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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5년 6월 4주)

Hearts2Hearts, 아일릿, 안다영, Addison Rae 외

by 고멘트

"목 넘김도 좋고, 맛도 좋은데 기억에 안 남아…"


1. Hearts2Hearts (하츠투하츠) –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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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 Hearts2Hearts (이하 하투하)의 신곡 ‘Style’은 2000년대 한국 온라인 리듬 게임(오투잼, 알투비트등)이 떠오르는 듯한 Y2K맛과 여름 시즌 곡 맛을 잘 섞어 만들었다. 연차에 맞는 청량함도 있으며, 근래 타 아이돌 음악과는 다르게 자연스러운 곡 흐름을 가지고 있어 한 번에 이어서 듣기 편했다. 곡 자체의 대중성은 독특했던 전작 ‘The Chase’보다 훨씬 좋았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하투하에게 오히려 자충수가 되어버렸다.


‘Style’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특장점이 없다는 것. 개러지 하우스와 시부야계가 떠오르는 듯한 분위기로 청량을 우려낸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여기서 더 그렇다 할 키치한 포인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벌스, 프리 코러스는 슴슴하게 지나가고 그나마 코러스 파트에서 이 곡의 개성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like your style' 하는 부분의 경우 하강하는 멜로디가 오묘하게 귀에 익지 않는다. 또, 'Du-du-du'하는 부분도 타 아이돌 음악과 별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아 키치하지 않다. 그나마 Outro에서 코러스 파트 멜로디를 살짝 변주하는 부분이 곡에서 유일하게 튀는 부분이지만, 이마저도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덮기에는 짧아 아쉬웠다. 다른 아쉬운 점으로는 곡에서 계절감이 느껴지는 지점이 없다는 것. 여름 시즌송의 경우에는 계절감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요소들이 존재해야 장점을 살릴 수 있는데, MV에서 하복 교복을 입고 나온다는 것 외에 곡에서 포인트가 없어 아쉬웠다.


결국, '무난하다'라는 게 모든 문제의 요점이다. 결국 음악은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야 하는 법. 한 번 들었을 때는 쭉 흘러가는 느낌이라 듣기에는 편할 수 있으나, 개성이 없어 대중들의 기억에 남기 어려운 느낌이다. 또 이런 '무난함' 때문에 ‘Style’이 하투하의 초기 커리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적어도, ‘The Chase’ 때는 대중성이 떨어질지언정 독특한 후렴구와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로 하투하만의 개성을 구축했다. 이런 '무난함'의 문제들은 너무 흔한 컨셉인 'Y2K, 시즌송 그리고 청량함'에서 비롯되었다. 사람마다 관점이야 다르겠지만, 앞으로 하투하에겐 그들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 다하는 흔한 컨셉 말고, 하투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난 Sm을 믿는다. 부디…





"귀에 꽂히는 마법은 이제 충분하니까···."


2. 아일릿(ILLIT) - [bo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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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 : 세 번째 미니앨범 [bomb]은 너를 향한 감정을 노래했던 전작에 이어, 마침내 너와의 상호작용이 시작되는 순간을 아일릿스럽게 풀어낸다. 타이틀 ‘빌려온 고양이’는 프렌치 하우스 장르를 과감히 시도하며 빠르게 피치업되는 리듬, 중독성 강한 훅으로 아일릿의 발랄한 개성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꿍실냐옹', '둠칫냐옹' 같은 가사는 요즘 세대의 '밈' 감성과 맞닿아 유쾌하게 다가오며,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The Five Star Stories(ファイブスター物語)' OST의 스트링 샘플은 곡에 화려함을 더했다. 전반적으로 풍성한 사운드가 환상과 변신이라는 테마의 '마법 소녀' 이미지와 자연스러운 연결 지점을 형성해, 콘셉트 몰입도를 끌어올린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앨범의 방향성이 가장 명확히 드러낸 곡은 브랜드 필름으로 선공개된 ‘little monster’다. 자신을 괴롭히는 부정적 감정을 '몬스터'에 비유해 먹어 치워 버리겠다는 마법 같은 서사는 위트 있으면서도 아일릿의 세계관을 선명히 드러낸다. 몽글몽글한 신스 패드나 여린 보컬 톤은 몽환적인 감성을 극대화하고, 흘리는 발음으로 반복되는 'I don't wanna know'는 주문처럼 귀에 맴돌며 리스너를 세계관에 끌어들인다. 톡톡 튀는 8비트 위 귀여운 질투가 돋보이는 ‘jellyous’는 사랑스러운 팀 이미지가 자연스레 떠오르고, 아기자기한 감성의 Lo-Fi에 소소한 일탈을 담은 ‘밤소풍’에서는 현실적인 소재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앨범이 지나치게 컨셉츄얼하지 않게 밸런스를 잡아준 점이 좋았다.


