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8월 5주)

빌리, 허니제이, JJk, 로켓펀치, Muse, Ckay

by 고멘트

Billlie (빌리) - [the Billage of perception: chapter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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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옹 : ‘GingaMingaYo (the strange world)’ 다음으로 임팩트를 주기엔 아쉬운 타이틀곡과 함께, 수록곡 맛집인 이번 앨범. Billlie (빌리)가 발매하는 모든 곡들은 심상치 않는 곡명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이 그룹이 뻔한 행보를 걷지 않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 기존의 걸그룹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힘든 이 그룹은 뻔한 루트를 가진 않는다. 빌리는 또한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는데, 대중이 그러한 요소를 직접 찾을 만한 끌림 포인트는 타이틀곡과 그 비주얼에서 온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아쉽다. 락이라는 장르와 빌리 멤버들의 보컬의 조화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하드록 장르의 이번 타이틀곡이 이 시점에 맞는가 싶다. 최근 ‘GingaMingaYo’로 걸그룹 포화 속에서도 핫한 루키로 급부상하던 빌리에게 팬들은 다음 곡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것이다.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했던 빌리에게 이번에 조금은 대중성을 택한 곡을 줬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Honey J (허니제이) – [Honey Dr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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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옹 : 이제는 댄서가 퍼포먼스를 위한 음반을 제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흥행에 따라, 댄스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그에 깔리는 음악까지도 큰 인기를 끌었다(대표적으로 ‘Hey Mama’). 또한 음악과 댄스를 이용한 다양한 숏폼 컨텐츠들이 양산되는 이 시대에, 믿고 보는 댄서 허니제이의 앨범 발매와 틱톡 챌린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컨텐츠이다. 타이틀곡 ‘Honey Drop’은 마이애미 베이스 장르, 허니제이의 퍼포먼스, 릴 체리의 랩 이 3요소의 조합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또한 프로듀서 Bronze가 실제로 마이애미 출신이라는 것 또한 재밌는 부분이다. 요즘 귀에 뻔하지 않은 리듬에 릴 체리 특유의 대체 불가한 그녀만의 래핑이 더해져 퍼포먼스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JJk - [비공식적 기록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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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2000년대 중반의 한국 힙합을 기억하는 사람 중에 JJK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것이란 걸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랩은 잘했지만 리튼보다는 프리스타일 MC라는 인상이 강했고 디스 곡이나 가사로 심심치 않게 게시판 화두에 올랐으며 무엇보다 ‘앨범을 잘 뽑는다’ 랑은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그랬던 그가 ADV를 키우며 [도착]을 제법 괜찮게 뽑더니 [고결한 충돌]부터는 작가주의가 느껴지는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특유의 날카로운 랩핑은 여전하고 말이다. 이번 앨범 [비공식적 기록 lll]은 그 연장선에 놓인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서 네오 붐뱁을 시도한다는 것은 작년 11월에 발매한 선 공개 싱글 ‘여전히’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긴 했었지만, 앨범 전체를 이 장르로 채운 것은 예상외였다. 그는 이 앨범을 위해 Griselda Records의 음악은 물론 Curren$y, Roc Marciano, Freddie Gibbs 등 현재 네오 붐뱁에서 내로라하는 래퍼를 모두 참조했다고 한다. 크레딧 면에서도 한국에 몇 안 되는 네오 붐뱁 전문 프로듀서 Sun Gin을 비롯해 Gan Vogh, 스콸로 웨이브 등 단순히 유명한 프로듀서가 아닌 무명에 가깝지만 자신의 음악을 100% 표현할 수 있는 프로듀서들을 내세웠다. 어설프게 대세 음악을 해볼까가 아니라,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한 설득력 있는 구성인 것이다.


완급 조절도 인상적이다. 네오 붐뱁이 듣는 아쉬운 소리 중 하나인 '처음엔 좋지만 앨범 몇 개 돌리다 보면 다 비슷비슷하다’를 중반에 A급 피처링 진을 통해 듣는 재미를 늘려 해결한다. 비교적 자극적인 비트 안에서 Khundi Panda는 쇼미 더 머니로 스타덤에 오를 후배 래퍼들을 위한 이야기를 뱉었고, ‘시쳇말’의 A-Chess, Son Simba 등은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며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이 트랙들이 유기성을 해친다는 느낌도 없다. 그 전후로는 JJK가 오롯이 랩을 채우니 주인을 뺏긴다는 인상도 없다.


[고결한 충돌]과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인간 고정현의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면 이번 앨범은 그의 데뷔작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씬에 대한 감상, 그리고 래퍼 JJK로서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어느 방향으로든 최상의 결과물을 내고 있다. 다른 좋은 앨범들이 많기에 이번 앨범이 그의 커리어 하이냐는 질문에는 의견이 갈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앨범은 올해 한국 힙합에서 한 손가락에 꼽힐만한 수작이다. 이 점만큼은 확신해 말할 수 있다.





