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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5년 4월 3주)

NCT WISH, 대성, 스윙스, Laufey 외

by 고멘트

"좀 더 고능한 음악을 위시해"


1. NCT WISH – [pop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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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베트 : 위시만의 통통 튀는 사운드 그 자체를 메인으로 내세운 앨범 [poppop]. 동명의 타이틀 곡 ‘poppop’은 소다팝처럼 팝팝 터지는 생생한 순간들과 장난감처럼 반짝이는 효과음으로 가득 칠해졌다. 이러한 탄산감이 점점 부드러운 무드로 옅어지는 트랙의 흐름은 유기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위시표 청량감을 맛볼 수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같은 NCT 그룹 내 청량 네오 포지션이던 'DREAM'과는 확실히 다른 노선으로 느껴진다. 우선 엔시티 드림이 알앤비스러운 유려한 보컬과 힘찬 래핑을 강조한 사운드였다면, 위시는 젠지의 대명사답게 좀 더 키치하고 반짝이는 감성이 극대화되며 하이퍼 팝스러운 인상이다. 또한 로맨틱한 무드의 신스 사운드가 돋보이는 수록곡 ‘1000’과 90년대 업 템포 댄스 팝 ‘Silly Dance’에서 느껴지는 핑크빛의 발랄한 무드는 전형적인 소년미보다는 걸 그룹스러운 질감에 가까워 사랑스러운 큐피드 이미지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그러나 위시만의 정체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컨셉추얼함에 매몰된 듯하다. 팝팝 터지는 하이퍼한 사운드를 강조하기 위함인지 유난히 높은 음역대의 멜로디 라인은 안 그래도 가벼운 보이스를 더 얄상하게 조이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멜로디의 후렴구 챈트에서 특유의 비음이 강조되며 곡의 몽글몽글한 무드를 불쑥 깨는 인상이 든다. 더욱이 벌스의 날카로운 랩 파트와 브릿지의 부드러운 멜로디의 매끄럽지 않은 전환 위에서, 솜사탕처럼 가볍고 비음 섞인 목소리는 보컬적인 한계를 부각시키는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나마 사랑이라는 곡의 주제로 인해 대중과 공감대를 간신히 잡고 있는 듯하다. 컨셉추얼함의 정점을 보여준 이상, 이제 고능한 콘셉트를 방패로 웬만큼 하는 정도로는 아티스트로서 주객전도의 행색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 다른 챕터의 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위시만의 색깔이 무기가 될 수 있는 섬세한 사운드 디자인이 필요해 보인다.





"대성이 솔로 앨범을 내면? (AI Cover Ver.)"


2. 대성 – [D’s 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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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트 : 우리는 대성의 록적인 보컬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빅뱅의 어두운 곡에서도 밝게 뚫고 나오는, 풍부하고 시원한 보컬을 말이다. 그러나 ‘날 봐 귀순’과 같은 트로트 곡 이외에 그의 솔로 활동을 본 기억은 많지 않으며, 빅뱅 곡이 아닌 다른 곡을 부르는 모습을 상상만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의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대성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노래를 그려보지만, 실제로 그 모습이 세상에 나온 적은 아쉽게도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앨범에서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던 대성에게 최적인 조합을 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평범한 만화 영화 주제가 같은 이번 앨범은 새롭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렇게 밝고 희망찬 곡에서 드라이브 기타와 함께 대성이 달려 나가는 곡을 보길 바랐다. 기대는 배신하지 않았고, 마치 ‘CAFE’, ‘STUPID LIAR’ 등 대성의 애드리브 모음집이 주는 쾌감을 받을 수 있게 대성이 자신의 보컬을 100% 활용해 시원함을 선사했다. 한요한과 함께 잠깐 향수에서 빠져나온 뒤 이어지는 ‘JUMP’와 같은 후반부 트랙은 희망을 심어주던 소년 만화의 OST처럼 아련한 위로를 전해주기도 한다. 15년 전 진작 대성의 목소리로 듣길 바랐던 희망이었지만, 지금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나 반가움을 제쳐두고 들어보면 보컬이 많이 어색하다. 앨범의 제일 주목받는 위치인 타이틀 곡 ‘Universe’의 코러스마저 튠도 매끄럽지 않아 튀고, 보컬의 믹싱도 포먼트를 건드린 듯 너무 얄쌍한 게 마치 음원이 아니라 커버와 같은 완성도이다. 대성 스스로도 녹음에 완전히 적응하진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매끄럽지 못한 발음과 아쉬운 호흡조절 타이밍은 곡과 낯을 가리나 싶어, 제발 보컬을 살릴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연습을 덜 한 것이길 빌었다. ‘Wolf’의 고음은 너무 짜내 부르다 보니 애처로운 노래방 감성이 떠올라, 잘 가다가 앨범 마지막에 흥을 다 깨트린다. 그렇다 보니, 그냥 대성에게 어울리는 곡을 쓴 후 AI로 보컬을 입힌 듯한 감상이 든다. 그만큼 놀랍도록 잘 붙는 트랙이지만, 정작 놀랍도록 어색한 대성이었다.





