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DAY PROJECT, Jvcki Wai/vangdale 외
배게비누 : ‘FAMOUS’는 과시하거나 안달 내지 않는다. 화려한 고음이나 자극적인 드롭 없이 묵직한 킥과 중저음 위주의 사운드로 곡을 탄탄하게 끌고 간다. 이것이 YG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크지 않은 다이내믹과 반복되는 구조에도 곡이 긴장감을 잃지 않는 건 적재적소에 배치된 보컬 덕분이다. 중저음의 애니와 베일리가 베이스를 잡고, 영서의 보컬이 선명한 색감을 더한다. 그 사이를 두 래퍼가 각자의 개성으로 채우며 흐름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반복되는 프리코러스와 후렴이 지루하긴커녕 귓가에 맴도는 건 이 때문이다. ‘WICKED’는 익숙하면서도 한끝을 놓치지 않은 곡이다. 후렴에서 보컬을 줄이고 트랙을 전면에 드러낸 편곡은 익히 들어왔던 테디의 뽕삘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묘하게 킹받는 "pop pop pop"으로 중독성 있는 킬링 파트까지 챙겼다.
이번 싱글은 각 멤버가 다른 결로 등장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통일된 무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기획 단계부터 치밀한 설계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치밀한 설계의 성과인 걸까? 이 싱글의 성적은 ALLDAY PROJECT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티스트 고유의 정체성과 서사를 쌓아가는 게 중요한 만큼, 테디 한 사람의 영향 아래 ALLDAY PROJECT, 전소미, MEOVV, 이즈나까지 이 많은 팀이 속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지속 가능성 면에서 우려도 남는다.
Noey : 앨범이 표현하는 정서는 분명하고도 직접적이다. 내면에 쌓아온 불안과 우울, 파괴적인 감정들을 이모(Emo) 기반의 트랜스, 유로댄스, 일렉트로클래시 등의 장르로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팝적인 멜로디 라인이 곳곳에 깔려 있어 쉽게 귀에 붙는다. 1번 트랙 ‘GG’부터 4번 트랙 ‘Wreck Car’까지는 비교적 깔끔해 적당히 흡인력이 있고, 중반 5번 트랙 ‘Narak’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환기된다. 특히 ‘Ms. Menhera’ 속 하드스타일, 브레이크코어 사운드 위를 통통 튀듯 때려 박는 재키와이의 목소리는 이 어지러운 구성을 불안이 아닌 매력으로 바꿔놓는다. 거기에 "내겐 나락도 락", "나를 견인할 렉카" 같은 가사 덕에 앨범 전반의 다소 극단적인 분위기도 무겁지 않게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모든 청자들에게 신선하거나 혁신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기존 재키와이 음악을 오랫동안 들어온 청자들이라면, 커리어 고점 이후 오랜 공백 끝에 나온 앨범인 만큼 더욱 과감하고 강렬한 무언가를 기대했을 것이다. 더욱이 전자음악 장르들이 최근 국내외 음악 씬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점 역시 예측 가능한 구성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에서 재키와이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여러 전자음악 사운드 위 재키와이 특유의 개성과 스타일을 명확히 담아내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각 트랙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음악적 정체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따라서 이 앨범이 가진 가치를 단순히 성패로만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누군가에게 다소 뻔하게 비칠지라도, 재키와이와 방달이 함께 선명하게 구현한 음악적 정체성과 표현의 과감함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제트 : 여전히 포크와 어쿠스틱 팝이라는 익숙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유일하게 묵직한 R&B 결인 ‘Fit’을 제외하면 타이틀곡 ‘SING ALONG!’을 포함한 나머지 트랙은 경쾌함의 정도 외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아 단조롭다. 장르나 서사적인 새로움의 부재 속 모든 곡이 2분 대라는 점은 그나마 지루함을 덜어주지만, 후반부의 연속되는 팝 발라드는 전형적인 마무리로 흐릿하게 흩어지며 마지막까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짧은 러닝 타임이 다이내믹한 반전의 구간을 만들지 못한 것 아닐까 하는 구조적인 허전함도 지울 수 없다.
도경수의 보컬이 아깝다. 앞선 3개의 미니 앨범부터 이어진 유사한 결의 반복은 매력적인 톤과 폭넓은 보컬 기량을 펼칠 기회를 앗아갔다. 정규 앨범이라기에는 납작한 결과 변화 없는 단편적인 이미지는 기대와 가능성을 낮추기만 할 뿐이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색은 충분히 증명했다. 음악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과 안주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며, 이는 가창력이나 컨셉추얼함을 여러 스타일과 장치로 다양하게 내세우는 남자 솔로 씬의 넓어지는 스펙트럼에서 차츰 뒤처지는 원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 독보적인 음색과 유연한 흐름을 이끄는 표현력은 그룹 활동 시절부터 많은 장르에서 경계를 낮추며 대중의 공감과 유입을 이끌었던 것을 알기에, 이러한 아쉬움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다양한 장르 및 과감한 음악적 시도를 간절히 바란다.
