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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공격적으로, ATEEZ의 깊어진 유혹

ATEEZ : The 12th Mini Album

by 고멘트

‘Lemon Drop’의 시원한 사운드가 채 식기도 전에, 치명적인 섹시함을 품고 돌아온 에이티즈. 이번 글에서는 GOLDEN HOUR(이하 골든아워) 시리즈를 되짚고, 이번 앨범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향해 한층 더 공격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들의 전략적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에이티즈의 지금은, 그야말로 '골든아워'


데뷔 후 5년간 13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세계관 중심의 디스코그래피를 구축해온 에이티즈는, 작년 5월 [GOLDEN HOUR : Part.1]을 기점으로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과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서사와 음악적 선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까지 세계관 속에서 “무엇인가를 좇는 과정”을 끊임없이 선보여왔다면, 골든아워 시리즈는 “현실의 흔들리는 청춘 속,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전달한다. 열망으로 목표를 위해 연소했던 그들의 세계와 달리, 현실은 정답이 없는 기로이며 수많은 딜레마와 감정적 고통이 수반하는 곳이다.


때문에 일렉트로닉 댄스 팝(BOUNCY, GUERRILLA), 댄스홀(미친 폼) 등의 강렬한 사운드에서 벗어나, 플루트(WORK), 바이올린(Ice On My Teeth), 플럭 신스(Lemon Drop)를 메인으로 한 래칫(미니멀한 리듬&특정 악기가 루핑되는 힙합의 세부 장르)을 택하며 사운드의 힘을 덜어낸 것도 이러한 이유와 연결된다.


에이티즈의 2024 코첼라 무대 비하인드가 담긴 다큐멘터리

힘을 덜어낸다고 해서 그들의 음악적 파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시리즈의 이름에 걸맞게, 에이티즈는 지금 그야말로 커리어의 골든아워를 보내는 중이다. 세계적인 뮤직 페스티벌인 코첼라와 마와진 페스티벌에서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인 것은 물론, 미국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는 1위(WORK), 3위(Ice On My Teeth), 빌보드 HOT 100 차트 69위(Lemon Drop)를 달성해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가시적으로 확대해냈다.


이처럼 에이티즈에게 골든아워 시리즈는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는 시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와 영향력을 넓혀가기 위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명확한 타깃 포인트와 이에 걸맞은 음악과 이미지를 입히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현재의 에이티즈’는 바로 그 다양한 전략을 실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를 맞고 있고, 그 계획과 야심을 이번 에디션 앨범 발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2. 북미를 겨냥한 치명적인 유혹과 끌림


ATEEZ - [GOLDEN HOUR : Part.3 'In Your Fantasy Edition']

이번 앨범은 기존 [GOLDEN HOUR : Part.3]에 무려 10곡이 추가된 에디션으로, 글로벌 시장(특히 북미)에서의 인기를 “치명적인 유혹과 끌림”이라는 포인트를 통해 확실히 사로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물론, 에이티즈는 그간 날카로운 비주얼과 강렬한 퍼포먼스로 거칠고 섹시한 남성상을 보여줬지만, 팝 시장에서 소비되는 ‘성숙미’(이를테면 과거 저스틴 팀버레이크, 어셔 등)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획은 10대들의 모든 것(A TEEnager Z)이라는 그들의 뜻에서 벗어나, 남자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ATEEZ - Lemon Drop (M/V)

에디션 앨범의 테마를 이해하려면, 지난 6월에 발매한 [GOLDEN HOUR : Part.3]의 주제를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에이티즈는 이 앨범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 속 억눌린 감정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나아가는 청춘의 여정”을 그려냈다. ‘Lemon Drop은 시원한 래칫 사운드로 끌림의 순간을, Masterpiece는 캐치한 R&B 스타일로 그 끌림을 더 대담하고 도발적으로 풀어낸다. 이어지는 ‘Now this house ain’t a home’과Castle에서는 불안함과 내면의 토로를 담아, 청춘이 겪는 다양한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ATEEZ - Bridge : The Edge of Reality

Part.3의 마지막 트랙 ‘Bridge : The Edge of Reality’은 에디션 앨범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앞선 청량하고 감성적인 사운드의 결과는 다르게, 속삭임과 인더스트리얼한 질감을 통해 서스펜스가 스며든 댄스 팝 트랙으로, 발매 당시에는 세계관 속 또 다른 존재인 ‘할라티즈(세계관 내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의 에이티즈)’의 등장을 암시하는 곡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에디션 앨범에서 “깊어진 유혹과 일탈, 또 다른 나와 마주하는 감정의 경계"를 연결하는 인터루드로 재맥락화되며, 새로운 서사의 전환점 역할을 하게 되었다.



- 음악


ATEEZ - In Your Fantasy (M/V)

타이틀 ‘In Your Fantasy’는 앞선 ‘Lemon Drop’의 감정의 끌림과는 다른 감도를 전달한다.


