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9 @스타벅스 송파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기대를 건다. ‘틀’에 갇히지 않을 것. 그러면서도 ‘자신다움’을 남길 것.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자신다운’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니,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해내고 있는 대단한 뮤지션들이 있다. 그리고 오늘 만나볼 싱어송라이터 Pishu도 그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와 실험을 거듭하며 자신의 음악을 빚는다. 1집 [Sisyphus Happy]에서 슈게이즈를 앰비언트, 브레이크 코어 등의 전자음악적 요소와 결합해 다크하고 음울하게 재해석했다면, 이번에 선보인 EP [Birds, Promises, Moonlights]에서는 글리치하면서도 통통 튀는 칩튠 사운드, 브레이크비트 등 90년대 게임 음악의 요소를 활용하여 밝은 분위기의 앨범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피아노 슈게이저’라는 예명을 ‘Pishu’로 변경함으로써 슈게이즈라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장르로 본인의 음악 세계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아티스트로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변화’와 ‘실험’이 그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설레는’ 행위로 여겨지는 것 같아서 안도가 되는 동시에,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음악들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생겨났다. 부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출발점에 선 그의 음악적 여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인터뷰를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피아노로 다양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Pishu (이하 피슈)입니다.
Q. 최근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피아노 슈게이저’라는 이름을 ‘Pishu’로 변경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A. 일단은 이번 앨범에서 슈게이즈를 안 하고 있기도 하고요. 슈게이즈 음악을 항상 사랑해 왔지만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는 데 있어 이름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래전부터 너무 바꾸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용기를 내게 된 것 같아요.
Q. 최근에 EP [Birds, Promises, Moonlights] (이하 [BPM])를 발매하셨는데, 그 후로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종이 모형 형태의 앨범을 계속 판매하며 공연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Remix 앨범도 준비하고 있어서 정신없이 바쁘게, 그렇지만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Remix 앨범이라고 하면, 기존에 발매했던 곡들을 리믹스하시는 건가요?
A. 네, [BPM]에 있는 곡들을 7명의 프로듀서가 리믹스를 하는데, 프로듀서 라인업은 Guinneissik, khc, Yetsuby, Yeong Die, somer, Now You’ll Never, TURQUOISEDEATH 이에요.
Q. 이번 앨범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앨범 소개 글이나 다른 인터뷰에서 언급된 것처럼 [BPM]에서는 90년대 게임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가 되게 많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소에 게임을 많이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A. 게임은 요새 하나도 안 하고 있고요. 게임 방송도 한 3년째 안 보고 있어요. 다만 다른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과거에 즐겼던 게임들이 있었죠. 사실은 90년대를 가져오고 싶었는데 그것을 모두와 나눌 수 있는 좋은 매체가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Q. 메인이 게임이 아니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고, 그 매개체로 게임을 사용하셨다는 말씀인 거죠?
A. 그렇죠. 물론 게임 음악에 관한 연구가 뒷받침이 된 앨범이긴 하지만, “게임을 많이 했다”가 아닌 “게임 음악을 연구해서 나온 결과”라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아요.
Q. 추억을 공유하는 매개체로서, 피슈님이 생각하는 게임 음악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A. 게임 음악의 매력은 같은 사운드를 모두가 공유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공통적인 사운드와 기술의 한계. 그 한계 내에서 풀어가는 퍼즐 같은 느낌이 되게 좋아요. 그런 한계들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들이 모여 게임 음악의 표준적인 요소를 만들었던 것이니까요.
Q. 결국엔 “제약에서 시작했다”라는 게 되게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그 당시의 기술로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다양성 안에서 사람들이 추억을 공유했다는 거니까요.
