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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 MY NAME 전에 WHO ARE WE 부터

SAY MY NAME (세이마이네임) – [My Name Is…]

by 고멘트

5세대의 빠른 등장 속 풍전등화, SAY MY NAME


아일릿을 필두로 메이딘, 리센느 등 작년 한 해 데뷔한 5세대 걸그룹들은 직전의 4세대 그룹들과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걸 크러시 흐름이 지나 나타난 5세대 그룹의 트렌드는 오랜만에 아이돌 시장에 자리 잡은 “청순, 청량”걸리시함. 점점 어려지는 데뷔 나이에 맞춰 5세대 그룹들은 하이틴 학생을 페르소나로 싱그럽고 발랄함을 보여주고 있다. SAY MY NAME(이하 세이마이네임)은 이러한 상황에 둥글둥글한 고양이 캐릭터와 ‘힘들어도 나 자신을 잃지 말자’라는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등장한 그룹이다.

사진1_티저 영상 썸네일.jpg SAY MY NAME Debut Trailor 영상 썸네일

세이마이네임의 데뷔 앨범 [SAY MY NAME]이 남긴 첫인상은 모호했다. 앨범 커버의 대문짝만한 회색 고양이가 뮤비에도 등장하고, 안무에서도 고양이를 표현하며 앙증맞은 모습을 그려 나가려나 싶었다. 정작 앨범의 메인 오브제는 뜬금없는 '물'로, 멤버 공개 당시 영상부터 세이마이네임의 이미지 메이킹에 사용된 고양이는 트로피컬한 분위기의 뮤직비디오에선 단순한 장식품이 되어 버렸다. 트랩 비트 위에 통통 튀는 신스 사운드가 얹어진 타이틀 곡 ‘WaveWay’ 또한 Weeekly의 ‘After School’, 오마이걸의 ‘Quest’와 같이 작곡가 라이언 전의 2020년쯤 작풍을 떠올리는 곡으로, 이들만의 음악적 유니크함을 보여주기엔 평범했다. 성장 스토리를 중심으로 나아가는 여타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멤버들이 파도가 모여 바다가 되듯 조화를 이룬다주제 또한 이들만의 정체성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즉, 데뷔 앨범은 밝은 색감이라는 광범위한 느낌 외엔 특색이 없어, 고유한 키워드를 빌드업하지 못했다. 세이마이네임이 그룹명처럼 이름을 불러 주길 바라는 이유, 그리고 쇼케이스에서의 소개처럼 그 이름 속 자아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 그 어느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아일릿과 같이 걸리시한 스타일을 먼저 선점했든, 리센느처럼 어쨌든 적극적인 프로모션으로 한 곡이라도 대중들에게 남겼든, 동 세대의 그룹들은 점점 자신들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세이마이네임은 히토미의 재데뷔, 김재중의 걸그룹과 같은 점 외에는 독보적인 특색을 갖추진 못했으며, 언급한 점들도 그룹의 캐릭터를 만들어줬는지는 의문이다. 이제 막 데뷔한 그룹인 만큼 아직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점차 포화되어 갈 5세대 시장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점을 빨리 잡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한 곳으로 어우러지지 않는 [My Name Is…]의 구성요소

SAY MY NAME - 'ShaLala' M/V

[My Name Is…]타이틀 곡 ‘ShaLala’는 차분한 시티팝으로 시작해 2절에서 뉴 잭 스윙을 곁들인 곡으로, 이 두 장르가 매우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세이마이네임만의 구별 포인트를 넣어보려는 시도가 보였다. 장르에 맞춰 1절에서는 산뜻한 보컬로, 2절은 시작하자마자 강한 발성을 가진 카니의 랩으로 절을 구성했으며, 안무도 1절은 히토미를 위시해 발랄하게 구성한 후 2절에서는 성숙한 카니를 전면에 세우며 박력 있게 퍼포먼스를 이어 나가며 1, 2절을 멤버 별 스타일을 통해 구분해 반전을 제공했다. 멤버의 특징을 넣어 마냥 소녀다움만 강조한 무색무취한 곡이 되지 않게 변주를 주었기에 기억에 남을만한 포인트를 제공한 것이다.