앞선 곡에서는 “넌 너무 나빠 더는 자극하지 마 / 겨우 들뜬 맘 책임지길 바라”와 같은 가사를 통해 끌림을 애써 억누르는 듯 보였다면, 이 곡에서는 “Release Your Inhibitions, There ain’t no point in fighting / I’ll set you free from your sanity”라는 가사로 그 끌림을 적극 피력한다. 마치 감정의 갈증을 원하는 또 다른 나의 속삭임에 넘어간 듯 말이다.


Justin Timberlake - SexyBack (M/V)

텍스트 외적으로 사운드의 의도성도 뚜렷하다. 거친 신스와 절제된 드럼 리듬은 Timbaland 특유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며,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exyBack’과 같은 섹슈얼하고 시크한 바이브를 떠올리게 한다. 낮게 읊조리는 벌스와 강렬한 가성으로 코러스는 대비를 이루며, 기존 에이티즈의 에너제틱하고 파워풀한 스타일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골든아워 시리즈의 가볍고 절제된 사운드 결을 매끄럽게 이어받는다.


다만, 곡 내내 “Read between the lines look here, lucifer~”로 이어지는 후렴구가 건조하게 반복되다 보니, 강렬한 코러스에 비해 벌스의 끈적함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빌보드 핫 100에서 지난 활동보다 더 높은 순위인 68위에 안착하며, 글로벌 인지도와 팝 시장 내 확장성을 입증했다는 대중적 지표를 얻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이는 영문 트랙을 타이틀로 내세우고, 사운드 차용을 통해 북미 시장을 직접 겨냥한 그들의 전략이 유효했음을 뜻하니 말이다.


우영 - Sagittarius

이후 등장하는 멤버별 솔로 트랙은 “서로 다른 현실을 살아가던 소년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던 순간”이라는 골든아워 시리즈의 서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멤버 우영은 [GOLDEN HOUR : Part.2] 북클릿에서 “현실로 돌아와 무대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인물”로 소개되는데, 그는 지난 2월 솔로곡 ‘Sagittarius’를 유일하게 공개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했을 때, 무대를 향한 우영의 갈망이 이번 에디션 앨범의 서사를 열게 하였고, 각자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서사가 강점인 에이티즈의 기획력이 얼마나 치밀한지 보여준다.


ATEEZ - [GOLDEN HOUR : Part.3 'In Your Fantasy Edition'] Solo Track Preview

솔로 트랙은 각 멤버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려 노력했음이 느껴진다.


이를테면, 평소 DPR IAN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던 성화는 솔로 곡 ‘Skin’을 통해 퇴폐적이고 끈적한 스타일을 따라가는 듯했고, 거친 보이스가 강점인 민기는 Rage 트랙 ‘ROAR’을 통해 파워풀함을 표현하려고 했음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세련된 만듦새를 자랑하는 윤호의 R&B Funk ‘Slide to me’와 치명적인 매력이 담긴 산의 ‘Creep’은 에디션 앨범의 매끈함과 끈적함이라는 톤앤무드와 녹아드는 동시에,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게끔 한다. 이외에도 시원한 종호의 보이스가 담긴 밴드 사운드 트랙 ‘우리의 마음이 닿는 곳이라면’을 통해서 에이티즈의 에너제틱함과는 또 다른 결의 감성적인 매력을 선사해냈다.


이러한 솔로 트랙은 개인의 목소리/감정으로 표현되는 ‘서사적 연결’‘팬덤에 대한 보답’도 있겠지만, 에너제틱&파워풀함이 강점이었던 그들의 매력을 확장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비주얼


[GOLDEN HOUR Part.3 : 'In Your Fantasy Edition] Artwork

아트웍과 M/V에 등장하는 붉은 큐브는 세계관과 이번 앨범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중요한 오브제다. 에이티즈 세계관 내에는 ‘소프루’라는 붉은 돌의 유물이 존재하는데, 사용자의 감정을 다른 이와 동기화시켜주는 능력이 있다.

ATEEZ [THE WORLD EP.FIN : WILL] Outro (0:38에 등장하는 붉은색 돌)

정확한 형태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칭하진 않았지만, 직전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인 [THE WORLD EP.FIN : WILL]의 아웃트로에서 처음으로 이 붉은색 돌이 등장하면서 많은 이들이 ‘소프루’가 아닐까 추측했다.


그리고 이번 ‘In Your Fantasy’ M/V에서 또 등장하며, 그 추측의 신빙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큐브가 우영의 손에 닿자 모두의 눈동자가 레드 컬러로 바뀌는 연출, 다크레드 톤의 무대를 다 함께 바라보고 있는 연출 등은, 무대를 그리워하는 우영의 감정이 결국 소프루에 손을 대게 된 끌림으로 연결되어 표현한 게 아닐까.