A. 그렇죠. 그리고 문화 공간이나 게임 콘솔이 주는 따뜻함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요.
Q. 그렇다면, 게임 음악의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이 있을까요?
A. 그 시대상을 통일하는 것에 주의를 많이 기울였던 것 같아요. 앨범을 하나의 시대극으로 생각하고, 90년대를 재현한 트랙이니까 90년대에 썼던 사운드들만 모아서 쓰기로 했어요. 그리고 신디사이징 방식들에 대한 통일도 있었어요. 방법론적 통일을 말하는 건데, 예를 들면 음식을 할 때 재료들을 동일한 크기로 썰 건지, 맷돌로 갈 건지 고민하는 것과 같은 거죠. 또한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옛날 노래니까 그 음질이 적당히 맛이 가 있도록 해서 앨범의 모든 것이 그려지게 만들고자 했어요.
다만 제가 더 진심이었다면 음반을 브라운관 TV, 혹은 VHS 테이프에 녹음한 다음에 발매했을 거예요. 거기까지 못 간 게 좀 아쉽기도 하고요.
Q. 이번 앨범을 만드실 때 레퍼런스가 되었던 게임 음악이 있을까요?
A. 일단 ‘언더테일’이 있고요. ‘언더테일’의 원조가 된 ‘얼스바운드’도 참고를 했어요. 또 플레이스테이션 1의 스노우보드 게임들, 소닉 시리즈, 레이싱 게임 등 플레이스테이션 1 게임 사운드트랙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게임은 ‘젤다의 전설’의 ‘시간의 오카리나’였던 것 같아요.
Q. 글리치하면서 동시에 통통 튀기는 음악이 마치 sora의 [Re.sort]가 떠오르던데, 게임 외에도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앨범이 있을까요?
A. 일본 글리치 기반 전자 음악가들. sora, Rei Harakami, Miyauchi Yuri, I am Robot and Proud, Ryoko 2000, Alva Noto 그리고 Ryoji Ikeda등에 영향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Salamanda, 장명선처럼 따뜻하지만 글리치 기반으로 작업하시는 분들의 소리에서 영향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Q. 앨범의 1번 트랙부터 마지막, 정확히 말하면 라이브 트랙을 제외한 4번 트랙까지 레트로 RPG 게임 스토리 구성과 흐름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는데, 의도한 연출이었을까요?
A. 네, 의도를 했고요. 배치 방식, 큐레이션 방식에 있어서 스토리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디지털 세상에 오리 한 마리, ‘덕슈’를 생성했습니다. 1번 트랙에서 덕슈가 거닐죠. 레벨 업을 해요. 그리고 2번 트랙에서 달리기 시작하고요. 오리 주제에. (웃음) 그러다 3번 트랙에서 갑자기 막 세상이 무너져요. 서버가 종료되죠. 마지막으로 4번 트랙에서 대마왕을 만나러 가는데, 대왕 오리입니다.
사실 그렇게 딱 정해놓고 한 건 아니고요. 이것도 인터뷰마다 스토리가 달라질 수도 있어요. (웃음)
Q. ‘펭귄’과 ‘마법’의 후반부에 노이즈처럼 신스를 포함한 모든 사운드가 막 뒤섞이는 부분이 있는데, 듣는 동안 귀가 따가울 만큼 날카롭고 혼란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무언가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도 들었는데요. 이와 같은 ‘끝없는 노이즈’를 통해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그게 사실… 고통들이죠. 저는 슬픔을 고음의 보컬이나 기타 솔로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표현해요. 그리고 노이즈가 많으면 따뜻해요. 바늘 하나는 아픈데, 바늘이 천 개가 있다, 그러면 되게 촉감이 좋을 거란 말이에요. 심지어 그게 음향에서도 적용이 돼요. 사인파(sine wave) 하나는 귀가 아파요. 그런데 사인파 만 개는 따뜻해요. 더 나아가서 사인파 1개가 개인의 고통이고 만 개가 만 명의 고통이 되면 공유된 만 개의 고통은 따뜻하다는 거죠. 어떤 연대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Q. 한편으로는 1집 [Sisyphus Happy]에서의 노이즈는 계속 반복되는 고통과 절망의 끝에서 어떻게든 발버둥 치는 모습이 그려졌었다면, [BPM]에서의 노이즈는 상대적으로 밝게 느껴진 게 새로웠던 것 같아요.
