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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82MAJOR는 어디로 갔나요?”

82MAJOR – [SILENCE SYNDROME]

by 고멘트

1. K-pop에 나타난 ‘조금은 다른’ 힙합 아이돌


데뷔 전 프로모션부터 데뷔 후까지 대형 기획사의 힘은 무시할 수가 없다. 자본의 힘은 K-pop 시장에서 아이돌의 성공 유무에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에, 일명 ‘중소돌’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대형기획사가 하지 않거나, 혹은 하지 못하는 부분을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가 있다. 그레이트 엠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82MAJOR’는 K-pop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몇 가지 차별성을 만들어 왔다. 그 차별성은 ‘미니멀한 음악’, ‘유머가 담긴 멋’, ‘직관성’, ‘독특한 프로모션’ 등이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요소들, 일명 ‘82MAJOR스러움’은 그들만의 독특한 차별화 전략이었다. 위의 차별화 전략과 더불어 ‘보이는 이미지’에서도 타 아이돌과의 차이를 견고히 했다. KickFlip, ARrC, NEWBEAT등 5세대 힙합 아이돌들이 천방지축 좌충우돌 청소년의 모습을 컨셉으로 잡았다면 82MAJOR는 좀 더 까칠하고 날티나는 20대의 모습을 표현했다. 또 기존의 맥시멀한 K-POP 음악과는 다르게, 힙합씬에서 활동 중인 프로듀서와 래퍼의 참여로 미니멀한 힙합 음악을 구사했으며, MV에서는 흔한 힙합 아이돌의 ‘가오’가 아닌 B급 감성으로 이미지를 전개했다. 이런 컨셉적, 음악적 노력으로 ‘확실히, 조금은 다른’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82MAJOR스러움’을 가지고 그들만의 정체성 구현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그런 타이밍에 나온 ep [SILENCE SYNDROME]은 그들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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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kFlip 'Flip it, Kick it!' debut mini album.jpeg
82MAJOR(좌)와 Kick Flip(우)
'82MAJOR스러움'을 만든 '혀 끝' MV


2. ‘82MAJOR스러움’으로 바라보는 ep [SILENCE SYNDROME]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히 실패했다. ‘82MAJOR’스러움이 흐릿해져 버렸다. 어떤 요소는 애매해지고, 어떤 요소는 과해지고, 어떤 요소는 이어졌지만 그렇게 큰 효과가 있지 않았다. 이번 ep에서 ‘82MAJOR’스러움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그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던 ‘미니멀한 사운드’가 애매해져 버렸다. ‘촉’, ‘혀끝’ 등 전작들의 타이틀 곡들은 래칫이나 얼터너티브 힙합 등의 미니멀한 힙합 하위 장르를 차용했다. 반면 ‘뭘 봐’는 브레이크비트, 트랩, UK드릴과 같은 최근 해외 힙합 트렌드가 뒤섞인 음악이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장르들도 미니멀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세 개의 장르가 각 송폼마다 다르게 흘러나오니, 여러 노래들이 합쳐진 듯한 음악이 되어버렸다. 다양함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이렇게 세 개의 장르가 합쳐지면서 전작 ‘촉’, ‘혀 끝’에서 느껴진 미니멀 함이 흐릿해지며 타 힙합 아이돌과의 차별성 경계가 희미해졌다. 그나마 2번 트랙 ‘영웅호걸’은 전작들과 비슷한 궤를 하고 있지만, 이 곡은 사운드클라우드에 진작에 올라와 있던 노래이며 타이틀곡이 아니다 보니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들다. 3,4번 트랙도 82MAJOR만의 음악이라기보단 일반적인 K-pop 아이돌의 음악과 다를 바가 없다.


타이틀 '뭘 봐'. 세개의 장르가 합쳐지니 미니멀하다는 느낌이 직관적이진 않다.
수록곡 '영웅호걸'. 확실히 미니멀하다.