로켓펀치 - [F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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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프로미스나인과 아이브를 비롯해 많은 걸그룹이 앞다투어 복고 음악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는 이 케이팝 씬에서 가장 앞선 주자는 로켓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Ring Ring’은 작년에 들은 케이팝 싱글 중에 가장 인상적인 곡 중 하나였다. 어설프게 느낌만 빌려온 게 아니라 작법, 클리셰 등 다방면에서 그때 그 음악을 가장 완벽하게 복각해냈다. 경쟁자들에게 마치 ‘레퍼런스 할 거면 이렇게 제대로 해라!’라고 일침 하는 듯했다. 실제로 성적도 제법 짭짤했다.


그 후에 나온 앨범 [Yellow Punch]에서는 유로 댄스로의 변화를 꾀했고 평도 나쁘지 않았지만 전작에 비해선 아쉬웠던 성적 때문일까, 이번의 곡은 그 둘 사이의 타협점을 들고 왔다. 복고라는 큰 틀 안에서 타이틀곡 ‘FLASH’는 하우스적 요소를 차용했고 수록곡 ‘Moon Prism’과 ‘Beep Beep’은 제대로 신스 디스코이다. 그러면서도 중요 요소인 탑 라인의 캐치함도 놓치지 않는다. 어설픈 드랍도 없고 과장스러운 파트도 없다. 가장 감탄스러운 파트는 ‘Moon Prism’에서의 프리 코러스인데 댄스 팝에서의 뻔한 빌드업 클리셰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멤버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완벽한 진행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레트로 장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퀄리티만큼 대중들의 반응이 좋을까는 별개의 문제이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낮은 인지도의 원인은 적어도 음악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울림은 제2의 러블리즈 노선을 밟게 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면 한다.





Muse - [Will of the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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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5집 [The Resistance] 이후 온갖 멸칭과 조롱을 받는 뮤즈이지만 그 사람들 마음 한켠에는 분명 예전 뮤즈에 대한 사랑과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신스 락과 팝 락으로 노선을 틀어버린 그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내가 알던 뮤즈로 돌아오겠지’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그런 올드팬들의 향수가 어느 정도 반영된 앨범이긴 하지만… 여전히 애매하다.


첫 트랙 ‘Will of the People’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Uprising’이 오버랩되며 이번엔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번 트랙도 신스 락적 요소가 섞이긴 했고 탑 라인도 매력 없긴 하지만 2~4집의 이름 없는 수록곡을 생각해 보면 참고 견딜만하다. 그런데 3번 트랙 ‘LIBERATION’에선 또 [DRONES] 몇몇 곡에서 느껴지는 글램 록을 가져왔으며 ‘GHOST”는 평범한 팝 락이다. ‘You Make Me Feel Like It’s Halloween’은 말할 필요도 없는 졸작이다. 결국 이렇구나… 하는 실망감만 가득하다. 앨범을 다 듣고 나면 결국 기억에 남는 건 가장 예전 스타일에 가까운 ‘Kill or Be Killed’이다.


분명 2000년대 초반에 하던 그 웅장한 얼터너티브 락을 지금까지 하려 한다는 것도 문제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노선이 별로라면 그것도 문제다. 이번 앨범은 얼터너티브 락으로 돌아왔지만 새로운 노선을 어거지로 융합해 이도 저도 아니게 돼서 더 문제다. 게다가 결국 가장 뛰어난 곡은 그 옛 문법에 충실한 트랙이니 더더욱 문제다. 그렇다면 뮤즈는 음악적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 결국 20년 전 1~4집의 그 음악? 욕을 먹던 5집 이후의 팝 락? 아니면 이번 앨범처럼 적당히 섞어서? 그 어느 것도 명쾌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 콜드플레이도 마찬가지지만, 라디오헤드의 아류로 시작한 뮤즈는 데뷔 30년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그 어떤 답도 찾지 못한 채 미로 속만 헤매고만 있다.





CKay –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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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옹 : 예상과 달리 꽤나 감미로움을 더한 새로운 싱글. 시작부터 아프로비트가 흥겹게 귀에 꽂힐줄 알았지만, 인트로부터 감미로운 피아노와 트럼펫 사운드가 깔리는 의외의 감성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프로비트가 나오지 않고 중간에 자연스럽게 빠졌다 나타나는 것도 괜찮은 연출이었다. 강하기만 한 비트에 지친 리스너라면, 가벼운 리듬과 함께 즐기기엔 충분한 곡이다. 핫한 emo-afrobeat아티스트이자 틱톡 바이럴로 한껏 뜬 아티스트인 CKay에게는 비교적 임팩트가 약한 싱글이지만, 이는 물론 이후에 나올 앨범을 향한 도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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