A. 사실 1집에는 심술들이 있죠. 클래식 피아노를 예쁘게 쳐 놨는데 거기에 지직거리는 걸 넣는 것처럼…. 그런데 이제 “음악한테 못된 짓 좀 그만하자”, “그냥 좀 음악이 예뻐도, 아름다워도 되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밝아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발전을 했어요. 믹싱도, 편곡도, 또 연출에 있어서도. 그래서 이제는 공연장에 부모님을 모실 자신이 있죠. 물론 1집 쇼케이스 때도 모셨는데, 이제 조금 더 편하게 모실 수가 있어요.
Q. 4번 트랙 ‘how to save a bird’는 김승일 시인의 시집 ‘에듀케이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셨는데, 평소에도 문학 작품에서 음악적 영감을 많이 받으시는 편인가요?
A. 네, 특히 시를 엄청 많이 읽는 편이에요. 그리고 육호수 시인의 시 수업을 1년 동안 수강하면서 시를 정말 많이 썼어요. ‘펭귄’과 ‘마법’도 원래 시였어요.
Q. 어쩐지 시처럼 느껴지는 음악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시에서 간혹 행간을 의도적으로 구분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쓰인 것 같은 가사들도 있어서, 그래서 시를 염두에 두고 쓰신 것 같다는 인상이 들기도 했어요.
A. 그렇죠. 그래서 시 낭독과 함께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전자음악가 DjRUM의 ‘Showreel’이라는 트랙이 전자음악과 나레이션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을 취하고 있거든요. 그것처럼 시 낭독과 결합한 트랙도 하나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벨로주 공연에서 김행숙 시인님의 시를 읽고 즉흥 연주를 하기도 했고요.
어떤 음악 창작의 장치들에서 시적인 비유를 스스로 많이 발견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서 “여기는 지금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니까 이런 이펙터를 써보자” 혹은 “여기는 행갈이를 해야 하니까 모든 트랙을 뮤트를 해보자” 이런 식으로요.
Q. ‘펭귄’과 ‘마법’ 모두 가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혹시 각각 어떤 경험이나 메시지를 담고 싶으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펭귄’은 코로나 때 삶이 너무 어렵고 잘 안 풀릴 때 좋아하는 친구랑 그냥 걷다가 눈길에서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어요. 그런데 거기서 막 화를 낸 게 아니라 둘이 웃은 거예요. 그게 너무 좋은 기억이 되어서 쓰게 된 가사고요.
‘마법’ 같은 경우에는 아끼던 사람이 제 곁을 떠나게 되어서 쓰게 되었는데요. 어릴 때부터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아까 횡단보도를 못 건너서 생긴 것 같다”든지, 아니면 “어제 내가 늦게 잠들어서 그런 것 같다” 등, 내 탓의 끝에서 외부적 원인을 찾는 거죠.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서는 절대 원망을 못 하는 거죠. 그런 생각과 징크스에 대한 시를 쓴 거고요. 그런 슬픈 일은 그냥 일어나는 건데, 원인을 못 찾으면 사람이 너무 힘드니까 그걸 ‘마법’에 빗대어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생각보다 슬픈 이야기인데, 이런 소재를 다룬 노래가 청자 입장에서는 희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특히 “너와 미끄러져서 영광이었어”라는 가사가 희망차게 느껴졌어요.
A. 그렇죠. “왜 세상이 나한테만 억까하지” 같은 기분이 드는 날 노래를 틀었어요. 그런데 “우린 행복해~”, “우린 사랑해~” 하면은 정서가 잘 공감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럴 땐 그냥 “우리는 왜 이럴까?” 하면은 좀 낫죠.
