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남돌 청량 춘추전국시대, 그 이유와 청량 컨셉의 한계
언제나 아이돌 세대론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왔지만, 2023년, TWS, RIIZE(이하 라이즈), BOYNEXTDOOR(이하 보넥도) 등 대형 기획사 소속의 남자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면서 ‘5세대’ 아이돌이 이미 시작되었음에는 팬덤과 대중 내에 모두 공감대가 구축된 느낌이다. 특히 2023년 첫 싱글 음반으로 라이즈가 5세대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2024년 멜론의 연간 1위를 TWS의 데뷔곡 ‘첫만남은 너무 어려워’가 차지한 데에 이어, 2025년에 들어 보넥도, NCT WISH 등 여타 보이그룹들도 연달아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음원 차트 내에서도 보넥도와 라이즈가 큰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들을 인정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이처럼, IVE, Newjeans, aespa 등 걸그룹이 특히 강세를 보였던 4세대와 대비, 보이그룹의 데뷔로 열린 5세대 아이돌은 남성 아이돌이 특히 강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재미있게도 지금까지 열거된 5세대 남성 아이돌에겐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들의 줄기가 되는 ‘컨셉’이다. 각기 자신들만의 색을 보이고는 있지만, 모두 ‘청량함’을 무기로 내세워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변주를 주는 느낌이다. TWS는 일본풍, 라이즈는 팝적인 느낌, 엔시티 위시는 몽환적임, 보넥도는 에너제틱함과 악동미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의 뼈대는 모두 ‘청량함’이 지탱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기획사들은 하필이면 ‘청량함’을 내세워 이들을 제작했을까?
데뷔 후 1년, 실제 멤버들의 나이가 어릴 때 청량 컨셉을 하는 것이 특별한 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독자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전 세대의 남자 아이돌들과 비교해보면 5세대 남자 아이돌의 청량 일변도는 더욱이 특이점으로 다가온다. 당장 4세대 남자 아이돌인 ENHYPEN과 P1Harmony는 컨셉츄얼한 세계관과 강렬한 이미지, 음악을 내세웠고, 3세대로 묶이는 EXO나 NCT는 독특한 세계관과 체계는 물론이오, 비주얼과 음악에서까지 다소 어려운 느낌을 표방하면서까지 청량 컨셉과는 정반대로 대중과 거리를 두어왔다. 3세대의 대표주자인 방탄소년단 역시 데뷔 시기부터 ‘힙합’과 ‘사회비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중보다는 1020대 팬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 즉, 3-4세대를 통틀어, ‘청량’이라는 컨셉을 1년 이상 이어온 팀은 TXT나 NCT Dream 정도가 다였다.
이러한 이유는 남자 아이돌의 세일즈에서 찾을 수 있다. 대개 남성 아이돌의 매출은 음원보다는 음반과 공연, MD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마련이다. 한 마디로 대중을 공략하는 것보단 팬덤을 공략해야만 매출이 는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보이그룹은 다수가 호불호 없이 즐길만한 컨셉보다는, 적은 수라 할지라도 강력한 호감을 느낄만한 컨셉을 고안해왔다. 주요 팬덤층인 10-20대가 공감할만한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던지면서 팬덤의 충성도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취한다든지, 이전까지 없었던 독특한 컨셉이나 비주얼, 또는 세계관을 들고나와 이미 팬덤 문화에 익숙해 음반, MD 등 구매력을 가질 확률이 높은 기존 아이돌 팬덤의 눈에 띄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그리고 그것이 남성 아이돌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렇다면 5세대 남자 아이돌은 왜 이전 세대와는 달리 주 컨셉으로 ‘청량’을 선택했을까?
