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BEAT - [RAW AND RAD]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관은 케이팝의 핵심 요소였다. 단순한 음악을 넘어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아티스트에게 흡인력을 부여하고, 비주얼적으로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하나의 강력한 고유 무기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듯, 세계관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하나의 옵션으로 바뀌고 있다. 뉴진스의 이례적인 성공 이후, 제작자들은 더 이상 거창한 스토리와 페르소나를 통해 몰입감을 부여하려 애쓰기보다는, 정교한 프로덕션과 강력한 에스테틱만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제작 방식의 변화는 곧 차별점을 줄 수 있는 방식의 축소를 의미했고, 이 속에서 대형 엔터테인먼트와 경쟁하기 위한 중소 엔터테인먼트의 차별화 전략도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힙합을 전면에 내세운 걸그룹 영파씨, 훌륭한 프로덕션 위 B급 감성과 멋을 얹어낸 82메이저, 버추얼 아티스트 플레이브, 밀레니엄 팝과 Y2K 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키스오브라이프 등이 있다. 그리고 최근 등장한 그룹 NEWBEAT(이하 ‘뉴비트’) 역시 새로운 차별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트인터렉티브에서 출범한 7인조 보이그룹 뉴비트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모든 음악을 뉴런처럼 관통하겠다.”라는 포부와 함께 등장했다. 데뷔 전부터 미국·멕시코를 비롯한 댄스 버스킹과 라디오 출연을 통해 해외 K-POP 리스너들에게 자신들을 알렸고, 올해 3월 동안 선공개 2곡과 정규 앨범 데뷔라는 발 빠른 발매전략을 펼쳐나갔다.
이들의 가장 뾰족한 전략은 “비주얼”이다. SNS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이들의 전체적인 때깔을 잡는 데에는 최근 K-POP에서 폼 좋은 리전드 필름과 KALABIK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윤승림과 박비의 기여가 컸다. 움직이는 컨셉포토와 독특한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 격투 게임과 악어 게임을 활용한 프로모션 영상, 카툰과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SNS 콘텐츠까지. 일반적인 마케팅 방식인 멤버들의 비주얼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무드보드처럼 뉴비트라는 브랜딩 컬러를 선보이는 데 힘을 썼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선공개 싱글의 활용방법" 또한 남다르다. 보통은 무대를 통한 프로모션과 데뷔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뉴비트의 선공개 싱글은 무대 없이 오로지 정식 데뷔에만 목적이 맞춰져 있다. 이들의 선공개 2곡은 일주일 간격으로 1분 40초 남짓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릴리즈 되었는데, 이는 정식 활동보다는 “곧 엄청난 신인들이 세상에 등장할 것.”이라는 예고편처럼 기능하게 하였다. 안정적인 발매전략을 펼쳤던 최근 아이돌들과 비교하면, 뉴비트의 이러한 전략은 남다르다. 이는 선공개 싱글 활동으로 인한 방송 출연으로 인한 지출을 줄이고, 정식 데뷔 이후 타이틀과 함께 더 많은 무대를 빠르게 동시다발적으로 뽑아내겠다는 전략이지 않을까.
데뷔 앨범 [RAW AND RAD]는 최근 케이팝에서 보지 못했던 남다르고 대담한 시도처럼 느껴진다. 물론 ARTMS도 정규 앨범으로 데뷔했지만, 선공개 싱글부터 6개월 간 도움닫기를 해나갔다면, 뉴비트는 단 1개월 만에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사운드에서도 과감한 접근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올드스쿨 바이브와 지펑크 기반의 힙합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이고 강렬한 소스들을 가미해 루핑(Looping)의 지루함을 말끔히 지워낸다. 뿐만 아니라 록, 익스페리멘탈 힙합, 브레이크코어 등 다양한 장르를 인트로부터 아웃트로까지 담아내며, 이들이 단순 껍데기만 훌륭한 게 아님을 증명해낸다.
[RAW AND RAD]는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세상의 양면성에 도전하고 돌파하겠다는 소년들의 남다른 포부를 전달한다. 타이틀 ‘Flip The Coin’은 몹(Mob) 스타일의 훅이 가미된 90년대 올드스쿨 힙합 트랙 위, 댄스브레이크 구간이나 하프타임 리듬 같은 다양한 편곡을 섞어낸 트랙이다. 데뷔 초부터 전개했던 비주얼 마케팅, 트레일러 필름에 등장하던 이마에 자란 뿔은 결국 타이틀 곡에 이르러 “남들과 다르다.”라는 “그럼에도 돌파한다.”라는 메시지와 어우러져 명료하게 구현된다. 새로움과 한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Sounds Like Money’와 ‘HICCUPS’, 본인들의 남다름을 소개하는 ‘JeLLo(힘숨찐)’ 또한 타이틀과 함께 어우러져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해낸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유기성이나 사운드스케이프는 아쉽다. 앞서 언급한 에너지 있고 키치한 트랙들과 비교하면 ‘F.L.Y’와 ‘We Are Young’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일렉트로팝과 록 사운드를 들려주며 뉴비트만의 프릭(Freak)한 채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앨범 전체가 “돌파”라는 하나의 개념에 집중되어 있어, 감정적 스펙트럼이 다소 좁게 느껴진다. 오히려 EP로 발매했다면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지 않았을까.
K-POP은 단순히 음악만으로 승부하는 장르가 아니다. 눈과 귀를 통해,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장르이다. 그런 점에서 뉴비트의 첫 출발은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획이고, 현 K-POP 프로덕션의 방향성을 잘 구현해낸 중소돌의 사례라고 평하고 싶다.
하지만 좋은 재료와 뛰어난 요리사가 있다고 해서, 개업 식당이 무조건 잘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인지도와 포맷의 문제다. 브랜딩에 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뉴비트는 여전히 대중적 반응 면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규모에 따른 인지도 문제도 있겠지만, K-POP에서 정규 앨범은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음악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포맷이라는 점에서, 뉴비트의 첫 정규는 ‘팬 확보’라는 현실적인 목표보다는 팀의 야망을 드러내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히려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국내외 팬 확보와 대중과의 감도를 맞춰 나가는 데 훨씬 효과적인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품을 많이 들인 것에 비해 지금과 같이 반응이 약하다면, 이들의 다음은 용두사미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심지어 지금처럼 폼 좋은 디렉터들이 언제까지나 이 그룹을 브랜딩하겠다는 보장도 없다.
뿔도 계속 박으면 부러지기 일쑤다. 이제야 첫 출발이지만, 이들의 때깔 좋은 프로덕션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방향을 조절해나가기 위한 제작부서의 고민과 뒷심이 앞으로도 쭉 필요할 것이다. 포맷과 브랜딩의 조정을 통해, 때깔은 유지한 채 인지도를 쌓아가는 뉴비트의 활동이 되길 바란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청량과 청춘의 흐름 속에서 솟아난 뉴비트의 뾰족한 뿔은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의견이다.
by. 윈스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