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3월 5주)

오마이걸, 수란, (여자)아이들, 250, Denzel Curry 외

by 고멘트

오마이걸 (OH MY GIRL) - [Real Love]


덴젤커리볶음밥 :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오마이걸이 성공했던 곡들 - 그리고 성공할 수 있던 원인은 '청순함'과 '몽환적'이다. 멤버 비쥬얼부터 음색까지 그 점에 최적화돼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2번 트랙 'Drip'부터 어그러진다. aespa 음악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묵직한 베이스&드럼 음악이 등장한다. 문제는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Replay'에서 목소리를 깔고 분위기를 잡지만 그냥 귀여운 아이가 쎈 척하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대부분의 트랙 역시 이런 식이다. (그나마) 괜찮았던 트랙은 'Real Love', 'Blink', '항해'인데 위에 말한 트랙들과 전혀 분위기가 달라 앨범의 통일성이 하나도 잡히지 않는 것 또한 단점이고, 그렇다고 저 트랙들도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다. 'Real Love'는 멜로디는 분명 좋지만, 기억에 남을 킬링 포인트의 부재라거나 마지막에 급작스럽게 끝나는 부분 등이 있어 만들다 말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Blink'는 후반부의 랩이 갑자기 곡의 퀄리티를 갉아먹고, '항해'는 같은 Monotree가 만든 엑소의 'Stronger'나 레드벨벳의 '바다가 들려'를 레퍼런스했다는 것이 너무 쉽게 느껴진다. 앨범 마지막에 감성적인 트랙을 넣는다는 것 자체가 뻔한 클리셰라 아쉽기도 하고.


당혹스럽고 아쉽다. 누가 오마이걸에게 '힙스터'라는 것을 알려줬는가? 오마이걸은 이렇게 SM식의 컨템포러리 EDM 음악을 해선 안 된다. 다음에는 기존의 콘셉트로 되돌아왔으면 한다.



SURAN (수란) – [FLYIN’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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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아티스트의 ‘해외스러운’ 세련을 어필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이는 앨범. 과거 ‘오늘 취하면’의 수란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스와 리버브가 둥둥 떠다니는 몽환적인 사운드로 트랙을 가득 채웠고, 결과적으로 감기는 멜로디 없이 곡 하나하나의 힘보다 특정 무드에 치중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딱 잘라서 말해 크게 신선하지도 않다. 앨범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선뜻 다시 손이 가기 어려운 상황. ‘Devils in the city’는 순수 영어 가사만을 써서 안 그래도 낯선 무드를 더 어렵게 만들었고, ‘Diamonds’의 경우 어째 태용의 피쳐링이 음악적으로 큰 의미를 갖지 않고 뜬금없다는 느낌이 강하다. 감탄사로 표현하자면 “음…”, “엥?”, ”아…”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앨범이 아닐까.



(여자)아이들 – [I NEVER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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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앨범명 그대로 ‘죽지 않은’ (여자)아이들. 첫 정규라고 해도 특별할 것 없이 이전 앨범처럼 크러쉬라는 방향성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운드적으로는 여전히 무시무시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타이틀 ‘TOMBOY’는 ‘요즘 먹히는 락킹한 맛’을 카리스마와 쫀득함을 담아 제대로 구현했다. 밴드 뮤즈를 연상시키는 굵직한 베이스와 후반 브릿지는 덤. 예쁜 옷걸이에 잘 어울리는 옷을 걸쳤으니 높은 음원 성적이 이상하지 않다. 대부분의 수록곡을 락의 톤 앤 매너를 기준으로 편성했지만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건 ‘VILLAIN DIES’와 ‘MY BAG’이다. 전자는 단순하지만 후킹한 바이올린 드롭으로 귀를 모으고, 후자는 노련함을 보여주듯 톡 튀는 전소연의 훅이 맛깔나게 트랙을 매듭짓는다. 산만함이 크러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넌지시, 시크하게 말해주는 듯한 앨범.