몇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남자 아이돌 컨셉 변화에 직전 4세대, 그중에서도 아이돌 판도를 바꿀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던 뉴진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4세대는 이전에 언급했듯 걸그룹의 강세가 돋보이긴 했지만, 그중에도 뉴진스는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다소 어둡고 강렬한 컨셉과 팬덤에 어필할만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4세대 아이돌과는 달리, 청량한 이미지와 비주얼은 물론, 트렌디함을 가미한 밝고 쉬운 음악으로 대중과 팬덤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뉴진스의 큰 성공 이후, 기존의 그룹들이 세계관에서 나오거나 하면서 밝은 컨셉으로의 변화를 겪었던 것처럼, 이후 세대 아이돌들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뉴진스를 의식하지 않았을 리 없다. 특히 청량한 컨셉을 내세운 뉴진스가 음원 뿐만 아니라, 데뷔 앨범 [New Jeans] 발매와 함께 여자 아이돌 초동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두 번째 EP [Get Up] 발매로 역대 걸그룹 초동 판매 2위에 올라서는 등, 남성 아이돌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음반 세일즈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적을 낸 것 역시 차세대 남자 아이돌의 컨셉을 기획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더불어, 시대와 아이돌 시장의 변화 역시 한 몫 했을 가능성이 높다. 1-2세대까지만 해도 아이돌들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기존 기획사와 재계약을 체결하거나, 그룹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경우는 손에 꼽았고, 기껏해봐야 ‘신화’ 정도가 특이한 사례로 소개되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2.5세대와 3세대로 접어들며, 아이돌 시장의 판도가 변화했다. 멤버 구성에는 다소 변화가 있었더라도, 당장 샤이니, 비스트, 인피니트는 데뷔 15년을 돌파하고서도 계속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고, 블랙핑크나 비투비처럼 각자 다른 개인 소속사를 찾았더라도 그룹 활동만큼은 별개 계약을 체결해 활동을 이어나가는 경우도 생겼다. 기존의 소속사와 재계약을 체결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세븐틴이나 트와이스 같은 그룹 역시 존재한다. 결국, 이처럼 아이돌 자체의 수명이 는다는 것은 아이돌 그룹 자체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과거엔 해체, 탈퇴, 활동 중단 등의 이유로 좋아하는 아이돌을 바꾸곤 했던 팬덤의 순환이 어렵다는 뜻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좋아하는 아이돌이 건재한 팬덤의 수가 많고, 기존에 수많은 컨셉을 소화해온 선배 아이돌들과 비교하면, 신인 그룹에겐 그들만의 최고의 무기인 풋풋함을 보일 수 있는 청량 컨셉이 정답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아이돌 뿐만 아니라 팬덤의 변화도 컨셉에 영향을 미쳤다. 먼저 ‘프로듀스 101’, ‘보이즈/걸스 플래닛’ 시리즈의 흥행을 기반으로, 팬덤이 바라보는 아이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 투표를 통해 아이돌을 선발하기에, 팬덤이 아이돌의 데뷔와 존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이 크게 흥행하면서, 팬덤이 인식하는 아이돌의 지위가 우상에서 엔터테이너로 변화한 것이다. 기존에는 ‘아이돌’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멤버들을 ‘우상’으로 인식하고 동경하는 팬덤이 많았다면, 이제 팬덤은 아이돌의 시작과 성장에 자신이 기여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있고, 더 이상 아이돌을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기에 H.O.T 시절부터 이어져온 무거운 사회 비판 메시지는 이제, 우상이 아니라 엔터테이너가 된 아이돌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팬덤의 연령대 역시 컨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10대 인구가 줄어들면서, 과거에 비해 아이돌 성공에 있어 10대 공략의 중요도가 줄어들고 있다. 더불어, 1-2세대 아이돌 팬덤 문화의 정점에 있던 당시 1020 팬덤이 이제는 30대 이상의 부모세대가 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팬덤 문화에 익숙한 중장년층이 늘어나면서, 팬덤 문화를 향유하는 대중들의 연령대 자체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미스터/미스트롯’ 시리즈 등으로 발굴된 트롯스타로 이동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아이돌 시장에 남아 새로운 아이돌을 응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아이돌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과거에 비해 보다 높은 연령대까지도 공략할 수 있는 전략과 컨셉이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쉬운 음악과 호불호 없는 비주얼을 보일 수 있는 청량 컨셉은 보다 넓은 연령대에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무기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세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7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 그리고 아메리카, 유럽 내 큰 인기를 얻었던 방탄소년단의 영향으로 3-4세대의 많은 아이돌들이 주요 타겟층을 아시아 바깥으로 돌리곤 해왔다. 그 영향으로 Stray Kids, ATEEZ, P1Harmony 등의 그룹이 아메리카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한한령 해제를 암시하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그 흐름에 맞춰 최근 하이브도 중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SM엔터테인먼트는 텐센트 뮤직과 합작해 현지 아이돌을 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돌들의 주 타겟층과 컨셉도 변화할 수 밖에 없는데, 동아시아권을 공략하기 위해 청량 컨셉을 선택해야겠다는 흐름이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화권 시장은 대체로 청량한 컨셉 아이돌에 거부감이 적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중화권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국 보이그룹 TFBOYS와 시대소년단 모두 데뷔 당시 10대 멤버들로 꾸려져 청춘, 청량을 주 키워드로 삼아온 것은 물론이고, 2024년 상반기 한국 아이돌의 중국 내 공구 순위에도 중국 국적 멤버가 소속된 세븐틴을 제외하면 아일릿, TXT, 뉴진스 등 주로 청량한 컨셉을 내세운 아이돌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컴백한 3-4세대 아이돌이지만, 다소 어두운 컨셉을 내세운 르세라핌, P1Harmony 등은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또한 중화권이 청량 컨셉을 선호한다는 결론에 힘을 싣는데, 이러한 분석과 국제 정세의 변화가 보이그룹의 컨셉 결정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5세대 아이돌들은 계속해서 청량한 모습을 이어나갈까?
