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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5년 7월 3주)

BLACKPINK, EK, TWICE 외

by 고멘트

"대국민 러너스하이 첫 경험 썰"


1. BLACKPINK -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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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 콘서트 장을 압도할 만큼 묵직한 킥 사운드와, 브라스가 훅을 주도하는 하드 테크노 장르를 컴백 곡으로 선택한 것은 한층 스케일이 커진 블랙핑크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 하드 스타일과 테크노에 익숙지 않은 한국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했을 시에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쉴 새 없이 쿵짝대는 비트가 소위 말하는 뽕짝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허나 익숙해진 지금에는, 심장을 Zone 5까지 끌어올리는 테크노 비트가 끝나갈 때면 아쉽기까지 하다.


오랜만의 완전체 컴백곡 선정은 꽤 심사숙고했을 듯하다. 특히나 항상 합을 맞춰온 테디와의 작업으로, 인터넷에 밈으로 떠돌아다니는 블랙핑크 노래 템플릿처럼 보여지기 않기 위해선 신선한 변화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가장 최적화된 멤버별 파트 분배나 다이나믹 구성, 아라빅 사운드 같은 이국적인 색채를 덧입히는 작법은 유지하되 장르적으로는 케이팝에선 볼 수 없었던 하드 스타일을 택한 부분이 영리했다. 유럽 및 영미권에는 필승인 사운드이기에 글로벌적인 리스크는 없고, 한국 시장에는 기존 블핑의 틀을 깨며 신선함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B급 감성의 뮤직비디오는 코믹하고 쇼킹한데, 이게 블랙핑크가 하니 오히려 슈스의 자신감으로 보이며 킥이 되었다. 여름을 겨냥한 시즌 곡들보다 페스티벌에 최적화된 곡으로, 이번 해 여름 시즌 가장 강렬하게 남을 곡이 되리라 예상된다. 하드 스타일이 케이팝으로 승화되어 한국 메인스트림에서도 성공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선구자적인 싱글이었다.





"솔직함과 무례함은 전혀 다른겁니다. 명심하세요.."


2. EK - [Y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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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 국내 힙합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 못 한다는 것. 이 문제들은 국내 힙합 아티스트들이 무지성으로 하드한 해외 트렌드를 곧이곧대로 카피하면서 발생한다. 이번 EK의 [YAHO]가 딱 알맞은 예시. 비트는 확실히 Jane Remover나 2hollis가 할법한 해외 힙합 트렌드 최전방에 있는 장르 Digicore, Rage를 잘 차용했는데, 여기 위에 씌워진 EK의 가사는 중학교 2학년이 인터넷에 달 법한 내용이다. 선정적 표현이나 마약 표현을 직설적으로 뱉는 것이 과연 솔직한 걸까?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니다. 이건 힙합의 솔직함을 활용한 폭력에 가깝다고 본다.


만약 누군가가 '본능에 기인한 음악이 Rage다. 장르적 특성에 의해 뇌를 거치지 않고 내뱉은 건데 이걸 못 느끼네 ㅋㅋ 힙알못'이라는 얘기를 한다면, 그런 생각들이 정말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장르적인 문제를 떠나 그 '본능'이라는 것이 음악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의 충분한 계산과 생각이 쌓여 올려져 만들어진 직관이 필요하다. EK의 가사는 음악적 쓰임새 하나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이 가사들을 통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이 음반이 몇몇 힙합 리스너에게 호평을 받는 모습을 보면, 분석과 이해를 하려 하지 않고 그저 자극적인 단어들의 나열로 웃겨서 좋아하는 거로밖에 안 보인다. 물론 이런 류의 힙합 음악에서 가사와 아티스트의 생각을 동일시하진 않는다. EK의 이전 커리어는 분명 멋있었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YAHO]는 이런 질 낮은 가사가 오히려 비트와 탑라인이 가지고 있는 좋은 힘을 낮춰버리는 꼴이 됐다. 혹시, 주변에서 [YAHO]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조심하길 바란다.





"이건 첫 번째 레슨, 10주년 답게 준비하기"


3. TWICE (트와이스) - [THIS IS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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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 :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인 [THIS IS FOR]는 14곡 중 11곡이 영어 가사로 채워졌고, 타이틀 곡은 부드러운 이지리스닝 팝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Strategy’의 연장선에 있다. 글로벌 팬베이스를 보유한 팀으로서, 보다 넓은 시장을 겨냥한 기획이라는 점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매끄럽게 전개되는 곡 위 주체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 또한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곡이 과연 '10주년 타이틀'이라는 상징적 위치를 감당할 수 있냐는 것이다. 단체로 부르는 부드러운 후렴과 짧은 러닝타임 속 반복되는 구성은 귀에 감기는 멜로디임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한 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기억에 남는 파트의 부재는 타이틀로서 다소 평이한 인상으로 남고 만다. 기껏 모두를 위해 준비한 파티에 정작 메인 디시를 까먹은 셈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멤버별 비주얼 샷과 단체 퍼포먼스 모두 보여주려는 좋은 욕심이 엿보이지만, 2분 12초라는 짧은 곡 안에 킬링포인트가 분산되며 되레 어수선한 결과물을 남기고 말았다.


