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5년 1월 4주)

KickFlip, 기리보이, 민니, Celeste 외

by 고멘트

"시작은 힘을 빼고 가볍게 날려보는 킥!"


1. KickFlip(킥플립) - [Flip it, Kick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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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베트 : JYP에서 신인 남자 아이돌을 데뷔시키며 5세대 남자 아이돌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데이식스,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등 JYP를 대표하는 올드 IP들이 글로벌한 활약을 펼쳤지만, 세대교체를 이룰 저연차 아티스트는 타사에 비해 부진했었다. 스트레이키즈 이후 7년 만에 나온 JYP 신인 남자 아이돌은 이러한 고심이 느껴지듯 팀명부터 콘셉트까지 '젠지(GenZ) 트렌드' 그 자체였다. 통통 튀는 힙한 사운드와 재치 있고 패기 넘치는 콘셉트에는 JYP 고유의 감성은 찾아볼 수 없었고 5세대 신인으로서 무난한 스타트를 끊으려는 듯 보였다.


킥플립의 첫 번째 앨범 [Flip it, Kick it!]은 중독성 있는 후크를 중심으로 힙한 비트와 독특한 사운드가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스무스하게 받쳐준다. 심플한 비트 위 묵직한 한 방이 있는 탑라인을 지향해 온 기존 JYP 스타일과 궤를 달리하는, 다양한 사운드 구성과 가벼운 탑라인이 특징이다. 뮤직비디오 선공개 프로모션을 진행한 ‘응 그래’는 물방울이 터지는 사운드가 특징인 미니멀한 힙합 곡으로, B급 병맛 감성의 제목과 가사로 이목을 끌었다. 타이틀곡 ‘Mama Said (뭐가 되려고?)’는 '엄마의 잔소리와 반항'이라는 남자 아이돌의 고유 명사 격 콘셉트를 후킹한 떼창과 빠르고 경쾌한 비트 위에 유려하게 풀어냈다. 또한 묵직한 비트와 금속적인 질감의 사운드가 특징인 수록곡 ‘Knock Knock’, 펑키한 올드 스쿨 힙합 곡 ‘Like A Monster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고 있다.


힘 있는 보컬과 단조로운 멜로디를 특징으로 하는 JYP 고유 감성을 비튼 킥플립의 사운드는 세련되고 다채로웠으나, 어느 누구 하나 두드러지는 멤버가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가수로서의 기본기를 유달리 강조하는 JYP답게 데뷔 앨범인데도 멤버들이 작사에 참여했다는 특이점이 존재했다. 그러나 자체제작, 실력파 키워드는 너무나 많이 쓰여 닳고 닳은 수식어고, 스트릿 힙합이라는 장르적 특징만으로 수많은 틴프레쉬, 힙합 그룹 중 하나 그 이상으로 돋보이긴 어려울 것이다. 스케이트보드 회전 기술을 의미하는 '킥플립'이라는 팀명답게 남다른 스트릿 힙합을 보여줄 '킥'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넌 왜 항상 찌질 갬성이야?"


2. 기리보이 - [Pt.1 : 넌 왜 항상 이런 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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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 한결같은 기리보이. 타이틀 곡 ‘사랑인 것 같은데’는 그의 초창기 시절 ‘호구’ 느낌이 물씬 나는 곡으로 특유의 찌질미를 미니멀한 비트 위에 툭툭 뱉어 냈다. 타이틀 곡의 "네 입을 꼬매고 싶네"와 ‘니가나가’에서의 커플이 싸우고 난 후 "이따가 요 앞에 새로 생긴 떡볶이집 들려서 사 올게"와 같은 현실적이기도 하면서 재치 있는 가사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기리보이의 이런 일관성 있는 찌질한 무드와 가사를 보면 그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런 면에서 기리보이만의 찌질한 감성과 진솔함을 좋아하는 팬층에게는 이번 앨범이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의 곡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수록곡 ‘니가나가’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트랙을 보면 타이틀 곡 ‘사랑인 것 같은데’와 싱잉랩 스타일, 미니멀한 무드 모두 비슷하게 들려 곡 구성이 다채롭다는 느낌은 다소 부족한 듯하다. 지난 정규 10집 [소설 쓰고 자빠졌네]에 이어 오랜만에 돌아온 정규 앨범인만큼 새로운 시도나 색다른 스토리텔링을 담아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 지 궁금해지는 첫 질문."


3. 민니 ((여자)아이들) -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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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트 : 때론 몽환적이기도 때론 맑기도 한 민니의 음색은 정반대의 감상이 조합되어 오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공교롭게도 음색에서의 양면성은 캐릭터의 양면성으로도 확장된다. 성숙하고 몽환적인 음색을 닮은 도도하고 (여자)아이들의 컨셉과 같은 이미지와, 맑은 톤과 어우러지는 무대 뒤에서의 순수하고 귀여운 이미지. 웃을 때와 무표정일 때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만큼 비주얼적으로도 양가적인 모습이 공존한다. 타이틀곡에서부터 다양한 이미지에 대해 얘기하는 민니의 첫 솔로 앨범에서 무기로 삼고자 하는 점은 이러한 다채로운 캐릭터이다.