확언할 수 없지만, ‘아니’라는 답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청량 컨셉을 해야만 했던 이유를 줄줄이 언급했지만, 청량 컨셉에는 필연적인 한계들이 몇 가지 있기 때문이다.
먼저 멤버들의 연령대가 제일 대표적이다. 풋풋하고 밝은 이미지, 그리고 학교, 청춘 등의 키워드로 인식되기 마련인 청량 컨셉이기에, 그를 소화하는 멤버들이 20대 중반을 넘어가게 되면 컨셉과 괴리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실제로 청량 컨셉을 꽤 오래 고수했던 TXT나 NCT Dream 역시 멤버들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다소 강렬하고 딥한 느낌의 컨셉으로 변화를 주었던 바가 있다.
두 번째로는 퍼포먼스에 대한 아쉬움이다. 밝고 귀여운 느낌의 청량한 컨셉은 난도 있는 퍼포먼스를 보이기에는 이질적인 부분이 있기에, 연출할 수 있는 무대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퍼포먼스를 중시 여기는 해외, 특히 아메리카의 팬덤에 어필하기가 어려운데, 실제로 5세대 남자 아이돌들이 백만이 넘는 음반 세일즈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보여왔음에도, 3-4세대 아이돌들에 비하면 음반 세일즈의 고점 자체가 낮은 것은 물론이고, 빌보드 200 차트 등 기존 Kpop 아이돌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던 해외 차트에 이름을 올린 5세대 그룹은 아직 등장하지 못하는 등 비아시아권 팬덤의 관심도가 많이 낮은 상황이다.
세 번째로는 청량 컨셉이 이미지의 다양성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데뷔곡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었던 TWS는, 금번 네 번째 컴백에서도 이전과 같이 청량함을 무기로 내세웠다. 그렇지만, 학교를 키워드로 진행되었던 3부작 이후의 첫 앨범이었기에, 이전과 다른 색다름과 신선함을 기대한 대중과 팬덤에 부응한 앨범은 아니었다. 결국 청량 컨셉의 특성상, 청춘이나 학교 등 대표적 키워드 외의 다른 키워드를 꺼내들기가 어렵고, 그렇다 보면 청량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비슷한 이미지를 양산해낼 수밖에 없다는 점은 크나큰 단점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작금의 5세대 아이돌들이 청량 컨셉을 벗어난다면, 어떤 식으로 이미지를 변화시켜야 할까?