"돌아왔다고 했지, 살아났다고는 안 했다"


3. 스윙스 – [Like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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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y : 지난 정규 앨범 [Upgrade V]는 레이지 장르와 같이 트렌디한 사운드를 좇았지만, 정작 그 위에 얹힌 가사는 사업과 운동 모두 잘 해내는 '주입식 알파메일' 이야기뿐이었다. 결과는 참혹했고, 이후 발표된 [Fire]와 이번 [Like Water]는 그에 대한 반작용처럼 느껴진다. 하우스 비트 ‘Tear The House Down’으로 문을 연 뒤, 트랙들은 전반적으로 힘을 빼고 물 흐르듯 흘러간다. 간결한 비트 위 여유롭고 그루비한 플로우는 마치 00년대 믹스테잎 시절의 러프함을 되살린다. 부담감을 조금은 벗어놓고 스윙스 본인도, 팬들도 그리워했던 그 시절 치기 어린 스윙스 감성을 보여주고자 한 듯하다.


다만 그 '옛날 감성'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Fire]에서도 지적받았던 목 컨디션 문제는 여전하며, 유독 ‘Grown Man’, ‘Wet’에서 갈라지는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표현력 역시 여전히 아쉽다. 툭 내뱉는 서사가 인상적일 때도 있지만, '소주처럼, 처음처럼, 물, 물처럼 마셔', '윙스는 grown man'과 같은 가사는 짧은 시간에 번개처럼 찍어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세련되긴 하지만 밋밋하게 반복되는 비트 또한 랩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그 위에서 맴돌 뿐이다. 그렇게 수록곡 대부분이 귀를 붙잡지 못한 채 흘러 지나간다. 힙합 씬에서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한때 정점에 올라섰던 아티스트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끊임없는 음악적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게 곧바로 공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아직은 완전히 돌아왔다는 말이 무색한 귀환이다.





"그저 그런 인털루드 같아요"


4. Laufey – ‘Silver L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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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베트 : 작금의 수많은 재즈 음악이 주로 사운드를 통해 장르적 정체성을 보여준다면, Laufey(러우베이)는 목소리 하나로 보여준다. 낮고 깊으면서도 섬세한 비브라토로 부드럽게 울리는 그녀의 보컬은 엘라 피츠제럴드, 빌리 홀리데이가 떠오르는 정통 재즈 보컬이다. 여기다가 클래식 현악 편곡의 고전적인 스타일부터 로우파이 질감의 보사노바까지, 한 편의 진한 로맨스 영화를 보는듯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러우베이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재즈는 결코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즈 화성의 복잡하고 난해한 나열이라든가 하는 식의 맥시멀한 사운드 없이도, 짙은 목소리를 중심으로 재즈의 낭만적이고 풍성함을 전달한다. 이번 싱글 ‘Silver Lining’도 느긋한 보사노바 리듬 속 늘어지는 보컬과 일정한 온도로 평이하게 흐르는 사운드가 그러한 총량의 법칙을 잘 지키며 아주 대중적인 재즈를 들려준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번 싱글은 그저 그런 팝 음악 같다. 포근한 봄이 느껴지던 목소리는 단조로운 코드진행과 멜로디에 갇혀 어떠한 감상도 풍겨내지 못했고, 쿵 짝짝 쿵 짝짝하는 느린 보사노바 리듬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또한 지난 정규 앨범에서 보여준 진한 맛의 고전적인 감성이나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느긋한 분위기와 디스토피아적 사랑을 외치는 독특한 작사법만이 인상에 남았다. 차라리 빈티지한 질감의 현악기 편곡이 돋보였던 싱글 ‘Where or When’처럼 정통 재즈 스타일을 보여줬다면, 다소 마이너하게 들렸을 순 있어도 지금처럼 애매한 음악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봄을 머금은 목소리로 계절의 정취나 좀 더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그녀만의 감상을 노래했다면 좋았으련만!