Noey : 분명 새로운 전환점이라 할 만한 앨범이다. 음악적으로도 기존의 상업적인 팝에서 벗어나 80년대 풍의 신시사이저와 빈티지한 키보드 사운드를 활용하며, 레트로하고 감성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방향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다만, 그 의도가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그간 비버의 음악들이 대중적이고 트렌드 중심의 접근을 보여왔기에 이와 같은 변화가 필요한 타이밍이었던 것도 사실이나, 결과적으로는 어중간한 시도에 그쳤다.
앨범은 비버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이슈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려고 하는 것 같지만, 진정성 있는 내용과 가벼운 분위기가 어색하게 섞이며 유기성을 잃는다. 예컨대 ‘DADZ LOVE’처럼 아들의 탄생과 개인적인 삶의 변화를 그린 트랙들이 있는 반면, ‘SWEET SPOT'과 같이 어설프게 선정적인 가사로 진지함을 깨뜨리는 트랙들도 혼재되어 있다. 더군다나 앨범 내 대부분의 곡들이 비슷한 톤과 잔잔한 무드를 유지하면서 총 54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마저도 지루하게 만들어 버린다. 프로덕션 퀄리티 자체는 높고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함에도 귀에 확실히 각인되는 곡은 ‘ALL I CAN TAKE’, ‘FIRST PLACE’, ‘405’, ‘SWAG’ 정도뿐이다. 더 진지하고 개인적인 음악을 향한 시도에 비해 그 결과물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자신감과 달리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배게비누 : 전작 [Blanket]에서 밋밋한 인디 록 사운드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Kevin Abstract가 이번에는 제대로 힘을 줬다. [Blush]는 전곡에 걸쳐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진행한, 의욕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듣다 보면 협업을 진행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이 남는다. 앨범의 1번 트랙부터 5번 트랙은 매끄럽게 이어지며, 하나의 서사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각 트랙의 개성이 희미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함께한 아티스트들의 존재감을 지울 거라면 왜 협업을 택했는지 기획의도마저 모호해진 결과물이다.
‘Post Break Up Beauty’부터는 나른한 분위기에 툭툭 내뱉는 무심함이 특징인 Dominic Fike의 잔상이 짙어진다. 실제 그가 참여한 ‘Geezer’는 싱글컷된 트랙임에도 이 흐름 안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다. 꽤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이 중반부부터 비슷한 인디락 곡들이 계속되면서 청자는 점점 집중력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Blush]는 [Blanket]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 중간중간 앨범을 지루함에서 건져주는 탈주 방지 곡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반부의 컨셔스한 무드가 정점을 찍는 ‘YoKo Ono’, 신스 사운드를 위로 끌어올려 다이내믹을 만들어낸 ‘Text Me’, 킥 드럼의 증감으로 리듬에 재미를 준 ‘Girlfriend’, 피아노 외에도 다양한 사운드 레이어로 애절함을 전달한 ‘Abandon Me’가 그렇다. Kevin Abstract는 '협업'이라는 카드를 쥐고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잘 해내고자 했던 욕심이 과했던 걸까? 곡 수를 줄이고, 핵심 트랙에 집중했다면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트 :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을 어딘가 덜 정제된 듯한 사운드로 드러낸 [Virgin]은,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데 집중한다. 앨범 전반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거칠고 날카롭게 울리며 ‘Hammer’처럼 정신없이 격동적으로 맴돌기도 하고, ‘David’처럼 고조되다 급히 소강하기도 하며 들쭉날쭉하다. 구체적인 기승전결보다는 무의식처럼 흐르는 전개는 이를 뒷받침하는데, 이는 혼란스러우면서도 솔직한 내면이자 자신을 포장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느껴진다.
완결되지 않은 듯한 구조와 다듬어지지 않은 사운드는 표면적으로 엉성하게 읽힐 수 있지만, 그러한 질감과 전개는 오히려 이 앨범의 설득력으로 다가왔다. 감정이 스친 자리에 남는 여운, 차가운 전자음 속 묘한 따뜻함은 가장 솔직한 Lorde를 마주한 지점이었다. 그렇다고 섬세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Shapeshifter’는 세밀한 비트와 진가성의 밀도 조절, 점차 더해지는 스트링과 건반으로 벅찬 감정을 이끌며 촘촘한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켰다. 정직하지만 확실한 리듬을 챙긴 ‘Favourite Daughter’나 여백과 호흡의 대비가 도드라지는 ‘Clearblue’ 등 다양한 구성은 흐름을 마냥 심심하게 두지 않겠다는 고민의 결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러한 무심함과 섬세함의 균형 속에서도, 앨범 전반을 잇는 공통점은 바로 자기 고백의 투명함이었다. 이는 다소 가지런하지 않은 이 음악에서 몰입을 끝까지 유도했고, 일부의 불완전함마저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크지 않은 부피감과 비교적 허전한 사운드는 여전히 [Melodrama]와의 비교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 직접 곡을 쓰는 아티스트에게 이전과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성장의 폭을 줄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Lorde는 1집 이후 이어진 아쉬운 평가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자기 인식 속 메시지적 깊이감은 더하면서 음악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그 용기 아래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Virgin]은 그 과정의 기록과 같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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