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 씨잼, 위클리 외
동봄 : 뉴이스트가 10년간 걸어온 길을 매듭짓는 베스트 앨범. <프로듀스 101> 이후, 일렉트로니카들로 버무려진 뉴이스트 W와 뉴이스트의 음반들을 지금도 굉장히 좋아한다. 평소 개인적으로 추구하고 원하던 사운드들을 많이 음반에 담아냈던 팀이기에 뉴이스트의 해체는 아쉽게 느껴질 따름이다. 수록곡은 대체로 역대 타이틀곡이 주축이 되어 채우고 있으나 ‘Different’나 ‘Look’처럼 선택받은 수록곡들이 눈에 띈다. ‘Segno’, ‘Shadow’처럼 여타 좋은 수록곡들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기존 음반은 남아있지 않은가. 아무쪼록 이번 주는 베스트 앨범과 함께 뉴이스트의 음반들을 정주행해볼까 한다.
베실베실 : 기다리고 기다리던 씨잼의 신보. 전작 [킁]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한국어 발음의 영어화'를 더욱더 발전시켰다. '뭐'에서 '고개만 잠만 휙 예 후회가 뭐' 라는 마디나, '빡세'에서의 '친구는 몰라도 못돼 내 라이벌' 같은 라인은 가사 없이 들으면 영어 랩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발음의 재해석을 선보인다. 사운드 측면에선 [킁]에서는 가볍고 신나는 Rock과 유사한 사운드가 메인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조금 더 마이너하며 신디사이저적 사운드가 돋보인다. 조금 더 힙합에 가까워졌다. 다만 (의도했을 확률이 높지만) 전작에 비해 벌스가 줄고 똑같은 라인의 훅이 반복돼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3년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기존 선공개곡이 다수 들어갔다는 것도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상기한 단점들을 고려해도 [걘]은 분명 [킁]에게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뛰어난 앨범이다. 씨잼은 3년 전에도 그랬듯 또다시 자신을 증명해냈다.
최크롬 : 급작스러운 콘셉트 변화와 세계관 접목 시도는 신인 티를 벗고 기획적으로 한걸음 나아가기 위한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다만 그룹의 장점을 아예 배제하고 ‘새로움’에만 천착했다는 점에서 그 방향성이 아쉬울 뿐이다. 타이틀 ‘Ven para’만 하더라도 앳된 보컬이 공격적인 사운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감상을 방해한다. 곡의 뼈대를 이루는 포인트 파트와 카리스마를 소화할 수 있는 멤버가 없다시피 하니 음악의 맛이 부족하다. 차라리 크러쉬에 일가견이 있는 타 그룹이 소화했으면 조금이나마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동일한 기조를 띠는 준타이틀격인 ‘Solar’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지만, 타이틀보다는 블랙핑크스러운 기시감과 키치함이 있어 듣기엔 훨씬 나은 편이다. 기획에 음악을 억지로 맞춘다면 높은 확률로 둘 다 공허해진다는, 자명하지만 씁쓸한 결론만 남았다.
최크롬 : 빡센 라인업 치고는 무난했던 싱글. 둘은 정석적인 팝 랩 구조에서 예상 가능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두아 리파와 메간 디 스탈리온은 각기 맡은 코러스와 벌스에 충실하지만, 여기에 큰 시너지가 있다는 느낌은 아니다. 사실 곡의 테마가 애초부터 스탈리온에 맞는 타입으로 쏠려 있어서 두아 리파 자리에 비슷한 급의 다른 보컬이 와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두 빌보드 퀸이 함께 했다’ 정도의 의미로 충분한, 가벼운 무게감의 싱글. 한편 말랑한 음악과 대조되는 괴기스러운 뮤직비디오는 나름 재밌는 부분. 여기서도 강한 여자가 남자를 흔들어제끼는 빌보드의 ‘크러쉬함’이 살짝 질리기도 하지만.
베실베실 : 베이프 창립자이자 프로듀서인 'Nigo'와의 콜라보이지만 음악은 여태껏 들어왔던 'Pusha T 스러운' 노래다. 10년 전 'Trouble on My Mind'에서부터 그래왔듯, 반복되는 루핑이 인상적인 붐뱁 비트 속에서 Pusha T는 짐승처럼 랩을 내뱉는다. 자칫하면 자기복제처럼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Daytona] 이후 공백기가 길었기 때문일까, 전 싱글 [Diet Coke]이 (칩멍크 소울 비트도, 랩퍼포먼스도) 어딘지 모르게 아쉬워서일까? 오히려 이 노래를 들으니 '티태식이 돌아왔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역시 사람은 잘하는 걸 해야 한다는 반증이 아닐까.
동봄 : 정규 앨범 이후 약 2년 만에 돌아온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지난 1월 발매되었던 싱글 ‘High’는 냉정하게 말해 내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싱글 ‘iPad’만큼은 아쉬웠던 체인스모커스의 감성을 꽤 담고 있다고 평하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곡이 전체적으로 어디서 들어본 듯한 구성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먼저, 프리 드랍부터 드랍까지 이어지는 주요한 사운드는 ‘Closer’의 드랍을 가져와서 빠르기와 음정을 비틀어 놓은 후 그럴듯하게 널어 놓은 것 같았다. 더해서 곡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펙트가 걸린 여성 보컬은 적절했지만, 이 역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왠지 모를 익숙함에도 꽤 괜찮은 곡임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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