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그룹으로 1위 하기, 참 쉽죠 ~
8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혼성그룹 'ALLDAY PROJECT'의 차별성
1년에 수십 팀의 아이돌이 데뷔하는 케이팝 시장에서 등장과 동시에 음원 차트 및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이처럼 모두가 꿈꾸지만 냉정한 현실 속 걸그룹, 보이그룹도 아닌 8년 만에 등장한 ‘혼성그룹’ ALLDAY PROJECT(올데이프로젝트)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올데이프로젝트는 더블랙레이블의 수장 TEDDY(테디)가 프로듀싱을 한다는 점에서 큰 이목을 끌었지만, 과거 90년대에는 많았던 혼성그룹 (쿨, 코요태 등)이 요즘 들어 많이 없어진 추세라는 부분에서 혼성그룹에 의문을 던진 대중들도 많았다. 그렇다면 왜, 혼성그룹은 갑자기 없어졌으며 또한 올데이프로젝트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혼성그룹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크게 확실한 팬덤을 잡는 것의 어려움 그리고 현실적 제작의 어려움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전자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보통 팬들이 자주 느끼는 감정 ‘유사연애’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다른 이성과 함께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MBC 방송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전 룰라의 멤버 이상민이 직접 언급한 사실이며, 확실한 팬덤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에서 혼성그룹의 성공이 힘든 직접적인 이유다. 그리고 후자 ‘현실적 제작의 어려움’은 보통의 아이돌 그룹은 멤버 각자의 개성보다는 그룹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정체성으로 승부를 보는 반면 혼성그룹은 이러한 전략을 사용하면 안 된다. 이것은 여느 아이돌이 지향하는 예쁘고 잘난 사람들이 모였을 때 나오는 ‘꽃다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단순 비주얼로 멤버를 선정하게 된다면 보통 아이돌처럼 가장 비주얼이 뛰어난 멤버로 집중 마케팅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유사연애 감정을 느끼는 이성 팬들이 늘어날 확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굳이 왜 평범한 아이돌이 아닌 혼성그룹으로 만들어야지? 이런 의문을 심어 줄 수도 있다. 때문에 멤버 구성부터 ‘이 친구가 여기서 데뷔한다고?’ 이 정도의 화제성과 뚜렷한 개성을 가진 멤버로 팀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음악을 어떤 키로 맞춰 작곡해야 할지, 퍼포먼스 역시 전반적으로 코어 힘이 강한 남자와 힘이 약한 여자가 동시에 춤을 출 때 어떻게 해야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을지?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리고 올데이프로젝트는 이 모든 문제점을 극복하고 케이팝 시장에 당당히 등장했다. 앞서 언급한 확실한 팬덤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에서 ‘유사 연애’가 어렵다는 부분은 그들의 첫 자체 콘텐츠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보통 그룹 단체로 나와 그들의 캐미를 보여주는 자체 콘텐츠 영상은 멤버별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공개가 되었으며, 보통 신인 아이돌의 데뷔 초 순수함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은 워딩을 쓰는 것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다른 아이돌의 콘텐츠 중간마다 애교, 팬들에게 영상편지 등 팬덤을 겨냥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올데이프로젝트의 콘텐츠에는 그런 면모를 1도 볼 수 없다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확실한 팬덤을 겨냥하지 않은 것을 보고 대중들은 오랜만에 날것의 자체 콘텐츠를 보고 꾸며지지 않았기에 신선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전원 성인인 올데이프로젝트에 맞게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 브이로그를 찍은 것 같다는 말도 많다. 이처럼 아이돌이 흔히 셀링 포인트로 삼는 유사연애를 콘텐츠 내에서 배제함으로써 팬들의 이성 멤버에 대한 질투심과 견제를 방지하는 것에 성공했다.
