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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G’하지 못했던 저스틴 비버의 진심

상업적 성과도, 음악적 발전도 모두 잡지 못한 저스틴 비버의 [SWAG]

by 고멘트
900_6c453e589e3901e2724e33edfaae707a.1000x1000x1.png 저스틴 비버 7집 [SWAG]


4년 4개월 만에 저스틴 비버의 7집 [SWAG]가 기습 발매되었다. 프로모션이라고는 앨범 발매 하루 전 광고판으로 앨범명과 트랙리스트를 공개한 것이 전부였으며, 발매 첫 주 간 실물 앨범 없이 디지털 음원으로만 발매가 되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이전 앨범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차트 성적이 저조했다. 발매 첫날 애플 뮤직 앨범 차트와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미국 차트에서 높은 스트리밍 순위를 기록했으나, 빌보드 200 차트에서는 그의 커리어상 처음으로 빌보드 1위로 진입하지 못한 정규 앨범이 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진이 단순히 프로모션이 부족했거나 실물 앨범의 발매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만 단정짓기는 어렵다. 앨범에 대한 리스너들의 호불호가 상당히 갈렸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실험적이고 지루하다는 혹평을 내놓은 반면, 상업적 성과와 상관없이 그동안의 논란과 부침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 가족에 대한 사랑을 진실되게 담아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앨범의 음악적 가치로만 평가할 때, 그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그의 음악적 실험이 ‘SWAG’하게 느껴진 앨범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남는다.




정규 1집 [My World 2.0]과 3집 [Believer]에서의 댄서블한 팝 알앤비, 4집 [Purpose]의 트로피칼 하우스, 5집 [Changes]와 6집 [Justice]의 트랩, 일렉트로닉 기반 팝 R&B에 이르기까지 그는 매 앨범마다 다양한 프로듀서와 피처링진을 통해 음악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이번 정규 7집에서도 Dijon, Mk.gee 등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은 음악 스타일을 가진 아티스트를 프로듀서로 섭외하여 다소 정적인 콘템포러리 R&B, 얼터너티브 R&B, 베드룸 팝 중심의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했다.


기존 히트곡의 문법에 안주하지 않고 그를 대표하는 음악적 이미지에 꾸준히 변화를 주려는 의도는 아티스트로서의 부지런함과 열정을 드러낸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에 도전했다는 의의를 가진 한편, 그 과정에서 꼼꼼히 채우지 못한 빈틈이 크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아티스트로서의 미흡함도 많이 부각되었던 앨범이었다.


KakaoTalk_20250816_154423333.jpg 발매 하루 전 공개된 [SWAG] 트랙리스트 / 출처 : @lilbieber 인스타그램


첫 트랙 ‘ALL I CAN TAKE’에서 ‘DAISIES’로 잔잔한 감성을 예고하며 매끄럽게 넘어간 도입부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트랙 ‘YUKON’에서 피치를 지나치게 올린 보컬은 이전 트랙과 더불어 앨범 전체에서도 갑작스러운 이질감과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또한 잔잔한 트랙이 이어지다가 중반부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DADZ LOVE’의 댄서블한 템포는 지나치게 정적인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나,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비교했을 때 중간에서 혼자 튀어버리는 느낌이 있었다. 또한 Sexyy Red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SWEET SPOT’에서는 선정적인 가사뿐만 아니라, 느린 템포, 차분한 느낌의 사운드와 피처링 랩의 톤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앨범과 동명의 트랙인 ‘SWAG’에서도 난데없이 등장하는 자기 자랑이 어색하다. 전반적으로 감상 과정에서 어딘가 하나씩 어긋나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은 앨범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공감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인플루언서인 Druski가 참여한 스킷이었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Druski와의 대화는 앨범에 대한 짧은 감상(‘SOULFUL’), SNS에서의 자신을 향한 일방적인 평가에 대해 느끼는 감정(‘THERAPY SESSION’), 밈으로 화제가 되었던 파파라치와의 갈등(‘STANDING ON BUSINESS’)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겪었던 논란과 부침에 대한 소회를 진솔하게 풀어내고자 했던 의도는 알겠지만, 말끝마다 ‘Black & Mild(시가의 일종) 피러 갈래?’라는 말을 붙이며 저스틴 비버에게 장난스럽고 오버스러운 리액션을 해대는 방식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앨범의 흐름을 부자연스럽게 끊었을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로도 거부감이 생기는 트랙이 되어 버렸다.


무엇보다 트랙 수가 정규 앨범 중에 가장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DAISIES’ 외에는 특별히 기억에 남은 곡이 없었던 것은 수록곡의 퀄리티가 이전에 비해 크게 발전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전작의 ‘Love Yourself’, ‘Peaches’ 등의 히트곡에서와 같은 캐치한 탑 라인이 적을 뿐만 아니라, 어쿠스틱하고 잔잔한 분위기에 맞게 곡 구성이 드라마틱해지거나 사운드가 깊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가볍게 소비하기에도, 몰입하며 듣기에도 애매한 앨범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초반부와 유사한 박자, EP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중후반부에서도 반복되어 생기는 단조로움은 느린 템포와 잔잔한 흐름에 더해 21개의 트랙을 듣게 되는 리스너들에게 피로감을 누적시킨다.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만큼 보다 다양한 박자와 사운드, 멜로디를 고민하고, 각각의 트랙에 존재해야 할 이유를 충분히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스쿠터 브라운과의 결별 이후 그가 프로듀싱의 전권을 잡은 앨범인 만큼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결과물이다.


Justin Bieber - DAISIES




결과적으로 그의 귀환은 전혀 ‘SWAG’하지 않았다. 이전에 호평을 받았던 [Purpose], [Justice]에 비해 상업적으로도 부진했을 뿐더러, 앨범의 완성도와 수록곡의 퀄리티에서도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증명하지 못했다. 전작들에 대한 평에서 꾸준히 지적되어 온 매끄럽지 못한 트랙의 구성과 배치, 수록곡에서 드러나는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로서의 역량 부족 등의 문제도 크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진정성을 담으려는 의도가 리스너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 점이 지금까지 반복되어 왔던 고질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에게는 앨범의 완성도보다 몇몇 히트곡의 상업적 성공이 더 중요한 지표일 수도 있다. 이미 숱한 히트곡을 남겨온 팝스타로서의 업적이 충분하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낸 것 자체로 만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로서의 지속적인 음악적 성장과 변화를 이뤄내고자 하는 야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차기작에서는 앨범 트랙 간의 유기성과 통일성, 흡인력 있는 구성에 좀 더 공을 들이기를 바란다.



by. 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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