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3월 4주)

솔라, lavndr, 레드벨벳, 스트레이 키즈 외

by 고멘트

솔라 (마마무) – [容 :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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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솔로 아티스트의 자질 측면에서는 딱히 의심할 바 없다. 하지만 지난 싱글(‘뱉어’) 이래로 솔라만의 무언가를 찾아 나섰다기보단 마마무의 곡을 혼자 불렀다는 느낌이 강한 건 왜일까. 치고 빠지는 코러스의 완급조절과 ‘꿀이 뚝 떨어지는’ 드럼 사운드 연출까지 확실히 밸런스 있는 곡이지만, 결정적으로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없다. 의외로 타 마마무 멤버들의 비해 약한 아이덴티티가 솔라의 유일한 숙제일지도. 수록곡 중에서는 ‘Big Booty’가 눈에 띈다. 흔치 않는 보드빌 사운드와 발칙한 주제가 흥미로운 곡. 이처럼 솔라는 오히려 올드팝과 같은 마이너한 장르를 건드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lavndr - [forget-me-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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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기본적인 때깔은 한국에 흔하디흔한 네오 소울에 기반을 둔 인디팝이다. 비록 ep라 하지만 앨범의 구성에서도 크게 특출난 부분이 없이, 2개의 연주곡과 음악의 기본적인 때깔에선 수많은 레퍼런스가 떠오르는 4곡들로 채워져있다. 그러나 이 앨범이 다른 여타 팝 앨범에 비해 차별화되는 지점은 '섬세함'에 있다. 3번 트랙 'summer'나 (단순히 반복되는 것이 아닌) 피아노 연주라거나. 4번 트랙 'ma cherie'에서의 노래의 풍미를 더해주는 세컨 기타의 연주가 그 예시이다. 6번 트랙 'way too good'에서의 브라스 연주도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 감탄을 자아낸다.


사실 이런 네오 소울 장르는 듣기 좋은 코드 진행과 멜로디 라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종의 분위기형 음악이기에 악기들은 그냥 특정 루프로만 진행돼도 충분한데 말이다. 단순한 디테일을 제외하고도 기본적인 짜임새 또한 훌륭하다. 상기한 기시감이야 지금의 네오소울 팝 음악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고, 익숙한 음악이라고 해서 그 노래까지 반드시 좋다는 보장도 없는 법이지만 이 앨범은 그 점에선 충분히 듣기 좋다. 거기다가 디테일하기까지 하니 더더욱 금상첨화다. 굳이 새로운 실험을 하지 않아도, 기존의 장르 공식을 충실히 재현하고 거기에 자신의 개성을 더하니 뛰어난 수작이 탄생했다. 신인답지 않은 영리하면서도 노련한 전략의 승리이다.



Red Velvet -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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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기존 레드벨벳의 가장 큰 장점은 '멜로디의 유려함'이었다. 멀리 다른 소속사까지 갈 필요 없이, 같은 소속사의 여그룹과 비교해 봐도 그 점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선배 그룹 F(x)처럼 지나치게 실험적이지도 않고, 후배 그룹 aespa처럼 과하게 컨셉추얼하지도, 과하게 크러쉬하지도 않다. 적당히 Red하고, 적당히 Velvet한 선에서 절충적인 음악을 해왔다. 멜로디는 언제나 중간 이상을 유지해왔고 편곡적인 면에서도 (짐살라빔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중친화적인 면이 강했다. 이번 앨범도 그렇다. 분명히 멜로디도 여전히 세련됐고 편곡적인 면에서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더 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타이틀곡 'Feel My Rhythm'에선 대중에게 익숙한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했지만 프리코러스 파트를 제외하곤 너무나도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이 강하다. 인트로부터 후렴구까지 시종일관 들려오니 친숙하기보단 되려 지겹게 느껴진다. Red 콘셉트에 가까운 'Rainbow Halo'와 'Beg For Me'도 모난 부분 없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도 없다. 한 번 더 들어야 할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체면치레하는 곡은 'BAMBOLEO'와 'Good, Bad, Ugly'이다. SM에서도 가장 레드벨벳의 개성이라 할 수 있는 Velvet적인 음악들. 특히나 벌스-프리코러스-후렴구까지 하나의 덩어리처럼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멜로디 진행이 인상적인 'BAMBOLEO'는 이번 앨범의 베스트트랙이다. 그러나 이 곡들도 기존 앨범의 Velvet 곡들에 비하면 어딘가 아쉽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Summer Magic]과 [RBB]를 제외하곤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던 레드 벨벳이여서 그럴까. 이번 앨범은 매우 매우 아쉽다. 너무 무난한 길만 걸으려 한 것 같아서.



Stray Kids (스트레이 키즈) - [ODD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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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최근 스트레이 키즈의 음반에서 이렇다 할 만한 감흥을 느끼기 어려웠는데, 이번 음반 [ODDINARY]는 꽤 괜찮은 음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몇몇 음반에서는 몸에 맞지 않는 하드한 스타일의 옷을 굳이 입고 있는 느낌이었으나, 이번 타이틀 ‘MANIAC’에서는 조금 힘을 빼고 신선함을 가미했다. 다양한 모습으로 새겨진 아라빅한 멜로디와 사이사이 삽입된 적당한 변주들의 조화는 꽤나 인상적이다. 더해서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배경, 다채로운 효과들과 카메라 구도가 인상적인 MV는 음악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최근 아쉬운 JYP 아티스트들의 행보를 만회하는 음반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이 키즈에게는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는 음반이기도 하지 않을까.



Alan Walker, Torine - ‘Hello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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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별로라고 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건 클래식이다. 혹자는 이런 스타일이 이제 식상하거나 질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항상 이런 맛이 나기만을 기다려왔다. 오리엔탈한 사운드를 입은 채로 시작되는 인트로의 멜로디를 듣자마자 이건 더 듣지 않더라도 분명히 내 취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로피컬하기도, 멜로딕하기도 한 하우스 장르의 ‘Hello World’는 굉장히 간단하면서 반복적인 멜로디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도 효과적으로 감정선을 이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드랍에서 느껴질 수 있는 뻔함을 낮고 거친 신시사이저로 보완하고 있다. 음악적인 변화를 겪으면서도 가끔 보여주는 이런 맛은 나쁘지 않다.



Charli XCX – [CR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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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중독성 있는 선공개 싱글과 더불어 알찬 수록곡을 자랑하는 앨범. 찰리의 앨범은 대중성과 실험성을 왔다갔다 하며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건은 전자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흑인음악스러움은 살짝 빠졌고, ‘Good Ones’를 주축으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댄서블한 트랙이 가득하다. 앞서 말했듯 중독성 있는 리프를 강조한 곡들이 감상 시 앞으로 드러나는 편. ‘Baby’, ‘Used To Know Me’가 대표적이다. 물론 [Pop2]처럼 ‘찰리식 매운맛, 자신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쉽겠지만, 빡셈과 이지리스닝 사이를 나름 균형 있게 잘 지킨 앨범. 여담으로 요즘 케이팝의 변화무쌍함과 자극적인 무드에 비하면 찰리의 앨범은 꽤 순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뜻.



※ '동봄', '베실베실', '최크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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