘Lullaby’, ‘하지하지마’ 같은 밝고 장난기 있는 곡, 혹은 ‘니가 하면’ 같은 감성적인 보컬 중심의 음악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룹의 음악 색이 계속 같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려 했다면 그 변화가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말 그대로 좋은 음악이어야 했을 것이다. 적어도 GOT7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팀의 정체성을 녹여낸 완전체 컴백이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전작 ‘NANANA’는 친숙한 멜로디와 에너제틱한 퍼포먼스가 결합되며, 그룹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사운드를 유지했기에 GOT7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룹이 다시 뭉쳤다는 사실 자체에만 의미를 둘 수밖에 없는 앨범이지 않을까.
635 : 락 사운드를 기반으로 힙합과 팝, EMO 등 다양한 무드를 얹어 특유의 '우타이테 힙합' 스타일을 고수하던 용용. 그 우타이테 힙합도 정규 1집 [mYmY]까지였던가, 차기작인 ‘서울소녀 ♪’에서 노브레인 이성우의 피처링에 힘입어 펑크 록을 보이더니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펑크와 메탈을 접목한 트랙과 앨범을 주로 보일 것이다'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정말 변화의 준비가 되었는지 3개월 만에 또다시 발매한 ‘Recall’,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니 메탈을 기대했지만 힙합 아티스트와 함께한 팝 록 싱잉 랩이 두 트랙 있을 뿐이었다.
아, 그렇다면 ‘Loser, Game Over, You're the Champion’는 메탈을 보일 차례인가? 아니면 다시 펑크 베이스의 음악을 보일까. 먼저 보이는 앨범 커버가 한껏 펑키 해진 느낌이라 펑크의 본편을 기대했건만 그건 아니었다. 원어스의 이도와 함께했지만, R&B가 가미됐을 뿐 이전과 같은 팝 록 장르의 트랙이다. 굳이 포인트를 잡아보자면, 남녀 두 보컬이 한 곡 안에서 두 명의 화자가 되었으며 이 형식은 서로 다른 목소리가 같은 감정선으로 치솟을 때 곡의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주었다. 여기까지다. 곡 구조는 너무 단조로운 반복이고, 일종의 '극락 파트', '킥'이라고 할 것도 없다. 듣다 보면 오히려 기교만 많아 보이기도 한다. 곡이 메리트가 없는 느낌이다. 이미 이런 감성의 R&B, 팝은 대중적으로 판을 치고 있고, 그중에서 'Loser'를 찾아서 들을까 과연.
'우타이테 힙합'을 주로 하던 용용이 '이제는 펑크와 메탈 위주로 해보겠다'라 한 것까지, 이 과정을 모두 알고 보았을 때 본 곡 'Loser'가 주는 의의가 뭔지 모르겠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잘한다'보다 '힙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던 그녀이다. 솔직하게 잘하지도 힙하지도 못한 것 같다. 단순히 '아껴두었던 곡이고 함께 꿈을 키우던 이도와 함께 완성했다'라는 이유 그 정도인 것 같다. 한 곡 한 곡이 의미를 두어 만들고 발매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성장 없이 도돌이표를 찍는 것은 아티스트가 커리어를 쌓아나감에 있어서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만들 수 있다. 7년이 넘는 활동을 한 용용이 더 이상 넓고 얕은 음악보다는 조금은 좁은 장르 폭이더라도 색을 갖추어 나가기를 바라본다.
Noey : 이바다는 R&B를 기반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와 감성 짙은 보컬로 주목을 받아왔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중음역대에서 애절한 톤을 유지하면서, 후렴구나 브릿지에서 악기에 레이어를 더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편곡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조는 첫 정규 앨범 [THE OCEAN]부터, ‘지구에서 금성까지’, ‘FLOWER’과 같은 싱글과 EP 전반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며, '이바다표'라고 불릴 만큼 확고한 정체성을 구축했다.
이번 싱글 ‘지옥(地獄)’은 얼터너티브 록의 거친 질감을 도입해 기존 R&B 중심의 사운드보다 한층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옥 같은 사랑'이라는 테마에 맞춰 애절하면서도 극적인 보컬 어프로치를 시도했고, 후렴부에서는 기타 솔로가 짧게 들어가 곡의 극적인 면을 더욱 살렸다. 일본어 버전을 동시에 공개해 글로벌 무대를 의식한 행보를 드러낸 점 역시 눈에 띈다. 곡 자체로만 보면 애절한 보컬과 록 사운드의 조합이 흥미롭고, 후반부의 폭발적인 전개가 이바다 특유의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살려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시도다.