또한 혼성그룹은 보통의 아이돌과 멤버 구성에서부터 차별성을 주어야만 한다고 언급했었는데 올데이프로젝트는 쇼미더머니 본선 출신 조우찬 그리고 아일릿 데뷔조 영서처럼 언급만으로 대중의 입에 오를 수 있는 멤버로 꾸려졌다. 이처럼 데뷔 전 공개된 멤버에서부터 확실한 집중을 심어줬으며, 그리고 그중 가장 큰 화제는 역시 신세계그룹의 외손녀 재벌 4세 문서윤(애니)이다. 데뷔 확정 사실이 나오기도 전에 연습생으로 있다는 것으로도 수많은 기사가 작성되었지만, 처음으로 공식 멤버로 소개된 영상 ‘ALLDAY PROJECT - ‘DAY 1’’에서는 ‘취미로 아이돌에 도전하는 재벌 집 공주님’이런 부정적인 시선 역시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세계적인 안무가 베일리, 동아무용콩쿠르 금상 출신 무용가 타잔까지 이게 우리가 아는 아이돌 그룹이 맞나? 싶은 개성이 강한 멤버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이것은, 르세라핌의 김채원과 사쿠라, 아이브의 장원영과 안유진처럼 화제성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멤버 소수를 그룹에 넣는 것이 아닌, 모든 멤버가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보통의 아이돌 그룹과는 멤버 구성부터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보통의 혼성그룹(코요태 등)은 메인보컬이 남자와 여자 모두 존재하지만, 올데이프로젝트는 영서 혼자만 보컬 포지션이며 다른 4명은 랩 포지션을 맡고 있다. 게다가 ‘[놀면 뭐하니?] 이상민이 말하는 혼성그룹의 성공 비법?!’에서 언급된 다른 혼성그룹이 지향했던 터져야만 하는 여자 보컬의 전략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때문에 다른 혼성 그룹처럼 여자 보컬 혼자 노래의 후렴을 꾸미는 것이 아닌 타이틀곡 ‘WICKED’에서 코러스 부분을 각자 번갈아 부르며 모든 멤버가 각자 가지고 있는 다른 매력으로 부른 것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프로젝트성 혼성그룹으로 활동한 ‘트리플 H’와 ‘Trouble Maker’에서 남자와 여자의 과도한 신체 접촉의 퍼포먼스는 완전히 배제했다. 또한 DSP미디어 소속 혼성그룹 ‘K.A.R.D.’는 ‘히든’ 콘셉트로 멤버가 잠시 추가될 수도 있는 독특한 콘셉트가 있었지만, 올데이프로젝트는 프로젝트라는 팀명을 가지고 있지만 멤버 구성에는 절대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데이프로젝트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혼성그룹과는 확실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왜 공개와 동시에 유튜브 인기 급상승 영상에 1위부터 4위까지 차지했는지 너무나 잘 보여줬다.
가장 큰 차이는 예상대로 팀의 합을 보여 줄 수 있는 단체 군무를 최소화하고 개인의 파트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선공개 곡 FAMOUS에서는 처음 벌스 때부터 멤버 애니 혼자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는 도전적인 안무를 보여줬으며, 남자 멤버 타잔과 우찬이 자기 파트를 할 때는 자유롭게 무대를 활보하면서 코레오의 느낌보다는 힙합 장르의 프리스타일적 면모를 살렸다. 또한 마지막에 이어지는 타잔 - 배일리 석 , 우찬 - 영서로 이어지는 페어 안무에서 혼성 그룹만의 퍼포먼스적 장점을 보여주었다. 같은 구성의 안무지만 앞에서는 보통의 케이팝 아이돌이 아닌 액팅과 제스처로 차별성을 주었으며, 다음에는 아이돌 코레오에서 많이 사용되는 스텝으로 완전히 다른 매력을 주어 많은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남자와 여자가 1:1로 춤을 주고받으니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가가 대다수이다. 그리고 마지막 댄스브레이크에는 댄서들 사이에서도 확실히 센터를 차지할 수 있을 만큼 춤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베일리, 현대 무용으로 단련된 신체를 살린 타잔의 아크로바틱 한 텀블링은 ‘이걸 음악방송에서 하네..’ 이런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데뷔 때부터 확실한 실력을 보여준 완벽한 퀄리티로 나왔기에 혼성그룹임에도 큰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올데이프로젝트의 성공은 다시 예전처럼 혼성그룹 부흥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 5세대의 케이팝을 구별 짓는 차별적인 그룹이 아직 없는 것은 맞지만, 아쉽게도 혼성그룹이 새로운 세대를 열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부수적인 이유가 많지만, 우선 앞서 언급한 멤버 구성의 어려움이다. 단순 실력이나 비주얼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완전 관심을 끌 수 있는 멤버들로 그룹을 만들어야 하기에 만약 제작하게 된다면 가성비적으로 절대 이득인 것은 아니다. 올데이프젝트를 보더라도 모든 멤버가 굳이 혼성그룹이 아닌 평범한 보이그룹, 걸그룹에서도 충분히 센터로 가능성 있다. 오히려, 평범한 아이돌로 데뷔하면 그 개성이 더욱 돋보이게 할 수도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특정 팬덤을 공략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 케이팝 시장에서 다른 소속사에서 혼성그룹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즉, 그만큼 올데이프로젝트는 데뷔와 동시에 큰 화제를 일으켜 혼성그룹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지만, 정답지를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길은 여전히 다른 그룹은 엄두도 못 낼 길이 될 듯하다.
by 만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