두 번째, ‘유머가 담긴 멋’이 너무 과해졌다. 이 문제는 특히 비주얼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혀끝’이 ‘B급 감성’과 멤버들의 출중한 외모로 바이럴 되었고, 현재 82MAJOR라는 팀을 알고 있는 팬들은 ‘혀끝’의 이미지로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걸 의식한 걸까, 그들의 비주얼에 더 강한 ‘B급 감성’을 부여하다 독특한 캐릭터가 아닌 촌스러움만 남겨버리고 말았다. 멤버 박석준은 ‘혀 끝’ 바이럴에서 ‘잘생김’으로 한몫을 톡톡히 했다. 또 분명 프로모션에서 ‘홍석천의 보석함’이라던지, ‘육각형 프로젝트’등 비주얼 멤버 바이럴 홍보도 분명 진행했었다. 근데 지금은 과거 H.O.T가 떠오르는 5대5 가르마와 브릿지 염색. 또 너무 진한 메이크업과 맥락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착장까지. 전에 했던 노력이 이번 착장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컨셉으로 ‘펑키 그런지’를 가져오면서 다른 아이돌과의 차별점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으나, 그 차별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전이 과해 세련됨을 잃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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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SILENCE SYNDROME] 컨셉포토 및 티저들.


‘혀끝’ 뮤직비디오에 이어 ‘뭘 봐’의 뮤직비디오 퀄리티는 분명히 좋다. 중간중간 군무를 보여주는 씬이나, 코믹한 장면들은 기존 82MAJOR의 매력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다만 ‘비주얼’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뮤직비디오에도 똑같이 나타나면서 집중도를 낮춰버린다. ‘혀끝’ 때 ‘비밀 요원’처럼 하나의 키워드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뮤직비디오 씬들의 맥락이 읽히지 않는다. 그저 감옥을 탈출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핑크색 잠옷에 5대5 가르마와 브릿지 염색이라니. 좋은 퀄리티의 뮤직비디오에 이해가 되지 않는 착장과 연결되지 않는 배경들이 뮤직비디오의 성과를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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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봐(TAKEOVER)' MV의 군무 장면
'뭘 봐(TAKEOVER)' MV


다행히도 ‘직관성’에서는 ‘82MAJOR스러움’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촉’과 ‘혀끝’처럼 ‘뭘 봐’라는 말은 82MAJOR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기존 82MAJOR가 가져오던 ‘자신감 넘치고 반항적인 20대’의 모습을 ‘뭘 봐’라는 반항적인 단어로 표현했다. 다만, ‘직관성’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앨범 제목 ‘SILENCE SYNDROME’과 트랙 내용 및 컨셉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작 [X-82]에서는 ‘X-file’을 활용한 언어유희로 앨범 컨셉인 ‘비밀 요원’을 연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SILENCE SYNDROME]은 단어 자체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지만, 동시에 ‘침묵 증후군’이라는 뜻과 ‘뭘 봐’의 내용이 연상되지도 않는다.


3. 돌아와요 82MAJOR!


‘혀 끝’의 뮤직비디오가 바이럴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요소는 뮤직비디오의 퀄리티와 그들의 외모적인 부분이었다. 특히, 그들은 큰 키와 날티나는 외모로 ‘무신사 모델 같다!’라는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었기에 비슷한 연차의 타 아이돌들과 분명한 차별성을 띄고 있었다. 다만, ‘혀끝’의 바이럴이 큰 탓에 조회수에 비해 코어 팬덤이 확실히 약했다. 이번 ep에서 코어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 이미지를 유지하며 바이럴된 요소를 82MAJOR만의 강점으로 만들려 했다는 의지는 분명 보였다. ‘고퀄리티의 B급 감성 뮤직비디오’, ‘타 아이돌과 다른 비주얼적 특징’. 이 두 점에서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으나, 전자는 애매했으며 후자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펑키 그런지’ 그리고 ‘DC코믹스’를 오마주한 컨셉 포토와 뮤직비디오 착장은 그들을 ‘날티’나는 20대가 아닌 애매한 서양 반항 주의 청소년처럼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ep [SILENCE SYNDROME]은 82MAJOR만의 강점을 오히려 애매하게 만들어 차별성을 죽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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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MAJOR의 화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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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봐' MV중 DC 오마주 착장


이제 82MAJOR는 정말 중요한 시기를 목도하고 있다. 앞서 나온 3장의 ep는 이제 그들의 이미지가 어떤 감성인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할 성적이 나오지 않았기에 다음 앨범이 그들의 성공을 향한 마지막 심판대가 될 것이다. 다음 앨범엔 그들의 비주얼적 강점과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를 유지하되, 이어지던 컨셉에서 벗어나 대중들에게 각인될 만한 캐릭터가 되어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by. 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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