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음악 시상식으로서의 뮤직 어워드 재팬 평가 및 향후 전망
‘아시아의 그래미’를 표방하며 올해 신설된 일본 국제 음악 시상식 ‘뮤직 어워드 재팬 2025 (Music Awards Japan, MAJ)’가 지난 5월 21-22일에 개최되었다. 이는 일본레코드협회를 비롯한 일본의 음악 산업 관련 5대 단체가 모인 일본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진흥 협회(CEIPA)와 일본 정부 기관 경제산업성이 공동으로 주관하고, 국내외 음악 산업 종사자 5000명으로 심사위원단이 꾸려지는 등 일본 국내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음악 행사라는 점에서 일본 음악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작곡가 출신의 현 문화청 장관 도쿠라 슌이치는 지난 2023년 “J-POP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음악 시상식을 개최하고 싶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그동안 내수시장에 집중하던 일본 음악 산업 및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다. 음악 시장 규모가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국가인 만큼 일본은 그동안 내수시장에서의 매출 확보에 기대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국내 소비층의 규모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구독 스트리밍 중심으로 음악 산업이 재편되면서 음반 판매로 주된 수익을 얻었던 일본 음악 시장에 위기가 찾아왔다. 더욱이 imase(이마세)가 ‘NIGHT DANCER’로 2022년 틱톡에서 조회수 12억 회를 기록하고, YOASOBI의 ‘アイドル’ 챌린지가 유튜브/SNS에서 히트하는 등 등 해외에서도 J-POP이 인기를 끌었던 광경에서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엿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뮤직 어워드 재팬’은 일본 자국의 음악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목적을 달성했을까? 또한 국제 음악 시상식으로서의 위상을 충분히 확보했을까?
우선 수치 데이터 상으로 볼 때, ‘뮤직 어워드 재팬’은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크게 화제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YOASOBI, 후지이 카제, Mrs. Green Apple 등 해외에서도 유명한 아티스트의 공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클립 영상의 조회수는 최대 403만 회에 그쳤다. 후지이 카제의 공연 영상과 오프닝 공연 영상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조회수 100만 회를 넘지 못했다. 비록 일본 음악 행사 중에는 조회수가 가장 높게 나오긴 했지만, 아시아 최대 규모 음악 행사 중 하나인 Mnet Asian Music Awards (MAMA) 공연 영상이 대부분 조회수 100만 회에서 많게는 1000만 회 이상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글로벌한 음악 시상식이라고 하기엔 약소한 수준이다.
수상자 선정 기준에서도 다소 허술한 점이 보였다. 주최 측(CEIPA)은 ‘2024년 2월부터 2025년 1월까지의 음원/음반 및 이를 발매한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2024-2025년 이전 작품까지 포함하여 후보자 및 수상자를 선정하였다. 이는 일반적인 시상식이 1년 동안의 기간 동안 발매된 음원/음반을 추려서 수상 작품을 선정하는 걸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느껴지는 기준이었다. 심사위원단을 포함한 주최 측의 입장에서는 기간에 상관없이 글로벌하게 히트를 친 자국 아티스트를 내세워 국가의 문화적 위신과 함께 시상식의 네임 밸류를 높이는 성과를 가져오고 싶었겠지만, 규모가 큰 음악 시상식인 만큼 선정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음악과 아티스트의 유명세와 대중성에만 너무 치중되었다고 느껴졌다. 주최 측 홈페이지에 따르면, 뮤직 어워드 재팬의 후보작은 공식 차트(빌보드 재팬 Hot 100, 오리콘 차트), 국내외 음악 데이터 집계 사이트(GfK Japan, Luminate 글로벌 집계), Usen(일본 최대 유선 방송 기업) 방송 빈도,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 자격 풀이 형성된다. 즉, 처음부터 심사위원이 출품작을 선정하는 게 아닌 것이다. 또한 음원 스트리밍 횟수와 음반 판매량, 방송 출연 횟수가 높은 음원/음반/아티스트 위주로 후보가 선정되고, 그렇지 않은 음원/음반/아티스트는 후보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음원 스트리밍 횟수와 음반 판매량을 고려하긴 하지만, 수치적인 데이터만으로 후보작을 먼저 선정하는 과정에서 음악적 우수성이나 사회적인 영향력, 장르 씬에 대한 기여도 등의 중요한 기준들이 배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장르 부문도 국제 음악 시상식으로 생각했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엔카, 애니메이션 주제곡, 보컬로이드 곡 등 일본의 독자적인 음악 장르에도 시상을 진행한 건 참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음원(Song), 아티스트(Artist) 부문에서 포크, 재즈 등의 기본적인 장르 부문이 빠져 있었으며, 일렉트로니카 장르 부문은 협력사 수상 부문에서만 시상했을 뿐 메인 장르 부문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또한 음반(Album) 부문에는 재즈, 클래식 부문만 시상을 진행했다. 해당 주최 측이 레퍼런스로 삼은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팝, 댄스, 힙합, 록, 알앤비, 포크, 재즈 등의 기본적인 장르에서는 음원/음반/아티스트로 나눠서 수상을 진행해 왔다. 비록 국가마다 메이저한 장르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음악 업계에서 큰 줄기로 나눠지는 장르에 대해서는 가능한 빠짐없이 수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YMO를 심볼 아티스트로 내세운 음악 시상식임에도 일렉트로닉 장르를 메인 장르 수상 부문에 포함시키지 않은 건 여러모로 아쉽게 느껴졌다. 