"변화보단 오래 남는 흔적을 택한 음악"


5. Sabrina Claudio – ‘Before It's Too Late’

Noey : Sabrina Claudio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도 이 곡을 듣는 순간 그녀가 어떤 결을 지닌 아티스트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작 ‘Need U To Need Me’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을 그렸다면, ‘Before It's Too Late’은 더 늦게 전에 사랑을 전하자는 메시지로 그 낭만적인 서사를 이어간다. 사운드는 무게감 있는 비트가 곡의 중심을 잡는 대신, 일렉 기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자칫 심심하게 들릴 수 있는 구성을 보컬의 딜레이와 코러스가 그 사이를 드림팝스러운 잔향으로 가득 매워 여운을 남겼다. 미니멀한 리듬 위 속삭이는 듯한 얇은 보컬은 자극 없이 유혹하고, 기승전결이 없어도 감정을 깊게 스며들게 만든다. 2017년 데뷔 이후 줄곧 이어온 이러한 몽환적인 R&B 노선은 이제 'Claudio스럽다'는 말로 대체 가능한 정체성이 됐다.


누군가는 변화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Claudio는 그 일관성을 무기로 택한다. 격하게 드러내기보단, 은은하고도 감성적인 사운드로 감정을 쌓아 올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Berfore It's Too Late’ 역시 멀리 가지는 않아도, 깊이 도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가장 기본적인, 그래서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6. The Wrecks - [INSIDE :]

플린트 : 장르색이 뚜렷하지 않은 밴드 곡은 자칫 밋밋해지기 마련이다. 밍밍한 통기타가 쓰이거나, 양산형 컨트리가 떠오르는 험버커 소리가 들린다면 더더욱 그렇다. [INSIDE :]는 이에 더해 실험적이지도, 개성이 강하지도 않다. 흔하고 평범한, 특별해 보이지 않는 앨범이지만, 그 안에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한 에너지가 남다르다.


꾸밈없는 평범한 기타톤과 과감하게 지를 땐 지르고 보는 보컬, 게다가 가끔씩은 일정하지 못한 드럼까지. 이 인간미가 느껴지는 아마추어 같은 사운드에서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 장르에 집착한다든가 겉멋을 부리지 않고 표현을 즐기는 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드럼의 자유로운 완급 조절은 감상을 이끌고, 기타는 과하게 찌그러지거나 가득 차지 않아 즐거움 느낄 여유로운 헤드룸을 남겨준다. 특히 저음과 고음 양면에서 보컬의 매력이 느껴지는 ‘Speed’에서는 괜찮은 프런트맨을 오랜만에 새로 발견한 것 같아 심장이 뛰었다. 마지막 곡 ‘I Don’t Know’까지 함께하면, 코러스 뒤에 깔리는 합창에 동화되어 다 모르겠고 즐기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비록 '돈 냄새(?)' 나는 말끔하고 풍성한 사운드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Pop Rock의 뻔한 'Pop'을 지워내고 해맑고 즐거운 느낌만을 남겨둘 수 있었다.


사운드가 좋다거나 트렌디한, 지금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자유로이 음악을 즐기는 사람의 순수함은 어느 때라도 누구에게라도 좋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뻔한 사운드라서 담을 수 있는 보편적인 초심은 "내가 이런 걸 느끼려고 밴드 노래를 들었었지" 하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게 해 줬다. 이러한 생각은 어떤 장르를 카피할지 고민하거나 뽐내기에 급급한 많은 밴드 제작자들의 결과물에선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듣고 느끼는 바가 있기를 바란다.





※ 'Noey', '샤베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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