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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RAGON, 지금도 천재 맞나요?

[Übermensch]가 보여준 GD의 음악적 현위치

by 고멘트




8년 만에 화려하게 컴백한 G-DRAGON(이하 GD)은 음원차트 1위, 콘서트 매진 등 누구보다 큰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음악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는 듯하다. 천재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GD지만 사실 그의 음악에 관한 논란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Heartbreaker’와 Kanye West의 [808s &Heartbreak] 간의 유사성은 곡 제목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GD 본인이 언급했을 정도로 저명한 사실이다. 자유분방하고 친근한 힙합 그룹의 느낌이 강했던 빅뱅과 구분되는 간지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위해 [808s &Heartbreak]의 다크한 분위기와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을 레퍼런스 삼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또한 빅뱅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 또한 초반에는 시부야계 장르의 아련한 감성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거짓말’은 FreeTEMPO의 ‘Sky High’와 상당히 유사하여 표절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으며, ‘하루하루’는 아예 DAISHI DANCE가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더욱 시부야계 색채가 강해졌었다.



FreeTEMPO - 'Sky High'. 표절이 아닌것으로 판명되었지만, 이 곡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레퍼런스와의 유사성이 과하게 짙다고 해서 GD라는 이름 앞에 ‘천재’라는 수식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레퍼런스 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자체가 요새는 거의 불가능하기도 하고, 그 당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 음악들을 대중적으로 만들어 국내로 들여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이렇다저렇다 해도 ‘Heartbreaker’는 오토튠과 함께 당시엔 생소했던 플로우의 싱잉 랩을 구사하며 힙합과 일렉트로 팝이 섞인 독창적인 사운드를 한국 대중에게 거의 최초로 선보인 곡임과 동시에, 케이팝 역사적으로 늘 회자될 최고의 솔로 데뷔곡이다. 또한 ‘크레용’은 국내에 트랩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각인시켰다고 평가받는 ILLIONAIRE RECORDS의 ‘연결고리’보다 무려 2년이나 먼저 트랩을 시도한 곡이다.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것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지만, 더욱 대단한 것은 이런 생소한 요소를 대중적으로 프로듀싱하여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GD는 멜로디 메이킹과 래핑으로도 높게 평가된다. ‘무제(無題) (Untitled, 2014)’는 탑라이너로서의 능력이 가장 잘 드러난 곡 중 하나이다. 오로지 피아노 한 대만으로 진행되어 보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성에서, 여느 발라드 아티스트처럼 흡입력 있지도, 소울 아티스트처럼 가창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보컬임에도 가장 많이 재생된 곡인 데엔(2025.03.09 스포티파이 누적 스트리밍 수 기준) 멜로디가 가진 힘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빅뱅이 데뷔한 2000년대 후반 즈음만 해도 굵고 파워풀한 발성으로 전달력 있게 뱉는 랩이 일반적이었다. 그 사이에서 잔뜩 들어간 ‘쪼’와 함께 굴려 발음하는 GD의 하이톤 래핑은 유니크 그 자체였다. 솔로 데뷔 이후 멜로디컬한 플로우와 재치 있는 가사로 본인만의 랩 스타일을 구축해나가 여러 국내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에게도 리스펙을 받았으며, 키드밀리, 빅나티, 언오피셜보이, 애쉬 아일랜드가 오마주한 것처럼, 국힙 래퍼들의 벌스 속에서 GD의 플로우를 찾는 일은 꽤나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8년 만에 돌아온 그는 여전히 천재적일까. 아쉽게도 [Übermensch]는 과거의 명성을 이어갈 앨범으로 들리진 않았다. 앨범명인 ‘Übermensch’는 철학자 니체가 삶의 목표로 제시한 인간상인 ‘초인’을 뜻하는 단어로, GD가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 한계를 극복한 초인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앨범은 새로운 시도는 고사하고 트렌디한 음악을 만들겠다는 의지 자체가 보이지 않고 그저 안전하게 과거의 GD를 기억하는 대중이 만족할 만한 음악을 들려주고자 했다고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선공개 곡이었던 ‘PO₩ER’와 'HOME SWEET HOME'은 그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고,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역할을 맡은 곡임을 안다. 그래서 2008년도의 릴 웨인이 떠오르는 올드한 진행과 유치한 멜로디, 가사의 반복도 참았고, ‘FANTASTIC BABY’나 ‘뱅뱅뱅’과 같은 결인 EDM 비트에 YG식 뽕짝 감성을 섞은 너무나 익숙한 사운드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전체 트랙은 그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 ‘DRAMA’는 ‘무제(無題) (Untitled, 2014)’의 연장선처럼 피아노와 보컬로 곡을 이끌어가는 미니멀한 구성이지만 ‘무제’만큼 멜로디가 매력적이지 않아 흡입력이 상당히 약했다. 거기다 중간에 중국어와 일본어 가사가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와 더더욱 몰입을 할 수가 없었다. 타이틀곡이자 훵키한 사운드가 좋았던 ‘TOO BAD’는 가장 올드하지 않고 듣기 좋았지만, 'Anderson .Paak - TOO BAD (feat. G-DRAGON)'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주객전도된 곡이었다. ‘TAKE ME’ 역시 무난하게 들을 만 했지만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도 충분히 어울릴 것 같은, GD의 특색이 느껴지지 않는 곡이었다. 후반부의 나일 로저스의 기타 솔로는 빠른 템포에 욱여 넣어져 리듬감 부족한 연주로 전락해버렸다. 이에 덧붙여 GD는 힘을 빼고 불러도 충분히 독특한 톤인데,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힘이 과하게 들어간 탓에 그의 톤이 가진 매력이 살지 못하였다. 특히 ‘DRAMA’와 ‘보나마나’ 같은 트랙은 미니멀한 연주로 보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보컬 퍼포밍이 너무 과하니 피로도가 높았다.



