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태연, Charlie Puth, Diplo, 글렌 체크 외
동봄 : 우주를 담았다. 상투적 표현이 아닌 말 그대로 우주를 담아낸 앨범이다. 이전 수록곡들에 더해 불후의 명곡 ‘혜성’을 떠올리게 하는 ‘살별’과 블랙홀을 모티브로 삼은 ‘사건의 지평선’, ‘Black hole’과 같은 새로운 곡들이 스토리 라인에 추가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리패키지 음반은 상업성을 띠고 있기 마련이지만, 윤하의 이번 리패키지는 상업성을 배제하고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담은 것처럼 느껴진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의미를 부여한 가사들은 곱씹을수록 섬세하게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거창한 우주의 산물들에 미약한 우리의 인생을 살짝 올려놓은,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게 잘 만들어 낸 음반이다.
융 : [My Voice]는 선명한 서사나 매끄러운 메시지는 없었지만 태연 보컬의 역량을 다채롭게 보여주었고, [Purpose]는 일관적인 무드를 유지하며 자신의 음악적인 목표를 고밀도로 담아냈다. 세 번째 정규 앨범 [INVU]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집중한다.
음반을 크게 구분 짓자면, 1번부터 7번의 전반부와 8번부터 13번의 후반부로 나눌 수 있겠다. 전반부에는 사람을 사랑하다 못해 ‘envy’하게 되는 심정이 (INVU) 긴 밤을 버티다 (그런 밤) 주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Can’t Control Myself), 그런 자신을 불 위에 던진다. (Set Myself On Fire) 그런 자신을 가엾게 여기며 ‘어른아이’라고 규정한 뒤 자신의 상황을 지옥과 같다고 표현한다. (Cold As Hell)
이 비극적 연출을 열세 곡이 될 때까지 유지했다면 다소 피곤했을지도 모르겠다. 후반부는 새로운 다짐(Timeless, No Love Again)을 통해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고 (Weekend), 끝내 깊고 길었던 감정의 골을 해결(Ending Credits)한다.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겠지만.)
물론 곡들이야 이전에도 대개 준수했지만, 자타가 [INVU]를 고평가하는 것은 전적으로 태연이라는 보컬의 덕이다. 풍부한 공명과 정석에 가까운 비브라토, 폭넓은 음역을 소화하면서도 입모양의 변형이 적은 딕션, 그의 최장점으로 꼽히는 특유의 감정표현까지. 사운드의 힘이 아닌 목소리로 이끌어가는 음반은 참 오랜만이라, 좋은 감상이었다. 추천 곡은 “INVU”, “Set Myself On Fire”, “어른아이”.
융 : 디스코가 어지간히 유행이긴 한가보다. 디스코와 그로부터 파생된 여러 장르 사이를 연출하며 장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단 은근하게 뉘앙스만 풍긴다. 곡은 예상보다 빠르게 흘러가며, 후렴에 도달하면 “Switch”라는 가사 이후 찰나의 Mute가 찾아온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스위치의 딸깍 소리를 활용해 리듬을 채워주고 하나의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찰리 푸스의 음악을 슬쩍 셀링하기에 적격이고, 그 타겟과 의도가 명확한 싱글.
다만 아쉬운 건, 곡의 장르도, 스위치의 딸깍도, 찰리 푸스의 보컬도 다 예상가능한 범위 내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앤(&)박 리듬의 킥이나 강조되어 있는 신스, 빠르게 변환되는 진가성은 자꾸 저스틴 비버의 ‘Stay’를 떠오르게 해 애써 뒤로해야 했다. [Voicenotes] 이후 또 한 번의 수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빌보드의 시류보다 찰리 푸스만의 음악이 궁금해진다.
동봄 : 하우스를 중심으로 앨범을 밀도 있게 채워낸 모습이다. 음반명을 본인과 동명으로 한 만큼 분명 정성을 다했으리라 추측해 본다. [Diplo]는 비유하자면 마치 씨간장과 같은 느낌이다. 펑펑 터지는 자극적인 맛은 여타 간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깊고 방향 잡힌 맛. 물론 씨간장을 직접 먹어본 적은 없으나 상상해 보자면 그런 맛이 아닐까 싶다. 또한 장독대 속에 숨어 있는 소금 결정처럼 이 앨범 어딘가 하우스의 결정체가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만큼 기본에 충실해서 만들어지고 잘 다듬어진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융 : [Youth!]의 재기발랄함은 사라졌지만 EDM으로도 마음 한구석의 감성을 건드린다. 마치 [사춘기]를 발매하던 악뮤가 [항해]라는 앨범으로 분위기를 가라앉힌 사례가 떠오른다. 1집과 2집보다 훨씬 멜로디컬하고, 보컬의 출력이 좀 더 크게 들리기 때문인 듯하다.
그 때문인지, 흥미롭게도 음반의 곳곳에서 K-아이돌의 음악이 들리기도 한다. “Blush”나 “4ever” 같은 곡은 당장 어떤 보이그룹이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이들의 장르를 일렉트로닉이라는 단어로 재단해도 되는 걸까. 기저엔 알앤비가 있는 듯하며, 락 사운드의 이모저모와 힙합과도 어딘가 닮아있다. 여러 장르의 융합과 교차가 이루어지는 현재의 음악에서 항상 리스너들을 궁금케하고, 기대케하는 글렌체크다. 추천곡은 “Dazed & Confused”, “Dive Baby, Dive”, “4ever”.
동봄 : Martin Garrix와 Zedd의 합작은 감히 안 듣고 넘어갈 수가 없을 정도로 구미가 당기는 조합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얘기하자면 눈을 감고 들어도 Zedd가 참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평소 Zedd의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초창기의 음반에서 자주 사용하던 거친 사운드들이 이번 곡에서 매우 주요하게 사용되는 모습이다. 그에 비해 Martin Garrix의 색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 느낌이다. 최근 크게 귀에 박히는 곡이 없기도 했고, 본인의 색도 못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진행한 협업이 하나의 자극제가 되어 본인들에게 오롯이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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