다채로운 이미지를 앨범에 담기 위해 음색의 활용법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한 노력이 보였다. 도도한 PB R&B 스타일에 맞춰 R&B적인 창법을 적용한 1번 트랙 ‘Blind Eyes Red’는 뻔한 The Weeknd 느낌의 트랙이지만, 민니의 맑은 음색이 얹어지며 생긴 천진난만함이 재밌는 감상을 남겼다. 유라와 안지영을 닮은 목소리가 담긴 ‘Cherry Sky’, ‘익숙해 (It’s Okay)’ 또한 그룹에서의 스타일을 떠나 민니가 가진 음색의 다재다능함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자화상과 전시회를 키워드로 풀어나간 프로모션과 비주얼 컨셉 또한 기존 (여자)아이들의 컨셉에 민니의 음색이 주는 몽환적인 느낌을 더해 민니스럽게 재구성했다. 그로테스크한 질감의 ‘Blind Eyes Red’ 뮤직비디오와 사랑스럽고 차가운 두 캐릭터의 대비가 직관적으로 보이는 타이틀 곡 ‘HER’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도발적이지만 분명 (여자)아이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느낌이다.


다만, 이 다양한 캐릭터를 담는다는 컨셉이 뻔하게 풀어내진 점이 아쉬웠다. 갑자기 일상을 탈출하는 ‘Drive U Crazy’와 ‘Cherry Sky’의 '상대를 유혹하는 자신감'과 같이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지는 수록곡들의 뻔한 주제는 앨범의 주제와 겉돌며 메인 컨셉을 강화해 주지 못했다. 함께하는 순간이 영원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Valentine’s Dream’은 여느 앨범의 팬송에서 볼 수 있는 내용과 차분한 발라드의 조합이었으며, 이러한 정형화된 수록곡 구성은 민니의 매력을 보이고자 한 앨범의 목적을 흐렸다. 이번 앨범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음색으로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었다는 점뿐이다. 그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진 못했지만, 적어도 어떤 선택지가 존재하는지와 이를 어떤 목소리로 풀어낼지를 보여준 점에서는 적절한 첫 솔로앨범으로 보인다.





"고요히 침잠하는 음악의 의미"


4. Celeste - ‘Everyday’

샤베트 : Billie Eilish의 영향력으로 다크 팝이 대중의 큰 호응을 받으며, girli, Talia Stewart 등 어두운 정서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해 왔다. 그중 영국 싱어송라이터 Celeste는 서늘하고 우울한 다크 팝의 정수를 보여주는 아티스트다.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시작하여 21년 영국의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참여한 ost 사운드트랙이 아카데미와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그녀의 음악은 다양한 부문에서 음악적 성취와 찬사를 받고 있다.


진하고 허스키한 음색을 가진 Celeste의 보컬은 Sia가 연상되고 Amy Winehouse의 현현인 듯 재즈와 소울 장르의 대명사 같은 스타일이다. 이번 싱글 ‘Everyday’에서는 어둡고 몽환적인 Celeste 특유의 보컬 스타일이 극대화되었다. 조용히 깔리는 서늘한 일렉기타에 맞춰 '매일' 너와 함께하고 싶다는 뒤틀린 사랑과 집착을 내뱉는 목소리는 이펙터 효과가 입혀져 소용돌이치는 불안한 정서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또한 Celeste는 매번 강렬한 스토리와 연출이 담긴 뮤직 비디오를 통해 음반의 정체성을 완성시키는 종합예술의 스타일이 강한 아티스트다. 발레복을 입고 블랙스완을 분장한 Celeste의 모습을 담은 뮤직 비디오는 기괴한 미소와 깨지는듯한 화면 효과로 인해 노래에 음침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사운드가 단출할수록 짙은 호소력을 내는 Celeste 보컬의 강점이 잘 담겼다. 묘하게 힘이 빠진 보컬 속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텐션과 미세한 호흡의 떨림까지 음원은 입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트렌드를 추종하는 지금의 음악 시장에서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고수하는 소신 자체가 이번 앨범의 의의라고 말하고 싶다.