하지만 그녀의 커리어에 있어서 '새롭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다'고 단정 짓기는 이르다. 분명 얼터너티브 록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에서 이전 곡들과는 결이 달라진 부분이 있지만, 전개 방식이나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은 여전히 '이바다표 공식'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하게 흘러가는 탓에 자기복제의 느낌을 완전히 지우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록 사운드로 장르의 폭을 넓히려 한 시도 자체와, 해외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은 향후 이바다의 커리어 전개에 유의미한 지점으로 남을 듯하다. 결국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한층 과감한 변화가 뒤따를 때, 더 넓은 지평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Noey : 끊임없이 등장하는 신예 아티스트와 급변하는 유행 속에서도,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자신만의 서사를 구축하는 이들이 결국 시선을 사로잡는다. Alessia Cara는 데뷔 초 파워풀한 가창에 주력하던 모습에서 점차 그 무게를 덜어내며, 꾸준히 자신만의 감성과 메시지를 정제해 왔다. 그런 그녀가 4년 만에 발표할 네 번째 정규 앨범 [Love & Hyperbole]의 세 번째 선공개 싱글로 ‘Slow Motion’을 내놓았다. 앞서 무거운 감정선을 담은 ‘Dead Man’과 밝은 팝 록 색채의 ‘(Isn't It) Obvious’에 이어, 이번 곡은 제목처럼 느리고 깊이 파고드는 R&B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곡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묵직한 베이스와 나긋한 스네어가 빚어내는 차분한 그루브다. 이어 들려오는 전개는 팝의 익숙한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되,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낸 사운드 디자인과 편곡으로 과하거나 느슨해지지 않는 세련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균형은 Alessia Cara의 보컬과 가사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물론 앞선 두 싱글이 서로 다른 결을 보여주어 대조를 이루었던 터라, ‘Slow Motion’에서 더욱 뚜렷한 변화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이번 트랙이 다소 잔잔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삶을 있는 그대로 음악에 담고 싶다"는 Alessia Cara의 포부가 곡 전반의 솔직한 가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만큼, 보컬리스트이자 송 라이터로서 꾸준히 성장해 온 그녀의 면모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Slow Motion’은 앞선 두 싱글과 또 다른 결을 지니지만, 날것의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려는 그녀의 일관된 음악적 지향이 드러나는 트랙이다. 그녀가 데뷔 이후 쌓아온 커리어를 돌아보면 어느 특정 장르에 안주하기보다는 팝과 R&B, 어쿠스틱 등 다양한 영역을 거치며 자신만의 서사를 꾸준히 쌓아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향후 정규 앨범에서도 임팩트보다는 깊은 공감을 유도하는 트랙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쑴 : FKA twigs(이하 트위그스)는 늘 예상 밖의 길을 걸어온 아티스트다. 전위적이고 독창적인 미학과 음악 세계를 구축해 온 그녀가 이번에는 레이브 문화에서 답을 찾은 듯하다. 정규 단위로는 5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는 테크노, 트랜스, DNB, 트립 합 등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한 클럽 팝 사운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앨범의 중심에는 'EUSEXUA'라는 개념이 자리하는데, 트위그스는 'EUSEXUA'를 시공간의 감각이 사라지고 신체적, 감각적으로 깊이 빠져드는 초월적인 상태라고 정의한다. 그녀는 이번 앨범을 통해 "깊지만 슬프지 않은 음악"을 만들겠다고 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선택이 바로 테크노인 것이다. 테크노 특유의 반복성과 에너지는 감정을 과하게 끌어올리지 않으면서도,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데 탁월하지 않은가. 이는 단순한 장르적 선택이 아니라, 레이브 씬에서 느낄 수 있는 몰입과 해방의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테크노와 트랜스의 강렬한 에너지를 활용한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이전 앨범들과의 차이점으론, [MAGDALENE]이 감정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아트팝의 정수를 담아냈고, [CAPRISONGS]은 보다 가볍고 유연한 형태로 대중성과 접근성을 고려했다면, [EUSEXUA]는 신체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음악이라 볼 수 있다. 감정과 서사 중심이었던 이전 앨범들과 달리, 이번에는 사운드가 곧 메시지가 되며, 댄스 플로어의 에너지를 활용해 몰입의 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오히려 이번 앨범은 데뷔 초 [EP1]이나 왜곡된 보컬과 실험적인 사운드의 정규 1집 [LP1]과 더 닮아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방식은 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다. ‘Eusexua’는 유로댄스와 개러지, 트랜스를 섞어 몰입감을 극대화하며, ‘Striptease’는 몽환적인 패드와 가벼운 신디사이저로 시작해 마지막 순간에 갑작스럽게 저지 클럽으로 전환되며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보여준다. ‘Drums of Death’는 강한 타악기와 묵직한 킥을 활용해 긴장감을 구현하며, ‘Girls Feels Good’은 끈적한 테크노 라인과 트립 합 스타일의 드럼이 관능적이고 쾌락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과거의 작품이 여백과 공간감을 활용한 절제된 전자음악이었다면, [EUSEXUA]는 보다 직접적인 사운드 배치와 리듬의 쾌락을 강조하며 본능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기에 본질적인 방향이 다른 것이다.