이번 앨범은 아일릿이 지금까지 쌓아온 팀 컬러 위, 새로운 장르와 이야기의 확장을 시도하며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주었다. 팀 특유의 독특한 미감과 트렌디한 감각은 여전히 유효하고, 듣고 보는 즐거움이 살아있다. 다만, 오토튠으로 진짜 목소리가 가려진 채 'Do-da', 'Bae', 'ti-ra', 'Ch-ch'와 같은 의미 없는 음절을 반복하며 후킹함을 뽑아내는 전략은, 아티스트로서 장기적인 성장을 꾀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는 사운드의 힘에 기대어 왔다면, 이제는 긴 호흡의 서사나 음악적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안다영 같이 들을래 말래?"


3. 안다영 - [WHERE IS MY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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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 실리에 따라 오래되면 가차 없이 부수고 눈 깜박할 새에 새로운 빌딩을 지어내는 도시 안에서 우리는 뒤처지지 않을까 매일 불안감을 느끼지만 결국 살아간다. 안다영은 이 아스팔트의 아이러니에 포착하여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친구'라고, '연대'를 주제로 앨범을 풀어냈다. 시험공부 안 했는데 친구도 안 했다고 했을 때 안심이 되는, 그런 동질감과 연대 말이다.


트랙 곳곳에서 연대를 유도하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나 정형적인 대중가요의 도식을 따르기보다 실험적인 사운드, 감정선이 주가 되어 자유롭게 전개되었던 이전작들과 다르게 팝적인 시도를 더한 포인트들 때문에 더 시너지가 난다. 가령, ‘해피 아스팔트’나 ‘you can change nothing’의 경우에는 팝 록에서 흔히 보이는, 떼창을 유도하는 '워어워-' 같은 명확한 후렴구를 만들어내 그 효과가 발휘된다. 이는 분명 안다영의 음악에 팬들을 더욱 능동적으로 동참시킬 수 있는 새로운 장치의 도입이었다. 특히나 야구 경기를 보며 쓴 ‘came from the mattress’가 앨범을 가장 관통한다.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희망을 품었던 기억을 얼터락의 지저분한 감각과 빠른 속도감으로 긴장감을 전달하고, 반복되는 후렴구를 만들어 누구나 함께 환희하고 싶은 충동을 일게 했다. ‘tunnel’은 다른 감성의 연대 유발이었다. 80년대 옛 모던록을 표방하여 우울한 코드 진행에 예스럽고 따뜻한 멜로디가 이루어져 친숙하면서도 마음을 동요시킨다. 기존 안다영과 크게 괴리감이 들지 않게 무언가 울적한 무드는 유지하면서 역시나 친밀한 사운드와 예측가능한 멜로디로 대중들에게 한 발짝 다가간 점이 지혜로웠다.


