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8월 4주)

블랙핑크, 아이브, 트와이스, 하성운, LANY, milet

by 고멘트

BLACKPINK – ‘Pink Ven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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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거문고를 비롯한 사운드 리프가 오리엔탈한 무드를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전 발매한 몇몇 곡에서 크게 벗어난 인상을 주는 건 아니다. 리드 싱글인 만큼 신선함보다는 블랙핑크만의 집약된 스타일을 다시 한번 정리해 놓은 듯한 트랙이다. 틱톡에 최적화된 후렴구나 자신감 넘치는 랩 파트까지 블랙핑크로서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를 가득 채워 넣었다. 결과적으로는 기시감이 강하다는 평가를 낳았지만, 중독성과 매운맛을 전달하기엔 부족하진 않다. 한편 곡에서 00년대 서부 힙합 사운드(50 cent가 연상되는 후렴구 리프와 랩 파트의 얇은 신스 등)가 묘하게 연상되는 건 흥미로운 부분이다. 힙합의 딥한 요소까지 적극적으로 채용/소화할 수 있는 부분도 타 크러쉬 지향 걸그룹 대비 블랙핑크가 가진 최대 강점.





아이브 (IVE) – ‘After 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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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히기’에 돌입한 싱글이다. ‘LOVE DIVE’도 그랬지만, 비교적 쉽고 가벼운 곡을 택했다. 전작의 나르시시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가며 ‘What’s after LIKE?’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남긴다. 그룹이 쌓아올린 콘셉트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변화를 추구했으며, 대중과의 타협점도 영리하게 찾아냈다.


아쉬운 것은 세계관이나 숨겨진 의미 같은 것들이 아닌 곡 자체다. 보컬이나 래핑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고, 가사 역시 가사지를 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전달력이 약하다. 이미지나 분위기로 강하게 내세우다 보니 생기는 약점이다.


‘LOVE DIVE’ 같은 완벽한 타이밍의 곡은 역시 어려운 걸까. 기대한 만큼 충족시켜주진 못했지만, ‘아쉽다’고 말하기엔 주저하게 되는 싱글이다.





TWICE (트와이스) – ‘Talk that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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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ock Knock’, ‘The Feels’ 등의 곡을 작업했던 이우민 작곡가와 함께한 미니앨범 타이틀곡이다. 특유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면서도, 예전에 비해 모던하고 차분한 연출이 눈에 띤다. 꾸준히 다양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그 ‘차분해짐’이 오히려 곡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L-O-V-E’를 외치는 가사와 성숙한 연출의 언밸런스가 자꾸 소화되지 못하고 남는다.


충분한 연차에도 아직까지 부족한 가사 전달력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파트여야 할 싸비의 ‘Talk that Talk 딱 한 마디’의 가성 출력이 매끄럽지 않아 흘러 지나가 버린다.


아이돌에게 컴백의 횟수나 디스코그라피의 개수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시간이 더디게 걸리더라도 조금 더 여러 방면에서 고려된 컴백이 이루어져도 좋을 것 같다.





하성운 – [Strang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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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워너원 출신 솔로 중 가장 팝스러운 세련미를 주력으로 가져가는 하성운이다. 그러나 그간 외국 작가진 중심의 프로듀싱으로 인해 착 붙는 대중적인 매력이 덜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라이언 전 참여의 이번 타이틀 ‘FOCUS’에서는 그런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내는 듯 보인다.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 구성, 후렴구의 완급조절, 그리고 편안한 멜로디가 모여 이지리스닝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특이점 없이 무난하게 좋다’는 형용사가 곡에 붙는 건 사실이나, 하성운의 우수한 보컬 운용으로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어 개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눈에 띄는 수록곡은 ‘Too little too late’이다. 평범한 진행을 유지하다 후반 후렴구에서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잠깐 비틀어 낸 부분은 재미있는 포인트다. 아무리 머니 코드라고 치부한들, 때론 이러한 ‘뽕’적인 매력이 무드로만 떡칠된 밍밍한 곡에서 적당한 조미료 역할을 하기도 한다.





LANY – ‘Congrats’

: 21년 정규앨범 이후 첫 번째 싱글이다. 바람난 전 애인이 ‘fucking’이지만 결국 새로운 사랑에 대한 축하를 빌어주는 원망을 표현한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불행을 빌고, 상처받은 감정을 열거하면서도 결국 결론적으로는 축하를 건네며 쓸쓸하게 끝낸다.


그 양가적인 감정을 사운드로도 잘 구현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요동치는 마음을 강하고 더티한 사운드들로 연출하고, 보컬의 표현과도 잘 어울린다.


새롭거나 신선한 시도는 없지만, LANY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안정적인 싱글이다.





milet – [Alway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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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미레이(milet)는 일본 아티스트 중 유독 팝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요즘 팝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눈길이 간다. 전반적인 톤 앤 매너로부터 10년대의 케이티 페리와 태연이 연상되는 편이다. 이처럼 일본스럽지 않은 장르 지향과 묘하게 향수를 건드리는 곡의 방향이 미레이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리하게 자리 잡은 포지셔닝에 비해 높은 음악적 성취를 이루어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근 1년 간 분기별로 싱글 앨범을 찍어내던 미레이였지만, 여전히 1, 2집 및 히트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음악을 내놓는 중이다. 원인은 뻔하지만 제한된 프로듀서진의 영향이 커 보인다. 이번 싱글 ‘Always You’ 또한 ‘us’의 tomolow가 참여한 곡이다. 우수한 프로듀서와의 만남은 아티스트를 단숨에 고지로 데려다 주기도 하지만, 자기 복제의 시기에 접어들 경우 약간 높아진 하한선만을 보장해 줄 뿐이다.





※ '최크롬', '융'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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