또, 곡 내내 ‘Lucifer’가 등장하는 이유도, 직전 [GOLDEN HOUR : Part.3]의 소개에 등장한 “감정을 되찾는 여정”과 대비되는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처럼 치명적인 끌림을 단순히 툭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서사와 연결 짓게끔 여지를 남겨놓는 치밀한 기획력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M/V로 돌아오자면,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톤앤무드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 예컨대, 레드 와인이 몸에 흐르거나, 누군가의 무릎 위에 눕는다거나, 문을 가로막고 잠근다거나, 구멍을 통해 훔쳐보는 장면 등은 치명적이고 섹슈얼한 무드(더 나아가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를 전달한다.


다만, 앨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군무 씬의 세트 연출은 이전까지 정교한 연출에 비해 다소 허술하게 느껴진다. 음악의 결처럼 절제된 움직임이 돋보이는 군무임에도 과감한 타이트 혹은 와이드샷으로 연출되어 퍼포먼스의 매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무대와 객석 간 높이 차이가 이질감이 들 정도로 많이 나면서 안무보단 CG의 완성도에 눈길이 간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트 전경을 노출하기보단, 지난 ‘Ice On My Teeth’의 절제된 카메라 워킹을 참고하거나, 차라리 멤버들의 클로즈업 위주 컷을 더 넣었다면 아쉬움이 덜하지 않았을까.

콘셉트 포트에서는 웨트한 질감의 헤어 스타일링과 소프트 스모키 메이크업을 통해 퇴폐적이고 치명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의상적으로는 성화, 여상, 산, 민기에게는 넥라인이 깊게 파인 새틴 벨벳 소재의 셔츠를 입힘으로써 멤버 본연의 날카로운 이미지와 섹시함을, 나머지 멤버들에게는 볼드한 골드 브로치나 커프스 등 액세서리를 통해 벨벳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했음이 느껴진다.


이외에도 블랙과 레드 컬러를 활용해 앨범의 톤앤무드를 잘 구현하는가 하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도나, 얼굴의 굵은 선을 강조하기 위해 조명을 활용해 대비를 주며 표현하고자 하는 남성성도 잘 드러났다. 직전 Part.3에서 자연광과 밝은 컬러감, 가볍고 캐주얼한 의상을 통해 여름의 톤앤무드를 구현해낸 것과 분명히 대조된다.



- 투어 규모


ATEEZ 2025 WORLD TOUR <IN YOUR FANTASY> (25.07.05 ~ 25.10.23)

북미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음은 투어 규모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직전 투어 <TOWARDS THE LIGHT : WILL TO POWER>은 한국·일본·북미·유럽에서 약 24년부터 25년 상반기까지 진행됐다면, 이번 <IN YOUR FANTASY> 투어는 약 3개월간 한국·일본·북미를 타깃팅하여 진행된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북미 공연장 베뉴다. 뉴욕의 시티 필드,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 이어, 이번에는 시카고의 글리 필드가 추가되면서 40,000석 이상의 초대형 스타디움 공연을 3번이나 하게 되었다. 짧은 투어 기간 내 집중적으로 북미를 타깃팅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팝 사운드를 지향하는 변화 또한 이러한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3. K-POP의 경계에서 점차 POP으로


‘케이팝’과 ‘팝’의 경계를 나누는 기준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케이팝만의 고유한 태그와 브랜딩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팝 시장에서의 대성공을 통해 팝에 가까워졌지만, RM과 SUGA의 서사적 가사 · 팀의 내러티브 등이 여전히 케이팝 브랜딩 안에 속해있고, 스트레이 키즈는 일렉트로닉 기반의 복잡한 편곡과 제목/가사에서의 언어유희 등을 해내며 팝에는 없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에이티즈는 케이팝의 정형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물론, 여전히 케이팝 그룹이지만). 지금까지는 트랩 · 힙합 · 라틴 등 다양한 장르를 케이팝의 틀 안에서 재해석하며 변화시켜왔다면, 골든아워 시리즈에서는 미니멀한 트랩(특히 래칫) 사운드와 캐치한 영문 후렴구라는 두 가지 요소만을 전면에 내세운다. 에이티즈의 활동기를 쭉 봐왔던 이들이라면, 케이팝에서 자주 발견되는 서사적 가사, 복잡한 편곡, 고조되는 브릿지 파트 등은 이제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에디션 앨범은 그 음악적 변화 위에 “팝 시장에서의 야심이라는 전략적 의도”를 더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지난 3월, 세계적인 라이브 공연사인 AEG Presents와의 다년간의 파트너십을 체결 직후 북미를 중심으로 다시 월드투어에 돌입했다는 점, 영문 트랙과 남성성을 강조한 비주얼 콘셉트를 빠르게 내세웠다는 점은 이러한 방향성을 뒷받침한다.


음악과 앨범의 완성도를 모두 호평할 수는 없지만, 이 앨범은 음악적 성과보단 그들의 서사와 시장성 간의 균형 잡힌 성과만이 목표다. 그러한 점에선 치밀한 기획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선 두 팀과 달리 더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전략을 기반으로, 팝 시장에서의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by. 윈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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