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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은 소위 '국뽕물'이 맞는가?

[Kpop Demon Hunters]

by 고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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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은 공개 후 ‘역주행 1위’, ‘누적 조회수 1억 회’ 및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애니메이션 영화 기록’ 등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애니메이션의 성공처럼 OST의 음원 기록도 그 궤를 같이했다. 대표곡 ‘Golden’이 빌보드 Hot 100에서 2위를 차지하고, 다른 수록곡들도 다수 차트인 했다. 또 스포티파이 데일리 송 차트와 애플뮤직 차트에서도 최상위권의 결과를 이뤄내면서 이 성공이 특정 국가의 집중 혹은 팬덤의 화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 대중적인 성공이라는 것도 증명해 냈다. 제목에도 나타나듯,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은 K-pop과 한국 문화이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성공하자 수많은 언론은 ‘한국 문화의 성공’으로 기사를 쏟아냈지만, 필자는 이 성공이 달갑지만은 않다.




1. [K-pop Demon Hunters] OST의 성공 이유?


애니메이션의 OST가 성공하는 일은 잦지는 않지만 희귀한 일은 또 아니다. 겨울왕국의 ‘Let It go’처럼 분명 전례가 있는 일이다. 그러면 [케데헌]의 OST는 뭐가 그렇게 특별했을까?


[K-pop Demon Hunters] - 'Golden'


먼저, OST가 꽤 인기를 얻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그건 바로 ‘서사가 확실하다’이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스토리와 캐릭터가 있으므로 거기서 나오는 OST는 여타 다른 일반 곡들에 비해 몰입도가 좋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특징으로만 [케데헌] OST의 성공을 풀어낼 순 없다. 그런 식이면 모든 OST들은 다 성공해야 하지 않는가? 성공을 만들어낸 차별성은 [케데헌]의 OST가 스토리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OST는 영상을 메인으로 분위기를 생성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음악이 장면과 합쳐져야 힘이 생긴다. [케데헌]의 경우에는 서사 중간에 OST가 끼어들면서 뮤지컬처럼 캐릭터가 직접 노래를 부른다. 다른 OST에 비해 음악이 독립적이라는 뜻이다. 이런 데에서 생기는 몰입감은 여타 OST들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헌트릭스가 혼문을 완성하기 위해 아레나 공연장에서 ‘Golden’을 부르는 장면을 보고 청자들은 ‘Golden’의 가사내용과 겹쳐 흘러가는 스토리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겨울왕국의 ‘Let it go’, 코코의 ‘Remember me’등 영상 중간에 캐릭터가 직접 부르는 장면이 있기에 몰입도가 높아지며 음원의 성공까지 가게 된 비슷한 케이스다. 반대로 ‘F1 the Movie’의 OST들은 화려한 라인업과 F1이라는 해외에서의 대중적인 오브제를 활용했음에도 음원 성적이 [케데헌] OST 성적과 차이가 꽤 나는 것을 보면 차별성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겨울왕국 - 'Let it go'
Don Toliver - Loose My Mind (From F1 the Movie)

음악의 활용 부분은 이렇지만 애니메이션 내로 조금 들어가 보자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동양 문화의 새로운 파이, 한국 문화의 등장이다. 지금껏 서양에서 바라보는 동양 문화는 크게 중국과 일본이었다. 중국 문화는 역사, 레거시를 중심적으로 퍼져나갔고, 일본은 레거시 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요소들을 통해 서양 문화에 침투했다. 이 사이 비어 있는 공간 ‘현재’의 시점을 한국 문화가 차지했다. 거기에 더해 ‘욕망’이라는 메시지까지 합쳐지면서 또 다른 동양 문화의 파이가 생겨났다. ‘현재’와 ‘욕망’을 합칠 수 있는 최고의 컨텐츠는 K-pop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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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중국의 '패왕별희', 일본의 '황혼의 사무라이', 'Akira'


2. [케데한]의 성공이 과연 K-pop, K-문화에 좋은 영향일까?


뭐 이렇게만 보면 [케데헌]의 성공이 한국 문화의 성공이며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그렇게 좋게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뜯어 보면 볼 수록 K-pop이라는 문화에 대한 풍자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첫 번째로 K-pop이 가진 ‘팬덤’ 문화에 대한 양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소위 아이돌이라는 개체가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점에 관해 얘기한다. 스토리의 내용 자체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한 주인공이 진짜 자신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모습’이다. PC주의를 잘 풀어나간 고전적인 스토리 플롯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소위 ‘갈등’ 상황으로 묘사하는 부분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포인트는 ‘아무에게도 들켜선 안돼’이다. 스토리상 악령을 퇴치하는 헌터가 본인이 정작 반은 악령인 게 문제여서 등장하는 거지만, 현재 정체성을 숨기고 밖에는 밝은 모습만 보여야 하는 헌트릭스의 모습은 K-pop이라는 음악 시장에서 ‘아이돌’의 숙명과 매우 닮았다. 이런 모습뿐만 아니라 헌트릭스 팬덤이 보이는 맹렬한 사랑이 사자보이즈에게 넘어가면서 일종의 맹목적인 종교 현장처럼 보이는 장면들도 나타난다. 애니메이션 내에 예전부터 언급되던 K-pop 문화의 기형적인 단점들과 매우 유사한 장면들이 나타난다.