Q. 힘들 때 힘내라고 하면 힘 빠지잖아요. 차라리 “짜증 나!” 이러는 게 낫지.
A. 맞아요. “Go To Hell”이 낫죠. (웃음)
Q. 앨범 커버가 전체적인 앨범 무드처럼 레트로 게임이 떠오르면서 질감도 되게 특이한데요. 이 앨범 커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제작 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A. 아트워크는 황채미님이 작업을 해 주셨고 황인호님이 아트 디렉션을 봐주셨어요. 이 컨셉을 제 친구이자 제자인 황인호님한테 공유하니까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해 주셔서 진행하게 되었고, 닌텐도 초기 게임 아트들을 기반으로 작업했어요. 또, 어처구니없이 귀여워야 한다고, 대놓고 귀엽거나 예쁘면 안 된다고 강조했었죠.
Q. 피슈님의 음악은 피아노와 슈게이즈, 전자음악이 한데 들리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개성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이런 사운드를 다루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일단은 많은 분들이 다루지 않는 사운드에 관심이 많은 편인 것 같고요. 대중음악의 틀 내에서 섞어 볼 수 있는 실험적인 사운드에는 전부 다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노이즈라든지, 글리치라든지, 아니면 실험적인 전자 음악들을 팝에 끼얹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기본 골조는 가요인데, 소리는 재미있는 거죠.
Q. 약간 My Bloody Valentine의 [Loveless]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이건 개인적인 견해이긴 한데, My Bloody Valentine도 슈게이즈라는 특이한 소리를 사용하지만, 그 기반에 팝이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느낌으로 팝을 기반으로 하되 사운드를 특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싶으셨던 걸까요?
A. 그렇죠. My Bloody Valentine 같은 경우에도 되게 실험적이고 얼터너티브 할 것 같지만, 그 골조들을 살펴봤을 때 피아노로 쳐도 아름다워요. 그래서 음악을 하면 할수록 좋은 멜로디랑 코드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고, 그냥 건반으로만 쳐도 재미있는 노래를 보다 다양한 맛으로 들려주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Q. 지난 먼데이 프로젝트 공연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아픔을 감싸는 노래를 쓰겠다”라는 다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전보다는 좀 더 밝고 통통 튀는 사운드를 많이 사용하셨는데 그런 방향성과도 이어지는 부분일까요?
A. 네. 제가 되게 슬픈 음악을 많이 쓰고 미운 것도 많고 세상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도 많은 사람이었는데, 올봄에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어떤 정의심, 의협심에서 나온다고 해도 “A가 싫어”보다는 “B가 좋다”가 항상 더 영향력이 괜찮은 것 같아요. 물론 분명히 “A가 싫다”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기는 한데, 적어도 무대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보여주면 내가 뭘 싫어하는지도 알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Q. 되게 사회적 계몽의 느낌이네요. (웃음)
A. 아이고… 아니, 관객을 절대 계몽하면 안 돼요! 관객은 신입니다. (웃음)
Q. 음악 작업만큼 공연도 꾸준하게 하고 계시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A. ‘신도시’라는 공연장에서 ‘펭귄’에 맞춰 관객분들이 떼창을 해 주셨는데, 마지막 후렴구에서 조명을 하얗게 밝아지게 해 주셨어요. 그때 관객들이 전부 웃고 있었어요. “말도 안 된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Q. 장명선님, 다브다 이승현님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하셨죠. 개인 작업 못지않게 협업에서도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계시는데, 음악 작업에 있어 협업에 대한 피슈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A. 밴드 합주로서 협업은 계속하고 있지만, 장명선님과 한 [Wood Wide Web]을 제외하면 작·편곡 협업을 한 적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과도 협업을 해보고 싶어요. 더블 프로듀싱 앨범도 내보고 싶고, 나중에는 합창단 오케스트라도 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다양하게 협업을 해보고 싶지만 우선 제가 좀 더 많은 발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과거 인터뷰를 진행해 주신 김반월키님의 앨범에도 피슈님이 마스터링으로 참여하셨었어요. 또 공연에서 김반월키님의 ‘디퓨저’도 커버해주시면서 샤라웃을 해주시기도 했었죠.