"맥 밀러의 삶과 죽음을 잇는 앨범"


5. Mac Miller - [Balloone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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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 맥 밀러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사후에 공개된 앨범 [Balloonerism]은 그가 생전에 탐구했던 음악적 실험과 내면의 고민이 고스란히 보이는 앨범이기에 그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Balloonerism]은 익스페리멘탈하고 싸이키델릭한 트랙들뿐만 아니라 재즈 힙합, 어쿠스틱 힙합 등 실험적이지만 균형적인 트랙 구성이 돋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곡으로는 SZA가 피처링한 ‘DJ’s Chord Organ’이다. 단순한 B플렛 코드를 시작으로 화음을 층층이 쌓아가며 싸이키델릭하고 실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SZA의 보컬이 클러스터적인 코드와 어우러져 더욱 몽환적으로 들리기도 하다. 또한, 선공개 곡이었던 ‘5 Dollar Pony Rides’는 힙합, 재즈, 네오 소울이 결합된 재즈 힙합 스타일로, 부드러운 감성을 자아낸다. 이전 ‘The Divine Feminine’과 비슷한 느낌으로 따뜻한 브라스와 드럼 사운드로 섬세하고 감성적인 무드를 주는 이 곡은 특히 베이스 라인이 전반적으로 곡을 리드하고, 맥 밀러의 부드러운 플로우가 재지한 비트 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그의 천재적인 감각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듯하다. 수록곡 ‘Funny Papers’는 어쿠스틱 힙합 스타일의 곡으로 클래식 피아노와 서정적인 신디 사운드, 싱잉랩으로 실험적인 트랙들 사이에서 쉬어가는 느낌을 준다.


맥 밀러는 음악뿐만 아니라 깊은 자아성찰이 담긴 가사로도 리스너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지막 트랙 ‘Tomorrow will never know’의 가사 중 "See, living and dying are one and the same"을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고찰해 온 맥 밀러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이 곡을 비롯한 앨범 전반에서 그는 삶, 사랑, 철학적인 메시지와 자신의 고뇌를 진솔하게 자신의 음악에 녹여낸다. 생전 그의 음악이 독보적인 사운드를 넘어 깊은 내면의 고찰을 담아냈듯, 그의 내면을 가장 잘 투영해 삶과 죽음을 수평선처럼 잇는 앨범이 아닌가 싶다. R.I.P. Mac Miller.





"클럽 장인이 말아주는 심도 깊은 간접 경험."


6. Rose Gray - [Louder,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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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트 :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레이빙 컬쳐가 작년 한 해 큰 영향을 주었다. 동런던의 클럽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Rose Gray는 이번 앨범에 그 문화 자체를 다방면으로 담아냈다. 어쿠스틱한 싱글로 커리어를 시작한 Rose Gray의 음악은 마치 클럽 문화에 감염된 듯 점점 댄서블해지고 EDM의 색채가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의 클럽 생활에 대한 정립을 끝낸 듯한 이번 앨범은 마치 어젯밤 클럽에서 나오던 기계적인 EDM 속에 그 노래를 듣고 있는 클러버의 삶을 녹여냈다.


각 트랙은 레트로한 하우스, 초창기의 레이디 가가 스타일의 곡 등으로 댄스음악의 향수를 담기도 하며, 드럼 앤 베이스 등을 통해 현재 클럽의 모습을 담기도 한다. 송폼도 그렇고 특별할 점 없는 트랙들은 가사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담아내며 특이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평범한 드럼 앤 베이스의 속도감으로 연애에서의 주도권에 대한 경쟁구도가 주는 긴장감을 표현한 ‘First’처럼 곡의 일차적인 느낌이 가사로 표현된다. 가사에서의 큰 주제는 클럽에서의 쾌락주의, 그리고 그 안에서의 개인적인 사랑 두 가지가 번갈아 제시된다. 이 가사들에 맞춰 적절하게 가미되고 조합되는 사운드, 멜로디 라인 등이 클럽 안의 사람의 표정까지 묘사하며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미지근한 사운드와 무심하게 반복되는 가사로 단순하게 시작한 관계를 제시한 ‘Party People’ 이후 롱디가 된 그 관계의 씁쓸함이 후렴 신스와 보컬의 대비감으로 표현된 ‘Switch’로 이어지는 앨범의 중반부는 이전까지 이어지던 하우스 리듬에 목을 까딱거리다가도 머리가 띵해지게 만든다.


Rose Gray는 이 앨범이 클럽에서도 출퇴근길에도 듣기 손색없기를 바란다고 인터뷰했다. 그 바람대로 이 앨범은 얕은 감상으로 듣기에도 흥겨운 캐치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깊게 감상할수록 노래와 공감할 수 있다. '클럽 화장실에서 나눌 법한 대화를 담았다'는 스스로의 평가가 정확하게 이 앨범을 표현한다. 영국에 가본 적도 클럽에 가본 적도 없지만, 앨범을 들으면서 그 안에서의 열기와 공허함까지 세세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본인의 삶과도 같은 클럽의 분위기로 삶 속에서의 생각까지도 공감각적으로 전달한 이 앨범은 이러한 간접경험 덕분에 더 특별하게 남을 것 같다.





※ '샤베트', '키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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