반면, 일부 유닛 수록곡에서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멤버들의 매력이 드러난다. 메인보컬 지효와 나연이 함께한 ‘TALK’에서는 감각적인 R&B에 쓸쓸한 감성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하고, ‘G.O.A.T.’에서는 담백한 보컬을 가진 다현, 미나, 채영의 보컬에 아프로비트 리듬이 더해지며 새로운 시너지를 완성했다. 이러한 유닛 곡에서 색다른 감정선과 장르를 보여주었기에, 이 앨범이 단조로운 흐름 속에서도 몇 가지 뚜렷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10주년'이라는 상징성과 기대치를 고려했을 때, 보다 도전적인 시도나 벅차오르는 서사를 선택했다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지워지지 않는다. K-pop을 대표하는 그룹인 트와이스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안정적인 기획 의도에 포커싱되어 기존에 팀이 가졌던 반짝이던 색채보다는 무난함이라는 글자 아래 옅어져 버렸다. '무난한 트와이스'가 아닌 '기억에 남을 트와이스'를 그려나간다면,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대될 텐데 말이다.





"이것은 문화적으로 부적절합니다."


4. Clipse, Pusha T, Malice - [Let God Sort Em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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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 : 종교적인 이유로 팀을 떠났던 No Malice는 이번 복귀가 돈 때문이라고 언급하지만, [Let God Sort Em Out]을 16년 만에 돌아온 Clipse(이하 클립스)의 단순한 복귀작으로 축소할 수는 없다. 발매 전부터 피처링 아티스트인 Kendrick Lamar의 벌스 클리어 문제라든지, 유통 지연, 발매 3일 전 앨범이 통째로 유출되는 등 많은 잡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클립스는 그들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았다. 동시에 겉만 번지르르한 허울뿐인 성공과 트렌드를 좇는 오늘날의 힙합 씬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이 앨범이 인상 깊은 이유는 단지 클립스가 '돌아왔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돌아왔는가?'에 대한 멋진 방식과 태도가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 방식은 바로 음악에 있다. 클립스의 팬이라면 반가워할 묵직한 비트와 강력한 플로우는 여전히 건재하다. 긴장감이 맴도는 미니멀한 비트 위, 목소리만으로 압도하는 ‘Chains & Whips’는 변함없는 멋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트랙이다. ‘E.B.I.T.D.A.’는 마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달을 듯한 리듬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리지만, 정작 어디에서도 폭발시키지 않고 끝까지 날 선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 ‘By The Grace Of God’에 이르면 이전 곡들에 스며있던 날카로운 감정들은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No Malice의 영향이 배인 가스펠 위 마약 문제로 무너진 동료들을 되새기고, 그 속에서 자신은 '신의 은총'으로 살아남았다는 복합적인 서사를 보여주며 앨범에서 가장 내밀한 순간을 보여주기도 했다. 보다 확실한 성공만을 목표로 잡았더라면 요즘의 대중적인 선택에 기댈 수도 있었겠지만, 프로듀싱을 맡은 Pharrell Williams는 오히려 그들의 고유한 색을 더욱 짙게 만드는 영리한 방향성을 택한 것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클립스는 단지 옛 감각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흐른 세월의 관록과 신념이 스며든 방식으로 힙합 씬을 비판했다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들리는 'This is culturally inappropriate(이것은 문화적으로 부적절합니다.)'라는 태그가 그 핵심이다. SNS나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규범 위반을 경고할 때 삽입되는 이 문구는 자신들의 표현이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자각하면서도,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그 불편함을 무기로 삼고자 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꾀했다. 결국, 이는 단순한 분위기를 위한 연출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 앨범을 통해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씬에 속한 모두에게 힙합이 지금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풍자하는 메타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방식이 지금도 유효한가?', '이 업계는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 물론 이 질문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클립스는 과거의 스타일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증명과, 그 방식을 통해 동시대마저도 비틀고 있다는 점에서 [Let God Sort Em Out]은 단순한 복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파워 냉방의 계절 속 뜨뜻한 으른 사랑"


5. Giveon - [BELO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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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 정장을 차려입은 모습의 빈티지한 커버처럼 이번 앨범은 클래식함이 감돈다. 70년대 소울 텍스처가 앨범 전반을 감싸면서 이전에 보여주었던 어반 사운드보다도 생동적이고 사운드적으로 풍부해졌다. 사실 기브온의 묵직한 보컬과 끈적한 어반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것이 너무 딥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오히려 드라마틱한 스트링세션과 재지한 건반, 빈티지한 드럼의 리듬감으로 다이내믹을 살려 지루함을 덜었다.