A. 모든 음악은 소중하고 음악의 위계는 없지만 창작자로서 분명한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김반월키님이 음악적 재능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해요. 후에 김반월키님이 마스터링을 맡기고 싶다고 연락을 주셔서 너무 기쁘게 작업을 하게 되었죠. 리스펙트를 담아서 한 땀 한 땀 조심스럽게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Q. 라이브 셋에서 khc님이랑 합을 자주 맞추시는데, 어떤 계기로 합주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제가 1집을 만들 때 일부러 안 들은 앨범이 있었어요. 특히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은 앨범 두 개는 의도적으로 피했는데, 그게 김도언님과 khc님의 앨범이었죠. 영향을 받을까 봐, 혹은 의식하게 될까 봐요. 앨범을 발매한 후에 듣게 되니까 너무 즐겁고 좋았어요.
khc님과는 저의 생일 파티에서 처음 만났고, 그 뒤 밴드를 꾸릴 생각이 들었을 때 다시 연락을 드렸어요. 그냥 잘 맞을 거 같아서였는데, 지금까지 즐겁게 밴드를 하고 있고 즐겁게 이어가고 있어요. “어떤 힘을 보여주자” 할 때는 박정웅님와 같이, “어떤 다이나믹”을 보여주자 할 때는 khc님하고 작업했던 것 같아요.
Q. 앞으로 또 합작을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 분들이 있으실까요?
A. 샤라웃 순서군요. (웃음) hakushi hasegawa, Quruli. 샤라웃이 아니라 그냥 말도 안 되는 선배님들 내뱉고 있어요. 한국 사람은………. 그렇죠, 솔직해야죠. 공중도둑이요.
Q. 이제 미래에 관한 얘기를 조금 나눠보고 싶어요. 혹시 피슈님이 그리고 있는 음악적 청사진이나 이루고 싶은 음악적 계획 혹은 목표 같은 게 좀 있으실까요?
A. 사실 개인적인 야망은 음원 수익으로 먹고살게 돼서 시골 가서 농사짓다가 1년에 한 번 단독 공연하는 것입니다. 아, 또 세션들 전부 4대 보험 주고 싶어요. (웃음) 고용이 성립됐으면 좋겠어요.
Q. 앨범마다 새로운 장르를 들려주셨는데 혹시 향후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스타일이 있을까요?
A. 앰비언트도 꼭 만들어보고 싶고, 낭독 기반 사운드트랙도 만들어보고 싶고 또 서태지 같은 뉴메탈, 빠른 속도의 밴드 음악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발라드 팝도 음악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사실 만들어보고 싶은 음악은 아주 무궁무진합니다. 라틴 팝 음악도 만들어 보고 싶고 보사노바도 만들어 보고 싶지만, 시간과 자원이 한정적이니까 당장은 게임 음악에 집중해야죠.
Q. 또 피슈님의 음악을 더 수려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가사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가사만 있는 트랙들로 앨범을 만들 계획이 있으실까요?
A. 가사 없는 곡은 하루에 10개도 쓸 수 있는데 가사 있는 곡은 한 1년에 하나 나올 수도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거는 하늘이 점지해 주는 거 같아요. (웃음)
Q. 이 자리를 빌려서 홍보하고 싶은 게 있으실까요?
A. 이번 리믹스 앨범 많은 사랑 부탁 드립니다. 5월 15일에 발매합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팬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제 음악을 아끼고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그런 사랑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잘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y. 르망
by. 루영
by. 베실베실
by. 미온
by. 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