인디 아티스트들의 숙명은 언제나 개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무엇 하나를 선택하거나 그 간극을 잘 조율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앨범은 후자로, 익숙했던 안다영의 서사와 감정은 이어가되 형식과 멜로디를 잘 정돈한 트랙들로 꽉 채워 기존 팬들을 결집하면서도 좀 더 대중의 영역에 안다영을 올라오게 한 앨범이었다. 인디록 특유의 예측 불가능함과 정제되지 않은 사운드의 매력은 일부 절제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안다영의 팝적인 시도가 더 많은 청자에게 도달하게 했다는 부분에서 의미 있는 앨범이지 않았나 싶다. 나만 듣고 싶은 아티스트라도 좋은 건 더 많은 사람들과 같이 듣고 나누는 게 좋으니까.





"안녕하세요~ 팝 가수 애디슨 레이입니다~"


4. Addison Rae - [Add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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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 유튜버나 틱톡 스타의 가수 데뷔는 대개 초반에만 관심을 받고, 결과는 그리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여러 틱톡 가수들의 전례가 좋지 않았듯 에디슨 레이의 데뷔작 ‘Obsessed’ 또한 대중들로부터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렸지만, 이번 정규를 통해서 낯부끄러웠던 틱톡 스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팝스타로 거듭나는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사실 음악만 잘한다고 모든 아티스트가 유명 팝스타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애디슨은 빌보드 유수 프로듀서진들과 손잡고 '리브랜딩'이라는 치트키를 꺼냈고, 성공적이었다.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메인스트림 팝에서 방향을 틀어 얼터너티브한 개성을 전면 내세운 것이 이번 앨범의 관전 포인트다. 특히나 ‘Headphones On’은 몽환적인 트립합 무드에 90년대 뉴 잭 스윙 리듬을 덧입혀 레트로하면서도 트렌디한 감각을 영리하게 구현해 냈다. 여기에 핑크 머리를 하고 말을 타는 관능적인 이미지를 더해, 이전과는 다른 뭔가 신비로운 애디슨으로 쐐기를 박았다. 이런 강렬한 인상의 컨셉들은 다른 뮤직비디오에서도 의도적으로 계속 연출되는데, '아, 이거 바이럴을 노렸네' 싶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쇼킹하게 보일까 고민한 프로듀서진의 창의력에 감탄하게 된다. 사운드적으로도 독특하게 어필하려는 시도가 잇따른다. ‘Fame is a Gun'은 싸늘한 무드에 키치한 신스를 버무리고 후킹하게 만든 라이트 클럽 스타일 곡으로, 역시나 기존의 전형적 댄스 팝에서 빗겨 나간, 좀 다른 아티스트로 보이고자 하는 추구미가 드러나는 트랙이었다.


아쉬운 점은 모두가 느꼈듯이 명확했다. 일관된 무드 속에서 트랙 별로 여러 바리에이션을 주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안개가 낀 듯이 몽환적인 엠비언트가 깔리고 애디슨의 하이톤 보컬이 지속되어 오래 감상하기엔 피로했다. 하지만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 몽환적이고 관능적인 사운드를 밀고 나갔기 때문에 '틱톡 스타'라는 관념을 깨부쉈다고 생각된다. '한국은 아시아가 아니야'라던 철부지 틱톡 스타의 한번 각인된 이미지를 탈피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팝 가수로 거듭나고 싶었던 애디슨의 긍지와 프로듀서들의 전략이 더해져 결과적으로 애디슨을 팝 씬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리브랜딩 사례로 남게 된 앨범이었다.





"센 다키 말고, 새 다키 나왔습니다"


5. Lil Darkie -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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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 : [yang]은 5년 전 발매된 [YIN]의 두 번째 파트로, [YIN]이 트랩 메탈과 거친 랩으로 공격적이던 시기였다면 [yang]은 그 이후의 시간 — 상실, 이해, 사랑을 관통하며 성숙해진 내면이 드러난다. 그는 본인이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그 안의 진심을 이야기한다. 최근 부진했던 곡 평가와 인종차별적인 표현의 사용으로 대중의 냉소적인 시선을 받아온 그가, 이번에 스스로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이를 음악에 담아낸 시도는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장르를 넘나드는 유연함이나 음악적 표현에 대한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 과거의 자극적 사운드를 덜어내고 네오소울이나 슈게이즈처럼 같이 비교적 차분한 장르 위에 내밀한 감정을 얹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그 변화를 대표하는 가장 잘 보여주는 트랙이 ‘i'm going CRAZY’다. 부드러운 네오소울 비트 위에 지난 세월의 혼란과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내며, 가장 깊은 진심을 드러낸다. ‘liar’처럼 메탈과 슈게이즈를 결합해 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한 트랙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강렬한 곡조차도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기에, 오히려 앨범이 담고자 하는 감정의 복잡성과 깊이를 더욱 입체적으로 부각시킨다.