K-pop Demon Hunters - 'Free', 두 주인공이 감추고 있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노래.


K-pop Demon Hunters - 'What It Sounds Like''각자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아픔을 이기고 새롭게 시작해나가자'라는 내용


또, K-pop의 기형적 특성이 잘 나타나기도 한다. 팬과 소통, 콘텐츠 촬영, 라이브 등 수많은 활동을 쉴 틈 없이 진행하기도 하고, 휴가를 내자마자 매니저가 하는 ‘팬을 위해’ 한마디에 휴가를 포기하고 일을 다시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뭐, 좋게 말해 ‘팬들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돌’ 정도로 포장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모습이 비정상적이라는 건 그 누구나 알 수 있다. 또, ‘아이돌 시상식’이라는 이벤트에 오직 1,2위 헌트릭스, 사자보이즈만 나온다. 그리고 2위를 패배와 실패라 생각하는 부분들마저 K-pop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콘텐츠가 제한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생략한 거라고 하기엔 이미 동양인 부모가 ‘1등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말을 자식에게 말하는 밈이 서양에 팽배한 것을 보면 그렇게 좋게만 볼 수는 없다.


애니메이션 이야기는 이 정도 하고 성과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케데헌]에 등장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중심인 OST들이 차트를 폭격하고 있는 모습. 즉, 가상의 아이돌이 현실의 아이돌이 닿지 못한 곳까지 도달했다는 포인트가 어쨌든 실존하는 사람을 상품으로 활용하는 K-pop 문화에서 실질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블랙핑크의 기록은 이미 이겼고, BTS의 기록은 턱 밑까지 쫓아갔다. 스포티파이 데일리 차트에서는 ‘Dynamite’의 3위 기록을 이기고 ‘Soda pop’이 1위를 차지했다. 물론 로제의 ‘Apt’나 정국의 ‘Seven’ 등 1위를 기록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보이 그룹이 가장 유명한 K-Pop 아이돌의 기록을 이기거나 따라가는 모습은 마치 최근 버츄얼 아이돌의 성공이 불러온 ‘실물이 꼭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필요 없다’라는 대답을 하는 것만 같다.


빌보드도 'Golden'이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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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K-pop곡들을 제친 OST

결국 성공한 이 노래들은 K-pop 제작법에 따라서 만들어졌고 몇몇 한국인들이 참여했을 뿐, 사용된 자본이나 만들어진 회사는 한국 것이 아니다. 즉, 이 성공의 원인이 오로지 ‘K-pop’의 영향 때문도 아니며, 그 성과도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Soda pop’처럼 청량한 남자 아이돌 음악 스테레오 타입이 등장하고, 다 비슷하게 생긴 팬덤의 모습 및 그 들의 맹목적인 사랑도 등장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지금 K팝이 가지고 있는 클리세와 밈이며, 한국 사람들마저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내외부에서 바라보는 얼마나 K-pop이 단순화 되어있고 도식화되어 있는지에 대한 증거물이기도 하다.


사자보이즈 - 'Soda Pop', 청량한 남돌 노래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3. [케데헌]이 K-pop에 남긴 숙제


결국 [케데헌]의 성공이 남긴 뒷맛은 씁쓸하다. ‘도식화되어 있는 기형적 K-pop 문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K-pop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도식화 되어있는 ‘전형성’을 깨부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문화든 간에, 뿌리가 건강해야 체급이 커졌을 때 정상적으로 견딜 수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등 아니면 아무런 의미 없다’라는 명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이 부분에서 발생하는 ‘K-pop 산업에서의 제작 참여자와 아이돌의 부품화’가 ‘전형성’의 근간이다. 갈려 나가는 사람들은 성과를 위해서 창의성 없이 안정적인 창작만 하게 된다. 이 예시가 언제나 먹히는 청량미 넘치는 남돌의 음악이 결과로 나온 ‘Soda Pop’ 아니겠는가? K-pop도 일종의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도 알기에 안전한 선택을 고려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결국 K-pop은 예술의 한 장르이기도 하므로, ‘창의성’과 ‘차별성’이 오히려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결국 도전 없이 똑같은 것만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방식이 K-pop의 도식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제작자들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 쓰이고 싶진 않다. 휴식 없이 갈려 나가는 제작자들이 과연 그런 상황에서 제작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결국 결론은 색다른 프로덕션이 K-pop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Soda Pop’ 말고도 ‘Golden’같은 경우에도 Ive ‘I AM’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었다. 물론 같은 작곡가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국내 반응이 ‘이건 진짜 오리지널 K-pop이다’라는 반응이 있었는데,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반가움일 수도 있지만, 이것 또한 K-pop의 ‘전형성’에 대한 예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너무 뻔한 예시일 수는 있지만, 우리가 ‘뉴진스’의 첫 등장에 환호했던 그 시절을 생각해 보자. ‘나음보다 다름’을 기반으로 일구어낸 프로덕션에서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또, 뉴진스의 음악은 당시 K-pop 아이돌의 음악과는 분명 달랐고 큰 성공을 이뤄냈다. 지금 K-pop은 퀄리티적으로나 성과적으로나 최대 전성기에 이르고 있다. 체급이 커졌으면 이젠 내실을 다져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이 타이밍 때 터진 [케데헌]과 그 성공이 가져다주는 의미를 잘 생각하는 게 다음 단계로의 도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by. 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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