청량 컨셉이 계속해서 유지되기에 어려운 사황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청량함으로 인식되어있는 기존 이미지를 기반으로 팬덤이 일정 수준 이상 생성된 상황에서 그 이미지를 깨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팬덤이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의 고안은 필수적이다. 기존 팬덤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묻는다면 ‘스토리텔링’을 제시하고 싶다. 컨셉의 변화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진 가상의 스토리를 통해 명확히 설명하는 것은 물론, 그를 기반으로 팬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그들에 공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을 활용, 컨셉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기존 팬덤의 반발심을 줄이기 위해 큰 틀에서는 청량함을 유지하되, 현실적인 고민들을 담은 서사를 더하면서 청량 컨셉에 현실감과 어두움을 얹는 방법이다. 청량에서 변화를 꾀했던 사례는 아니지만,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시리즈는 20대가 마주할법한 고민들을 담은 솔직한 스토리와 소년미를 앞세운 비주얼이 결합되어 큰 호응을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이다. 10대를 주로 겨냥하며 사회비판적인 가사와 힙합적인 느낌을 강하게 어필하던 첫 번째 ‘SKOOL’ 시리즈를 벗어나, ‘화양연화’ 시리즈에 들어서며 방탄소년단은 음악의 가사적인 면과, 뮤직비디오, 트레일러 등을 통해 20대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스토리를 표현했고, 자연스럽게 방탄소년단과 함께 나이 들어간 기존 팬덤은 물론이고, 그 외 나이대의 큰 호응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걸그룹에서는 tripleS(이하 트리플에스)의 ‘Assemble’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다. 일명 ‘어둠의 뉴진스’라는 별칭을 얻은 만큼, 트리플에스 역시 교복 등을 메인 의상으로, 가볍고 청량한 느낌의 음악을 주로 발매해오고 있지만, 동시에 그를 표현하는 뮤직비디오의 스토리에 실제로 10대들이 현실적으로 겪을만한 섭식장애, 가출 등의 키워드를 담아내면서 큰 호평을 받았다. 음악과 비주얼 자체는 청량함과 밝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담아내는 스토리텔링에 차별점을 둔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선택을 스토리텔링으로 설득해낸 케이스도 있다. TXT는 데뷔 이후 줄곧 밝은, 청량한 컨셉의 대명사로 인식되었지만, 기존의 스토리를 완전히 뒤집는 ‘혼돈의 장’ 시리즈를 시작함과 동시에, 락이라는 장르를 통해 강렬하고 퇴폐적인 이미지를 덧씌웠다. 그러나, 기존의 세계관 내에 ‘타락’이라는 키워드를 심어 트레일러 등의 방식으로 이를 그려내며 기존 팬덤에 이질감을 줄이기도 했다.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5세대 아이돌들이지만, 그럼에도 중반부부터 세계관을 도입하거나, 이미 ‘큐피트’라는 키워드로 스토리텔링을 이어온 바 있던 NCT WISH 등 일부 그룹은 세계관 내 새로운 챕터 등으로 확실한 변곡점을 남기는 것이 유효한 전략일 수 있겠다.
줄줄이 청량 컨셉의 5세대 아이돌이 변화해야 한다고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량 컨셉의 남자 아이돌이 유지될 것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당연히 ‘그렇다’ 이다.
전반부에 언급했던 것처럼, 폭 넓은 타겟을 상대로 호불호 없는 컨셉인 것은 물론이고, 최근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경쟁 아이돌이 늘어난 점, 팬덤의 인식은 물론 연령대가 변화한 점, 그에 더불어 글로벌 팬덤의 타겟 역시 아메리카와 유럽에서 한한령 해제를 이유로 동아시아로 변화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 청량 컨셉의 남자 아이돌은 앞으로도 유지될 이유가 분명하다.
그러나, 청량 컨셉 일변도와 다름이 없는 현재의 5세대 남자 아이돌들은 여전히 변화할 필요가 있다. 후반부에서 언급했듯, 멤버들의 연령대나 해외 팬덤 공략에 한계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 개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케이팝씬을 고려해보아도 모두가 유사한 청량 컨셉을 유지하는 것은 위험 요소가 크다. 개별 그룹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는 조금씩 반응이 오지만, 이전의 3-4세대와 같은 글로벌 성과를 낼만한 기미가 보이는 그룹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더더군다나 해외 성장세가 주춤한 요즘, 새로운 대형 신인이 나오지 않으면 케이팝 씬의 성장은 정체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축소될 수밖에 없다. 5세대가 열린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앞으로 변화를 통해 더욱 큰 성과를 일궈낼 가능성이 충분한 5세대 그룹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주길 바란다. 시장은 언제까지고 기다려주지 않고, 그들은 언제까지고 어리지 않다. 그러니 청량도 언제까지고 영원한 안전재일 수는 없다. 부디 이전에는 만나지 못했던, 혹은 아는 맛이어도 자신들만의 매력을 뽐낼 수 있는 5세대 남자 아이돌 그룹이 나와주기를 기대해본다.
By. 이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