기브온을 대표하는 ‘Heartbreak Anniversary’ 같이 이전처럼 울부짖기보다는, 한층 여유롭고 낭만적인 것으로 변화한 게 가장 큰 인상이다. ‘I CAN TELL’이나 ‘Twenties’에서 느껴지듯 따뜻한 로즈 피아노로 느긋하게 진행되며 코러스를 풍부히 쌓아 올린 사운드가 신사적이면서도, 체념적인 가사는 사랑에 성숙해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다만, 이전만큼 처절하진 않지만 계속되는 이별, 상처, 로맨스로만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부분이 점점 뻔해진다. 70년대 소울의 레트로함과 낭만을 담았다면 한 두곡 정도는 좀 더 시야를 넓힌 주제를 담아낼 수도 있을 법한데, 사랑이야기에만 머물러 있는 부분이 아쉽다. 70년대 소울을 대표하는 마빈 게이나 스티비 원더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던 것처럼 말이다. 기브온 정도의 보컬과 영향력이라면, 충분히 감동적이고 호소력 있게 다가갈 것이다.


그럼에도 트랙과 보컬 모두 크게 톤 변화 없이 묵직하게 끌고 갔던 전작들에서 도약해, 보다 동적이고 감정도 풍성하게 발전하여 조금 더 인간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차가운 전자 드럼 비트로 만들어진 센치한 트랙 위로 으른 섹시를 풍기던 것이, 아날로그 질감 악기들의 실연주로 생동감을 살려, 뜨뜻한 으른 사랑으로 완성되었다. 옛 소울의 진심 어린 가사와 따뜻한 악기 톤은 계승하면서도 잘 정돈된 알앤비로, 특별히 후킹함은 없었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호감적인 인상으로 남은 앨범이었다.





"스캇은 대체 JACKBOYS를 왜 하는 걸까?"


6. JACKBOYS – [JACKBOY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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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 JACKBOYS의 앞날에 Travis Scott(이하 스캇)이라는 이름이 짐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자신이 JACKBOYS의 제일 빅네임이며 본인이 설립한 회사의 컴필레이션 앨범이니 당연한 과업이지만 이번 음반 [JACKBOYS 2]에서는 분명 짐이 된 것 같다. Trap, Rage 등 스캇의 대표적인 장르를 가져왔으나, 스캇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들을 만한 요소들이 딱히 없으며 ‘FE!N’ 같은 압도적인 뱅어도 없다. 그렇다고 앨범적으로 잘 만들었나? 트랙 간의 유기적인 구성이 느껴지는가? 이 또한 전혀 없다. 그냥 스캇의 데모곡들을 나열한 느낌밖에 들지 않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다른 피쳐링 아티스트들에 대한 아쉬움이 배가 된다. 스캇이라는 이름이 있어서 대중들이 앨범에 쏟는 관심도가 높아지고, 사기성 짙은 톤 때문에 스캇의 빈약한 랩이 눈에 띄는 것이 아닌 타 피쳐링 아티스트들의 능력이 오히려 앨범 퀄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전작 [JACKBOYS]에서도 비슷한 문제점들이 지적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전작은 스캇과 피쳐링진들이 차력 쇼라도 해서 앨범 유기성 문제는 덮어졌다. 하지만 이번 음반 [JACKBOYS 2]는 어떠한 발전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퇴보했다. 음반을 듣는 내내 '얘네 왜 이렇게 대충 만들었냐?'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사운드와 기세로 밀어붙이는 게 Trap의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지나쳤다. 스캇이 원하는 그림이 힙합 씬의 발전을 위해, 자기 동료들을 샤라웃하기 위해서였다면 이번 [JACKBOYS 2]는 의도와 정확하게 반대의 결과를 만들었다. 개인 커리어는 그렇게 화려하게 잘 만들면서 왜, 도대체 왜 컴필레이션 음반은 이렇게 빈약하게 만든 걸까? 도대체 스캇이 이 JACKBOYS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JEN', '르망', '유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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