음악적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결국 [EUSEXUA]의 핵심은 트위그스가 추구한 '몰입과 해방의 순간'을 어떻게 구현했느냐에 있다. 이 앨범은 메시지, 미학적 프로덕션, 그리고 음악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실험적인 사운드 속에서도 즉각적인 감각적 경험을 유도하는 방식이야말로, [EUSEXUA]가 기존의 클럽 음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전 작품들만큼 충격적이거나 실험적이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런 접근이 더 많은 이들이 몰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선택이 아닐까. 각 트랙은 응집력이 약한 듯 흩어진 조각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녀가 전달하려는 '절정의 순간'을 온전히 체감하게 만든다. 아방가르드한 감각과 전자음악의 물성이 충돌하면서도, 이를 완벽한 조화로 완성해 낸 수작이다.
635 : 이제 마흔 즈음을 지나가는 그이지만 그의 음악, 혹은 정신은 이미 귀농을 준비하는 어르신에 마음에 도달한 걸까. 헤드레어스의 음악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컨트리풍, 포크 록이 차기작의 선공개 곡으로 등장했다. 간단히, Perfume Genius로서의 1집 [Learning], 가장 최근의 [Ugly Season], 혹은 그 사이의 무엇과도 이번 곡은 다른 결이다. 그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메시지를 풀어나간 방법과 이번 곡은 사뭇 다르다. 그의 음악은 공간감을 주는 건반 소리, 혹은 미니멀한 기타가 그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가 상당수이다. 물론 풍성한 사운드의 아트 팝 혹은 사이키델릭 팝 등도 곳곳에 자리해 있다. 하지만 공간감과는 거리가 먼 컨트리 풍의 이번 곡은 꽤나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 이미 미니멀한 사운드의 중심에서 본인만의 목소리를 완벽히 내는 Perfume Genius이기에.
본 곡, ‘It's Mirror’는 비교적 리드미컬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로 시작되어 곧장 느긋한 컨트리의 향을 풍긴다. 곡의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는 세션의 텐션이 오르내리며 자칫 지루해질 뻔했던 걸 막아주기도 한다. 이때 꿋꿋이 곡을 지켜주는 게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Perfume Genius의 목소리다. 떨림이 큰,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보컬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외려 우아함과 견고함이 보이는 여유가 느껴지는 노련한 보이스다.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서 신선하다 느꼈지만 핵심은 같은듯싶다. 이 역시 Perfume Genius의 다소 개인적이고 진실된 가사를 부르기에 더 큰 진정성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한층 달라진 분위기, ‘it's Mirror’는 장르에 대한 의문을 지우고 또 다른 의문을 가져왔다. 그동안 헤드레어스의 선공개 곡은 각 앨범을 관통할 만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Glory]의 선공개 곡으로 나온 본 곡은 어떤 의미일까. 또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컨트리향의 포크 록이라는 새로움과 함께 내보였을까. 한두 달의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물음이다. 헤드레어스, Perfume Genius의 "Glory"는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 '쑴', '635'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