250 - [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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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커리볶음밥 : 어정쩡한 앨범이다. 분명히 앨범 커버와 제목, 음악의 1차원적인ㅡ기본적인 때깔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Korean Pon-Chak Music'이다. '모든 것이 꿈이었네'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구수한 멜로디가 들어가 있고, '뱅버스'는 이박사가 떠오르는 뽕짝 테크노다. 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이 음악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기본적인 때깔은 위에 말했듯 구수한 뽕짝 테크노라지만, 조금만 귀를 기울여보면 최신의 EDM, 신디사이저 음악 요소가 잔뜩 들어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신만의 음악 테크닉을 옛 장르인 뽕짝과 절묘하게 섞은 본인만의 '아방가르드하고 포스트모더니즘한 무언가'를 만들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조합은 성공했는가? 에픽하이가 '트로트'라는 음악을 냈을 때 대중과 평단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일단 기본적으로 트로트라는 장르 그 자체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후렴구의 멜로디는 어르신도 즐길만한 완벽한 트로트였다. 한국의 이박사가 지금도 끊임없이 (밈이든 진심이든) 재평가되려는 움직임이 있는 건 기본적으로 '뽕짝' 그 자체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들으면 누구라도 흥이 나는 멜로디다. [뽕]은 과연 그런가?


'사랑이야기'는 흥이 나는가 싶다가도 중간에 너무나도 뛰어난 솔로 연주가 등장한다.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뽕짝이라는 장르에 지나치게 많은 소스가 들어가 있다. 결론적으로 음악에 몸을 맡겨 '뽕짝'에 취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계속해서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주세요', '로얄 블루', '레드 글라스' 등은 분명 뛰어난 트랙이지만, 'Instrumental Hiphop'에 가깝다. '뽕'적 요소는 거의 없다. 그래서 아쉽다. 애초에 '뽕'을 콘셉트로 잡을 것이라면 조금 더 자신을 내려놓고 장르 그 자체에 더 충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Denzel Curry - [Melt My Eyes See Your Future]


덴젤커리볶음밥 : 이전에 나는 Curry의 싱글을 두 번씩이나 리뷰하며 신보가 기대된다는 리뷰를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만큼 뛰어난 앨범은 아니었다. 결국 선공개됐던 싱글 'Walkin'과 'Zatoichi'의 벽을 넘지 못했다. 분명히 그 두 곡 말고도 뛰어난 트랙은 존재한다. 재즈 피아니스트 Robert Glasper가 참여한 재즈 힙합 'Melt Session #1'이나 'Worst Comes to Worst'는 선공개된 싱글의 바톤을 이을만한 좋은 트랙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트랙은 결국 이전에도 보여줬던 비교적 익숙한 트랩 음악들이 대부분이어서, 결국 기억에 크게 남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좋은 트랙들은 분명 좋고, 앨범의 유기성도 나쁘진 않고. 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투자해 'Walkin'이나 'Zatoichi' 같은 파격적인 음악들을 더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가 싱글만 먼저 듣지 않았어도 호평을 했을 앨범이 아닐까 싶다.



Nigo – [I Know NIGO!]


최크롬 : ‘BAPE’로 잘 알려진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자 프로듀서인 니고의 두 번째 앨범. 피쳐링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아조씨의 인맥이 꽤나 상당하다. 이처럼 쟁쟁한 참여 라인업과 트렌드 클리핑을 하는 듯한 여러 사운드 모음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 에이셉 라키로 힘차게 포문을 열었던 초반부와 트랩 지향적이고 테마가 뚜렷한 후반부에 비해 앨범 중간이 붕 뜬 것 같은 부분은 아쉽다. 랩 하나로 승부 보는 푸샤 티는 이런 산만한 사운드 결에 잘 조화되지 않는 느낌. 한편 ‘Heavy’와 같은 트랙에서 릴 우지 버트가 UK 드릴을 보여준 부분은 흥미롭다. 종합한다면 킬링 트랙(‘Ayra’ 빼고)은 아쉽게도 적으나, 쉬지 않고 나오는 “다 아는 래퍼들이구만” 라인업으로 그 높은 스탠다드와 안정감을 즐기기엔 나쁘지 않다.



※ '동봄', '베실베실', '최크롬', '융'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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