장르 음악을 다양하게 발전시켜 온 일본 음악 씬의 강점을 크게 살리지 못한 시상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이 있다. 첫 시작부터 ‘뮤직 어워드 재팬’의 정체성은 크게 흔들렸다. ‘국제’ 음악 시상식을 표방하면서, 초청 인사를 비롯해 시상식 공연에도 해외 아티스트의 참석 없이 국내 아티스트 위주로 무대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주요 시상 부문 6개를 포함한 62개 시상 부문에서도 International Songs 부문을 제외하면 전부 일본 국내 아티스트가 수상하였고, International Songs 부문도 사실상 ‘일본 자국에서’ 인기가 많았던 해외 음악을 선정한 것이라 국제 시상식보다는 개최국인 일본 중심의 시상식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 또한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의 해외 아티스트도 수상자에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주요 수상 부문이 아닌 특별상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는 일본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목적과 국제 규모의 음악 시상식을 추구하는 방향성이 크게 충돌된 것으로 보인다. 메인 시상 부문의 수상 기준이 일본 음원/음반/아티스트로 한정되었고, TOP JAPANESE SONG IN ASIA/EUROPE/NORTH AMERICA/LATIN AMERICA 부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본 자국의 음악이 해외에서도 얼마나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세계 음악 시장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증명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도, 국제 규모의 음악 시상식에서 해외 음악과 아티스트가 평가를 받거나 행사에 참여하는 비중이 현저히 적었던 점은 문화 다양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나는 부분이다.
‘아시아의 그래미’로 불릴 만한 위상을 갖추고 싶었다면, 적어도 아시아 국가 단위의 수상 부문을 충분히 신설하여 아시아의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의 아티스트들이 서로 교류하고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 예시로 2008년까지 개최되었던 아시아 단위의 국제 음악 시상식 MTV Asia Awards를 들 수 있다. MTV Asia Awards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의 동북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의 대중음악도 다양하게 조명한 행사로 잘 알려져 있다. 국제 시상 부문뿐만 아니라 각 국가별로도 인기 아티스트를 수상자로 선정하였고, 덕분에 일본에서는 하마사키 아유미, Teriyaki Boyz 등의 아티스트가 국제적으로도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비록 역사가 짧긴 하지만, 주최국 외에도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각 국가의 대표 아티스트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데에서 의의가 있다.
이처럼 자국 아티스트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상을 하나라도 더 주는 것보다, 먼저 아시아의 국제 음악 시상식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위상을 높여야 일본 음악과 아티스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함께 따라오지 않을까? 또한 일본 음악이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국제 단위에서 경쟁을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야심차게 ‘국제’를 내세웠지만, 결국 ‘일본’밖에 없었던, 앞뒤가 맞지 않는 시상식이었다는 씁쓸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뮤직 어워드 재팬 시상식은 국제 음악 시상식이라기보다, NHK 홍백가합전, FNS 가요제와 같은 일본 국내 음악 행사에 더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당장 ‘아시아의 그래미’로 호명하기에는 자국의 음악 시상식보다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현재 일본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평가받는 ‘일본레코드대상’과 비교했을 때, Mrs. Green Apple, Number_i, ATARASHI GAKKO! 등 작년의 후보자, 수상자 목록과 라인업이 일부 겹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내 시상식만큼 일본 자국의 다양한 아티스트를 조명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와 같이 국내 시상식보다도 수상작과 아티스트의 다양성과 국가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일본 음악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대체재로 뮤직 어워드 재팬이 과연 필요했을지 의문이 든다.
다음 행사를 준비하는 주최 측은 어떤 이유와 목적에서 음악 시상식을 진행하는지,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의 그래미’라는 타이틀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면, 일본 자국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의 해외 음악과 아티스트의 발굴과 수상에도 집중하는 게 걸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일본 음악을 해외에 알리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이라면, 일본 자국 내에서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음악인들을 집중 조명하여, 국내외로 홍보와 바이럴을 크게 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도 저도 아닌 규모만 큰 시상식으로만 머무를 게 아니라면, 국제 음악 시상식을 치렀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시상식의 목적과 방향성을 다시 고민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