장르에서 볼 수 있듯, 이 곡의 시대감은 일본의 Y2K. 작년 뉴진스의 싱글(차분한 시티팝 – ‘Bubble Gum’/뉴 잭 스윙 – ‘Supernatural’)처럼 뉴진스가 지향하는 음악 스타일과 겹치긴 하지만, 세이마이네임은 뉴진스의 중성적인 힙함을 배제하고 소녀답고 사랑스러움을 담았다. 가사에서도 감성적이고 부끄럼 많은 소녀의 모습을 그려내며 입에 감기는 것보다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일본풍 Y2K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뉴진스 외에 별다른 대체재가 없던 상황에 ‘ShaLala’를 통해 발랄한 소녀의 일본풍 Y2K를 독자적인 영역을 제시하여 뉴진스의 여집합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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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뮤직비디오와 코디에서는 타이틀곡이 차별점을 제시하려 했던 것처럼 개성을 주지 못한 채 뻔하게 접근했다. 뮤직비디오의 메인 코디는 보자마자 QWER의 무대 복장인 굵은 하늘색 선이 들어간 흰색 체육복이 떠올랐다. 다른 코디의 팔토시와 털 비니 같은 Y2K 아이템 또한 그룹의 상징을 담은 특별한 점이 더해지진 못했다. 이와 같은 코디로 교실과 인조 잔디 운동장을 배경으로 퍼포먼스 신을 넣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는 장면은 학교를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구성한다고 하면 이제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는 구성이다. 작년 초 투어스, 아일릿 등의 많은 그룹들이 선보인 후 많은 그룹이 답습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쉽게도 이번의 코디와 뮤직비디오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무리 하이틴 무드가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짧은 시간에 대중들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된 만큼, 그룹을 인식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되기에는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아예 다른 접근을 하거나 그룹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기억에 남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본질적으로 "이러한 구성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어떤 통일된 이미지를 제공하느냐"이다. 노래는 일본의 Y2K에 소녀스러운 접근을 더했고, 뮤직비디오는 이제는 뻔한 학교물을 답습했다. 이번 앨범의 주제가 “초현실적인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탐험을 통한 성장”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 도대체 앨범의 각 요소가 저 문장의 어떤 단어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어진다. 앨범의 메시지, 노래 스타일, 시각적인 이미지 모두 따로 놀며 앨범의 컨셉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역으로 앨범 전체를 끌어갈 컨셉이 모호했기 때문에 각 트랙과 비주얼의 유기성이 깨지게 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남겼다.




그래서, 세이마이네임이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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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넴 [My Name Is...] 앨범커버.jpg
"이게 어떤 앨범이었지?"하고 헷갈리게 하는 유사한 구성의 두 앨범 커버 (좌 : EP 1집 [SAY MY NAME] / 우 : EP 2집 [My Name Is...]

데뷔 초 본인들의 자리를 공고히 다져야 할 1년 차의 두 번의 컴백을 통해 세이마이네임은 그룹의 포지션을 만들지 못했다. 데뷔부터 공통으로 사용된 요소는 앨범 커버의 고양이 캐릭터뿐이지만, 이곳 저곳에서 고양이의 모티프가 사용되었던 전작관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앨범 커버에 등장했을 뿐 고양이와의 어떠한 연관성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저번 앨범과 비슷한 색감과 구성의 앨범아트는 전작과 이번 작을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 방해 요소일 뿐이다. 음악적으로도 트렌드인 이지 리스닝 이외에 부가적인 공통점이 없다. 저번 앨범은 활기찼고, 이번 앨범은 차분하다. 이 둘을 아우를 수 있는 세이마이네임만의 음악이 뭔지는 아직 그려지지 않는다. 차별화는커녕 아직 정체성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룹의 캐치프레이즈가 앨범의 메시지로 이어지지 못해 그룹의 의도가 뚜렷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직전 앨범에서는 연대와 합심을 얘기했지만, 정작 이번 앨범에서는 다양한 멤버들의 성장에 대해 얘기하며 이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세이마이네임은 자신을 자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희망을 주고자 한다. 이런 그룹의 중심 컨셉이 앨범의 메시지에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아 세이마이네임만의 하모니와 성장을 보여주며 서사를 만들지 못했다. 각자 따로 노는 키워드들은 세이마이네임을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는 포인트가 되지 못해, 다른 그룹이 아닌 세이마이네임에게 희망을 받아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 세이마이네임이 어떤 그룹인가, 그리고 그것을 앨범을 통해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 같다.


MUSINSA TV [덕통사고2 EP.1]. 결국 그룹을 알리는 포인트는 김재중과 히토미가 되었다.

2024년부터 시작하는 5세대의 시작은 반대로 보면 이전 세대의 끝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많은 그룹이 데뷔한 그 자리는 어쩌면 이전에 존재하던 그룹들이 사라진 자리라고도 볼 수 있으며, 실제로 작년 말부터 많은 그룹들이 아쉬운 작별을 전해왔다. 샤랄라하게 보여지는 아이돌 시장은 이렇듯 팬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의 영역이다. 그 속에서 그룹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브랜딩이 없다면, 지금 당장은 직전 앨범보다 2배 높은 초동을 기록한 세이마이네임이지만 미래를 기대하기엔 아쉽게도 어려울 것 같다. 그룹을 어필하는 데 실패한다면 결국 이전 그룹에서 형성된 팬덤을 업고 있는 히토미의 개인 팬만이 존재하는, 히토미 원툴 그룹이 될 수밖에 없다.



by. 플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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