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S (투어스) - [TRY WITH US]
1. 반짝였던 첫 만남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사랑받은 곡을 생각해 보자면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를 빼놓을 수 없다. 데뷔하자마자 멤버들의 수려한 비주얼로 화제가 되었고, 신인다운 청량하고 어린 콘셉트에 후킹한 멜로디와 따라 하기 쉬운 안무가 더해지며 빠르게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고, 음원차트에서 선전하던 이 곡은 결국 멜론 연간 차트 1위까지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전의 연간 1위들을 살펴보면 ‘Ditto’, ‘LOVE DIVE’ 등 전 국민적으로 사랑받고 한 해 동안 대중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가요들이다. 데뷔한 연도에 연간 1위를 달성할 만큼 대중들에게 각인되고 인정받는 것은 무척 대단한 성과이며, 달리 말하면 또다른 큰 기회였다.
인피니트, 샤이니, NCT DREAM 등 여러 선배 아티스트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청량’ 콘셉트 중 투어스는 유독 그 농도가 짙어 보였다. 조금 더 쉬운 문법을 택했고, 보다 일상과 가까운 순간을 포착했다. 청춘의 상징적인 공간인 학교를 배경으로 한 가사와 뮤직비디오, 직관적인 교복 스타일링은 해당 콘셉트를 좀 더 쉽고 빠르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반짝였던 입학(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이후 그들은 찬란한 여름방학(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을 보냈다. ‘첫 만남’의 공전의 히트와 멤버들의 여전한 어린 나이로 청량한 소년의 모습을 이어가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생각보다 빠르게 졸업(마지막 축제)을 맞이했다. 졸업의 아쉬움과 쓸쓸함을 표현하며 입학부터 졸업까지 감성적인 서사를 만들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그 콘셉트를 틀어 나갈지 궁금해지는 시점이었다.
2. 졸업, 혹은 유급: [TWS 3rd Mini Album 'TRY WITH US']
‘졸업’ 선언 이후 음악과 콘셉트, 기획 측면에서 변화 혹은 발전한 모습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앨범을 관통하는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무색할 만큼 미니 3집 [TRY WITH US]는 이전의 앨범들을 답습한 모습이다. 앨범 소개글에 등장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은 찾기 어려웠다.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에서 자연광과 탁 트인 풍경을 활용한 신, 멤버들이 해맑은 미소로 힘차게 달리는 등의 장면은 청량 콘셉트의 비디오 콘텐츠에서 숱하게 봐왔던 장면이다. 멤버들의 헤어나 의상, 콘셉트 포토 역시 졸업 이전과 이후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청량이라는 콘셉트 아래 세밀한 기획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청량' 자체의 분위기만 연출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이 헐거운 기획은 앨범 콘셉트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동떨어진 트랙 샘플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파란 색감의 비주얼이 투어스의 정체성인 것은 분명하나, 신인이 쥐고 있어야 할 ‘새로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패착으로 보인다.
타이틀곡 ‘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는 수록곡 중 가장 그 기시감이 심하다. 곡을 재생하자마자 후렴의 탑라인이 진행되는데, 한 소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로 이들과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이미 멜로디부터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의 존재감이 확실한데도, 이어지는 청량한 신스 사운드가 쐐기를 박는다. 전작인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에서도 유사한 작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 곡은 너무나 노골적이다.
기시감은 차치하더라도 곡이 너무 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verse 파트는 멜로디의 존재감과 보컬의 가사 전달력이 부족해 의미 없이 지나가버리고, 사운드가 튀어나오며 전환되는 2절의 랩 파트는 당위성이 부족해 흐름을 뚝 끊어버린다. ‘La La La’의 떼창으로 급 마무리되는 후반부는 너무 무성의한 구성이다. 아무리 곡이 짧아지는 추세라지만, 2분 30초 안에 음악을 욱여넣을 필요는 없다. 비단 멜로디나 사운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데뷔곡에서는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이름이 뭐야?’, ‘내일 또 봐 안녕’ 등 가사의 캐치함이 돋보였었는데, 이번 곡은 평범한 청춘 찬가로 느껴지는 단어 선택과 표현력이 너무 아쉽다.
다행히도 수록곡에서는 타이틀곡에서 경험할 수 없는 반짝이는 기획이 존재한다. ‘Lucky to be loved’는 처음으로 개러지 사운드를 시도한 곡이고, ‘Random Play’, ‘심야 영화’, ‘Go Back’ 등은 독특하면서도 명확한 소재 선정으로 귀여운 가사와 재밌는 사운드 소스로 듣는 재미가 있다. 앨범의 모든 곡이 청춘의 한 장면을 다른 시점에서 표현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통일성도 유지하고 있다.
3. 첫 변화는 너무 어려워
물론 큰 성공의 결과물을 앞에 두고 음악이나 콘셉트를 변화시키는 선택지는 내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청량, 혹은 청춘 콘셉트는 유독 꾸준하게 유지하는 팀이 드물다. ‘청춘’이라는 것은 젊음과 직결되고, 연차가 쌓일수록 아티스트는 성숙해지기 때문에 그 색깔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변화의 폭이 좁을 수는 있겠지만 투어스도 언젠가는 그 타이밍을 맞이해야 한다.
다른 아티스트와의 비교도 피할 수 없는 요소다. 윗 세대의 세븐틴이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데뷔 초 ‘청춘’을 키워드로 내세웠지만(아낀다, 만세,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모두 사춘기나(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아픔(울고 싶지 않아), 방황(LO$ER=LOVER), 그리고 성장(Home) 등을 거쳐 점점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음악의 스타일도 그에 따라 변화했다. 현 세대의 제로베이스원이나 NCT WISH도 그 표현 방식은 다르나 모두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콘셉트와 동일한 음악의 반복은 위험하다. 대중은 생각보다 새로움에 약하며, 과한 반복에 피로감을 느낀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분명 놀랄만한 성과다. 하지만 그 곡이 모든 안정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에서도 경험했듯이 콘셉트의 기조를 유지하며 음악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얼마큼 변화하냐에 따라 투어스의 정체성이 옅어질 우려가 있어 더욱 세밀하고 날 선 기획이 필수적이다. 입학부터 졸업, 그리고 청춘에 이르렀다. 이제 서사는 충분하다. 성장이 필요하다.
by 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