Anderson .Paak - 'Am I Wrong'. 'TOO BAD'에서 느껴지는 앤더슨팩 특유의 훵키함이 잘 드러난 트랙이다.




특히나 그는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 GD가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와는 다르게 현재의 케이팝 씬은 이미 장르적으로 너무 많이 열려있다. Lil Uzi Vert 등을 시작으로 최근까지도 자주 쓰이는 저지 클럽 비트는 뉴진스의 ‘Ditto’를 통해 국내 씬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몇 년 전 북미 일렉트로닉 씬의 부흥을 계기로 자주 쓰이고 있는 하우스도 RIIZE의 ‘Impossible’, aespa의 ‘Whiplash’ 등으로 이미 익숙한 장르가 되었다. 요즘의 케이팝은 누가누가 더 트렌디한 음악을 가져왔나, 더 핫한 인물과 협업했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의 것을 답습한, 심지어 그것이 10년 전에 멈춰있는 음악이라는 점과 현재 장르씬에서 두각을 보이는 프레시한 아티스트가 아닌 십여 년 전에 함께 했던 프로듀서들(CHOICE 37, Boys Noize)과 다시 작업하며 새로운 사운드를 찾지 않았다는 점이 그를 더욱 멈춰있게 한다.


MV를 통해 느껴지는 감성도 현재와 맞지 않는다. 점점 많은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그런 흐름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케이팝 산업 속에서, 2025년에도 변함없이 ‘얇은 옷을 입은 다수의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소수의 남자’, ‘차 옆에 기대어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와 같은 구도는 이제 너무 올드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가사 또한 그렇다. 케이팝에서 이성의 몸매를 칭찬하거나 선정적인 포인트를 겨냥한 가사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 보이그룹의 가사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이에 사과를 한 일이 벌써 2017년도의 일이다. 그리고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MBTI가 SEXY TYPE, 하니 내 색시나 해’와 같은 유치한 가사들은 진지한 감상의 방해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초인'을 결과가 아닌 삶의 태도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Übermensch]에서는 그것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자기 초극의 의지가 보인다고 하기에는 타이틀곡은 앤더슨 팩에게 의존하고 있고 크레딧엔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하며, 퍼포밍은 올드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GD 본인의 장점인 멜로디 메이킹, 프로듀싱, 래핑 능력 모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물론, 천재적이었던 과거의 모습처럼 트렌드를 이끌기는 커녕 유행과 동떨어져 옛날 얘기만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변화와 자극을 마주하는 현재, ‘초인’이라는 단어가 납득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뿐만 아니라 남들도 그것을 공감해야 한다.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경쟁 상대들과 비교해서도 본인의 능력과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케이팝 내에서도 음악적인 시도가 이전만큼 천재적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전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창작하려 해야 했다. 만약 GD가 트렌디한 해외 장르 음악을 가장 먼저 국내에서 시도했던 때처럼 십여 년 전부터 그가 즐겨 입는 젠더리스적인 패션을 음악에도 담아 퀴어 감성을 건드린 일렉트로닉 장르를 시도했다면? 레이지, 하이퍼 팝과 같은 힙한 사운드를 차용하여 대중적으로 만들어냈다면? 아직은 국내에 성공적으로 착륙하지 못한 컨트리를 GD의 힙합, 전자음악 사운드와 섞었다면? 2010년대에 유행했던 래칫 장르를 트렌디하게 풀어내 다시금 래칫 유행을 만든 켄드릭 라마처럼 이전 장르를 유지하되 새롭게 재해석했다면? 감상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Übermensch]는 GD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을지는 몰라도, 그가 ‘초인’에 도달했음을 증명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의 음악이 케이팝 역사에 미친 영향은 분명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의 음악 씬 속에서 다시금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티스트가 반드시 시대를 쫓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혁신과 도전이 없다면 그의 귀환은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는 데 그칠 것이다. 8년 만의 컴백이 단순한 회귀가 아닌 도약이 되기 위해, GD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음악적 비전을 다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by. V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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