무엇보다 [yang]은 감정적 서사만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설득력 있게 음악으로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각 트랙은 감정선의 높낮이를 분명히 갖고 이어지며, 진심을 전달하기 위한 구성과 사운드가 명확히 짜여있다. ‘i'm going CRAZY’에서 무려 8분의 러닝타임 동안 코드 변주나 악기 층위를 더해가며 서서히 감정선을 고조시킨 점이나, ‘a song you cannot record’에서 보컬적 면모까지 선보이며 표현의 폭 또한 확장했듯이 말이다. 이러한 감정과 음악의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그는 [YIN]과 [yang]이라는 연작을 통해 무너졌던 지난날을 껴안고, 내면의 균형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성공적으로 기록해 냈다.





"이젠 네가 알던 영쪽이가 아냐!"


6. Yungblud – [Idols]

르망 : Yungblud (이하 영블러드)가 드디어 정신을 차려 음악적 커리어 하이에 도달했다. 이전 행보는 음원 성적을 별개로 록 기타 사운드와 영문 모를 랩의 융합으로 소위 '김피탕'을 떠오르게 하는 '유행하는 것 모둠' 음악이었다. 심지어 정신질환을 조롱하는 가사(의도가 그렇지 않아도)까지 등장하며 그의 행보에는 항상 논란이 따라왔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 [Idols]는 많은 요소가 바뀌며, 그 바뀐 요소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 영블러드가 한 아티스트로서 성장을 도모하는 발판이 되었다.


과거 계속해 고집해 오던 단순한 직진성의 펑크를 줄이고 그의 정체성인 Emo 정신을 유지하며 브릿팝을 메인으로 가져왔다. 동시에 힙합이 아예 빠지면서 난데없는 랩 시전이 사라진 게 음악적인 퀄리티와 몰입감을 높였다. 영블러드의 목소리 톤과 가장 어울리는 절규하는 듯한 창법은 Emo가 섞인 브릿팝에 찰떡으로 붙었다. 그리고, 판매량과 대중성만 신경 써 짧은 트랙들만 가득 채우던 이전 방식을 버리고, 자신의 표현에 따라, 긴 호흡의 음악을 앨범에 넣었던 것도 칭찬할 만한 포인트다. 특히 선공개 곡 ‘Hello Heaven, Hello’는 9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변화무쌍한 곡 전개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키치한 사운드 활용으로 인해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사에서도 과거에 비해 좀 더 고무적인 내용들을 들고 왔다. 단순 파괴적인 Emo가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Emo를 표현해 긍정적이다.


지금까진 칭찬 일색이지만, 분명 더 고쳐가야 하는 부분은 존재한다. 브릿팝의 형식을 가져오다 보니 ‘Zombie’와 같이 Coldplay가 보이는 음악도, ‘Monday Murder’나 ‘Ghosts’ 같이 The 1975가 문득문득 들리는 음악들도 존재한다. 다만, 이는 영블러드가 Z세대 아이콘으로서 가지고 있는 의미나 지금까지 영블러드의 헛짓거리들을 고려하면 한 아티스트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감수되는 부분이다. 선공개 싱글 ‘Zombie’는 등장과 함께 많은 팬이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런 기대를 [Idols]에서 완벽하진 않지만, 납득할 정도로 충족시켰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앞으로 영블러드의 커리어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JEN', '르망', '유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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